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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꿈은 결국 사랑 넘치는 사회 아니었던가
영국의 대표적인 문학평론가 테리 이글턴(67·영국 랑카스터대 영문학 교수·사진). 마르크스주의 비평의 맥을 잇는 그이지만, 좌파 내에서 그가 점하는 위치는 독특하다. 유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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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시시각각] 유권자의 지혜
지혜만큼 인류가 소중하게 여겨 온 능력은 없다. 지혜는 대승불교에서 육바라밀(六波羅蜜), 즉 여섯 가지 수행덕목 중 하나다. 불교에서 지혜는 미혹을 소멸하고 궁극적 이상인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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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천재를 만난 老대가 “작은 성취에 만족 말게나”
1. 율곡은 천재였다. 세 살 때 “말을 배우면서 글을 알았고,” 일곱 살 때는 사서삼경에 통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부럽기는 “애쓰지 않고도 학문이 날로 성취되었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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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길을 가며, 왜 권력을 곁눈질하는가
1. 유학은 언필칭 수기치인(修己治人)을 외친다. 학문을 닦아 정치를 한다는 뜻에서 선비들을 사대부(士大夫)라 부른다. 그러나 선비들이 다 정치에 나섰던 것은 아니고, 또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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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오 10주기 유고 평론집
문학평론가 설초(雪草) 김준오(1937∼99)의 미출간 원고들을 묶은 평론서 『현대시와 장르 비평』(문학과지성사)이 그의 10주기에 맞춰 최근 출간됐다. 설초가 쓴 『詩論(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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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3주년 중앙 신인문학상] 평론 부문 당선작
물의 에피파니 혹은 심연의 자화상 -한강론 이학영 1. 심연에 드러난 이방인의 초상 초상화나 자화상 가운데에는 외관의 충실한 모사(模寫)와는 거리가 먼 작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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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 인터뷰] “내 시의 본적지는 한국전쟁 폐허”
허리께까지 오는 대문은 손님을 기다렸다는 듯 한 뼘 쯤 열려 있었다. 담벼락에 위태롭게 매달린 낡은 초인종이 두 번 울리자 고은(75) 시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을 첫 손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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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메시아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이르지 말라
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수행승으로 꼽히는 사람은 테베의 세인트 폴(St. Paul of Thebes)이다. 폴에 관해서는 유명한 라틴 벌게이트 성서번역자 제롬(St. Je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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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스노보크라시
근대 이전에 속물(snob)은 지위가 낮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영국에서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의 시험 명단에서 일반 학생을 귀족 자제와 구별하기 위해 이름 옆에 적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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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중국문화지도 문학 3. 중국 당다이(當代) 문학의 흐름과 계보
중국 문학사는 1949년이 분기점이 된다. 1840년 아편전쟁부터 1919년 5·4운동까지를 진다이(近代), 1919∼49년을 센다이(現代)로 부르는 시기 구분에 따라 49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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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끝나는 곳에 한국 연극의 희망이…안치운
관련기사 안치운과의 5분 토크 자신의 글은 피로 쓰여졌다고, 글이란 모름지기 피로 써야만 한다고 니체는 말했다. 비록 나는 흡혈귀가 아니지만, 진정 피로 쓴 책들을 좋아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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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 가난한 자들이여! 천국이 너희 것이다
나는 매우 엄격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나의 아버지와 엄마가 모두 소년·소녀 시절부터 기독교를 자신들의 삶의 신앙체계로 받아들인 사람들이었다. 요즈음과는 달리 20세기 초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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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 가난한 자들이여! 천국이 너희 것이다
여기 보이는 통곡의 벽(Wailing Wall)은 헤롯 대왕이 지은 제3성전의 서벽(Western Wall)이다. BC 960년에 완성된 솔로몬 성전(제1성전)의 자리에 세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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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끌어안은 지성 40년
사돈 성대경 교수가 준 아호 청사(晴蓑)는 백낙청(白樂晴)에 기대어 한 글자를 더했다. ‘맑은 날의 도롱이’라는 뜻이다. 늘 준비가 철저한 사돈의 삶과 가치를 기리었음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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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의 월드] 베네딕토 16세는 '라칭거'와 달라야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으로 불리던 과거 성향을 그대로 간직한다면, 그는 요한 바오로 2세보다 훨씬 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인물이다. 요한 바오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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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즐겨읽기] 아름다움에 얽힌 추악한 욕망
서양미술 사건수첩 세기 신이치 지음, 황성옥 옮김 아트북스, 240쪽, 1만6500원 화가 이중섭(1906~56)의 유족이 50여 년 고이 보관해왔다는 그림이 깜짝 쇼처럼 경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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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빈 칼럼] 왜 지성의 위기인가
사방에서 노무현 정권과 노 대통령을 비난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택시 운전사부터 대기업 사장에 이르기까지, 시장의 아낙네부터 대학 교수에 이르기까지 입 달린 사람치고 이 정권과 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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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의 본성 분석한 문화연구서
바야흐로 '쿨'하길 권하는 시대다. 쿨하다는 것은 연인과 이별하는 즉시 전화번호를 가차 없이 지우는 것이다. 쿨한 사람은 덧없는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못 믿을 직장에 연연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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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아시스'의 凱歌
마침내 베니스 영화제를 정복했다. 어제 폐막한 제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감독상·신인배우상을 받아 6개의 본상 가운데 2개를 따냈다. 지난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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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꾼 아랍' 편견을 벗긴다
서구인들이 '이슬람'이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폭력과 광신과 섹스, 이 세 가지라고 한다. 시퍼런 언월도를 휘두르는 무어인의 광폭함, 머리를 흔들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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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의 시선으로 詩 100년史 알짜뽑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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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해신 - 제1부 질풍노도 (92)
그날 밤. 김양은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종부형 김흔과 대취할 만큼 술을 마셨으나 오히려 헤어져 자리에 눕자 정신이 말똥말똥하여 맑아졌다. 그는 팔베개를 하고 누워 정명부인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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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교수 "미당의 과오는 시에서 이미 예고"
친일.친독재 등 미당 서정주(1915~2000)시인의 '정치적 과오'는 그의 '허용의 시학(詩學)'에서 비롯됐다는 평론이 나왔다. 문학평론가 황현산(고려대 교수)씨는 '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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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리뷰] '서정적 진실을 찾아서'
"문학의 위엄을 훼손시키는 졸속적 양산주의, 비문학적 명망 조성을 통해 문학 매상을 실천하는 상업적 탤런트주의,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시를 더욱 알 수 없는 소리로 만드는 것이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