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곤충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우리 곁에 다가온 러브버그들 … 사람 문제를 생각하게 합니다

지난주 서울 을지로의 식당 골목, 시청역 근처의 벽, 집 방충망, 교외의 들판 등 곳곳에서 러브버그를 마주했습니다.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물에 약해 비가 내리면 개체수가 크게 준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제는 보지 못했네요.

‘붉은등우단털파리’라는 본명 대신 ‘사랑벌레’라고 불리는 이 곤충을 처음 본 게 3년 전인데, 전문가들이 사람을 물지 않고 병을 옮기지도 않는다고 해도 마주치면 기겁을 하고 피했습니다. 아마도 인간의 본능이 작은 곤충에 두려움을 느끼도록 진화돼서인 것 같습니다.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이 모기입니다. 인간의 천적이 작은 날벌레인 것이죠.

그런데 일주일 정도 계속 접하다 보니 점점 익숙해지기도 합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옷에 붙은 암수한몸의 러브버그를 손으로 툭 털어냈습니다. 별로 놀라지도 않으면서요. 세게 치면 옷에 흔적을 남기고 죽을까 봐 적당한 힘으로 떨어낼 정도로 여유가 생겼습니다. 인간의 적응력이 놀랍습니다.

적응해야죠. 앞으로 계속 보면서 살아가게 될 것 같은데, 어쩌겠습니까? 전문가들은 이 곤충이 많이 사는 곳이 중국 남부와 대만 등 아열대 기후권에 속하는 지역이라고 하네요. 전에는 보기 어렵던 러브버그가 서울 복판에도 출몰하게 된 것은 변화한 기후 탓으로 추정되는 것이죠.

기후변화 관련 국제 협약 전문가인 박원석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난주에 만났습니다. 그는 “앞으로 인간은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많은 일을 보며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생태계의 변화가 곧 거대한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며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려는 인간들의 노력은 제자리걸음이고, 생활 환경은 무섭게 변하고 있습니다. 적응. 어쩌면 끓는점을 향해 온도가 올라가는 물속에 있는 개구리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