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꼼수 탄핵 꼼수 사퇴, 꼼수 만발 꼼수 정치

가히 ‘꼼수 전성시대’다. 장관급 행정부처장이 탄핵을 피해 꼼수 사표를 내던 날, 야당은 ‘오너 당대표’의 방탄을 위해 멀쩡한 검사 4명의 탄핵안을 발의했다. ‘꼼수’라는 수식어가 붙은 단어들이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했으니, 꼼수 전성시대가 아니고 무엇일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일단 재미있다. 손가락질 하면서도 싸움 구경 싫어하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어제 정부와 여의도에 만발한 꼼수 싸움을 보도하는 매체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체들의 성향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대체로 동아·국민·세계일보 등 우파 매체들은 야당의 꼼수, 즉 검사 탄핵을 1면 머리에 올리고 많은 지면을 배정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 경향은 공히 김홍일 방통위원장의 꼼수 사퇴를 헤드라인에 올렸다. 사설도 비슷한 양상이다. 야당의 검사탄핵을 ‘국기 문란’이라고 비판하는 조선일보에 한겨레는 김홍일 꼼수 사퇴를 ‘방송 장악’이라고 맞받아 친다. 한겨레는 검사 탄핵은 사설에서 언급하지 않았고, 경향은 라며 꾸짖고 있다. 이런 판국에, 라는 중앙일보의 호소는 잘 들리지 않는다.

사전적 의미로는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을 가리키는 꼼수는 나름 효과가 있으나, 금방 속내가 드러난다는 한계가 있다. 어제 오늘 난무하는 꼼수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알고 있다. 왜 멀쩡한 행정부처장이 사표를 던지는지, 왜 야당이 검찰총장도 아니고 수사 검사들을 탄핵하려는지. 장기든 바둑이든, 훈수는 꼼수를 금새 알아차린다. 꼼수를 쓰는 사람이 아무리 시침을 떼도 안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아둔다. 심판의 그날까지.

-Pick! 오늘의 시선

한국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