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주말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줄 뉴스레터 서비스 ‘문화 비타민’입니다. 매주 금요일 음악ㆍ방송ㆍ영화ㆍ문학ㆍ미술 등 각 분야를 담당하는 중앙일보 문화팀 기자들이 놓치면 아쉬울 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주는 서평과 책 소개를 담당하는 이후남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오펜하이머'와 25년만에 완성한 원작

영화 '오펜하이머'.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반항적인 그리스의 신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류에게 주었듯이, 오펜하이머는 우리에게 핵이라는 불을 선사해주었다. 하지만 그가 그것을 통제하려고 했을 때, 그가 그것의 끔찍한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려고 했을 때, 권력자들은 제우스처럼 분노에 차서 그에게 벌을 내렸다."

영화 '오펜하이머'가 원작으로 삼은 책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서문에 나오는 말입니다.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의 삶을 다룬 평전이죠. 우리말 번역본은 2010년 처음 나왔다가 몇 달 전 한결 콤팩트한 판형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영화 개봉을 염두에 둔 출판사의 선견지명이죠. 현재 각 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2005년 처음 나온 책입니다. 두 저자 가운데 역사학자 마틴 셔윈이 출판 계약을 맺고 자료 조사를 시작한 이후 무려 25년 만이었죠. 책을 보면 이유가 짐작됩니다. 엄청나게 상세합니다. 오펜하이머를 도청하고 감시한 FBI의 방대한 자료를 포함해 수만 쪽의 자료, 그리고 오펜하이머와 관련된 100명 가까운 인물의 인터뷰에 바탕을 둔 책입니다. 

퓰리처상을 받은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사진 사이언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