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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화에 각인된 자기탐닉
눈부신 쪽빛 바다와 유채꽃이 빛나는 제주. 제주는 늘 아름답다. 일제 통치 하에도, 한국전쟁 때도 그랬다. 제주는 변함없이 아름다웠으나 전쟁은 서귀포의 화가 이중섭의 순결한 영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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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그녀와 입맞춘다
아버지는 철도원이었다. 시골의 작은 역. 역장이었다. 아버지는 결혼 전부터, 그러니까 그를 낳기 오래 전부터 질병으로 침울했다. 성병,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은 이미 부친과 한몸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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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있다, 불후의 색채로
그가 여기 있다. 아니 그의 눈이 있다. 정면을 응시하는 눈. 다문 입술과 넓은 이마, 단정하게 어깨를 덮은 곱슬머리. 털옷을 가슴에 모은 가늘고 섬세한 오른손. 황금빛으로 출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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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는 조형의 전위이다
도자기, 조형의 전위. 조형미의 극치. 단원이나 혜원에게서가 아니라 도자기의 선에서 미의식은 출발한다. 미와 민족의 정서는 도자기의 선이 조형한다. 여인, 산, 달 새를 조형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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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감옥에서 노예를 구하라
카라라. 이탈리아 북부지방. 광장에 대리석을 깔아 놓은 단 하나의 도시. 카라라 채석장. 순백의 대리석을 찾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세계가 경탄한 장소. 그 대리석을 볼 수만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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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와 처녀를 거부한다
낡고 고루한 세상에 돌을 던져라. 정태된 현실에 나태하게 안주하는 모든 세력과 사생결단의 처절한 혈전을 선언했다. 용맹스럽고 필사적인 싸움이 이제 시작됐다. 현실에 대항하여 상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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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시처럼 혹은 소설처럼
그들은 그믐을 택했다. 고대하던 밤은 생각보다 빨리 그들을 방문했다. 그믐밤. 세상은 칠흑이다.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캄캄한 어둠이 사열병처럼 거리를 점령했다. 어둠을 밝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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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공포의 화가 뭉크의 미공개 일기
부쩍 그림에 대한 책이 늘었습니다. '천천히 그림 읽기'(진중권 조이한 지음, 웅진닷컴 펴냄)과 같은 그림 감상법에 대한 책이나, 우리 Books 사이트에서 '조용훈의 그림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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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사랑이 여기 있다
그가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가슴을 찢고 짓이기며 잔인하게 그를 떠났다. 그는 떠나는 그녀를 잡지 못했다. 극적으로 방문한 이별 앞에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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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그림, 선(禪)
어둡고 혼탁한 칠통(漆桶)의 마음, 죽음마저 각오하고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정신의 소유자. 고담한 먹선 몇 개로 범속성을 소멸시키고 초초히 정신의 온전한 자유를 즐긴 형형한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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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읽기]춤추는 자유, 고암 이응로의 '군상'
유작. 마지막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림 한 점을 마주한다. 그림을 남기고 화가는 훌쩍 떠났다. 이제 육신으로는 만날 수 없는 화가의 내면이 소품으로 남아 반긴다. 화가는 사랑하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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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자유, 고암 이응로의 '군상'
유작. 마지막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림 한 점을 마주한다. 그림을 남기고 화가는 훌쩍 떠났다. 이제 육신으로는 만날 수 없는 화가의 내면이 소품으로 남아 반긴다. 화가는 사랑하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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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가면 그림이 왔다
그때 비바람이 몰아쳤다. 어떤 틈입도 허락치 않는 매서운 빗줄기가 거칠게 산의 정상을 찢었다. 산은 몇 번씩 휘청했다. 봉우리는 몸을 추스릴 틈도 없이 중심을 잃고 기우뚱했다.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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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이 낳은 에로티즘
그리스 신화의 한 토막.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아르골리스 지방을 아크리시오스가 통치하던 때의 이야기다. 풍부한 물자와 후한 인심, 천혜의 땅이다. 선량하고 부지런한 시민, 왕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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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으로 분위기 있는 가을 보내기
Joins 오현아 기자 봄ㆍ가을은 날씨가 좋은 만큼 참 짧습니다. 언제 찾아왔나 싶게 금세 꼬리를 감추고 말지요. 짧아서 아쉬움이 더하는 계절, 이 가을에 무엇을 하실 생각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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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녀를 쏘았다
1901년 2월 17일 저녁 9시경, 파리 클리시(Clichy)의 어느 한 카페. 싸늘하고 비정한 바람이 불길한 음모처럼 음흉한 이빨을 드러냈다. 거리는 깡깡 얼었다. 숨죽인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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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깊은 침묵
도시의 밤. 이제 밤은 조명을 깨울 것이다. 그리고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며 도시의 뒷골목으로 피신할 것이다. 짐승처럼 웅크리고 불안한 잠을 청할 것이다. 불을 밝힌 카페가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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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빈 의자를 남겼다
의자, 그렇다 빈 의자다. 그러나 의자는 충만하다. 촛불, 그리고 책 두 권, 그것들이 여백을 채운다. 노란 촛불은 빛과 열을 동시에 발산하며 공간을 훈훈하게 한다. 공간을 자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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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이 걸어 간다
비가 내린다. 파리, 아마도 이폴리트맹드롱 가의 한적한 거리에 비가 내린다. 비는 허공을 적시고 지상으로 하강했다. 비는 자신의 질량을 벗어던지기 위해 지면으로 추락한다. 무게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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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인가
1952년 채플린은 허겁지겁 대서양을 건넜다. 행운의 나라였던 미국에서 고향 런던에 안착했다. 이순(耳順)의 나이도 훌쩍 넘기고 찾은 고향. 40여년 만의 귀국은 얼마나 낯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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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하는 자유로운 정신
여기 바람 뿐이다. 화면 속의 나무와 산은 다만 바람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배경이다. 아니면 바람을 증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대나무처럼 휘날리는 포무의 가지가 피를 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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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을 향한 화가의 고뇌를 시적으로 그릴 터
#1:종로서적이 교보문고보다 좋은 일곱 가지 이유. 내가 종로서적을 교보문고보다 좋아하는 이유 하나: 아이들 책 한 권 사고, 공짜로 나눠주는 미술 팸플릿 하나 얻으려면 3개 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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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시적인 이미지 찾아 풀어내기
"그림 '세상의 기원'을 보신 적 있으세요?" "아! 그, 여자의 성기를 아주 세밀하게 그린 외설적인 그림 말하시는군요." "그거 그냥 보기에는 정말 외설적이더군요. 마치 포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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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서 애니메이션 40편 상영
올해 처음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동화, 소설등의 친숙한 소재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은 22일 금호미술관에서 '디지털 상영 방식 설명회'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