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사상 최대’ 자랑하는 내년 R&D 예산…정책 실패 비용도 사상 최대

1년간의 시행착오였다. 국가적 정책 실패였다. 정부가 어제 2025년도 R&D(연구개발) 예산을 발표했다. 두달 전에 “역대 최대 규모”를 약속했던 그 예산이다. 발표에 나선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 수석은 내년 R&D 예산이 24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3.2% 늘었으며, 전체 예산증가율 4%대에 비해 큰 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역대급’이라는 내년 R&D 예산은 2023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에 불과하다. 올해 예산이 대폭 삭감된 탓에 증가폭이 커졌을 뿐이다. 이라는 서울신문 제목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정부 발표를 꼬집는다.

1년만에 원상복구된 정부의 R&D 예산은 이제 윤석열 정부 정책 실패의 상징이 됐다. 조선일보는 1면에 “정책 실패의 교과서”라는 제목을 붙여 지난 1년의 시행착오를 분석하는 장문의 기사를 올렸다. 온라인에서는 제목을 순화시켰지만, 1년전 대통령이 “갈라먹기식 R&D 재검토”를 강조하면서 시작된 ‘R&D 예산파동’이 과학계에 엄청난 혼란을 일으키고, 정쟁으로 번진 후, 결국 원상복구되는 과정을 소상하게 정리하고 있다. 1년간의 시행착오로 치른 비용도 막대하다. 무수한 연구과제가 중단되고 젊은 연구인력들을 잃었으며, 나아가 4월 총선 참패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양자기술에서 우리나라가 12개 비교국 가운데 꼴찌라는 과기부 발표를 인용하며 정책 실패를 따지는 서울신문 사설의 관점도 통렬하다.

R&D 분야에 개혁 과제가 있다는 것은 과학계도 인정한다. 다만 지난해 같은 우격다짐식 예산삭감은 실패했다. 좌파, 우파 구분 없이 모든 매체들이 정부가 개혁의 대상자들과 대화가 부족했고, 준비가 부실했다는 평가에 일치한다. 현재진행형인 의정(醫政) 갈등과 비슷한 양상이다. R&D 예산을 둘러싼 지난 1년의 파행은 “백년대계인 국가 과학 기술 투자에 정치적·자의적 판단이 개입돼선 안된다는 교훈을 남겼다”는 동아일보 사설의 맺음말이 큰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