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샌 챗GPT 쓰면 하수입니다…‘문송’도 엑셀 천재 만들 조수

요샌 챗GPT 쓰면 하수입니다…‘문송’도 엑셀 천재 만들 조수 유료 전용

챗GPT로 코딩하기부터 요새 챗GPT가 긴장할 정도로 똑똑하다고 소문난 AI 클로드의 최신 기능 활용법까지, 생성 AI와 함께하는 ‘문과 직장인 생존코딩’ 시작! 코딩, 취업‧승진에 도움?: 국내 취준생, 직장인들 사이에서 코딩은 취업과 승진을 위한 필수 도구. ②하나만 파는 맛집, 코딩 전문 AI 코딩의 모든 걸 도와줄게: 챗GPT만 써도 코딩 잘 하는데 왜 코딩 AI를 굳이 쓰냐고? 깃허브 코파일럿(운영사 깃허브), 코드위스퍼러(AWS), 코드 라마(메타), 탭나인(탭나인) 등 코딩 AI들은 다양한 개발 언어 지원은 물론 개발자들을 위한 맞춤 기능도 다수 들어 있다. ■ 🤖초고급: 깃허브 코파일럿 도전 「 조금 더 코딩에 가까워지고 싶다면, 코딩 AI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깃허브 코파일럿에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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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부도덕, 횡포, 약탈" 질타에…카카오택시, 일부 사업 접나 [팩플]

    尹 "부도덕, 횡포, 약탈" 질타에…카카오택시, 일부 사업 접나 [팩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소상공인과 택시기사, 무주택자, 청년 등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마포구 신촌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참가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시장 개척의 정당한 대가인가, 독점구조로 얻은 부당이득인가. 윤석열 대통령과 규제 당국의 전방위 압박 후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가 택시 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서면서 플랫폼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  무슨 일이야   국내 1위 택시사업자 카모는 지난 1일 오후 “가맹택시 수수료 등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택시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직격탄을 날린 직후다. 윤 대통령은 “(카모의 택시 수수료가)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아주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며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된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2015년 개최한 기사 회원 모집 설명회장.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  尹 지적한 ‘약탈적 가격’ 진실은     카카오(카모는 2017년 분사)는 2015년 3월 카카오택시를 출시했다. 당시엔 기사와 이용자 모두 무료로 쓰는 플랫폼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연결되는 편의성에 모두 열광했다. 문제는 그 다음 수익화. 카카오 내부에선 “이용자가 모이면 누군가는 돈을, 다른 누군가는 아이디어를 들고 서 있을 것”이라며 낙관했지만 택시비가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국내 시장은 카카오의 유료화 시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8년 5000원을 더 내면 즉시 배차해주는 유료화 상품을 내놨지만 논란 끝에 백지화됐다. 카풀도 택시업계 반대로 무산. 마지막으로 찾은 돌파구가 가맹택시였다. 카모는 2019년 가맹택시 사업을 본격화하며 ‘승차 거부 없는 배차’를 내세웠다. 대신 이용자에겐 호출 수수료 격인 콜비(0~3000원)을 받고, 택시 기사들에겐 일정한 콜을 보장하는 대신 가맹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수익모델을 짰다. 무료였던 플랫폼이 어느새 유료로 바뀐 것.   문제는 카모가 무료 서비스로 구축한 시장 독점적 지위를 수익화를 위해 과도하게 활용하면서 불거졌다. 일반 택시 호출 중개시장에서 카모의 점유율은 94.46%(2021년 기준, 공정위)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가맹택시 대수도 지난달 기준 5만 1655대로 전체(6만 여대) 중 약 85%안팎이 카모와 가맹을 맺었다. 2위인 우티는 5373대.   박경민 기자   ① 20% 가맹 수수료 : 카모는 자회사 KM솔루션(KMS)이 가맹계약을 맺은 택시기사로부터 20%의 수수료를 받고, 이를 넘겨받은 카모가 기사에게 제휴계약 명목으로 15~17%를 다시 돌려주는 수수료 구조를 짰다. 카모의 매출 부풀리기나 기사들의 세금 부담도 문제지만 택시업계는 3~5%가량인 실질 수수료도 비싸다고 주장한다. 우티의 수수료는 2.5%. 허나 90% 이상의 이용자가 카카오T에서 택시를 호출하는 만큼 기사들은 카모의 이중계약과 수수료를 거부하기 힘들다.   ② “‘길빵’도 수수료 내라” : 대구시는 지난 8월 공정위에 카모를 신고했다. 카모는 가맹택시 운행 매출 기준으로 수수료를 내도록 하는데, 대구로택시앱 호출 운행건, 배회영업건 매출까지 수수료 산정 기준에 포함했다는 것. 대구시는 상당수 택시가 카카오T블루와 대구로택시에 중복 가입돼 있어 수수료가 이중 부과된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카모는 가맹택시 수수료는 호출 외에 브랜드 홍보, 마케팅 등 종합 패키지에 대한 대가라며 거부했다. 공정위는 현재 이 사안을 조사 중이다.     ③ ‘콜 몰아주기’ + ‘콜 차단’ : 카모는 점유율 90% 이상의 일반 호출을 이용해 가맹택시 사업을 키운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우티·타다 등 타 기업과 가맹 맺은 기사에겐 일반 호출을 차단한 게 대표적이다. 참여연대 등은 2021년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카모를 공정위에 신고했고, 공정위는 최근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앞서 공정위는 카모가 가맹택시 기사에게 ‘콜 몰아주기’를 했다며 257억원의 과징금도 부과했다. 카모는 비가맹택시 기사들이 월 3만 9000원을 내면 혜택을 주는 ‘프로멤버십’도 유지하고 있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수익화를 꾀하자 카모의 수익성은 매년 개선됐다. 2017~2019년 누적 539억 적자를 봤지만 2021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0년 280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719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4669억원을 벌었다.   박경민 기자  ━  “전면 개편하겠다”는 카모, 방향은     카모는 빠른 시일 내에 택시 단체 관계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서비스 전반에 대한 논의를 듣고 개편하겠다”고 했다.   택시 업계는 카모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무는 “이전부터 상생협의체를 통해 계속 수수료 인하를 얘기했는데, (카모는) 논의조차 거부했었다”며 “실질 수수료인 3~5%도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했다.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가맹택시 수수료는 비율도 일정하지 않고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카모 안팎에선 다양한 대책이 거론된다.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안, 중개사업과 가맹사업 중 하나를 포기하는 방안 등이다. 다만 현 경영진이 가맹택시를 통한 현재의 수익구조를 설계했기 때문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적 쇄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지난 2월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카카오 T 택시가 운행하고 있다. 뉴스1    ━  더 알면 좋은 것   ① 정부의 실패 : 일각에선 정부의 잘못도 지적한다. 지난 10년 사이 우버, 카풀, 타다 등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정부는 형사처벌, 법 개정 등을 통해 막았다. 경쟁자가 사라진 시장에서 카모 독주체제가 굳어졌다. ② 모빌리티 외 플랫폼도 긴장 : 윤 대통령이 플랫폼 수수료에 대해 ‘약탈적 가격’이라 비판하자, 음식 배달, 쇼핑, 병원예약, 부동산 중개 등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정부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플래폼 사업은 승자독식이 많아 독과점 논란이 있다”며 “정부가 시장경쟁을 촉진해서 이 문제를 풀면 좋은데, 개별 기업 ‘손보기’ 식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2023.11.03 05:00

  • 네이버 당했고 카카오 피했다…국감장 뒤, IT 대관 대혈투

    네이버 당했고 카카오 피했다…국감장 뒤, IT 대관 대혈투 유료 전용

    Today’s Topic,대관의 세계(feat. 네카쿠배)   ‘테크기업의 외교관’ ‘대관의 승리’. 최근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마무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래드 스미스 부회장에 대한 평가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15일 “브래드 스미스 사장이 법률, 정책 등을 아우르는 2000여 명의 전문가를 이끌며 세기의 딜(deal, 거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미국·유럽연합(EU)·영국 규제 당국을 설득한 일등공신으로 꼽힙니다. 빅테크의 한 전직 임원은 “규제 당국은 당장 허가를 내주지 않아도 최소한 (기업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인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FT에 말했더군요.     한국은 어떨까요. 코로나19 이후 국내 IT 플랫폼 기업들은 인재와 자본을 빨아들이며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과 갈등도 커졌고, 정부는 규제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했죠. 매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네카쿠배 임원들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여러분도 기억나실 겁니다. IT 플랫폼 기업들이 최근 몇 년 새 입법·사법·행정부 출신을 대관(Corporate Relations) 담당자로 대거 채용하게 된 배경입니다.    그런데 혹시 ‘대관’이란 단어에서 로비스트를 떠올리셨나요?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그런 역할일까요? 외부엔 잘 드러나지 않았던 ‘대관의 세계’를 팩플이 들여다봤습니다.   ■ 💬목차 「 1. 플랫폼 국감, 대관의 시험대 2. IT 대관, 넌 누구냐 3. 네카쿠배 대관의 얼굴들 4. IT 대관의 미래     」  한호정 디자이너  ━  1. 플랫폼 국감, 대관의 시험대   국정감사는 대관 부서한텐 시험장입니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대관 담당 변호사는 “IT기업들은 사업 초창기에는 로펌에 대관과 컴플라이언스를 맡겼지만, 사업 확장과 성장 과정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국감에 줄줄이 불려 나오며 자체 대관 부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① 대관, 그게 뭐야?: 국회나 정부부처 등 관(官)을 상대하는 업무입니다. 사업 영역에서 우호적인 규제와 정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활동을 펼칩니다. 시민단체, 협회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발생하는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일도 하죠. 기업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각종 규제와 갈등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대관은 필수 역량이 됐습니다. 기업 내에서 대외협력, 전략지원이란 명칭을 쓰거나 CR(Corporate Relations), GR(Government Relations), PA(Public Affairs) 부서로 불립니다.   ② 올해도 플랫폼 국감? 국감을 앞둔 9월은 대관 담당자들이 가장 바쁜 때입니다. 창업자나 임원의 출석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벗고 뛰기 때문이죠. 올해 국감에서도 가짜뉴스와 포털의 책임, 스타트업 아이디어 탈취 의혹, 개인정보 관리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대관 담당자들의 노력 덕분이었을까요? 주요 플랫폼 기업의 창업주와 대표이사가 모두 국회에 불려나온 예년에 비해 올해 국감은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달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 주목받은 네이버: 올해 국감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네이버였습니다. 김주관 네이버 비즈니스 CIC 대표(산자중기위, 가품 판매 및 허위 리뷰), 유봉석 서비스운영 총괄(보건복지위, 개인정보 유출 의혹), 김정우 네이버 쇼핑 이사(농축해수위, 원산지 표시 문제)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출석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달 16일 정무위 국감에서 네이버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의혹이 나왔거든요. IT업계 관계자는 “대표가 국감장에 나와 의혹을 소명하거나 사과할 경우에도 대중들은 ‘기업이 뭔가 잘못했나 보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에, 기업으로선 국감에 나와서 좋을 게 없다”며 “대관부서가 창업주나 대표 출석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 조용히 넘어간 카카오: 카카오는 지난달 27일 산자중기위 국감에서 홍은택 대표가 계열사(VX, 헬스케어)의 기술 탈취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설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일 오후 증인 신청이 철회됐습니다. 업계에서는 “대관의 승리”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당초 총 17개 상임위 중 11곳에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 창업자는 물론 카카오 임원 단 한 명도 국감장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 대관 담당자는 “카카오 대관이 이번 국감만 놓고 보면 꽤 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대관의 성과가 국감만으로 결정되진 않습니다. 또 다른 IT 플랫폼 기업 대관 담당자는 “국회, 정부와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네이버가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순방에 포함되고, 런던 AI 정상회담 등에 정부와 함께 참석하는 것도 대관의 성과”라고 했습니다.     ◦ 쿠팡·배민은: 쿠팡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은 1000만 명 이상이 쓰는 ‘국민 앱’을 운영하면서 대관 부서를 강화해 왔습니다. 수년간 국감에 불려 나온 기업들이죠. 올해 쿠팡은 환노위 국감에서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CLS) 대표가 배송 중 숨진 쿠팡 하청업체 배달기사 관련 지적을, 산디판 차크라보티 쿠팡 CPLB 대표가 판매 상품 재활용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았습니다. 배민은 이국환 대표가 환노위 국감에 라이더 보호와 산재 문제로 출석했고, 판사 출신으로 배민 대관을 총괄하는 함윤식 부사장도 산자중기위 국감에 나왔습니다. 함 부사장은 배민 광고 상품인 울트라콜이 음식점주들의 무리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의원들 질의를 받았고요.    ━  2. IT 대관, 넌 누구냐   밀실에서 일하는 로비스트라는 이미지는 오해와 편견일까요? 대관 담당자는 주로 누가 하고 어떤 일을 할까요.   ① 누가 하는 거야 : 정부 부처, 국회 보좌관 출신이 대관 담당자로 이직하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IT 플랫폼 기업 대관팀엔 과학기술 정책과 규제를 총괄하는 과기정통부나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 많습니다.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과 언론사 출신도 종종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는 경우 여당 보좌진 출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고 합니다. 같은 당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대통령실, 장관실, 정부 부처 등에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② 무슨 일을, 어떻게 하나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네트워크와 실무 역량을 갖춘 대관 담당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까요.   ◦ 알아내고: 규제나 리스크를 사전에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가 어떤 규제 정책을 검토하는지, 유관 상임위 소속 의원실은 어떤 법안을 준비하는지에 대관 담당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공개된 정보인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죠.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플랫폼 기업 대관 담당자는 “휴민트(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수집), 즉 인맥을 활용해 정보를 먼저 입수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짜둬야지, 규제 틀이 다 잡히고 나면 이미 늦는다”면서 “법적 테두리 안에서 모든 수단을 활용한다”고 말했습니다.     ◦ 설득하고: 규제나 정책에 대한 기업의 입장을 국회⋅정부에 설명하고 설득합니다. 대형 로펌의 대관 담당 변호사는 “기업이나 로펌이 국회나 부처를 방문할 때 해당 기관 출신이 함께 간다”며 “그들은 그 기관이 일하는 방식을 잘 알기에 어떻게 공략해야 설득할 수 있는지도 잘 안다”고 했습니다. 직원 500명 규모의 한 IT 기업 대관 담당자는 “기업 입장에서 법안의 필요성 또는 우려를 의원실에 설명하고, 회사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의원들이 참고하는 보고서를 쓰는 입법조사관, 정부 부처에도 충분히 설명해 우리 회사와 갈등하는 단체나 경쟁사 의견만 반영되지 않도록 부지런히 뛴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터진 이후 일련의 과정에 대해 대관 업계는 ‘카카오와 SK 홍보·대관 역량이 맞붙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연합뉴스 ◦ 경쟁하고: 대관 담당자들 사이에서 의미있게 회자되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벌어진 ‘카카오톡 먹통 사태’입니다. 대관 업계는 ‘카카오와 SK 홍보·대관 역량이 맞붙은 사건’으로 봅니다. IT업계 관계자는 “사고 원인 자체는 SK가 운영한 데이터센터 화재인데도, SK의 CPR(CR+PR) 부서가 사건 직후 조직적으로 나선 덕분에 ‘회사 CPR(심폐소생술)’에 성공했다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카카오 데이터센터’ ‘카카오 화재’로 프레이밍이 됐고, 정부와 국회도 그렇게 받아들였다”며 “SK 대관이 (카카오를) 이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조율한다: 기업 내부에서 의사결정을 조율하고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플랫폼 기업 대관 담당자는 “IT기업에 와보니 개발자, 컨설팅 기업 출신 임원들이 ‘법적으로 이상이 없고 사업성이 있으면 일단 추진하자’는 분위기더라”며 “불법 아니고, 돈이 된다고 무작정 사업했다가 정부⋅국회⋅언론⋅소비자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외부 출신 대관 담당자들은 사업 추진 시 기업이 받을 사회적 평가나 대외 리스크를 상기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했습니다. 대관과 밀접한 홍보· 법무 부서와 대응 방안을 조율하고 전략적 일관성을 추구하는 것도 대관의 역할입니다.    ━  3. 네카쿠배 대관의 얼굴들   규제 이슈가 늘어나고 2021년 공정위와 국회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내놓으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대관을 꾸준히 강화했습니다. 대관업계의 신흥 강자는 쿠팡과 배민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상반되는 대관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 대관 고수? 네이버: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특히 실시간 검색어(실검)·댓글 조작 사건, 뉴스 알고리즘 편향성 문제로 국회에 자주 불려가는 편이라 대관의 중요성을 잘 알지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네이버에서 2008년부터 9년간 재직한 윤영찬(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네이버 대관·홍보를 총괄하는 부사장을 지냈습니다. 네이버는 2021년 정책전략 TF를 신설해 여러 부서에 흩어진 대관 역량을 한곳에 모았습니다. 정보통신부(현 과기부)와 LG유플러스 상무 출신의 손지윤 대외정책총괄이 TF를 이끕니다. 방통위 서기관 출신의 이광용 정책전략 책임도 TF 소속입니다. 이들은 검색, 광고, 뉴스, 쇼핑, 금융 등 네이버 사업 분야의 정책 동향을 분석하고 대정부 전략을 수립합니다. 2022년 네이버웹툰도 창작자에 대한 플랫폼의 갑질 문제가 불거지며 대관과 홍보 부서를 신설했습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카카오에 비해 국회보다 정부 부처 출신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전했습니다. 개인기보다는 ‘톱다운’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뛰는 대기업형으로 속도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편입니다.   ◦ 위기이자 기회? 카카오: 2018년 9월 조선일보에서 카카오 커뮤니케이션 실장으로 이직한 권대열 총괄은 CRO(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를 역임하고, 현재는 카카오 본사의 컨트롤타워 격인 CA협의체 리스크관리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2021년 말에는 과기정통부 부이사관(3급) 출신 우영규 법무법인 김앤장 고문을 영입해 정부 대관을 강화했습니다. 이 외에도 모빌리티, 페이, 뱅크 등에서 국회, 언론사 출신 인사들을 영입했습니다. 카카오 대관은 개인별로 쌓은 경력과 네트워크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독립적이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스타트업형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급하게 불을 꺼야 하는 소방수 역할을 잘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사건, 카카오택시 콜 유료화 등 계열사들에서 돌발 이슈가 잇따라 터지면서 본사와 계열사 간 전략 엇박자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의혹으로 김범수 창업자와 주요 임원이 수사 선상에 올라 있어 대관 담당자들의 부담이 큰 시절이죠. 물론 이때가 대관의 존재감을 발휘할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비롯한 증인들이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 대상 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는 모습. 앞줄 왼쪽부터 김범수 센터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GIO,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박성하 SK C&C 대표이사. 사진 중앙포토   ◦ 철벽의 쿠팡: 2020년 판사 출신인 강한승 김앤장 변호사를 대표이사로 영입했습니다. 강 대표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거쳐 2013~2020년까지 김앤장에서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 정부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강 대표 선임 이후 정한모 전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추경민 전 서울시 정무수석 등이 쿠팡 대관팀에 합류했습니다. 2022년에는 이숭규 전 공정위 카르텔총괄 과장과 트럼프 정부 국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알렉스 웡도 영입했습니다. 대관팀 규모만 수십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쿠팡 대외 조직(홍보·대관)이 택배업계 등 이해관계자나 언론과 갈등이 생기면 대화보다 소송으로 강경 대응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도 받습니다. IT업계 관계자는 “쿠팡 대관은 규모가 크고 역량도 탁월하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보다 대관 역량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도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 긱워커 전문, 배민: 라이더, 소상공인 등과 갈등이 늘며 리스크 관리에 특화된 대관형 임원을 영입했습니다. 2020년 12월 판사 출신의 함윤식 전 김앤장 변호사가 부사장으로 합류해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판사 출신인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부회장으로 영입해 화제가 됐습니다. 배민이 긱워커(geek worker, 단기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은 쿠팡과 자주 비교가 되기도 합니다. 물류전문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은 2020년 10월 플랫폼 업계 최초로 배달 플랫폼 노조(민주노총 서비스연맹)와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라이더 공제조합 설립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업계 1위의 지위와 이윤을 바탕으로 시장의 규칙을 만들고 있다. 최근 요기요 자회사도 배달노조와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라면서 “하지만 배민만큼 수익성이 좋지 않은 다른 배달앱과 배달대행 업체들은 ‘라이더들의 요구를 도대체 어디까지 들어줘야 하느냐’는 불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  4. IT 대관의 미래는     앞으로 IT 시장은 점점 더 커질 테고, 인공지능(AI)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적용 범위도 넓어질 겁니다. 대관이란 직무의 전문성은 계속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 유니콘들의 수요: IT 기업과 스타트업의 사업 범위가 넓어지면서 여러 규제와 부딪치고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커질수록 대관 업무의 중요성은 커질 겁니다. 특히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 스타트업인 토스, 야놀자, 당근마켓 등도 대관 역량을 더 키워야 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이들이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모델 중 어느 하나를 택할지, 새로운 유형의 ‘정책 외교 조직’을 키울지 주목됩니다.   ◦ AI 규제가 온다: AI 기술처럼 유망한 신기술을 계기로 새로운 규제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학습하는 자료의 저작권 문제는 앞으로 IT 대기업 대관 담담들이 국회나 정부에 기업 입장을 치열하게 어필할 이슈입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정부부터 온라인플랫폼 규제가 본격 논의되며 IT 대기업들이 전직 관료를 영입해 대관 조직을 강화했다”며 “AI 산업도 저작권, 정보보안, 허위 정보 문제 때문에 향후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음지 NO, 양지 YES: 다만 IT 기업들의 대관 활동 자체를 ‘불법 로비’처럼 볼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대관은 수면 위로 드러나는 조직은 아니나 국정원처럼 은밀히 활동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정부나 국회에 기업의 입장을 설명하고, 때로는 오해를 푸는 방법을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역할로 봐야 한단 얘기입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로톡과 변호사협회 간 갈등처럼, 신생 스타트업도 때로는 규제나 기존 전통 사업자와의 마찰로 사업이 존폐 기로에 놓인다”며 “빅테크나 유니콘이 아닌 신생 스타트업에도 대관 사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대관 ≠ 만병통치: 기업의 사업 활동이 논란이 될 경우, 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더 해야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감독 당국이나 국회를 통해 해결하려는 ‘대관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도현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장은 “기업 중엔 더러 정부나 국회에 있는 개인적 인맥에 의지하려는 경우도 있다”면서 “국회와 토론회 개최, 홍보를 통한 여론 설득, 학술 활동 등 투명한 소통이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2023.11.02 16:39

  • 한국도 'AI 족쇄 채우기' 서두른다…정부가 편향성 직접 검증 [팩플]

    한국도 'AI 족쇄 채우기' 서두른다…정부가 편향성 직접 검증 [팩플]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전 세계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공동 대응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가별 대책에 주력하던 세계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국제 사회 차원의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나선 것. 민간의 자율을 강조해온 한국의 AI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  무슨 일이야   영국 정부가 개최하고 주요 7개국(G7,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의 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AI 안전 정상회의’(AI Safety Summit 2023)가 1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영국 버킹엄셔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AI 단일 주제로 열리는 첫 정상급 회의로, 정상들은 AI의 안전한 개발, 악용 방지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행사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관계자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부회장,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등 글로벌 AI 기업인들도 참석한다. 한국에서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 전경훈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삼성리서치장(사장),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등이 참석한다.    ━  이게 왜 중요해   11개월 전 출시된 챗GPT의 돌풍 이후 AI 기술 및 서비스를 규제하자는 주장에 대한 각국의 입장은 엇갈렸다. 지난 6월 ‘AI법’(AI Act)을 통과시키며 신기술 규제에 앞장섰던 유럽연합(EU)과 달리 미국을 비롯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기업 친화적 접근 방식을 취하며 규제보다는 기술 개발과 진흥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AI가 무기 개발, 사이버 공격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생성 AI발 가짜 뉴스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각국의 대응은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AI 기술 개발부터 서비스 과정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딥페이크(AI 기반 인물 이미지 합성 기술)는 명예를 훼손하고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사기를 저지른다”며 “AI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동시에 위험을 피하기 위해선 우리는 이 기술을 관리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행정명령에는 AI를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제작에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AI가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하지 못하도록 안전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같은 날 G7 국가들도 첨단 AI 개발 조직에 대한 국제 지침과 행동 강령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11개 항목으로 구성된 행동 강령에는 AI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위험을 식별·평가해야 하고 강력한 보안 통제에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속력은 없지만 각국이 마련할 AI 규제법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베라 요우로바 EU 집행위원회 가치·투명성 담당 부집행위원장은 지난달 일본 교토에서 열린 인터넷 거버넌스 포럼에서 “행동 강령은 안전을 보장하는 강력한 기반”이라며 “규제 마련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  한국 정부의 기본 정책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제4차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 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은 국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 기업의 ‘자율 규제’에 힘을 실어줬다. 과기정통부는 네이버, LG AI 연구원, SK텔레콤, KT, 카카오 등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한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과 AI 최고위 전략대화를 운영하며 관련 정책과 투자·협력 방안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최근 국제 사회의 규제 움직임에 발 맞춰 적극 규제로 조금씩 ‘유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정부는 민간 AI 모델의 신뢰성을 직접 검증하고, 저작권 규제도 마련하겠다며 ‘AI 윤리·신뢰성 확보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① AI 신뢰성 평가: 과기정통부는 이달까지 AI 모델의 신뢰성을 평가할 수 있는 벤치마크 데이터를 구축해 민간 AI 모델을 직접 검증하기로 했다. 편향·차별적 내용 콘텐트 생성 여부, 잘못된 내용을 사실처럼 답변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여부, 저작권 침해 등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각 기업의 생성 AI 모델의 신뢰성을 판별하겠다는 설명이다.   ②워터마크 제도화: 정부는 AI 생성물 표식(워터마크) 도입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네이버 등 LLM 기반의 생성 AI 서비스를 개발했거나 이미 출시한 주요 기업들은 자사 서비스에 워터마크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데 동의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AI는 디지털 심화 시대의 핵심기술로서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AI 윤리 생태계 기반 조성과 적합한 규제 체계를 정립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영희 디자이너  ━  쟁점은 뭐야   하지만 정부가 AI 신뢰성을 직접 평가한다는 데 대한 반발도 있다. 편향·차별적 콘텐트 구분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AI 생성물을 표시하는 워터마크 도입과 관련해서도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약속한 상황에서 법을 만들어 강제하는 건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감사에서 “한국은 이제 겨우 초거대 AI 모델이 출시되는 단계인데 왜 워터마크를 강제하려고 서두르냐”며 “기업의 자율에 맡긴 후 부작용이 생기면 법제화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AI 기업 관계자는 “각국의 기술 경쟁이 치열한 만큼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며 “글로벌 동향을 보며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  뉴스 저작권 논란은 진행형   이런 상황에서 생성 AI의 주요 학습 데이터인 뉴스 저작권 문제는 아직 해결이 요원하다. 국내 최대 뉴스 유통 사업자인 네이버의 경우 뉴스데이터로 AI 모델을 학습시킨 것은 약관에 따른 합법적 사용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자협회와 10개 주요 신문사가 참여하는 ‘생성형 AI 공동 태스크포스(TF)’의 분석 결과 약관상 목적 위배, 설명의무 규정 등에 위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 약관이 개정되기 전에는 네이버가 언론사 동의 없이 무단으로 뉴스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      글로벌 빅테크는 언론사별 계약을 통해 뉴스 저작권 문제를 해결 중이다. 구글은 뉴욕타임스에 3년간 1300억원의 이용료를 지급하기로 했고, 오픈AI는 AP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AI 학습용 뉴스 데이터를 확보했다. 한국도 정부가 AI 저작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보를 생산한 이들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보 생산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공급사와 사용자 모두를 위한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정부가 적절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2023.11.02 06:00

  • “지금부터 48시간 공격한다” 토스를 해킹한 토스의 해커

    “지금부터 48시간 공격한다” 토스를 해킹한 토스의 해커 유료 전용

    Today’s Interview토스를 해킹하는 토스의 해커,‘헬소닉’ 이종호 토스 보안기술팀 리더    “지금부터 토스를 해킹합니다.”   지난 6월 토스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 영상은 이달 기준 조회수 220만 회를 넘겼다. 토스를 해킹한 공격자는 토스의 ‘화이트해커(white hacker·정보보안 전문가)’ 6인. 이들은 토스에 각종 사이버 공격을 시도하고, 외부인으로 위장해 사옥에 잠입하기도 했다. 토스를 공격해 보안상 허점을 찾아내는 게 이들의 미션이었다.   토스 해킹의 총 지휘자는 전설의 화이트해커 ‘헬소닉’ 이종호. 미국 데프콘, 일본 세콘, 대만 히트콘 등 세계 3대 해킹대회를 석권한 사이버 보안 업계 스타다. 특히 데프콘에선 두 차례 우승(2015년, 2018년)을 차지했다. 2020년 토스에 합류해 총 11명의 보안기술팀(화이트해커팀)을 이끌고 있다. 레드팀(공격)·블루팀(방어)으로 나눠 수시로 모의 해킹을 하고, 실제 ‘블랙해커’들의 공격을 막아낼 방어막을 짜는 게 이들의 업무다. 지난해부터는 토스를 공격해 보안 취약점을 찾아낸 외부 해커들에게 상금을 주는 ‘버그 바운티(모의 해킹대회)’도 열고 있다.   사실 기업이 화이트해커들만으로 전담 부서를 만드는 경우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권에선 토스가 최초다. 지난달 5일 강남구 테헤란로 토스 본사에서 이종호 리더를 만났다. 중학생 시절 게임 아이템을 탈취 당했던 그가 해커로 성장한 스토리, 그런 그가 왜 토스로 갔는지, 다른 화이트해커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그에게 물었다. 16년차 해커 헬소닉에게서 듣는 ‘K해커’의 세계, 이제부터 시작.   한호정 디자이너  ━  “화이트해커 물꼬, 여기서 틀 수 있을지도”   어쩌다 토스에서 일하게 됐나. 보안전문 기업(라온화이트햇)에서 10년 정도 일했다. 토스에서 영입 제안이 왔지만 이직 생각이 없어 거절했었다. 그러다 이승건 토스 대표가 ‘얘기나 해보자’고 해서 만나게 됐다. 기업 보안은 대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 대표는 보안·해킹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화이트해커팀을 만들려 한다는 것도 인상깊었다. 국내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해커들로만 구성된 보안팀이 거의 없다. 한국 화이트해커 문화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다 싶어 토스에 합류했다.   보안전문 기업에서 일하다 특정 기업의 보안기술팀으로 옮겼다. 하는 일이 달라졌나. 하는 일보다도 일의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 보안전문 기업에선 고객사 단위로 일하기 때문에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일년짜리로 일의 범위가 제한돼 있다. 게다가 우리가 화이트해커라 해도 고객사가 내부 정보를 전부 내주지는 않으니 철저히 외부자 시선에서 일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선 시간·정보에 구애 받지 않고 해킹을 더 깊게 연구할 수 있었다. 내부자만 알 수 있는 정보에 외부 공격자라면 할 법한 해킹을 융합하면 더 많은 보안 위협을 제거할 수 있다.   보안기술팀엔 화이트해커만 있다. 일반 기업의 보안 부서와 뭐가 다른가. 보통 기업 보안팀의 업무는 공격 대응(차단)이나 공격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관제)이다. 글로벌 보안 동향을 살피고, 보안 장비를 운영하기도 한다. 토스에도 그와 유사한 보안팀이 따로 있다. 보안기술팀은 블루팀(방어)이 아닌 레드팀(공격자) 역할을 한다.   공격자 역할은 어떻게 하나? 모의 해킹을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토스를 해킹하고 시스템에 침투해 허점을 찾아 블루팀의 보안 기술력을 높인다. 이외에도 우린 토스 서비스의 각종 보안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 단계부터 보안 설계에 참여한다. 출시 이후에 보안을 더하면 서비스가 복잡해지고 비용도 많이 든다. 보안 소프트웨어도 자체 개발한다. 토스를 넘어 금융권 전체 보안 수준을 높이는 게 우리 목표다.   금융권 보안 수준 전체를 토스의 화이트해커들이 높인다? 왜 그런가. 금융 거래 데이터는 여러 기업에 걸쳐 연결돼 있다. 온라인 금융 소비자가 다른 은행 서비스를 쓰다 피해를 봤더라도 토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온라인 금융 자체를 안전하게 만들려는 이유다. 일례로 토스 앱을 켜면 자체 개발한 기술 기반 악성 앱 탐지 솔루션(토스 피싱제로)이 작동한다. 휴대전화에 깔린 악성 앱을 실시간 탐지해 알려주는 거다. 덕분에 많은 금융 사고를 예방했다(9월 기준 악성 앱 86만 건 이상 탐지). 파트너사들에 이 솔루션을 무상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예시도 있나. ‘토스 가드’라는 보호 솔루션도 있다. 토스 송금 서비스에 딱 들어올 때부터 보호 장치가 가동되고, 송금(이체) 과정에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이 적용된다. 금융사기는 이런 시스템으로도 막기가 어렵다. 그래서 의심 거래로 보이면 가족이나 지인한테 경고 알림을 보내주는 ‘가족 보안 알리미’를 만들었다. 경찰청·더치트에 등록된 사기 계좌를 알려주는 ‘사기 의심 사이렌’ 기능도 중고 거래에서 많이 활용된다. 사기 계좌로 송금하려 하면 “주의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자동으로 뜬다. 간편한 데다 토스 앱에서 순식간에 지나가는 서비스라 소비자들은 잘 모를 수 있는데, 그 뒷단에는 고도의 보안 기술이 작동 중이다.   사용자 입장에선 금융 앱이 너무 간편해 보여도 불안하다. 그래서 오해도 자주 받는다. 기존 금융사 서비스는 보호 솔루션이나 백신 등 각종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요구한다. 소비자들은 번거로워하면서도 ‘안전장치가 단단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토스는 너무 단순하니 ‘여긴 백신 소프트웨어가 없나 보다’ 하는 분도 많다. 대놓고 알림을 띄우지 않을 뿐 백신은 사실 자동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금융 서비스는 좀 복잡하게 만들어야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요즘 고민하고 있다.   토스가 자체 개발한 악성 앱 탐지 솔루션. 지난해 4월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출시, 토스 앱에 탑재했다. 관련기사 “AI반도체의 테슬라는 우리” 엔비디아도 놀란 韓스타트업 김앤장 박차고 만든 엘박스…‘판결문 맛집’ 소문난 비결 누가 AI로 돈 벌 수 있는가, 이 질문에 LG가 손을 들었다  ━  그 많던 화이트해커는 다 어디로 갔나.   이종호 리더는 2015년 ‘해킹계 올림픽’이라 불리는 데프콘에서 아시아팀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다른 한국 해커들도 세계 해킹대회를 휩쓸고 있다. 화려한 수상 소식에도 불구하고 국내 사이버 보안 산업의 현실은 척박하다. 전 세계 정보보호시장 규모는 올해 약 3019억 달러(약 394조원)로 2026년까지 연평균 8.5%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 정보보호 시장은 지난해 약 16조원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서도 정보 보안(사이버 보안) 시장 매출은 5조6172억원 정도이고, 이들의 90%는 중소·중견 기업이다. 사이버 보안 위협이 늘면서 산업은 성장세지만 영세 기업 위주라 노동 강도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다. 정부는 AI의 발전으로 보안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자 2027년까지 ‘사이버 보안 10만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선 “키워놔도 경력 쌓을 데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당신은 어쩌다 화이트해커가 됐나. 아버지가 전산학과 출신이라 컴퓨터가 집에 있었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곧잘 다뤘다. 게임도 많이 했다. 그러다 중학교 때 ‘디아블로’ 아이템을 해킹 당했다. 누군가 버디버디 메신저로 보내온 파일을 실행했다가 게임 아이템을 도둑 맞은 거다. 손해는 2000원 정도였지만 정말 열심히 해서 얻은 활을 잃어버리니 중학생 마음에 억장이 무너져 펑펑 울었다. 대체 무슨 원리로 아이템이 사라지게 된 건지 궁금했다. 그래서 게임 핵(게임 내 해킹 프로그램)의 원리를 파고들다 보니 시스템의 논리 구조를 부숴 버리는 방식(파훼)으로 사이버 공격을 한다는 점이 매력 있었다. 밤새워 핵을 공부하다 해킹에 빠졌다. 이종호 토스 보안기술팀 리더. 사진 토스   김경진 기자 국내 화이트해커는 얼마나 있나. 정확한 추정은 어렵다. 화이트해커를 분류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다. 다만 이런 점을 감안해도 예전보단 확실히 늘었다. 약 3000명대로 추산한다. 정부도 보안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이 주관하는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프로그램(Best of the Best, BoB)은 12년째 해커를 키우고 있다. 매년 우수 해커 200여 명이 거기서 배출된다. 나도 책임 멘토로 활동 중이다.   그런데도 사이버 보안 분야는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데, 왜 그런가. 절대적으로 인력 수가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화이트해커가 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해도 지금으로선 갈 데가 없다. (국내) 기업들은 보안보다 서비스 개발에 집중 투자한다. 화이트해커에 대한 처우나 채용 규모가 모두 열악하다.   이유가 뭘까. 보안은 기업의 이윤을 직접 늘리는 부서라기보다 안전한 업무환경을 위한 투자 성격이 짙다. 그래서 기업들이 선뜻 화이트해커팀을 꾸려 운영하거나 레드티밍(red teaming·취약점 발견을 위한 해킹 공격) 같은 보안 활동을 하기 어려운 편이다.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데도 한국 해커들은 국제대회 수상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한국엔 해킹 실력자가 많다. 데프콘 5위권에 늘 한국팀이 포함될 정도다.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다. ‘빨리빨리’ 문화도 있고, PC방 영향도 있는 거 같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친숙하게 다루니까. 아마 프로게이머가 많은 이유와 맞닿아 있지 않겠나(※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는 방송에 출연해 한국의 PC방이 게이머 양성시스템이란 발언을 한 적 있다). 그런데도 막상 좋은 일자리는 적다 보니 더 좋은 업무 환경을 찾아 우수한 화이트해커들이 해외로 많이 나간다. 낮은 처우 때문에 개발자로 전향한 화이트해커도 많다. 토스 보안기술팀이 토스를 해킹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이종호 리더. 사진 토스 유튜브 화면캡쳐   국내 보안 기술 시장이 작은 탓도 있다. 시장이 정체된 이유가 뭘까.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해외의 대형 보안 회사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세계 진출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고, 국내 기업들도 애초에 국내 보안 규제나 정책을 중심으로 기술을 연구·개발하다 보니 생기는 한계들이 있다.   어떤 한계가 있나. 국내 보안 산업은 실제 해킹에 대한 리스크(risk·위험요인)를 판단하기보다 국내 보안 규제나 정책에 맞추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 보니 새 분야의 신기술을 접목시키기가 어렵다. 보안 인력이 부족한 것도 악순환의 원인 중 하나다. 기업에는 일 잘하는 보안 전문가가 부족하고, 규제 때문에 컴플라이언스(준법 경영) 기준을 맞추는 데 더 치중한다. 각종 문제가 복잡하게 맞물려 산업이 잘 크지 못하는 것 같다.   규제가 있는 건 해외도 마찬가지인데, 한국 규제가 어떻기에 그런가. 국가별로 각국 기업 특성을 반영한 보안 규제가 있다. 해외는 한국보다 해킹에 대한 사회의 민감도가 높고 시장도 크다. 유럽은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등 (보안에 대해) 고강도 규제를 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나면 기업이 큰 처벌을 받는다. 그래서 보안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기도 한다.    그럼 사이버 보안 인력난의 해결책은 뭘까. 기업의 책임감이 필요하다. 2023년 정보보호 공시를 보면 정보보호 투자액을 공개한 기업 중 40.9%가 전년도보다 보안 투자를 줄였다고 한다. 보안에 열심히 투자하는 기업을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또 다양한 기관이 좋은 교육을 제공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채용이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돼야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겠나. 그런데 (인재들이) 갈 기업이 지금 없는 거다. 국내 교육기관과 군·기업이 화이트해커를 채용해 공격자 시각에서 보안 위협을 분석하고 해결하려는 ‘레드티밍’ 기반 보안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   기업의 책임감, 중요하지만 막연하게 들리기도 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기업 간 데이터 교환·이동이 빈번해졌다. 만약 포털 사이트가 해킹 당했다 치자. 해커는 거기서 얻은 개인정보로 2차 공격을 시도한다. ‘ID·패스워드’를 쌍으로 탈취했다면 다른 사이트에도 해당 정보를 다 입력해보는 거다. 그렇게 2차, 3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해킹은 직접 당한 기업의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동일 업종의 다른 회사들도 간접적으로 신뢰를 잃는 피해를 본다. 보안은 기업의 신뢰, 그리고 책임감의 영역이다.    ━  ‘인간 해커’가 ‘AI 해커’와 맞붙는다면   생성형 AI 붐(boom)이 한창인데, 해킹에선 어떤가. 이젠 해킹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악성코드를 만들 수 있다. 이걸 피싱(phising) 공격에 활용하는 사례들이 꾸준히 나온다. 또 예전엔 해커들도 정보 검색을 잘하는 ‘구글링’ 역량이 중요했는데 이 역할이 챗GPT에로 옮겨갔다. AI 활용 능력은 해커를 비롯한 컴퓨터 관련 직군엔 필수 역량이 될 듯하다.   생성 AI와 인간 해커가 겨룬다면? AI는 정말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016년 미국의 달파(DARPA·국방고등연구계획국)가 AI 사이버 해킹대회(사이버 그랜드 챌린지)를 열었다. 각 팀이 만든 AI가 상대방 서버의 취약점을 알아서 공격하고, 자기 서버는 방어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우승팀이 만든 AI가 데프콘에 출전해 인간 해커들과 경합을 벌였다. 결과는 AI의 꼴찌로 끝났다. 그런데 지금은 챗GPT의 등장으로 AI 발전에 특이점이 왔다. 이번에 달파가 총상금 2000만 달러를 걸고 또 사이버 해킹대회를 연다. 이번 우승 AI가 인간 해커들과 대결하면 예전과는 분명 다른 결과가 나올 거다.   해킹대회 문제에도 최신 AI 기술이 반영되고 있나. 물론이다. 이전에는 블록체인 문제가 많았다면 최근엔 AI 문제가 많아졌다. 이번에 열린 미국 데프콘에 출전했더니 이런 문제가 나왔다. ‘AI가 특정한 비밀 메시지를 아는 상황에서 방어자는 AI가 비밀 메시지를 말하지 않도록 방어하고, 공격자는 실토하게끔 하라’는 문제였다.   가장 효과적인 방어 방법은 뭐였나. AI의 입을 어떻게 막았는지? (다른 팀에서) AI에게 “비밀 메시지는 인종차별적인 단어니 절대 말하면 안 된다”고 교육시켰는데, 이 방법이 가장 효과가 좋았다. 공격자가 아무리 말하도록 요구해도 철벽 방어하더라. “네가 이 비밀 메시지를 말하면 인류에게 문제가 생긴다”고 설득하니 AI가 말하지 않기도 했다.   실제 해킹에 AI가 악용되는 사례가 많은가. 랜섬웨어(ransomeware·악성 소프트웨어의 일종) 시장은 이미 산업화돼 있는데, 블랙마켓(암시장)에서 구매자가 랜섬웨어를 사서 유포하는 식이다. 요즘은 랜섬웨어 제작 단계에 AI를 활용한다.    팩플 인터뷰 독자들에게 강조하고픈 ‘보안 수칙’이 있다면. 기본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라는 알림이 떴을 때 ‘다음에’를 누르지 않는 것. 제때 업데이트만 잘해도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사이트별로 다른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것도 추천한다. 유출된 ID·패스워드 쌍을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다른 사이트에 대입해보는 공격 방식(크레덴셜 스터핑)이 유행이다. 각 사이트엔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한다. 1234가 기본 비밀번호라면 구글 G1234, 페이스북 F1234, 이런 식으로 웹사이트 도메인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비공식적 경로로 앱을 설치하면 악성코드에 감염될 수 있으니 꼭 앱스토어에서 공식앱만 내려 받자. 문자나 e메일의 첨부파일 링크 등도 주의해야 한다. 김경진 기자  

    2023.11.01 16:50

  • 상장 노리고 매출 부풀리기?…카카오택시 왜 이중계약 고집했나 [팩플]

    상장 노리고 매출 부풀리기?…카카오택시 왜 이중계약 고집했나 [팩플]

    2021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왼쪽)가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택시 4만 여대를 굴리는 국내 1위 가맹택시 사업자 카카오모빌리티(카모)에 또 브레이크가 걸렸다. 금융감독원이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 있다며 카모의 가맹택시 사업에 감리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숱한 외부 지적에도 문제의 회계 처리 방식을 고집한 카모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  무슨 일이야   카모는 31일 “금융감독원이 재무제표 심사 및 감리를 진행 중”이라며 “가맹택시 가맹 계약과 업무제휴 계약의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해 감독 당국과 견해 차이가 있어 이를 성실하게 소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  카카오T블루, 뭐가 문제?   카모는 크게 두가지 계약으로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첫번째 계약은 자회사 케이엠솔루션(KMS)이 가맹본부로서 카카오T블루 택시기사(회사)들과 맺는 ‘가맹 계약’이다. KMS는 택시기사나 회사들로부터 운행 매출의 20%를 가맹금(로열티)으로 받는다. KMS는 이를 다시, 플랫폼·상표 사용비 명목으로 카모에 낸다.   두번째 계약은 카모가 직접 가맹기사(회사)와 맺는 ‘업무제휴 계약’이다. KMS를 통해서 전달 받은 택시 운행매출의 20% 중 15~17%를 ‘업무제휴비’ 명목으로 해당 기사(회사)에 다시 준다. 택시들이 플랫폼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카카오T블루 광고를 해주는 대가 성격이다.    이러한 ‘가맹+제휴’ 복합 계약 구조는 카모의 매출을 실제보다 커보이는 효과를 낳는다. 가령, 가맹기사가 100만원을 벌면, 카모가 가맹사업으로 버는 실질 매출은 3만~5만원이다. 그런데 회계상으로는 택시기사가 KMS에 로열티 명목으로 낸 20만원이 카모 매출로 잡히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이중계약 구조가 의도적인 ‘매출 부풀리기’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  이게 왜 중요해     카카오T블루의 이중 계약 구조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숱하게 받았다. 카모는 2019년 9월 KMS(당시 타고솔루션즈)를 인수하면서 가맹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당시 택시업계에선 카모와 KMS가 택시기사·회사에게 불리한 가맹 계약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 구조에 따르면 택시기사 실 매출은 100만원인데도, 세무 당국엔 115만~117만원으로 신고해야 해서다. 연 매출 8000만 원 이하면 간이과세 대상인데 매출액이 부풀려지면서 일반과세자가 돼 택시기사들의 세금 부담이 커진 사례들이 나왔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여러차례 거론됐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3.3% 수수료만 받지 왜 굳이 20% 수수료를 받냐. 상장을 위한 외형 부풀리기라는 의심이 있다”고 질의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수익이 많아지면 당연히 5%나 그 이하로도 갈 수 있다”며 질문 취지와 동떨어진 대답을 했다. 이듬해 같은 당 이소영 의원은 증인으로 나온 안규진 카모 부사장에게 “(매출 부풀리기를 위해) 가맹기사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카모는 이중계약 구조를 계속 고수했고, 이제는 금융감독원이 나선 상황이다. 이소영 의원은 "가맹 수수료 구조의 부당성에 대해 지적했음에도 카모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고 말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2년 10월 국정감사 발표 자료. 사진 이소영 의원실  ━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은   카모는 두 계약이 별건이라는 입장이다. KMS가 받는 로열티는 가맹 서비스를 제공한 댓가로 받은 돈이고, 카모가 택시기사에게 지급하는 돈은 해당 차량이 플랫폼에 데이터를 제공해준 대가로 주기 때문이다. KMS와 기사 간 가맹 계약과, 카모와 기사 간 제휴 계약은 별건인 만큼 따로 회계 처리를 하는 게 경제적 실질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카모 관계자는 “택시기사는 가맹계약만 맺고, 업무 제휴 계약은 따로 체결하지 않아도 된다”며 “가맹금 비율은 글로벌 기업 수수료율(15~25%)을 참고해서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맹 택시기사 입장에서 업무 제휴계약을 맺지 않으면 수수료로 매출의 20%를 전액 다 내야 하는 상황에서 두 계약이 별건이라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카모 말대로 두 계약이 별건이라면 둘 중 가맹계약만 맺은 기사도 있어야 하는데, 현재 4만여대 가맹택시 중 그런 사례는 한 곳도 없다. 경쟁사인 우티는 복잡한 계약 없이 가맹비 2.5%만 받는다.     2020년 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블루 가맹계약서에 기재된 제휴사 활동비 지급 관련 내용. 사진 독자제공  ━  카카오모빌리티의 속내는   업계에선 여러 지적에도 카모가 이중 계약 구조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크게 2가지 이유로 해석한다.   우선 상장(IPO)를 위해 매출 외형을 키울 필요성이 제기된다. 카모의 매출은 가맹택시 사업이 본격화된 2020년 이후 매년 크게 성장했다. 2020년 2800억원 매출에 영업손실 129억원을 기록했던 카모는 2021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7914억원, 영업이익은 195억원이었다. 카모는 2022년 상장 주관사를 선정했었다. 두번째는 수수료를 올리는 것보다 업무 제휴비 조절이 유연성이 더 크다는 점이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비를 3%에서 5%로 올리는 것보다 돌려주는 업무 제휴비를 17%에서 15%로 줄이는게 더 심리적 저항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  상장만 바라보는 카카오모빌리티   회사 안팎에선 수차례 문제제기에도 이를 방치하다, 금융감독원 감리를 받게 된 점을 두고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카모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여러 건의 조사를 받고 있다. 가맹택시 외 기사에 대한 ‘콜차단’ 행위에 대해 공정위는 최근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또 배회영업·다른 앱을 통한 매출에 대해서도 가맹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지난 6월에는 공정위가 가맹택시 기사에게 ‘콜 몰아주기’를 했다며 2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부터 금감원까지 규제당국이 조사중인 사안 모두 수년째 카모 외부에서 지적해왔던 사안들”이라며 “이 같은 빌미를 회사가 제공해 놓고 해결은 아무도 안하고 뭉개고 방치하고 있는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병덕 의원은 “국감에서 이러한 분식회계를 지적했는데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한 건 여전히 상장을 위한 외형부풀리기로 의혹을 씻을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단독] 카카오, 타고 전격인수…차량공유 시장 판 흔든다 카모 전 대표 36억 받을때, 택시회사 휴업…모빌리티 현주소 [단독] 한숨 돌린 카카오…법원 "배차 알고리즘, 당분간 그대로” | 팩플

    2023.11.01 05:00

  • [팩플] KT, 초거대 AI ‘믿음’ 출시…“3년 내 매출 1000억원 목표”

    [팩플] KT, 초거대 AI ‘믿음’ 출시…“3년 내 매출 1000억원 목표”

    최준기 KT AI/빅데이터사업본부 본부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기자설명회에서 초거대 인공지능(AI) '믿음'(Mi:dm)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KT KT가 초거대 인공지능(AI) ‘믿음’을 공식 출시하며, AI B2B(기업간 거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지만 자체 AI가 없는 기업에 맞춤형 모델을 제공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묶어 팔아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 2026년까지 초거대 AI 매출을 1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  무슨 일이야   KT는 31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거대언어모델(LLM) ‘믿음’을 정식 공개했다. KT에 따르면 ‘믿음’은 국내 최초로 1조 토큰(AI가 인식하는 문자 데이터 단위)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한 LLM. KT는 기업이 사용 목적에 맞게 AI 모델을 골라 쓸 수 있도록 매개변수(파라미터) 규모를 달리 해 4종으로 출시했다. 또 AI 모델을 원하는대로 미세조정(파인튜닝) 할 수 있도록 기반 모델(파운데이션 모델)을 완전 개방하고, 이를 위한 개발 도구를 전용 포털 ‘KT 믿음 스튜디오’에서 제공하기로 했다.   KT는 이같은 초거대 AI 모델과 이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전용 클라우드팜(데이터센터)을 묶음 판매할 계획.  최준기 AI·빅데이터 사업본부장은 “KT클라우드와 믿음을 조합해 사용하면 경쟁사 대비 약 30% 저렴한 비용으로 AI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토큰 단위 과금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을 위해 과금 체계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게 왜 중요해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이주도하던 국내 생성 AI 시장에서 KT를 비롯한 통신사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8월 공개한 LLM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챗봇(클로바X), 검색서비스(큐:)를 선보였지만 답변의 정확성과 속도 등에서 이용자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LLM ‘KO-GPT 2.0’ 공개 시점을 상반기에서 10월 말 이후로 한 차례 미뤘는데, 현재는 연내 출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 사이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통신 서비스에 특화된 생성 AI 모델을 선보이며 글로벌 진출까지 꾀하는 중. SK텔레콤은 ‘에이닷X LLM’으로 유럽·중동·싱가포르 진출을 선언했고, LG유플러스도 통신 특화 LLM ‘엑시젠’을 선보였다. KT도 ‘믿음’을 활용해 태국 자스민그룹과 태국어 LLM 구축 사업에 뛰어들면서 동남아 AI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    ━  KT AI의 차별화 포인트는?   ① 완전 개방·맞춤형 AI: KT는 AI 기반 모델과 함께 미세조정(FFT) 컨설팅도 제공해 기업들의 맞춤형 AI 개발을 지원한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메타의 LLM ‘라마’ 역시 개인·스타트업이 가공할 수 있는 개방형 AI지만, 해외 빅테크에 데이터가 종속될 수 있는 우려가 있고 한국어 서비스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게 KT의 설명이다. 지난 달 KT가 100억원 규모로 지분 투자한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김성훈 대표는 “메타의 라마나 프랑스 미스트랄이 발표한 개방형 AI 모델이 업계에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며 “(KT의) 믿음 개방은 큰 결단이고 국내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② 스타트업 연합: KT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300억원),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업 모레(150억원)를 비롯해 업스테이지(100억원), 콴다(100억원) 등 AI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며 AI 풀스택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AI 인프라, 솔루션, 응용 서비스 등을 모두 아울러 제공하겠다는 것. 이 같은 협력은 ‘믿음’을 다양한 분야로 고도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설명이다. 최 본부장은 “업스테이지(LLM 사업화), 콴다·에누마(교육), 비아이매트릭스(기업용 비서) 등 다양한 AI 스타트업과 손잡고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AI 사업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KT가 B2B에 집중하는 이유는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 사진 네이버 클라우드 자체 개발 LLM에 클라우드 사업까지 보유한 ICT 기업들은 B2B 시장으로 몰려 들고 있다. 챗GPT 출시 이후 AI 기술을 업무나 사업에 적용하려는 기업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기업 고객에 기술을 지원하는 B2B 사업은 즉각적인 수익화도 가능하다. 전날 네이버가 선보인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는 데이터 유출에 민감한 기업을 위해 기업의 데이터 센터 내부에 폐쇄형 네트워크 환경을 구성하고 사내 망과 연동하는 것을 장점으로 앞세웠다.   B2C와 B2B를 동시에 노린 네이버와 달리 KT는 B2B 서비스에 집중한다. 최 본부장은 “KT는 이미 65만 규모의 기업 고객을 확보해 B2B 사업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다 자체 LLM까지 개발했다”며 “3년 뒤(2026년) 연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  AI 환각, 잡을 수 있을까   생성 AI의 고질적인 약점은 잘못된 내용을 사실처럼 답변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KT가 내놓은 ‘신뢰 패키지’가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KT는 도식화된 복잡한 문서도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변환하고(다큐먼트 AI), 가장 최신의 정보를 찾아내 오류를 막는 한편(딥러닝 기술서치 AI), 원문에 근거한 응답만 생성하도록 학습을 강화(팩트가드 AI)하는 방식으로 오류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배순민 KT AI2XL연구소 소장은 “검색, 추론, 답변 단계의 할루시네이션을 막기 위한 기술”이라고 소개하며 “기존 생성 AI 서비스 대비 할루시네이션을 70% 가까이 줄였다”고 설명했다. 배 소장은 “편향성을 우려해 보편적으로 안전한 내용의 한국어 답변을 내놓는 테스트도 진행 중”이라며 “초기에는 다소 실수가 있을 수 있지만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2023.10.31 18:10

  • [팩플] 티빙, 구독료 20% 올리고 광고요금제도…국내 OTT 가격인상 신호탄

    [팩플] 티빙, 구독료 20% 올리고 광고요금제도…국내 OTT 가격인상 신호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티빙이 오는 12월부터 구독료를 올린다. 내년에는 광고를 보는 대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광고 요금제도 출시한다. 티빙의 이번 결정으로, 국내 OTT업계에 가격 인상 도미노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티빙 로고. 사진 티빙  ━  무슨 일이야   31일 티빙은 오는 12월 1일부터 신규 가입자의 구독료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웹 결제 가격 기준으로 베이직 요금제는 현재 월 7900원에서 월 9500원으로 20.3% 인상, 스탠다드는 월 1만900원에서 월 1만3500원으로 23.9% 인상된다. 프리미엄은 월 1만3900원에서 22.3% 오른 월 1만7000원이다. 웹 결제시 앱 결제보다 할인해주던 정책도 없앴다.   기존 가입자 구독료도 내년 3월부터 모두 인앱결제(앱 마켓 통한 결제) 수준으로 일원화된다. 베이직 9000원, 스탠다드 1만2500원, 프리미엄 1만6000원이다. 신규 가입시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유지해, 구독자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티빙은 구독료 변경에 동의한 기존 가입자들에게 최대 3개월 간 기존 요금으로 과금하는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티빙은 또 광고를 보는 대신 이용요금을 낮출 수 있는 광고형 요금제(월 5500원)도 내년 1분기 중 도입한다.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와 같은 수준이다.   티빙은 구독료 인상과 함께 콘텐트 다운로드 기능을 제공하는 등 서비스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티빙 유료 구독자만 볼 수 있는 tvN, JTBC 등 29개 실시간 라이브 채널은 12월부터 무료로 풀린다. 계정당 접속 가능 기기 수도 현재 1대에서 4대(베이직 요금제 기준)로 늘어난다,    ━  이게 왜 중요해   해외 OTT들의 구독료 인상 흐름에 토종 OTT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해외 OTT들은 잇따라 20~40% 가량 요금을 올리며 물가 인상에 부채질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OTT 간 경쟁으로 제작비가 급증하자 OTT들이 구독료를 올려 수익성 개선에 나선 영향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광고 없는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베이직 요금제를 9.99달러(1만3500원)에서 11.99달러(1만6200원)로 약 20% 올렸다. 디즈니플러스도 10.99달러(1만4800원)에서 13.99달러(1만8900원)로 인상했으며, 국내에선 다음달 1일부터 신규 가입자들에게 기존보다 4000원 오른 1만3900원을 과금하기로 했다.    이를 지켜본 국내 OTT들도 구독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던 중이었다. 특히, ‘만년 적자의 늪’에 빠진 티빙의 고민이 깊었다. 티빙은 지난 7월 대표이사를 이커머스·콘텐트 플랫폼 사업 전문가인 최주희 대표로 교체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티빙은 2020년 10월 CJ ENM으로부터 분사한 이후 매년 적자 폭을 키우며 투자를 지속했지만 확고한 1등 넷플릭스를 따라잡는 데도, 토종 1위를 지키는 데도 모두 실패했다. 2020년 -61억, 2021년 -762억, 2022년 -1192억으로 적자 폭은 매년 더 커졌다,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만 2000억원을 넘어선다. 지난 2분기도 479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번 구독료 인상과 서비스 개편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다만 가격 인상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상 후 가입자 이탈 규모가 커질 경우 적자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티빙의 이번 결정은 웨이브, 왓챠 등 다른 국산 OTT들의 구독료 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OTT 업계 관계자는 “콘텐트 수급이나 제작비 상승 등 공급 원가가 높아지면서 구독료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허승 왓챠 이사(왼쪽부터), 최주희 티빙 대표, 이태현 웨이브 대표, 김성한 쿠팡플레이 대표가 지난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더베이101에서 열린 '제1회 국제 OTT 페스티벌 개막식'에 앞서 'K-OTT 미디어데이' 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앞으로는   현재 토종 OTT 업계는 쿠팡플레이의 선전으로 판세가 크게 바뀐 상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OTT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쿠팡플레이가 532만명으로, 티빙(512만명)을 두 달 연속 앞질렀다. 1위는 넷플릭스(1164만명).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월 4900원) 회원에게 무료로 제공돼 커머스 소비자들의 유입 효과가 크다. 여기에 K리그, 영국 EFL 챔피언십 등 스포츠 단독 중계 콘텐트를 확보한 전략도 유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수익성 문제로 다른 국내 OTT 업체들도 요금 인상이나 광고요금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요금제 인상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임시방편이고, 결국은 경쟁력 높은 국내 콘텐트로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작비 경쟁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공룡 OTT와 점점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OTT 업체들이 연합전선을 꾸리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10.31 17:54

  • 5000원씩 받고 '맛나요' 1만건 리뷰…AI가 잡아내자 벌어진 일 [팩플]

    5000원씩 받고 '맛나요' 1만건 리뷰…AI가 잡아내자 벌어진 일 [팩플]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고소한 리뷰 조작 업체들이 법원에서 징역형 및 벌금형 선고를 받았다. 사진은 서울의 한 배민라이더스 센터. 연합뉴스   # “어린 아들내미도 맛있는지 만두 넙죽넙죽 받아먹네요~ㅋㅋ” 지난 2020년 7월 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에 올라온 별점 5점 후기다. 그러나 어린 아들도, 만두도 없었다. 이는 마케팅 업자 A씨가 식당 주인에게 건당 5000원을 받고 배민에 올린 가짜 리뷰 9985건 중 하나다. A씨는 배민의 신뢰도를 훼손한 업무방해죄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6월 ‘온라인 가짜 리뷰 금지법’을 입법 예고했다. 허위 리뷰 1건당 최대 5만 달러(약 6700만원)의 벌금을 매긴다. 올해 들어 FTC는 아마존에서 기존 제품의 리뷰를 신제품에 갖다 붙인 비타민 업체에 벌금 60만 달러(약 8억원), 숙소에 대한 5점 리뷰를 구매한 룸메이트 중개 플랫폼 룸스터에 벌금 160만 달러(약 21억원)를 부과하는 등 ‘가짜 리뷰 척결’에 나섰다.    ━  무슨 일이야    30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은 배민에 허위 식당 리뷰를 올린 업체들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과 징역형 등을 선고 받았다고 밝혔다. 회사는 “리뷰 조작은 소비자를 현혹하고 정당하게 장사하는 사장님들에게 피해를 주는 불법 행위”라며 “강경 대응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가 판결문을 입수해 확인하니, 아르바이트생을 시켜 허위 리뷰 26건을 올려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업자, ‘허위 리뷰 100개에 30만원’으로 350차례나 계약 맺고 수행하다가 징역 10월형을 선고받은 업자 등이었다. 이들 모두 배민을 착각·오인하게 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인정됐다. 김영옥 기자    ━  이게 무슨 의미야    음식 주문뿐 아니라 각종 상거래가 온라인에서 이뤄지면서 소비자의 판단 근거를 흐리는 가짜 리뷰가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지난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크몽 등 플랫폼에 올라온 허위 리뷰가 지적됐다.     미 FTC의 입법안은 실제 구매하지도 않고 평점 만점(5점) 리뷰를 올리는 것 외에도 ▶직원임을 밝히지 않고 리뷰 적기, ▶긍정적 리뷰를 쓰면 보상 주기 ▶부정적 리뷰를 삭제하기 위한 부당한 위협 ▶팔로워 수나 조회 수를 돈 주고 늘리는 것도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가짜 리뷰’로 규정했다. 김영옥 기자    ━  이게 왜 중요해   가짜 리뷰 규제는 인공지능(AI) 기술 발달과 맞물려 있다. AI는 가짜 리뷰를 무한히 생성하는 도구도, 가짜 리뷰를 실시간 탐지해내는 수단도 될 수 있다.   ◦ AI, 가짜 리뷰 생성: 미 FTC는 입법 예고를 공지하며 “최근 AI 챗봇 등 생성 AI 도구가 허위 리뷰 작성에 사용된다는 보고가 있다”며 “AI 기술로 인해 가짜 리뷰 작성이 쉬워지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 AI, 가짜 리뷰 탐지: 배민은 지난 2021년 말부터 허위 리뷰 모니터링에 AI를 도입했고, 효과를 봤다. 진위가 의심되는 리뷰를 쓴 회원과 식당의 관계를 AI가 분석해 ‘리뷰 업자’를 가려내면 배민이 고소 및 경고 조치를 한다. 배민에 따르면, AI 도입 이전보다 허위 의심 리뷰 제보가 83% 감소했다.   ◦ 플랫폼, 방지 기술 공유: 지난 17일 아마존과 트립어드바이저, 부킹닷컴, 글래스도어 등 여행·쇼핑·평점 플랫폼 업체들이 가짜 리뷰와 싸우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후기를 위한 연합’을 출범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가짜 후기의 운영 방식과 탐지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배달의민족 허위 리뷰 걸러내기. 사진 우아한형제들    ━  이걸 알아야   플랫폼 리뷰의 또 다른 병폐는 ‘악성 리뷰’다. 구매한 건 맞지만 허위 사실로 악평을 올리는 행위다. 플랫폼들은 악성 리뷰에 “빠르게 대처하기가 어렵다”라고 토로한다. 리뷰 내용의 사실 여부를 따져야 하는 데다, 리뷰가 작성자의 저작물로 인정돼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삭제할 수 없기 때문.   악성 리뷰는 자영업자가 사이버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고소해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배민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며 무료 서비스 요청이 거절당하자 ‘음식에 침 뱉어서 왔다’라고 거짓 리뷰를 올린 소비자에게 벌금 600만원이 선고되기도 했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에도 배달 앱 내 악성 리뷰에 대한 기준·정책을 마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2023.10.31 05:00

  • [팩플] 카카오 “삼성식 준법 감시 기구 만들겠다”...경영쇄신 나선 김범수

    [팩플] 카카오 “삼성식 준법 감시 기구 만들겠다”...경영쇄신 나선 김범수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맞닥뜨린 카카오가 ‘삼성식 준법 감시 기구’를 만든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범수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구속 기로에 놓이자 내놓은 비상 대책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 23일 오전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무슨 일이야   30일 오전 김 창업자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여 명과 ‘공동체 경영 회의’를 열었다. SM엔터 시세 조종 의혹이 각 계열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기 위해서다. 카카오에 따르면, 주요 경영진은 현 상황을 최고 비상 경영 단계로 인식하고 이에 대응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한다.    김 창업자는 회의에서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의 준법 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동체 전반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카카오 경영진은 각 계열사의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기구를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추후 회의를 통해 준법 감시기구의 구성이나 형태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앞서 카카오는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역할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더 강력한 비상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조사하고 외부 통제를 통해 준법 경영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카카오는 “경영진은 앞으로 매주 월요일 공동체 경영 회의를 열고 경영 쇄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이게 왜 중요해   그동안 전문경영인이나 CA협의체 등에 경영 현안을 맡겨온 김 창업자가 이번엔 직접 목소리를 냈다. 그만큼 김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 경영진의 위기감이 전례없이 크다는 방증이다. 김 창업자의 신임 하에 투자를 총괄했던 핵심 임원(배재현 투자총괄 대표)은 지난 19일 구속됐고 최근엔 김 창업자에 대한 구속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26일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경영진과 두 법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금감원은 김 창업자에 대해 “공모 정황이 확인된다”면서 추가 송치를 예고했으며 “범행은 내·외부 통제를 받지 않는 비공식적인 의사 결정 절차로 진행했고, 법무법인 등을 통해 범행 수법이나 은폐 방법을 자문받는 등 내부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자가 직접 경영 쇄신 의지를 드러낸 것. 그러나 일각에선 ‘너무 늦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2~3년 간 카카오는 경영 쇄신을 여러번 다짐했으나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반복됐지 않느냐는 것.    ━  준법감시기구, 실효성 있나   준법감시기구는 외부 인력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삼성의 준법 감시위원회와 같은 방향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이사회 바깥에서 통제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하고, 삼성 계열사 전반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독립적 기구로 두고 있다. 위원회는 시민사회, 학계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늦기도 늦었지만, 정답도 아니다”며 “이사회의 감사위원회 등 기존 감사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권한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 새로운 감사기구가 제대로 기능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름뿐인 ‘옥상옥’을 두는 것보다는 기존의 감사위원회를 강화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감사위원을 뽑는 단계부터 주주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선출을 해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  앞으로는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 사옥. 연합뉴스 사법 리스크가 커질 경우 카카오 경영진의 공백 가능성도 커진다. 이럴 경우 카카오 계열사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 인공지능(AI)이나 헬스케어. 신규 투자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실적 개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카카오가 약 27%의 지분을 보유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지위도 위태롭다. 시세조종 처분이 카카오 ‘법인’에도 적용된다면 카카오는 뱅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대주주(한도 초과 보유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10.30 18:18

  • “당신은 물만 먹어도 살쪄” 1만원에 안다, 몸BTI 시대

    “당신은 물만 먹어도 살쪄” 1만원에 안다, 몸BTI 시대 유료 전용

    Today’s Topic “당신은 물만 먹어도 살찝니다”기술이 알려주는 ‘몸BTI’   ‘활발하고 학우들의 신망이 두터움.’   MBTI나 퍼스널 컬러에 이어, 중⋅고교 생기부(생활기록부)까지 뜯어보는 MZ세대. ‘셀프 분석’을 즐기는 이들이 이젠 건강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내 몸의 혈당 스파이크(혈당 급증했다가 급락하는 현상)는 언제 어떤 패턴으로 생기는지, 내 DNA는 어떻길래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지 궁금한 이들이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키우고 있다. 데이터에 근거해 다이어트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하겠다는 트렌드가 뉴노멀이 된다면? 어쩌면 머지않아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는 날이 올지도. ‘저의 선조는 동아시아인 99%, 아프리카인 1%고, 탄수화물에 높은 민감도를 보입니다’.     당황 않고 “그래요? 저는 알코올 민감도가 높은 편이고,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DNA를 갖고 있어요”라고 답하고 싶다면, 오늘의 리포트에 주목.     ■ 💬목차 「 1. ‘길티’ 다음 ‘헬시’ 왔다 2. 내 몸 사용 설명서 3종 세트 3. 원조 맛집과 신흥 맛집 4. 헬시 플레저의 3요소: 접근성, AI, 재미 5. 이 시장은 계속 클 수 있을까 」    한호정 디자이너  ━  1. ‘길티’ 다음 ‘헬시’ 왔다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 금지된 행위를 실행함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행동)가 소비와 트렌드를 휩쓸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SNS에선 먹음직스러운 도넛 사진에 이런 댓글이 꼭 하나씩 붙는다. “혈당 스파이크 솟구치겠네요.” 작성자는 주로 2030세대. 아니, 지병도 없고 아직 팔팔한(?) 당신들이 왜?   ◦ ‘셀프 분석’ 세대가 키운 시장 : 2030 소비자들은 ‘셀프 분석’에 기꺼이 돈을 쓴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의 73.2%가 ‘나는 요즘 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30대는 68.8%. 마케팅 매체 ‘캐릿’이 지난 8월 Z세대 150명을 인터뷰한 조사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나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 유료 서비스를 쓴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국내 유전자 검사 1위 업체 마크로젠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의 약 80%가 20~30대다.     ◦ 돈이 되는 ‘헬시 플레저’: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으로, 오래오래 살고 싶은 건 인간의 오랜 욕망. 이 욕망이 기술과 만난 지점이 디지털 헬스케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CC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자가 건강 모니터링 시장은 2021년 487억 달러(약 66조1300억원)에서 2026년엔 1859억 달러(약 252조4500억원)로 4배 가까이 커질 예정. 마이데이터 기업 ‘뱅크샐러드’는 지난 4월부터 유전자 검사 유상 판매를 시작했다. 이전엔 매일 선착순으로 일정 인원을 신청받아 무료로 제공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유전자 검사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선착순 무료 프로그램 외에 유상 판매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 글로벌은 이미: 해외에선 최신 기술과 개인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가 더 빠르게 결합하는 중이다. 건강 상태 체크를 넘어, 생활습관이나 주거 환경 등을 현재 몸 상태에 맞게 최적화하는 ‘바이오해킹(Biohacking)’이 대표적인 트렌드. 컴퓨터 해커들이 시스템을 해킹하듯, 최신 의과학 기술로 몸을 ‘해킹’해 더 건강하고 생기 있게 살겠다는 게, 바이오 해커들의 목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오해커 열풍에 대해 “이들은 집에 광선 치료 침대, 적외선 사우나, 오존 발생기 등을 설치하며 수십~수백만 달러를 지출한다”고 소개했다.   신재민 기자  ━  2. 내 몸 사용 설명서 3종 세트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영양소 흡수 정도가 다르다는 사실, 요즘은 상식이다. ‘눈밑 근육이 떨릴 땐 마그네슘을 드세요’ 이런 빤한 상담으론 ‘셀프 분석’에 돈 쓰는 소비자 마음을 살 수 없단 얘기다. 이들이 바라는 ‘내 몸 사용 설명서’는 뭘로, 어떻게 만드는지 살펴보니.   ①🧬유전자 검사 ◦ What: 내 탈모는 정해진 운명일까.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과거엔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했으나, 2016년 이후 국내에서 DTC(Direct to Consumer‧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검사기관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 방식의 유전자 검사가 합법화되면서 이젠 집에서 검사하고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검사 항목은 피부·모발 상태, 식습관, 비타민 농도, 유당불내증, 폐활량 등 다양하다.    ◦ How: 업체 홈페이지에서 결제하고, 택배로 받은 키트에 타액을 넣어 반송하면 2~3주 안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 Price: 검사 항목이 많을수록 비싸다. 국내 사업자는 129개까지 검진 항목을 운영할 수 있다. 가격은 1만~8만원 선. 글로벌 유전자 검사 기업 서클DNA의 경우 최대 500개 항목을 분석해 주는데, 비용은 189달러(25만6000원)~629달러(85만4000원)이다. 국내 사업자들은 ‘유전자검사역량 인증제’를 통해 검사 항목에 규제를 받지만, 국내에 정식 진출하지 않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 형태로 키트를 구입하기 때문. 한 DTC 기업 관계자는 “외국 사업자들이 한국어로 된 결과지까지 제공해 사실상 국내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만 규제하는 건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마크로젠의 DTC 유전자 검사키트. 타액을 넣고 보존액을 넣은 후 잘 섞이도록 흔든 뒤 반송하면 된다. 사진 마크로젠   ②📈혈당 관리 ◦ What: 혈당 관리는 당뇨 환자만 한다? 이젠 아니다. 비채혈 방식의 혈당 측정 기기들이 나오면서 경계성 당뇨가 있는 사람들이나 다이어터들의 관심이 급증했다. 팔뚝 등에 붙이는 패치 형태의 비침습 연속혈당채혈기(CGM)를 쓰면 바늘에 찔리는 고통 없이도 매시간 혈당을 체크할 수 있다.   ◦ How: 눈물, 땀, 소변 등 체액 속 미량의 포도당을 측정하거나 빛이 포도당 분자를 만났을 때 흡수⋅반사되는 정도로 혈당을 측정(광학적 원리)한다. 손가락 두 마디 크기 정도의 센서를 몸에 부착하면 스마트폰 앱으로 24시간 동안 혈당 추이를 관찰할 수 있다. ◦ Price: 지난 9월 비침습 CGM 제조사 ‘아이센스’가 내놓은 15일용 패치의 가격은 8만5000원. 15일이면 성능이 다하기에 기간이 지나면 패치를 교체해야 한다. CGM 제조사와 IT 서비스 회사가 손잡고 혈당 측정부터 결과 분석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상품도 있다. 스타트업 ‘닥터다이어리’의 경우 CGM 기기와 코칭‧혈당 분석 앱 서비스를 20일 패키지 24만9000원, 35일 패키지 39만8000원에 제공한다.   「 용어사전 > CGM(연속혈당측정기,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혈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주는 장치. 혈당의 상승과 하락 추세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식사, 치료 계획을 조절할 수 있게 도와준다. 기존 채혈 방식은 손가락 끝을 찔러서 혈액을 시험지에 떨어뜨려야 했지만, CGM은 피부 아래에 센서를 부착해 혈중 혈당 수치를 측정한다. 이 센서는 일정 시간마다 자동으로 혈당 수치를 기록하며, 이 데이터는 연결된 모니터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덱스콤이 개발한 CGM 패치를 팔에 붙이고 있는 모습. 사진 덱스콤 ③🛌슬립테크 ◦ What: ‘코골이’와 그 가족들의 괴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기술도 발전했다. 병원에 1박2일 입원해야 했던 수면 패턴 검사를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로도 점검할 수 있다. 수면 중 숨소리나 뒤척임을 모바일 기기로 체크하는 서비스다. 최근엔 매트리스와 베개에 센서가 삽입되면서 침구로도 수면을 체크할 수 있게 됐다. ◦ How: 수면 중 내뱉는 호흡을 측정해 수면 자세 개선 방법을 알려준다. 침실과 이불 속 온도 변화에 따라 내 몸에 맞는 수면 온도를 찾아주기도. ◦ Price: 침대와 솔루션을 결합해 파는 ‘삼분의 일’은 400만원대(슈퍼싱글 기준) 제품을 판다. 심박‧호흡‧체온 등 수면 중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앱으로 보여주고, 적정 수면 온도를 찾아주는 스마트 매트리스를 개발했다. 인공지능(AI) 수면 분석 스타트업 ‘에이슬립’은 수면 중 호흡을 분석한 솔루션을 월 7700원의 구독형 서비스로 제공한다.     슬립테크 기업 삼분의일이 출시한 스마트 매트리스. 사진 삼분의 일  ━  3. 원조 맛집과 신흥 맛집   시장이 크는 만큼,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로 이 시장에 뛰어든 디지털 헬스케어 신흥 세력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플레이어들을 살펴보면.   ① 원조 맛집: 헬스케어 기업 ◦ 마크로젠:국내 1위 DTC 기업인 ‘마크로젠’은 2016년 DTC DNA 검사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누적 검사자 수는 50만 명. 지난 8월에는 DTC 기반 헬스케어 플랫폼 ‘젠톡’을 출시했다. 젠톡에서는 검사부터 결과 확인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다. 젠톡은 론칭 2개월 만에 누적 방문 수 100만 명을 넘어섰다.  ◦ 아이센스: CGM 분야에서는 아이센스가 국내 최초로 기기 상업화에 성공했다. 기존 제품(7~14일) 대비 사용 기간(15일)이 더 길어졌지만 가격은 10% 정도 더 저렴하다. 카카오헬스케어 등 국내 기업들과 함께 시장을 개척하는 중. 아이센스가 경쟁력 있는 기기를 만든다면, 카카오헬스케어가 이에 연동한 플랫폼과 서비스를 맡는 것.  아이센스가 개발한 CGM '케어센스 에어'. 사진 아이센스 ② 신흥 맛집: 대기업, 스타트업 ◦ 카카오헬스케어: 자본력과 각자의 장점을 등에 업고 있는 IT기업에 맞춤형 건강관리 시장은 매력적이다. 서비스로 사용자와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활용해 몸집을 키우는 플랫폼 전략이 여기서도 통하기 때문. 카카오헬스케어는 아이센스 및 글로벌 2위 CGM ‘덱스콤’의 기기와 함께 혈당 관리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 황희 대표는 중앙일보에 “동의하는 환자에 한해 수집한 데이터를 표준화된 형태와 방법으로 담당 병원 및 의료진에게 제공해 ‘정밀의료’를 실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롯데헬스케어: 커머스 강자 롯데도 헬스케어와 커머스의 시너지를 노린다. 지난달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CAZZLE)’을 출시하고 유전체 분석 기업 테라젠바이오와 함께 DTC 유전자 검사키트(프롬진)를 내놨다. 검사 결과에 따라 소비자들이 구입할 만한 영양제도 함께 판다. 롯데헬스케어 관계자는 “검진 결과, 건강 설문 등을 통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건강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기업 pick 에이슬립: 글로벌 슬립테크 시장은 2019년 110억 달러(14조원)에서 2026년 321억 달러(4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글로벌 마켓인사이트). 이에 대기업은 똘똘한 스타트업과 손잡고 발 빠르게 관련 서비스를 시작하는 중. 현재 가장 주목받는 곳은 에이슬립이다. SK텔레콤, 하나은행은 에이슬립의 수면 측정 기능을 각사 앱에 추가했다. LG전자와 아모레퍼시픽은 제품에 에이슬립의 수면 측정 기술을 추가할 예정. 에이슬립은 일반 소비자용 구독 서비스 ‘슬립루틴’도 운영 중이다. 뇌파와 호흡 분석 등 복잡한 기존의 수면 측정 방식에서 벗어나, 수면 중 호흡 소리를 AI로 분석해 수면의 질을 진단한다.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은 스마트폰만으로도 수면 분석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사진 에이슬립 ◦ 사과 마크 찍힌 CGM 나올까: 애플은 2010년 혈당 모니터링 스타트업 레어라이트를 인수하고, 비침습 CGM을 개발 중이다. 고 스티브 잡스 창업자가 자신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혈당 관리에 투자했고, 그의 사후에도 연구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채혈 없이 손목 센서만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 현재 실증(PoC) 단계에 있다고.   신재민 기자    ━  4. 헬시 플레저의 3요소: 접근성, AI, 재미   이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들이 최근 우수수 나온 건 아니다. 그런데도 요즘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이들이 늘어난 이유는 뭘까. 이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8할은.   ① 접근성 ◦ 편리성 높아지고 : CGM 패치는 거추장스러운 환자용 치료기기에서 벗어나 건강 관리에 열심인 젊은 소비자들의 패션 상품으로 재정의됐다. 내 몸에서 실시간 발생하는 데이터를 스마트폰 앱으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 점도 한몫했다. 과거 수면무호흡증은 병원에 1박 입원하고 중후 장대한 기기를 부착하고 측정해야 했지만, 요즘은 앱 하나로 끝이다.   ◦ 가격 싸졌다: 아무리 좋다한들 비싸면? 소비자 지갑을 열 수 없다. DTC의 경우 2000년엔 1명 유전체 분석에 25억 달러(3조3000억원)나 들었지만, 지난해에는 100달러(약 13만원)까지 떨어졌다. CGM도 저렴해지는 추세. 덱스콤은 2009년엔 CGM 제품 세븐플러스를 기기(1248달러)와 한 달분 센서세트(399달러)를 합쳐 약 220만원에 판매했지만, 2023년 현재 최신 제품인 G6의 국내 시판 가격은 30일분 센서 3개에 30만원(기기는 무료)이다.   스타트업 닥터다이어리는 연속혈당채혈기(CGM)을 기반으로 한 혈당 관리 서비스 '글루어트'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의 혈당 건강 점수와 24시간 혈당 그래프, 혈당 스파이크 횟수, 평균 혈당, 혈당 수치 변화 등을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닥터다이어리 ② AI+데이터 ◦ 데이터가 AI를 만났을 때: AI 기술 덕에 요즘은 데이터 구슬 꿰기가 더 편해졌다. 에이슬립은 호흡 데이터를 AI 모델로 분석한다. 이동헌 대표는 “에이슬립의 AI 모델은 병원 내 수면다원검사(PSG) 데이터와 가정 내 소음이 포함된 소리를 학습시켰다”고 말했다. ‘맞춤형 코치’가 되어줄 생성 AI도 등장할 예정.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이용자에 대한 개인화된 코칭, 교육 콘텐트 생산 등에서 생성 AI의 적용을 검토하고 시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데이터, 따로 또 같이: 각자도생하던 헬스케어 기업들이 앞으로 데이터를 융합해 부가가치를 키울 수 있다는 기대도 시장을 키우는 힘이다. 가령, CGM 데이터와 수면 데이터를 결합하면 더 정교한 건강 관리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자기 전에 혈당 스파이크가 크게 일어나는 음식을 먹으면 수면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두 데이터를 합치면 더 정확한 건강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슬립테크 기업 삼분의일 전주훈 대표는 “데이터와 사업 영역을 합치면 시너지를 낼 여지가 많다. 인접 헬스케어 영역끼리의 결합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기업 ‘뱅크샐러드’는 2021년 10월부터 선착순 무료로 DTC 유전자 검사를 제공했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 4월부터 유전자 검사 유상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 뱅크샐러드 ③ 재미 ◦ 취향 저격 꿀잼 포인트: ‘심폐지구력이 좋다’ 대신 ‘당신은 오래가는 건전지?’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전할 때, 건조하게 사실만 나열하기보다는 귀여운 캐릭터나 유쾌한 문구와 함께 제공한다면 소비자 반응이 달라진다. 특히 DTC 유전자 검사 기업들은 2030 소비자들이 SNS에 공유하기 쉽도록, 카드 형태로 분석 결과를 전한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개성 있는 일러스트와 카피를 넣었는데, 콘텐트 공유를 즐기는 MZ세대의 문화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  5. 이 시장은 계속 클 수 있을까   장밋빛 미래만 있을 린 없다. 개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을 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우려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 시장, 계속 성장할 수 있나.   ◦ 셀프분석, 규제는 괜찮아?: 보건복지부가 2019년부터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에서 의료법상 ‘의료 행위’와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를 구분해 비의료 시장이 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논란은 남아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자 관리를 위해 IT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의료 영리화와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충돌한다. 의료계에선 유전자 검사도 DTC 방식이 아닌 병원에서 의사 판단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편. 현재로선,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전하고 정확하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을 키워야 하는 상황.   ◦ 내 데이터 맡겨도 될까?: 서비스는 솔깃한데, 내 생체 데이터를 민간기업에 맡겨도 될까. 누군가 무단 열람하거나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없을지? 이런 소비자 우려를 기업들도 모르지 않는다. 기업들은 “동의 없이 개인에게 수집된 정보를 서비스 고도화 등에 활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비식별화하거나(삼분의일), 별도 구축된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보관하거나(롯데헬스케어), 원본 데이터를 아예 저장하지 않는(슬립테크) 등의 방식으로 대비하고 있다.    ◦ 다음은 커머스?: 혈당이 높으면 당뇨식, 비타민이 부족하면 영양제. 검사가 끝나면 커머스가 시작된다. 셀프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플랫폼을 통해 검사 이후 구매할 만한 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롯데헬스케어, 닥터다이어리 등은 자체 플랫폼을 통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팔고 있다.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는 “보다 세밀한 맞춤형 제품 추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10.30 16:51

  • [팩플] AI에 사활 건 통신사들…LGU+도 통신 특화 AI ‘익시젠’ 개발

    [팩플] AI에 사활 건 통신사들…LGU+도 통신 특화 AI ‘익시젠’ 개발

    LG유플러스가 내년 상반기 통신 특화 생성 인공지능(AI)을 출시한다. SK텔레콤, KT에 이어 LG유플러스까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AI를 육성하겠다고 나선 것. 이들 기업은 통신 사업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AI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범용 LLM으로 빅테크와 정면 승부하는 대신 통신에 꼭 맞는 특화 AI로 틈새 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회사가 보유한 통신·플랫폼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 역량을 활용해 통신 맞춤형 AI '익시젠'(ixi-GEN)을 개발한다고 29일 밝혔다. 사진 LG유플러스  ━  무슨 일이야   LG유플러스는 자사의 통신·플랫폼 데이터와 AI 기술 역량을 활용해 통신 맞춤형 AI인 ‘익시젠’을 자체 개발한다고 29일 밝혔다. 익시젠은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에 LG유플러스의 통신·플랫폼 데이터를 학습시킨 통신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이다. LG유플러스의 AI 통합브랜드 ‘익시’와 생성 AI(Generative AI)를 결합해 만든 이름이다. LG유플러스는 자사 고객을 위한 통신·플랫폼 서비스에는 자체 개발한 익시젠을, 전문가용 AI 서비스에는 그룹의 엑사원을 활용할 계획이다.    ━  왜 통신 특화 LLM이야     정근영 디자이너 통신사들은 AI 시장에서 오픈AI, 구글 등 미국 빅테크와 겨루기보다는 실속을 추구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많은 비용을 투입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훈련시켜야 하는 범용 LLM 대신 통신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학습한 LLM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통신 특화 LLM을 AI 기반 고객센터(AICC), 인터넷(IP)TV, 키즈 전용 서비스 등 통신사의 기존 서비스와 결합해 고객별 맞춤 AI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    이를 통해 통신사의 숙원 사업인 해외 진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2일 독일 도이치텔레콤과 한국어, 영어, 독일어 등을 지원하는 통신 특화 LLM을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KT도 자체 LLM ‘믿:음’을 활용해 유럽과 동남아 지역의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지난 7월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 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 2023'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날 LG는 초거대 AI(인공지능) '엑사원'에서 한 단계 진화된 '전문가 AI' 엑사원 2.0을 선보였다. 사진 LG  ━  유플러스의 AI 전략은     ◦초개인화: LG유플러스는 개인화된 맞춤형 5G 선불 온라인 요금제 ‘너겟’과 IPTV 등 고객서비스와 플랫폼에 AI를 챗봇 형태로 적용할 계획이다. 익시젠 기반의 챗봇은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추천부터 정교한 상담까지 초개인화된 안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B2B 공략: 초거대 AI를 활용해 B2B 영역도 공략한다. LG유플러스는 엑사원과 협력해 지난 9월 유통·금융·제조 등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구독형 AICC를 출시했다. 지난 7월 선보인 ‘엑사원2.0’을 기반으로 AICC를 고도화해 보다 전문적인 영역에서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빅테크 협력: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도 협력을 강화할 계획. 앞서 LG유플러스는 MS 애저를 활용한 ‘챗에이전트’ 서비스를 개발해 자사의 구독 플랫폼 ‘유독’에 적용했다. 챗에이전트는 상담사와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구독 상품을 추천하고 유독 서비스 이용 방법을 제공한다. 황규별 LG유플러스 CDO(최고데이터책임자)는 “자체 개발한 익시젠과 그룹의 엑사원, 글로벌 빅태크의 초거대 AI를 적절히 활용해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AI 서비스로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경쟁사는 어때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지난달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신 3사의 전략은 같은 듯 조금씩 다르다. 그룹사 초거대 AI의 원천 기술을 발전시킨 LG유플러스와 달리 SK텔레콤은 글로벌 통신사들과의 연합에 초점을 맞췄다. SK텔레콤은 도이치텔레콤 외에 지난 8월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에 참가한 이앤(중동), 싱텔(싱가포르) 등의 통신사와 ‘텔코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다국어 LLM 개발과 현지화 서비스를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AI 기술 브랜드명은 ‘에이닷X’, LLM의 이름은 ‘에이닷X LLM‘으로 확정지었다. ‘글로벌 AI 컴퍼니’를 목표로 전 직원 대상 AI 리터러시(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내년까지 구성원의 AI 리터러시 역량을 측정하는 레벨별 인증제도도 도입할 예정.   KT는 태국을 기점으로 글로벌 LLM 사업 모델을 발굴해 동남아 시장부터 공략한다는 목표다. KT는 태국의 자스민그룹과 태국어 LLM을 개발하고 라오스, 캄보디아에서도 함께 AI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스민그룹이 설립하는 태국 데이터센터에 대량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연결한 GPU 팜을 구축할 계획. 비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AI 기술 협력을 확장해 시장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KT AI2XL 연구소 배순민 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KT AI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초거대 AI '믿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KT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2023.10.29 18:00

  • '엔비디아와 이별'…韓 AI스타트업, 그 기술로 美AMD 투자 유치 [팩플]

    '엔비디아와 이별'…韓 AI스타트업, 그 기술로 美AMD 투자 유치 [팩플]

    모레(MOREH) 로고 국내 AI 스타트업 모레가 미국 반도체 기업 AMD 등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모레는 엔비디아의 GPU 같은 특정 반도체에 얽매이지 않고 AI 모델을 개발·서비스 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개발사다. AI용 반도체 시장 90% 이상을 독점한 엔비디아와 ‘안전한 이별’을 보장하는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  무슨 일이야    26일 모레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2200만 달러(약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 투자에 KT와 AMD가 전략적 투자자로, 포레스트파트너스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모레는 지난 2020년 설립된 4년차 스타트업이다.   조강원 모레 대표는 “AMD와 협업해 AI 업계가 보다 효율적으로 차세대 AI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데 기여하겠다”라고 밝혔다. 브래드 맥크레디 AMD 데이터센터 GPU 및 가속 프로세싱 사업 부문 부사장은 “AMD 생태계에 참여한 모레는 최적의 AI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리사 수 AMD 회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수 회장은 AMD의 신형 AI 반도체 MI300을 공개했다. 뉴스1    ━  무슨 의미야   엔비디아 GPU가 장악한 AI용 반도체 시장에서, GPU 이외의 다른 종류의 칩으로 문제 없이 갈아탈 수 있게 하는 기술들이 글로벌 테크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 GPU가 고가임에도 구하기 어려운 가운데, ‘엔비디아 탈출’에 대한 기업 수요가 절실하기 때문.  모레 조강원, 윤도연 대표. 사진 모레   모레는 “고객들은 모레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AI 모델을 코드 변경 없이도 엔비디아 아닌 다른 업체의 AI반도체에서 그대로 쓸 수 있다”라고 밝혔다. 모레·AMD·KT는 AMD의 GPU와 모레의 소프트웨어를 결합, KT의 AI 클라우드 위에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하이퍼 스케일링 AI 컴퓨팅(HAC)’라는 AI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HAC가 엔비디아 GPU 서버와 성능에서 대등하다고 주장한다.    ━  이게 왜 중요해   AI 반도체 자체는 하드웨어지만, 경쟁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다. AMD 같은 AI 반도체 후발 주자들을 따돌리는 엔비디아의 기술 해자(moat)는 소프트웨어인 쿠다(CUDA). 엔비디아는 2007년 선보인 AI 개발 플랫폼 ‘쿠다’를 대학과 개발자 커뮤니티에 무료 배포했고, 구글 텐서플로나 메타의 파이토치 같은 머신러닝 프레임워크가 쿠다에 최적화돼 만들어졌다. AI 개발자라면 벗어나기 어려운 쿠다 생태계가 구축된 것.    시장은 GPU의 대항마 만큼이나, 쿠다의 대항마를 찾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모듈라(Modular)는 미국의 대형 벤처투자사(VC) 제너럴 캐털리스트(GC)와 구글벤처스 등으로부터 1억 달러(약 1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모듈라가 지난 5월 공개한 AI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모조(Mojo)’가 쿠다의 대안으로 급부상해서다. 모조를 사용하면 AI 개발자가 GPU 이외의 하드웨어로 쉽게 갈아탈 수 있다는 것. 모레 AI 인프라 스택. 사진 모레  ━  이걸 알아야   모레나 모듈라가 내놓는 AI 인프라 소프트웨어의 성능은 AI 반도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 현재는 싸고 성능 좋은 AI 반도체를 내놓는다 한들, 고객들이 ‘엔비디아 GPU가 아닌 다른 칩에서 AI 모델이 제대로 구동될까’ 우려하며 선뜻 손을 뻗지 않는 상황이다. 오픈AI의 GPT나 메타의 라마(LLama)같은 거대언어모델(LLM)들이 대개 엔비디아 GPU 환경에서 개발됐기 때문이다.    자체 소프트웨어로 답을 찾는 반도체 업체도 있다. 미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로크의 조너선 로스 CEO는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창업 후 6개월은 칩 설계가 아닌, 소프트웨어 설계에 전념했다”라고 말했다. 그로크는 자사 칩에서 AI 모델·소프트웨어가 구동되도록 코드를 자동 생성하는 컴파일러를 보유했다. 지난 2월 메타가 라마를 공개하자, 그로크는 이 컴파일러를 사용해 3일 만에 라마를 자사의 LPU 시스템에서 구동시켰다.   모듈라 투자를 주도한 퀜틴 클라크 GC 매니징 디렉터는 지난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 반도체 간 자유로운 호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모조 같은 AI용 언어가 확산됨에 따라, 반도체 업체 간 가격·속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과 ‘AI 칩’ 손잡은 그로크 “진짜 승부, 엔비디아 아니다” 「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서 4nm 칩을 생산하기로 한 미국의 AI 스타트업 ‘그로크’. 그로크 창업자와 더 자세한 인터뷰는 더중앙플러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2229 」    관련기사 AI가 비싸? 내가 해결해줄게! ‘갓성비’ 자신한 스타트업 3곳 삼성과 ‘AI 칩’ 손잡은 그로크 “진짜 승부, 엔비디아 아니다” 3년내 MS·구글이 다 먹는다…AI 스타트업, 여기 투자하라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2023.10.27 05:00

  • [팩플] 이번엔 게임 정보 사전 유출…악재 이어지는 카카오 그룹

    [팩플] 이번엔 게임 정보 사전 유출…악재 이어지는 카카오 그룹

    카카오게임즈의 주력 게임 오딘 : 발할라 라이징. 사진 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가 인기 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오딘) 업데이트 정보를 일부 이용자들에게 사전 유출한 직원을 해고했다.    ━  무슨 일이야   카카오게임즈는 “취득한 게임 정보를 업데이트 전에 외부에 유출한 직원을 인사 정책에 따라 해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카카오게임즈 오딘 운영진은 게임 공식 카페를 통해 “서비스 담당자에 대한 재교육과 감시 절차 정비를 통해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이게 왜 중요해   카카오 본사와 핵심 관계사들은 최근 내부 모럴 헤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 문제로 위기를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SM엔터 주가를 시세 조종한 혐의로 김범수 창업자 등 핵심 경영진을 수사하고 있다. 특사경은 이날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3명과 카카오·카카오엔터 법인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최근에는 재무 담당 카카오 임원(CFO)이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핵심 관계사인 카카오게임즈의 주력 게임에서 직원의 비위 행위가 드러난 것이다.    ━  오딘에 무슨 일이   오딘은 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유통·배급)해 2021년 6월 선보인 게임이다. 출시 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를 제치고 구글플레이 게임 분야 매출 1위를 차지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게임 출시 6개월만에 누적 500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현재도 구글플레이 게임 분야 매출 6위에 올라있다. 오딘의 흥행 이후 카카오게임즈는 라이온하트 지분을 추가 인수해 자회사(지분 54.95%)로 편입시켰다. 이전까지 캐주얼 게임 개발사, 퍼블리싱 회사 이미지가 강했던 카카오게임즈는 오딘을 확보함으로써 하드코어 게임 개발력을 갖춘 종합 게임사로 자리매김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은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 구글플레이 캡처   그런 최근 오딘 이용자들 사이에서 카카오게임즈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자신이 속한 길드(게임을 같이 하는 커뮤니티) 구성원과 지인들에게 미공개된 게임 업데이트 정보를 수시로 공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용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사람이 업데이트 이후 가격이 뛸 아이템에 대한 사재기를 권했다’는 등의 제보와 항의가 이어졌고, 회사는 조사에 나섰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3일과 25일 1·2차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내부 직원으로 의심되던 이용자가 카카오게임즈 직원인 점, 게임 점검 개시·완료 시점을 길드 구성원에 공유해 이득을 본 점 등을 확인했다. 또 일각에서 법인카드로 1억원 아이템을 결제한 카카오 전 CFO와의 연관성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이용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보를 공유받은 이들이 ‘사재기’ 등을 통해 부당 이득을 취했냐는 부분에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부당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업데이트 전후로 다량의 데이터 검사가 필요하다”며 “방대한 데이터를 조사하는 만큼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  조사 이후엔 어떻게   카카오게임즈는 3차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용자들의 추가 제보에 대한 확인도 병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추가적인 제보와 조사결과에 따라 민형사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매출 1조원 넘긴 카카오게임즈, 4분기 영업이익은 '뚝' '카카오 쪼개기 상장' 반발 확산…라이온하트 상장 철회했다 ‘오딘 흥행’ 카카오게임즈, 1분기 영업익 421억…전년 대비 170% 증가 [팩플] 리니지 형제 누른 ‘오딘’, 하루 52억 벌었다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2023.10.26 16:33

  • ‘레이싱’ 검색하면 뜨던 ‘모델’…어느 날 네이버에서 사라졌다

    ‘레이싱’ 검색하면 뜨던 ‘모델’…어느 날 네이버에서 사라졌다 유료 전용

    Today’s Topic,레이싱 모델 나온 검색결과 바꾼 네이버, 뉴스는요? “네이버는 ‘나 몰라라’ 합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이 지난 20일 서울대 총동창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발언입니다.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국내 1위 뉴스서비스 사업자 네이버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합니다. 비판의 논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검색·추천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가짜뉴스 확산이죠.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라야 하는 법입니다. 이 위원장은 뉴스 소비자의 75%(언론진흥재단 조사)가 포털로 뉴스를 보는데 포털이 사회적으로 그만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20여 년 국내 포털 역사상 뉴스 서비스만큼 말 많고 탈 많은 서비스는 없었을 겁니다. 일평균 1300만 명이 이용하는 독점적 지위에 있는 네이버 뉴스가 특히 그렇습니다. 신문·방송 매체 안에 머물던 뉴스를 광활한 온라인 공간으로 확장해 풍성한 공론의 장을 만든 공(功)은 인정해야겠죠. 하지만 뉴스 편집권 논란부터 선정적·자극적 뉴스 소비 유도, 댓글 조작 사태, (인위적) 뉴스 재배치, 필터버블(확증편향)까지 여러 직간접적 부작용을 만든 것도 사실입니다. 현 정부 이전에도 여야 가릴 것 없이 포털 뉴스를 둘러싼 비판이 반복됐던 이유입니다. 수년 전 인공지능(AI)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구원투수로 등장했지만, 오히려 요즘엔 AI 알고리즘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한다는 새로운 논란이 추가됐습니다.   이번 팩플 오리지널은 현 시점, 포털 뉴스 서비스 특히 네이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따져보겠습니다. 우리 사회 공론의 장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포털 뉴스의 알고리즘은 공정할 수 있을까요? 포털 뉴스의 미래를 AI는 구원할 수 있을까요?   ■ 💬목차 「 1. 알고리즘발(發) 포털 뉴스 논란 2. 알고리즘 ‘블랙박스’ 3. ‘원 알고리즘’ 리스크 4. 공문 보내면 바뀌는 알고리즘 5. 가짜뉴스는 어떻게?    」  한호정 디자이너  ━  1. 알고리즘발(發) 포털뉴스 논란   정보 과잉 시대, 추천과 검색은 필수입니다. 포털 뉴스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2만 5000여 건의 기사(네이버 기준)를 모두 읽을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포털이 어떤 기사를 추천하고 어떤 기사를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시킬지가 이용자 클릭을 좌우합니다. 2000년대 초 포털 뉴스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뉴스 추천과 검색 결과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포털은 자체 편집→언론사 편집→AI 편집으로 바꾸며 대응했지만 해묵은 논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①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세요” : 다음은 2015년, 네이버는 2017년 뉴스 서비스에 AI 추천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감성에 휘둘리거나 다른 의도를 가질 수 있는 사람보다는 기계가 더 공정하게, 중립적으로 뉴스를 노출시켜줄 거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AI 알고리즘, 사람보다 공정할까요.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2020년 9월 여기에 직격탄을 날립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음에 기사가 잘 노출되지 않는다며 보좌진에게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세요”라고 남긴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된 직후였습니다. 카카오는 “AI가 뉴스를 편집한다”고 해명했는데, 이재웅 창업자는 “(사람이) 설계한 대로 판단하는 AI가 했다고, 중립적이라는 이야기는 무책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AI도 그것을 만든 사람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뉴스편집을 어떻게 하도록 설계했는지 밝히라는 취지였습니다.   ② ‘속이고리즘’인가? :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문제는 주요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각자 유불리에 따라 선택적으로 목소리를 내긴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공통된 주장이 있었습니다. 뉴스 검색·추천 알고리즘이 편향됐다는 것. 최근엔 규제·감독 권한을 지닌 정부와 여권이 나섰습니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을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비판 기사만 검색 결과 상단에 나온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네이버는 알고리즘이 이렇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건 ‘속이고리즘’”이라며 “(네이버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6월에는 알고리즘 조작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같은 당 박성중 의원이 “네이버가 뉴스 검색 알고리즘을 바꿔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사 순위를 낮추고 MBC 등의 순위를 올렸다”는 자료를 공개했죠. 이전에 없던 ‘언론사 인기도’라는 요소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뉴스 검색 알고리즘에 적용해 인위적으로 언론사 노출 순위를 바꿨다는 주장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뉴스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의도적으로 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네이버에 대해 지난 6일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에 방통위 조사관들이 현장조사를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③ 칼 빼든 방통위 : 네이버는 “뉴스 검색 알고리즘은 20여 개 요소로 구성돼 있어 특정 요소가 검색 결과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방통위는 네이버 실태점검에 나섰고, 지난달 사실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실태점검 결과 특정 이용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 등으로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규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지난 6일에는 네이버에 현장조사를 나갔고요.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습니다.    ━  2. 알고리즘 ‘블랙박스’   뉴스 추천·검색 알고리즘의 문제는 입력과 출력 사이 블랙박스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내 성향, 내 이력에 맞춰 기사가 노출된다고 하는데 어떤 요소가 얼마만큼 반영됐는지는 이용자가 알기 어렵죠. ‘개인화된 추천’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알고리즘이 공정하고 편향되지 않게 뉴스를 추천하고 노출시키는지 알기는 더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바로 옆사람이 보는 화면과 내 화면이 달라도, 왜 다른지 그 이유는 네이버만 압니다. 포털이 아무리 “특정 정치권 영향에 의해 편향되게 설계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① 요소는 공개, 가중치는 비공개 : 네이버는 뉴스 추천 알고리즘 AiRS(에어스·AI Recommender System)’ 반영 요소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최신성, 심층기사 여부 등 총 19개입니다. 뉴스 검색 알고리즘의 경우엔 연관성, 시의성, 언론사 인기도 등 20여 개 요소 중 일부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둘 다 가중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자세히 공개할 경우 어뷰징(의도적 조작행위)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듭니다.     ② 알고리즘 책임의 ‘외주화’ : 알고리즘 전부를 공개할 수 없다 보니 대안으로 나온 것이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이하 알검위)입니다. 네이버는 2018년부터 외부 전문가 위원회를 꾸려 알고리즘 전반을 검토받고 있습니다. 1차 알검위는 2018년 5~11월, 2차 알검위는 2021년 8월~2022년 1월, 각 6개월간 활동했습니다. 지난 6월부터 3차 알검위가 발족해 현재 검증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부터 검증 방향까지 그때그때 다르다고, 대표성도 없고, 네이버가 제공하는 한정된 자료에만 의존하다 보니 검증 실효성이 있냐는 지적이 매번 나옵니다. 방통위가 ‘알고리즘 검증 투명성 위원회’를 법적 기구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도 그래서죠.   김영옥 기자  ━  3. ‘원 알고리즘’ 리스크   언론미디어 학계는 뉴스 알고리즘 편향성에 대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근본적 해법으로 꼽히는 건 사회 전체가 알고리즘 하나로 뉴스를 소비하는 위험을 줄이자는 안입니다.     ① 점유율 66.7% : 네이버 뉴스 서비스 이용자는 하루 1300만 명입니다. 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22 언론 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포털 뉴스 이용률은 75.1%입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인터넷 포털 뉴스 이용률은 평균 90.9%입니다. 포털 중 네이버의 뉴스 점유율은 66.7%로 다음(18.8%), 구글(10.7%)을 압도합니다. 보고서는 “특정 매체가 과도하게 높은 이용 점유율을 보인다면 뉴스 이용자에게 제시하는 관점이나 의제가 제한돼 미디어 및 여론의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포털 중심 뉴스 서비스 집중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에 따르면 한국인의 66%가 디지털 뉴스 이용 시 포털과 같은 검색엔진 및 뉴스 서비스 수집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69%)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입니다. 조사 대상 46개국 중 1위입니다. 46개국 평균은 32%입니다.   ② 독점 해소=편향 해결 : 사실 알고리즘의 편향 문제는 판단자의 주관이 들어가기 때문에 칼로 무 자르듯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편향이다 아니다에 대해 모두가 인정할 만한 정답을 도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죠. 최근처럼 정치 지형이 양극단으로 갈린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오는 대안은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뉴스 서비스의 알고리즘을 여럿으로 늘리자는 것입니다. 특정 포털의 알고리즘 편향성을 판단하기도, 고치기도 어려우니 그와 다른 알고리즘을 가진 뉴스 서비스 공급자를 더 늘리자는 거죠. 언론사가 여럿이라 독자와 시청자들이 다양한 언론사 보도를 비교해 가며 볼 수 있는 것처럼요. 한국언론학회장을 지낸 조성겸 충남대 명예교수는 “한국에선 뉴스의 선택과 공급이 하나의 알고리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알고리즘 편향성 여부를 떠나 더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상태로는) 정보의 다양성이 부족한 만큼 (특정 뉴스 서비스 알고리즘의) 시장 지배적 구조가 해소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영옥 기자  ━  4. 공문 보내면 바뀌는 알고리즘   근본적 해결책, 말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구현까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래서 최근엔 알고리즘 대신 뉴스 추천·검색 결과 데이터를 대규모로 검증하자는 주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① ‘깜깜이’ 알고리즘 변경 : 네이버가 운영하는 ‘알검위’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습니다. 검증 후 알고리즘을 바꿔도 이용자가 알기 어렵다는 점이죠. 네이버에서 바꾼 내역을 일일이 공개하지 않으니까요. 최근 논란이 된 ‘언론사 인기도’ 뉴스검색 알고리즘 반영 건도 의원실에서 자료를 공개하기 전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요소 자체는 다른 이름(언론사의 영향력 점수)으로 공개됐었지만, ‘언론사 인기도 순위를 만들어 검색 결과에 반영한다’는 방식은 이전까지 공개되지 않은 정보였습니다.   ② 길거리, 레이싱 검색 결과는? : 윤호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와 진보래 중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지난 6월 발표한 논문은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의 허술함을 지적합니다. 논문 제목을 보시죠. ‘공문을 보내면 네이버는 검색 알고리즘을 바꾸는가?’입니다. 이 논문은 네이버의 이미지 검색 결과가 시민단체의 캠페인을 통해 달라진 점을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2022년 6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전개한 캠페인 ‘포털 사이트 검색 이미지 바꾸자’ 사례입니다. 해당 시민단체는 ‘길거리’ ‘레이싱’ ‘사진집’ 등의 단어를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선정적 이미지가 나온다며 시정조치 요구 공문을 네이버에 보냈습니다. 윤 교수 등 연구진은 공문 발송 전후 같은 단어 검색 결과를 비교했습니다. 조사한 26개 단어 중 8개 단어에서 검색 결과가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이전엔 ‘레이싱’을 검색하면 레이싱 모델이 나왔는데, 공문 발송 후에는 자동차 경주 장면 이미지로 바뀌었습니다. 확인 결과 ‘레이싱 경기’ 검색어와 같은 결과였습니다. 연구진은 네이버가 검색 결과를 ‘인위적으로’ 바꾼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또 ‘사진집’이라는 단어는 ‘앨범’ 검색 결과로, ‘호불호’는 ‘호불호 갈리는 음식’, ‘아찔’은 ‘아찔한 곳’,‘모델’은 ‘패션모델’ 검색 결과와 같은 페이지로 바뀌었습니다.     ‘공문을 보내면 네이버는 검색 알고리즘을 바꾸는가?’ 논문에 제시된 레이싱 이미지 검색 결과 비교. ③ 검색 결과 인위적 조정, 뉴스는요? : 연구진은 네이버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알고리즘을 ‘자의적으로’ 변경한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논문에서 “이미지 검색 결과가 시민단체 공문에 의해 바뀌었는데, 뉴스 서비스는 그러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냐”며 “뉴스 알고리즘 운용도 (네이버의) 필요에 따라 변경되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④ 시험문제가 아닌 성적 검증 : 이 같은 의혹을 풀기 위해선 알고리즘 자체가 아닌 알고리즘 결과값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특정 기간 동안 여러 이용자에게 제공된 뉴스 서비스 추천, 검색 결과값 데이터를 대량으로 분석해 결과가 편향적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미에서입니다. 윤호영 교수는 “알고리즘 자체만 가지고 공정하냐, 편향이냐를 따지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특정 기간 동안 적용된 알고리즘의 결과 데이터로 검증해야만 실질적으로 편향됐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 교수는 “실제 시험 결과를 봐야 문제 난이도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검증이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습니다.    ■ 네이버의 답변은 「 여러 문제제기들에 대한 네이버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이미지 검색 결과를 인위적으로 바꾼 사례를 지적한 논문이 나왔는데, 입장은 뭔가요? 검색 결과 노출로 인해 사회적으로 우려되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존 로직의 인위적 변형이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적 조치를 취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상 중입니다. 뉴스 검색 서비스는 주요 변경 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사용자 대상으로 사전 안내를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뉴스 알고리즘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수정할 계획은 없습니까? 알고리즘 검증위원회를 통해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에는 언론사 또는 정치 성향을 분류, 구분 반영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고 확인받았습니다. 그럼에도 검색 결과의 만족도가 사용자마다, 시점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알검위 권고사항 및 사용자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겠습니다.   검색 결과 데이터 값을 통해 알고리즘을 검증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네이버 뉴스 검색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는 학습세트 데이터를 외부 연구진에 의뢰해 구축했습니다. 앞으로도 뉴스 검색 결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학습량과 참여자의 양적 증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결과값 검증은 알검위를 통해 일부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AI알고리즘 기사 추천 설명 화면. 사진 네이버 」   ━  5. 가짜뉴스는 어떻게?   최근 여당과 정치권 공세는 알고리즘 편향을 너머 가짜뉴스, 조작된 정보 확산에 대한 포털의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도 진행 중입니다. 포털이 가짜뉴스 유통을 막을 수 있을까요.   ① 방통위, 패스트트랙까지 마련 : 방통위는 지난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및 국내외 포털·플랫폼 사업자(네이버, 카카오, 구글, 메타)와 함께 ‘가짜뉴스 대응 민관협의체’를 출범했습니다. 첫 번째 조치로 잘못된 악의적 허위 정보가 빠르게 유포되는 걸 막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구축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가짜뉴스 신고를 받으며 신속심의 여부를 판단하고 포털에 통보해 해당 콘텐트에 대해 ‘방심위에서 가짜뉴스 신속 심의 중입니다’라는 표시를 하거나 삭제·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는 방식입니다. 방통위는 향후 입법을 통해 포털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서울대 총동창신문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가짜뉴스를 실어나르고 있음에도, 원천 생산한 언론사에만 책임을 묻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② 가짜뉴스 차단, 포털 역할은 : 그간 포털은 ‘뉴스 생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짜뉴스 확산 방지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알고리즘을 만들 계획이 있느냐는 중앙일보 팩플 질의에 “뉴스를 직접 생산하는 언론이 아니다 보니 진위 여부 확인이 어렵다”며 “다만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언론사가 포털에 제공하는 정정보도 모음 관련 서비스 노출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네이버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이재신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려면 트래픽이 많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포털이 선정적 정보, 출처가 불분명한 허위 조작 정보를 여기저기 추천하지 않게 하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23.10.26 16:04

  • 삼성과 ‘AI 칩’ 손잡은 그로크 “진짜 승부, 엔비디아 아니다”

    삼성과 ‘AI 칩’ 손잡은 그로크 “진짜 승부, 엔비디아 아니다” 유료 전용

    Today’s Interview AI 승부처는 훈련 아닌 추론, 그래서 GPU보다 LPU다 조너선 로스 그로크 CEO   지난달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특별경쟁 연구 프로젝트(SCSP) 첨단기술 서밋 2023’. 전 구글 회장이자 전 미국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AI) 위원장인 에릭 슈밋이 설립한 싱크탱크 SCSP의 행사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마이크 라운즈 공화당 상원의원 등 미국 전·현직 관료와 정치인들이 연사로 나선 가운데, 스타트업 대표 한 명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챗GPT보다 확연히 빠른 속도의 AI챗봇을 시연하며 말했다.     “놀라운 사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 사용된 칩은 미국에서 설계됐고, 데이터센터는 워싱턴에 있습니다. 게다가 차세대 칩은 텍사스 테일러에서 생산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칩은 이제 미국산입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발표자는 미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로크(Groq)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조너선 로스, 그가 말한 테일러는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약 21조원)을 들여 내년 완공할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이다. 슈밋 전 위원장은 지난해 통과된 미국 반도체법(Chips Act)의 밑그림을 그린 이로 꼽히며, 이날 행사에는 한국·일본·대만·UAE 등 ‘미국 진영’의 과학·디지털 장관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그런 행사의 중심에 미국 반도체 스타트업과 삼성의 합작이 소개된 것.   지난 6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그로크 사무실에서 조너선 로스 CEO를 만나 질문했다. ‘미국산 칩’은 정치적 구호인가, 실제 고객의 수요인가? 왜 구글이 아닌 그로크인가? 왜 TSMC가 아닌 삼성인가?   한호정 디자이너    ━  알파고 칩 만들다 창업   로스 CEO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알파고(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국한 AI)에 쓰인 머신러닝용 칩 TPU(텐서 프로세싱 유닛)의 초기 설계자다. 게임 개발자가 되려다가 게임 밖 세상을 바꾸는 쪽이 더 재미있게 느껴져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의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뉴욕대 재학 중 얀 르쿤 교수의 머신러닝 강의를 들었고, 이후 구글에서 TPU 개발에 참여했다.   그는 당시 구글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구글 수석 엔지니어인 제프 딘이 두 장의 슬라이드를 들고 경영진 앞에서 발표했다. 첫째 장, 좋은 소식. 머신러닝의 음성인식 성능이 인간을 능가했다. 둘째 장, 나쁜 소식. 비용이 200억~400억 달러 든다. 구글조차 이걸 감당할 수 없다.”   그는 이를 계기로 20% 프로젝트(구글에 도움될 수 있는 일에 업무 시간 20%를 사용할 수 있는 제도)로, 머신러닝에 필요한 하드웨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TPU의 초기 설계를 마치고 2016년 그로크를 창업했다. 차준홍 기자   TPU를 설계하고  다시 그로크를 창업한 이유는? 모든 사람이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두 가지가 필요하더라. 첫째는 칩, 둘째는 칩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 구글에 있을 때 회사가 칩은 제공해 줬지만 소프트웨어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로크를 창업했다.   소프트웨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드웨어(반도체) 회사를 창업했다고? 창업 후 첫 6개월은 칩은 생각도 않고, 소프트웨어만 개발했다. 칩 위에서 소프트웨어가 작동하지 않는 게 문제였기에, 그걸 해결한 거다. 소프트웨어가 우리 칩에서 돌아가게 해주는 컴파일러*를 개발했고, 그게 작동한 후에야 칩 설계를 시작했다. 그 결과 새로운 아키텍처(구조)의 칩이 탄생했다. 「 용어사전 > 컴파일러(compiler) 프로그래밍 언어 코드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1과 0의 기계어로 변환하는 소프트웨어. 인간 개발자과 기계 사이의 통역사 역할을 한다. 」     어떤 점이 기존 칩과 다른가?   내부 작동 방식이 다르다. 소프트웨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 다음은 칩 간의 연결성, 즉 소통의 문제가 있다. 우리는 컴파일러로 칩에 스케줄링(작업 일정 지휘)을 도입했다. 칩 안에서 처리되는 모든 업무가 예정돼 있어 전적으로 예측 가능하며, 대기나 지연 없이 처리된다. 마치 이 인터뷰가 무작정 와서 기다려서 한 게 아니라 서로 약속한 시간에 진행된 것처럼 말이다. 간단하게 들리지만, 이전에 아무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를 알아야 하는 건가. AI를 위한 빠른 칩을 만들려면 양쪽 모두의 이해가 필수다. 하드웨어를 다 만들고 나서 소프트웨어가 작동하게 하는 건 정말로 어렵다.  지난 6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그로크 사무실에서 조너선 로스 그로크 CEO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화면 속 인물은 화상으로 인터뷰에 동석한 마크 힙스 부사장. 심서현 기자   창업 7년 차, 누적 투자금 3억6700만 달러(약 4900억원)인 그로크의 전 직원은 185명. 로스 CEO는 “규모가 커지면 뭔가를 실제로 하는 것보다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므로, 멋진 걸 해낼 수 없다”고 말했다.    ━  바둑, DNA, 핵융합의 공통점   엔비디아의 GPU와 구글의 TPU 이후 다양한 종류의 AI 반도체 ‘○PU’들이 등장했다. 신경망처리장치(NPU), 지능형처리장치(IPU) 등이다. 그로크의 칩은 거대언어모델(LLM)과 언어처리에 특화된 LPU(Language Processing Unit)다.     언어 처리에 특화된 칩이란 의미는? 언어는 그래픽과 다르다. 그래픽은 화면에 수백만 개의 픽셀이 병렬로 생성될 수 있고, 픽셀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다. 그러나 언어는 단어와 단어 사이에 의존성이 있다. 99번째 단어를 예측해야 그 다음에 나올 100번째 단어를 예측할 수 있다. LPU는 이걸 매우 빠른 속도로 해낸다.   언어 모델이라고 하면 챗봇이 떠오르는데, 그 외에 LPU가 사용될 분야는 어디일까? 사람들은 요즘 LLM을 사용해 웹사이트를 만든다. 핵 융합이나 자기장 연구에 LLM을 활용하는 예도 있고, 바둑 같은 게임은 물론이다. 언어는 우리가 생각을 단계별로 전개하는 데 사용되지 않나. LLM과 LPU는 순차적으로(sequential) 이뤄지는 모든 작업에 쓰일 수 있다.  2016년 이세돌-알파고 대국 전날 기자회견장의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왼쪽)와 이세돌 9단(가운데), 에릭 슈밋 당시 구글 회장(오른쪽). 조너선 로스는 당시 알파고에 사용된 TPU를 설계했다. 중앙포토   DNA 염기서열도 순차적인데.   그것도 LLM에서는 언어다. 기존 AI에는 순차적 요소가 없었는데, LLM은 긴 시퀀스가 서로 연결되게 해 준다. 바둑에서 한수 한수 둬 나가는 걸 생각하면 LLM과 비슷하다. 물론 바둑판 위에 놓을 수 있는 수는 400개 미만이고, LLM에서는 다음 선택지가 3만2000개에 달하지만 말이다.   바이오 쪽은 어떤가? 아르곤 국립연구소(미국의 기초과학연구소)가 우리 칩의 주요 고객이다. 여기서 신약 개발에 우리 칩을 쓴 적이 있다. 그로크 칩 16개로 기존에 쓰던 엔비디아 GPU 2000개 분량의 성능을 얻어냈다. GPU와 경쟁이라기보다는 아예 다른 종류의 칩이어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여러 신약이 테스트되던 때였는데, GPU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데 3일 걸리던 걸 그로크 시스템으로 70분 만에 했다.   속도를 왜 그렇게 강조하나?   AI 모델의 속도가 곧 인간의 생산성이니까. 예를 들어, 직원에게 코칭을 제공하려는 고객 서비스 회사가 있다고 해 보자. 이걸 GPU 기반으로 챗GPT에서 하려면 너무 속도가 느려서 대화다운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음성으로 한다면 더 느리다. AI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코드 작성 역시, 시간이 지연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로크는 지난 8월 메타의 LLM 라마2(700억 파라미터)를 그로크의 LPU 시스템에서 초당 240토큰의 속도로 실행했다고 밝혔다. 사진 그로크   그는 인터뷰 도중 몇 개의 데모를 보여줬다. 그로크 서버에서 구동하는 챗봇과 AI 사진 변환 앱 등이다. 상용화된 AI 사진 앱은 변환에 몇 분이 걸리지만, 그로크의 데모는 2~3초 만에 결과물을 내놨다.    ━  ‘GPU에서 갈아타기’ 쉬운 비결은     그로크는 지난 3월 메타의 오픈소스 LLM인 라마2를 그로크 칩에서 구동되게 했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 GPU가 업계의 90% 이상을 점유하기에 메타 연구진들 역시 GPU 환경에서 라마를 개발했는데, 그로크가 이를 자사 칩에서 문제없이 구동되게 했다는 것.     이는 LLM 수요자들에게 ‘하드웨어 갈아타기’의 길을 열어 주는 효과가 있다. ‘쓰고 싶은 LLM이 GPU에서만 작동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GPU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엔비디아 GPU에 맞춰진 라마의 코드를 변환하는 작업을 했나?   3일 만에 끝났다. 엔비디아라고 적힌 코드를 삭제하기만 하면 됐다. AI 모델이 하드웨어에서 잘 작동하도록 (라마 개발자들이) 많은 커스텀(맞춤) 작업들을 해놨더라고. 우린 그냥 그걸 제거했고, 이후의 작업은 그로크 컴파일러가 했다. 라마가 그로크 시스템에서 실행되도록 컴파일러가 특정 코드를 자동으로 추가했다.   그런 컴파일러를 개발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프트웨어가 우리 하드웨어에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거다. 수작업으로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도 말이다. 칩을 자체 개발했더라도 이 기능이 없다면 수십·수백 개의 AI 모델을 수동으로 칩에 올리고 조정해야 한다.     하드웨어 갈아타기가 쉬워진 건가.     현재 대부분의 AI 개발자들이 특정 칩에 맞춰 매우 제한된 범위의 도구로 작업하고 있는데, 그로크가 이걸 해결했다는 게 중요하다.   차준홍 기자  ━  삼성 파운드리의 첫 번째 고객사     지난 8월 그로크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의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4나노(㎚·10억분의 1m) LPU를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의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의 첫 번째 고객사라서, 한국에서도 그로크의 이름이 알려져 있다”고 하자 그는 “우리는 처음으로 공개된 고객사”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 지난 6월 착공에 들어갔다. 사진 삼성전자   현재 칩과 차세대 칩의 주요 차이점은? 가장 큰 차이는 함께 구동되는 칩의 수다. 현재 칩은 동시에 4128개를 사용할 수 있는데, 2세대 칩은 최대 68만 개며, 용도에 따라 8만5000개로 줄일 수도 있다. 이 숫자가 많을수록 속도가 빨라진다. 새 칩은 4nm다. 기존 칩은 14nm인데도 아키텍처가 훌륭해 속도가 빨랐는데, 이제는 최신 제조기술과 아키텍처가 결합되니 더 빨라질 거다. 또한 기존 칩은 GPU 대비 3분의 1의 전력을 사용하는데, 차세대 칩의 전력 사용량은 기존 칩의 절반 이하다.   함께 구동되는 칩의 개수란, AI 시스템의 규모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LPU 8만5000~68만 개를 모아 만든 단일 시스템이다. 비교를 위해 알려주자면, 최근 세계 최대 GPU 회사의 연간 주문량이 60만 개였다.(※엔비디아 최신 칩 H100의 올해 예상 생산량은 55만 개)   이 칩의 최종 사용자는 누가 될 것이라 예상하나? 누구든지, 느린 AI를 쓰고 싶지 않다면 다 될 수 있다. 그로크칩을 사용할 때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확인하면, 다른 것들이 얼마나 느린지를 실감하게 된다. 익숙해지면 다시 돌아가기 어렵다. AI를 써봤고 전문성도 있다면 우리의 최고 고객이다. 왜냐면 많은 말이 필요없다. 일단 써보면 우리 제품의 차이를 바로 알아차릴 거다.   왜 제조사로 삼성을 택했나? TSMC의 대기 순번이 너무 길어서?   삼성의 미국 내 제조 용량이 TSMC보다 훨씬 크니까. 우리는 TSMC와도 일했었다. 문제는 TSMC 전체의 대기 명단이 아니라, 미국 내 TSMC의 제조 규모가 크지 않다는 거다. 우리는 대규모 시스템을 구축하려는데, 삼성의 미국 공장 규모는 훨씬 크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이었다. 인텔도 있지만 인텔은 아직 기술을 따라잡는 중이다. 삼성은 이미 우리가 사용할 공정(SF4X process)으로 칩을 제조하고 있으니 기다릴 필요가 없다.   조너선 로스 그로크 CEO가 576개의 그로크칩으로 구성된 AI 가속기 그로크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심서현 기자   며칠 전 텐스토렌트도 삼성 테일러 공장에서 칩을 제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그로크에 도전인가, 아니면 잘 된 일인가? 텐스토렌트와 함께 가게 될 거다. 그 회사 CEO에게 물어봤는데, 그들은 거기서 CPU를 만들 거다. 그들도 AI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우리와는 접근법과 종류가 다르다.    ━  미·중 기술 전쟁과 반도체   국익을 따지는 워싱턴(정계) 사람들 말고, 일반 고객에게도 ‘미국에서 설계하고 제조한 칩’인지가 중요할까? 중요하다. 왜냐하면, 갈등에 휘말리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회사에 있어 관건은, 대만에 무슨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내 반도체 공급에는 확실히 아무 차질이 없을 것인가다. 그게 우리가 삼성 테일러에서 차세대 칩을 생산하는 이유다. 우리 일상에 칩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면, 꽤나 충격적이다. 이제는 심지어 전구에도 칩이 들어가 있다. 칩에 접근할 수 없다는 건 큰 비극이다.   현재 미⋅중 기술 갈등은 그로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창업 초기부터 중국 사업엔 손을 안 댔다.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중국 협력에서 어려움을 겪는 걸 봤고, 우리 같은 작은 회사가 어떻게 해볼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같은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 상황에서 안타까운 점은, 중국의 훌륭한 인재들과 함께 일하기 어렵게 됐다는 거다. 중국이 민주적으로 변한다면 당연히 거래하고 싶다.   앞으로 미국 대기업은 중국이 아닌 미국 칩 스타트업에만 투자하게 될까?(※퀄컴과 인텔은 각각 중국 반도체 유니콘인 캠브리콘과 호라이즌로보틱스에 투자했음)   미국 기업들은 미국 칩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도 받았다. 일본 기업으로부터도 투자받았지만. 인텔 같은 회사는 여러 곳에 동시에 투자하다 보니 그런 것 아닐까. 그런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양국 관계가 지금 같기 전에 한 거니까.     미 육군이 사이버 보안에 그로크 칩을 쓴다는 고객 사례가 있던데.   인탱글먼트(Entanglement)라는 AI 사이버보안 스타트업이 미 육군용으로 만든 솔루션에 그로크 칩을 사용한다. 인탱글먼트는 공공 영역 AI에서 성과를 내는 유망 스타트업이다. 미 육군이 이 솔루션에 대한 70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그로크칩을 썼더니 기존보다 600배 빠르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공공부문에 이렇게 빨리, 신형 칩을 도입한다는 점이 놀라운데.   나도 놀랐다. 항상 정부가 느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여기서 비보도 전제로 몇 마디를 했지만 말을 아꼈다.   국제 정치까지 신경써야 하다니, 기술 창업자가 많은 걸 이해해야 하는 시대다.   성공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고, 다른 이의 조언도 들어야 한다. 예전에는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혼자서 모든 걸 쏟아부어야 했지만, 요즘은 커뮤니티가 더 풍성해지고 협업이 쉬워진 것 같다.   조너선 로스 그로크 창업자 겸 CEO. 사진 그로크  ━  AI 반도체, ‘훈련’과 ‘추론’   그는 인터뷰 내내 “엔비디아나 다른 칩 회사는 엄밀히 말해 우리와 경쟁관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GPU는 AI 모델 훈련용(trainning)으로 적합하지만, 추론용(inferencing)으로는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 추론은 훈련된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이용하는 것으로, 그로크 LPU의 타깃 시장이다.   용도가 다르다는 건가.   GPU는 훌륭한 기존 기술이다. 그러나 실제 AI 활용 단계에 돌입하면 더 많은 추론용 칩이 필요하게 되며, 이 분야에 여러 플레이어들을 위한 충분한 여지(plenty rooms)가 있다.   엔비디아는 마진이 높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서 경쟁사들을 물리칠 가능성도 있지 않나?   음. 엔비디아가 가격을 낮춘다면 주주들이 매우 언짢아 하지 않을까. 칩을 더 빠르게 만드는 경쟁을 계속하면서 가격을 낮추기는 어려울 거다. 무엇보다도 GPU와 LPU는 다른 시장이다. 마치 도요타가 가격을 낮춘다고 페라리 판매에 영향을 주지 않듯.   훈련용 칩과 추론용 칩의 차이가 있다면?   훈련과 추론은 이야기를 쓰는 것과 읽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읽기보다는 글쓰기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AI 추론보다 훈련에 더 많은 발열과 전력 소모가 발생한다. 하지만 작가 한 명이 쓴 글을 많은 독자가 읽으니, 시간의 총합으로 본다면 읽는 쪽이 더 길다. 게다가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동시에 글을 읽어야 한다면? 그래서 추론용 칩은 속도가 중요하다.     애플이나 테슬라같이 자신의 디바이스 전용 칩을 만드는 회사는 그로크의 경쟁자인가? 애플의 칩은 모바일용으로 개발됐고, 모바일에서 성능이 좋다. 그런데 애플은 데이터센터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의 칩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애플과는 협력 가능성이 있다. 테슬라의 예는 흥미롭다. 테슬라의 칩은 매우 구체적인 설계 파라미터가 있어서 다른 누구도 그 칩을 만들고 싶지 않아 했고, 그들이 그 칩을 직접 만들어야 했다.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와는 해결하려는 문제가 다르다. 각자 자체 칩을 만드는 건 좋은 시도지만, 문제는 개별 칩 설계 비용이 많이 든다는 거다. 살아남는 칩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노트북이나 모바일에서 매우 개인화된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게 될까? 그럴 거다. 현재의 AI 서비스들은 모바일로 실행되더라도 사실은 데이터센터에서 돌아가는 거다. 이걸 실제로 휴대폰에서 구동하면서 이 속도를 유지하려면 특정한 사람과 용도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는 게 중요하다.바로 이 지점이 LPU의 강점이다. LPU는 GPU보다 속도는 빠르지만 동시에 병렬로 처리하는 연산량은 적다. 그런데 개인화는 한 사람을 위한 것이니 동시 처리량이 많을 필요는 없다. 그래서 LPU는 개인을 위한 맞춤 AI 모델에 적합하다.  

    2023.10.25 17:40

  • [팩플] MS 웃고 구글 울었다…희비 가른 ‘클라우드’ 4분기는?

    [팩플] MS 웃고 구글 울었다…희비 가른 ‘클라우드’ 4분기는?

    인공지능(AI) 패권을 다투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클라우드 실적에서 희비가 갈렸다. AI 시대 중요한 전장인 클라우드에서 구글이 다소 밀리는 모양새다.   마이크로소프트 건물 외관. AFP=연합뉴스  ━  무슨 일이야   24일(현지시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766억9300만 달러(약 103조 3800억원)을, 순이익은 196억8900만  달러(26조 5400억원)를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매출 759억7000만 달러)도 웃돌며 1년 만에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세를 회복했다. 광고 수익이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 3분기 알파벳의 광고 매출은 596억5000만 달러(80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의 광고 매출(544억8000만 달러)보다 50억 달러 이상 늘었다.     같은 날 MS의 실적도 공개됐다. MS는 지난 3분기에 565억1700만 달러(76조2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LSEG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545억 1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순이익도 전년 대비 같은 기간 27% 증가한 222억9100만 달러(30조860억원)였다.   구글 마운틴뷰 캠퍼스의 모습. AFP=연합뉴스 박경민 기자  ━  왜 중요해   겉보기엔 양사 모두 호실적이지만 속을 뜯어보면 MS의 승리다.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 사업 성적표에서 희비가 갈렸다. MS와 구글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아마존웹서비스의 뒤를 이은 2, 3위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3분기에 MS는 클라우드 부문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9% 증가한 242억6000만 달러(약 32조 6588억원)를 기록, 시장 예상치(234억9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클라우드 부문은 애저 퍼블릭 클라우드, 윈도 서버, 깃허브, 비주얼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특히 애저의 매출이 지난해 3분기 대비 29%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26%)를 앞질렀다. 애저에서 오픈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 점이 클라우드 성장을 끌어 올렸다. MS에 따르면 애저 오픈AI 서비스의 고객 수는 2분기 1만1000명에서 3분기엔 1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사티아 나델라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고객이 MS 클라우드를 통해 디지털에서 비용 대비 최고의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MS는 지난 7월 애저에서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 외에 메타의 오픈소스 AI 모델 등 외부 LLM을 서비스하겠다고 밝혀, 향후 MS의 클라우드 고객 확장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구글의 클라우드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난 84억1000만 달러(약 11조 3300억원)로 시장 전망치(86억4000만 달러)에 밑돌았다. 테크널리시스 리서치의 밥 오도넬 수석 분석가는 “단 한 분기가 주요 추세를 만들지는 않지만, MS와 구글의 이번 분기 클라우드 매출 결과는 애저가 경쟁 업체보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에서 1위 AWS는 32%, 2위 MS는 22%를 차지했다. 구글은 3위로 11%에 그쳤다. 박경민 기자    ━  엇갈린 주가   AI 시대의 핵심 전장인 클라우드에서 MS가 3분기 판정승을 거두면서 시장의 반응도 갈라졌다. 장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MS는 전일 대비 4% 가량 오르고 구글은 6% 이상 하락했다. MS 애저의 상승세에 구글 클라우드 실적이 한참 못 미치자 투자자들이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  앞으로는   남은 4분기도 AI와 클라우드가 양사 실적의 주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에이미 후드 M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오피스 제품에 AI 기능을 적용한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11월 1일 MS 기업 고객에 공개)이 매출 성장을 이끌 가능성을 내비쳤다. 후드 CFO는 “시간이 지나면서 관련 수익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도 이르면 다음달 중 멀티모달 LLM(거대언어모델) ‘제미니’를 출시해 AI 경쟁에 가속도를 낼 예정이다.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2019년 MS과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며 공개된 사진이다. 마이크로소프트    ━  더 알면 좋은 것   규제와의 싸움에서도 MS의 상황이 구글보다 좀 낫다. MS는 지난 13일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최종 완료했다고 밝혔다. AI‧클라우드에 이어 게임이라는 새 먹거리를 확보한 것. 당초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대가 있었지만 MS는 연방법원으로부터 “블리자드 인수에 문제 없다”는 판결을 받아냈고, 인수에 부정적이던 영국 정부의 승인도 받아냈다. 반면, 구글은 반독점법 위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현재 구글이 검색시장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도 구글이 검색시장에서 경쟁 규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10.25 13:57

  • 아이폰 통화녹음 써보니…통화 중 말한 폰번호, 자동 저장됐다 [팩플]

    아이폰 통화녹음 써보니…통화 중 말한 폰번호, 자동 저장됐다 [팩플]

    SK텔레콤은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의 아이폰 앱에서 'A. 전화'를 통해 통화녹음, 통화요약 등 새로운 기능을 제공한다고 24일 밝혔다. 사진 SKT   삼성 페이, 충전 단자, 통화 중 녹음.  삼성 갤럭시 사용자들이 그동안 아이폰 교체를 주저했던 ‘3대 걸림돌’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걸림돌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13일 출시된 아이폰15 시리즈의 충전 단자는 다른 제조사 충전기와 호환되는 USB-C타입으로 바뀌었다. 현대카드와 애플의 협업으로 애플페이 국내 가맹점도 늘어나는 추세. 마지막 남은 세 번째 걸림돌 ‘통화 중 녹음’ 문제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아이폰에 녹음 기능을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SKT 가입자에게만 제공하면서다. KT나 LG유플러스 가입자는 쓸 수 없는 기능이다.    ━  무슨 일이야    SKT는 AI 서비스 앱인 ‘에이닷(A.)’에 통화 녹음 기능을 추가했다고 24일 밝혔다. 녹음된 음성은 즉시 텍스트(문자)로 변환(STT)되고, 이를 AI가 요약해준다. 전화를 걸 때와 받을 때 모두 사용할 수 있다. SKT가 갤럭시 사용자에게 원래 제공했던 기능을 아이폰까지 확대한 것. SKT 사용자에게만 무료로 제공된다. KT나 LG유플러스, SKT 망을 쓰는 알뜰폰 가입자들은 에이닷 앱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아이폰 통화 녹음 기능을 사용할 수는 없다. SKT 관계자는 “다른 통신사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아이폰 15 시리즈에 처음으로 C타입 단자가 적용됐다. 뉴스1  ━  “통화 중 녹음 금지”라는 애플 규정   애플은 보안 규정에 따라 기기 간의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미국 11개 주에서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이 불법이기 때문. 그러나 써드파티 앱(휴대전화 제조사가 아닌, 외부 개발자가 만든 앱)에 대해서는 별도로 제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AI 음성 인식 전문 기업인 아틀라스랩스가 2021년 음성 녹음이 가능한 전화 앱 ‘스위치’를 출시했다. 스위치 역시 녹음된 내용을 문자로도 변환해준다. 스위치 앱으로 전화를 걸면 무료다. 그러나 걸려 오는 전화의 통화 내용을 녹음하려면 최소 월 7500원의 요금제를 써야 한다.    ━  에이닷 전화 써보니   이날 에이닷 앱에 녹음 기능이 적용된 직후, 직접 아이폰에 앱을 내려받아 써봤다. 일반 전화와 통화 품질 면에선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스위치 앱의 경우, 일반 전화보다 통화 품질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이용자 후기가 많은 편이다. 이는 스위치 개발사가 기간통신사업자(통시3사 등)의 회선 설비를 임차해 ‘070’ 번호로 시작하는 인터넷전화(VoIP)로 전화 기능을 서비스하기 때문.    에이닷의 전화 서비스는 별도의 착신 전환 조치 없이 바로 쓸 수 있다. 스위치는 걸려온 전화 내용을 녹음하려면 인터넷 전화와 사용자의 휴대전화를 연동하는 부가서비스(약 1000원)에 가입해야 한다. SKT 관계자는 “에이닷 전화는 SKT의 HD보이스(LTE 기반 음성 인식 서비스)에 연동해 별도의 설정 없이도 안정적인 품질의 통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에이닷 앱으로 통화를 하다가, 대화 내용에 전화번호나 날짜가 포함돼 있다면 스마트폰의 연락처 앱이나 캘린더에 바로 추가할 수 있는 것도 유용하다. 상대방이 통화 중 특정 휴대전화 번호를 불러주니 AI가 숫자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연락처 추가’ 기능을 제안했다. 다만 영어 인식률은 아직 떨어졌다. 알파벳을 하나씩 얘기했는데, 이를 알파벳으로 인식하지는 못했다.   통화 중 일정이나 전화번호를 얘기하면 에이닷이 캘린더나 연락처에 추가할 지 물어본다. 사진 에이닷 캡처  ━  개인정보 문제는   녹음 기능이 편하긴 한데, 마음까지 마냥 편하진 않았다. 개인 통화 내용이 문자로 변환돼 저장된다는 점 때문. 이에 대해 SKT는 통화 내용을 서버에 보관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SKT 관계자는 “통화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고, 요약본을 제공하기 위해 텍스트 파일이 서버에 잠시 업로드되지만, 고객에게 제공한 뒤 즉시 삭제한다”고 말했다.    대신 음성이 담긴 녹음 파일은 개인 기기에 앱 데이터 형태로 저장된다. 이 때문에 앱에서 로그아웃을 하거나 앱을 삭제했다면 텍스트로 변환된 과거 통화 내용은 복구할 수 없다. 기기에 저장된 음성 파일 앱 데이터도 자동 삭제된다. 따로 삭제하지 않으면 앱 데이터는 1년이 지난 후 자동 폐기된다. 만약 음성 파일을 활용하고 싶으면 그 전에 따로 파일을 백업해 놔야 한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2023.10.25 06:00

  • "AI 기후테크, 수출로 먹고 살았던 한국에 새로운 기회" [팩플]

    "AI 기후테크, 수출로 먹고 살았던 한국에 새로운 기회" [팩플]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가 주최·주관하고 카카오임팩트가 후원한 ‘2023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이 지난 19~21일 제주에서 열렸다. 사진 소풍벤처스 “수출로 먹고 살았던 한국, 과연 지금의 산업 구조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산업 정책 세미나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과 이를 해결할 기후기술을 고민하는 이들 사이에서 등장한 화두다.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가 주최·주관하고 카카오임팩트가 후원한 ‘2023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이 지난 19~21일 제주에서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이번 서밋의 주제는 ‘기후기술과 인공지능(AI)’.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도 협력기관으로 참여해 정책 논의와 기술 지원에 힘을 보탰다. 기후기술이란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데 쓰이는 기술과 기후 변화로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을 아우르는 말이다.   올해 행사에는 카카오, SK텔레콤, 네이버랩스, 아마존웹서비스(AWS), IBM, GS홀딩스 등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해 스타트업, 투자자, 정책 전문가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사흘간 진행된 서밋에서는 최근 기후기술 생태계 현황과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AI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산업 정책을 점검하고, 기후테크 산업에 대한 벤처투자자들의 전망도 이어졌다.    ━  수출로 버틴 한국, 체질 개선해야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가 주최·주관하고 카카오임팩트가 후원한 ‘2023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이 지난 19~21일 제주에서 열렸다.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소풍벤처스 참석자들은 국가 차원에서 대의가 아닌 생존을 위해 기후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탄소중립을 새로운 경제 성장의 기회로 보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전 세계 151개국은 지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계기로 탄소 실질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EU, 중국, 일본 등이 2030~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신설된 각국의 산업 정책은 국가 간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프랑스 녹색산업법 등이 대표적. 제품 생산·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추정치를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각국은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산업정책을 새로 짜고 보호무역을 통해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며 “다자주의 자유무역 시대가 끝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는 “한국은 화석연료 기반 제조업을 통해 수출로 경제 성장을 했지만, 이제는 성장을 꾀할 수록 탄소배출량이 늘어나는 산업 구조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기술 혁신을 통해 경제 성장과 저탄소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에 기반해 저탄소 서비스·인프라 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후테크를 통한 거시경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탄소 뿜는 AI의 모순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가 주최·주관하고 카카오임팩트가 후원한 ‘2023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이 지난 19~21일 제주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원재 시민참여인공지능포럼(AICE) 운영위원장,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음병찬 아르밀라 어슈어런스 CSO. 사진 소풍벤처스 기후테크는 이미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이 뛰어든 시장이다.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에 대해 기후테크 산업계의 기대감도 크다. 다양한 데이터를 대거 수집·처리하고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잘 적응하는 AI 고유의 특징이 기후테크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카카오, 네이버랩스는 데이터센터 등 전력 소모량이 많은 건물에 AI 온도 제어 시스템을 도입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디지털 트윈·자율주행차·모빌리티 플랫폼 등 기술 개발을 통해 탄소 배출량 감축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중국, 이스라엘과 더불어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을 보유한 AI 강국인 만큼 AI를 활용한 기후테크 산업이 한국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AI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다량의 탄소를 배출한다. 특히 챗GPT를 비롯한 생성AI 서비스는 기존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기후테크의 해결사로 주목받는 AI가 탄소배출 악당으로 지목받는 모순적 상황이다.    이에 대해 차재원 네이버랩스 리더는 “생성 AI는 피할 수 없는 기술적 트렌드이고 한국이 자체 모델을 확보해야 기술 종속을 피할 수 있다”라며 “(LLM을) 꾸준히 경량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게 한국 기업들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AI 기업인 아르밀라의 음병찬 최고전략책임자(CSO)도 “AI가 소모하는 에너지와 물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가 병행되고 있다”며 “기술을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AI와 만난 기후테크   실제로 AI는 기후테크 분야에서 요소 기술로 맹활약 중이다. 탄소회계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엔츠는 AI를 활용해 기업의 탄소 배출량 측정을 위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탄소배출량 현황 데이터를 생성한다.    폐기물 수거·재생 스타트업인 수퍼빈은 AI를 비롯해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각종 IT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AI 선별 시스템을 통해 페트병, 알루미늄 캔 등의 소재를 인식하고 이물질을 거르는 작업을 한다”며 “수작업을 AI 기술이 대체하며 처리 속도와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태양광·풍력 발전량을 예측해 지도 형태로 제공하는 식스티헤르츠 김종규 대표는 “전력망(그리드)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부분인데 AI를 통해 이를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더 커질 시장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가 주최·주관하고 카카오임팩트가 후원한 ‘2023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이 지난 19~21일 제주에서 열렸다. 음병찬 아르밀라 CSO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소풍벤처스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에 힘 입어 기후테크는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50년까지 글로벌 기후테크 누적 시장 규모가 최대 60조 달러(8경 7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컨설팅 업체 PwC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글로벌 벤처 투자 규모(6380억 달러)가 전년 대비 50.2% 감소하는 동안에도 기후테크 투자 규모는 40% 줄어드는데 그쳤다.    국내 기후테크 투자사들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기후테크 산업에 투자 가능자금(드라이파우더)이 계속 늘고 있다”며 “후기 투자는 경색된 면이 있지만 초기 기후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활발한 만큼 투자 여건은 긍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대표는 “기후테크는 국내 시장이 아직은 작고, 기술의 모방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업이어야 지속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는 “2005년부터 약 10년 간 불었던 ‘클린테크’ 붐 속에서 창업해 살아남은 곳이 지금의 테슬라”라며 “이젠 기후문제가 더욱 중요해진 만큼 더 큰 기업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19일 제주에서 열린 ‘2023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에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소풍벤처스   ■ 기후 위기서 인류 구할 AI…‘더러운 비밀’ 숨어 있었다 「 더 자세한 기사는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인 The JoongAng Plus ‘팩플 오리지널’(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1573)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외 기후테크 현황과 각국의 정책, 인공지능이 야기한 기후문제와 AI로 인한 기후 기술의 발전 등 기후테크와 AI에 대한 더 깊이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한호정 디자이너 」 제주=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2023.10.25 05:00

  • [팩플] 중동 모래바람도 ‘복붙’…네이버, 사우디 디지털 트윈 만든다

    [팩플] 중동 모래바람도 ‘복붙’…네이버, 사우디 디지털 트윈 만든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리야드 네옴 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네이버 채선주 대표(앞줄 왼쪽)와 사우디 도시농촌주택부가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운영 사업 계약 체결을 진행했다. 뉴스1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수도 리야드 등 5개 도시를 3차원 가상공간으로 ‘복붙’(복사하고 붙여넣기)한다. 콘텐트가 아닌 IT 플랫폼을 네이버가 중동에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무슨 일이야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MOMRAH)로부터 국가 차원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고 24일 밝혔다. 향후 5년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등 5개 도시를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트윈으로 제작하는 사업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관하는 ‘원팀코리아’(제2 중동 붐 조성을 위한 수주지원단) 일원으로 참여하며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사우디에 수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아홉 차례 이상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을 네이버 본사인 1784에 초청해 설득한 끝에 이번 수주를 이끌어 냈다. 네이버가 2022년 입주한 신사옥 1784은 디지털 트윈 관련 기술을 적용하고 고도화하는 테스트 베드이자 기술 쇼룸 역할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네이버가 수주한 계약 규모는 1억 달러(약 1350억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탄탄한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2의 중동 수출 붐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  디지털 트윈은 무엇   네이버가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한 서울시 모습. 사진 네이버랩스 디지털 트윈은 현실과 쌍둥이 격인 가상공간이다. 현실 세계의 물리적 요소를 완벽하게 복제해 만든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최신 정보도 바로 업데이트한다. 이 안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시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로봇·자율주행차의 움직임을 통제한다.   네이버는 2016년 3차원 지도를 제작하는 매핑(mapping) 로봇 M1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디지털 트윈 분야 기술을 축적해왔다. 현재는 항공사진과 모바일 매핑 시스템을 이용해 도시 단위로 디지털 트윈을 제작하는 통합 솔루션 어라이크(ALIKE), 제작에 필요한 로봇(M시리즈 등), GPS가 닿지 않는 실내에서 이미지 분석으로 위치를 판단하는 AI까지 필요한 기술을 전 분야에서 축적했다. 1784에서 돌아 다니는 100여대의 자율주행 로봇도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했다. 네이버랩스 관계자는 “제조업에서 주로 쓰는 사물 디지털 트윈과 달리 우리는 도시 단위 디지털 트윈 제작 기술에 집중해 왔다”며 “10㎝ 내외 오차 범위로 도시 전체를 정밀하게 구현·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게 왜 중요해   국내 시장에서 검색 포털로 성장한 네이버는 지난해 최수연 대표 체제 출범과 함께 ‘팀네이버’를 강조했다. 콘텐트·커머스·기업간거래(B2B)·로보틱스·클라우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장한 자회사들이 한 팀으로 뭉쳐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것. 이를 바탕으로 5년 내 글로벌 10억 명 이용자를 확보해 장차 아마존, 바이두, 알파벳, MS, 텐센트 같은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콘텐트 외 주목할만한 성과가 없었던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에 중동이라는 새로운 교두보가 마련되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메신저·커머스·콘텐트로 아시아·북미·유럽에 진출했고, 이번 중동 지역 IT기술 플랫폼 수출까지 더해 글로벌에 전방위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  디지털 트윈, IT중동붐 이끌 플랫폼 될까     네이버가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데 사용하는 로봇. 왼쪽부터 M시리즈, T시리즈, R시리즈. 사진 네이버랩스 IT업계에선 디지털 트윈이 인프라(사회기반시설)이자 플랫폼 성격을 지닌 점에 주목한다. ‘한 번 구축하면 끝’이 아닌, 구축 후 파생 서비스가 계속 이어진다는 의미다. 특히 네이버는 이번 사우디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를 오픈 플랫폼 방식으로 진행한다. 도시 물 관리, 서비스 로봇, 자율주행차, AI 지도 등 디지털 트윈에서 가능한 여러 서비스가 네이버 외부 IT 스타트업의 참여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채선주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네이버가 IT 스타트업의 중동 수출을 위한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  사우디 디지털 트윈, 어디에 쓰나   네이버는 앞으로 5년 간 리야드 등 5개 도시의 디지털 트윈을 제작한다. 사우디는 이를 도시계획, 모니터링,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향후 세울 건축물을 디지털 트윈 내에 세우면 일조량 및 바람길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 또 집중 호우 시 침수 지역을 예측해 상하수도를 배치하는 등의 작업도 가능하다.   관련기사 [팩플] N개의 엔진 ‘팀 네이버’ 이끄는 최수연 “목표는 10억명, 15조원” [팩플] 네이버, 중동에 IT 기술수출 길…사우디 정부와 디지털 전환 협약 [팩플] 네옴시티 짓는 사우디 장관, 네이버 첨단사옥에 왜 왔나 보니

    2023.10.24 14:57

  • "카카오는 매일이 어린이날"…재밌는 일만 하고, 숙제 무시했다 [팩플]

    "카카오는 매일이 어린이날"…재밌는 일만 하고, 숙제 무시했다 [팩플]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3일 오전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 뉴스1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3일 금융감독원에 소환됐다. 카카오의 정체성 또한, 이날 공개 소환됐다. 견제·헌신·기술의 리더십이 안 보이는 상태로 포토라인 앞에 섰다.   금감원 조사의 초점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를 인수하며 시세 조종 등 위법 행위를 했느냐는 것. 지난 19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이 혐의로 구속됐고 김 창업자 소환도 그 연장선이다. 그러나 카카오 안팎에서는 “조사 결과를 떠나, 카카오에 근본적 쇄신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한다.    ━  견제가 없다…권한만 준 ‘100인의 CEO’   SM엔터 인수전 후폭풍에 대해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법무 리스크를 안일하게 여긴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그 배경에는 인수를 주도한 배재현 총괄에 대한 김 창업자의 무한 신뢰, 그리고 견제 시스템의 부재가 있다는 것.   김 창업자는 “성공한 선배 기업가의 최고 선행은 후배 기업가 양성이며, CEO 100인을 키운다면 성공”(2008년 당시 NHN을 떠나며 한 말)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카카오 경영에서 실행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이어가며, 성장성 높은 사업부문은 분사해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상장시켰다. 이는 계열사 CEO들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됐고, 급성장의 동력이 됐다.    그러나 김 창업자가 후배 기업가들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준 동시에 견제·감시 시스템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35세 나이로 카카오 대표에 발탁됐던 임지훈 전 대표는 카카오벤처스와 800억원대 성과급 지급 여부를 두고 소송 중인데, 소송의 핵심은 본인의 성과급 지급을 ‘셀프 승인’ 했느냐다. 2021년 카카오 새 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스톡옵션 먹튀’ 논란 등으로 불명예 사퇴했다. 지난 9월에는 김기홍 카카오 재무그룹장이 법인카드로 1억원 어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카카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자율을 넘어 결재·보고·정보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대형 IT업체 임원은 “인맥에 의한 경영진 선임이 계속 이뤄지다 보니 문제 삼아 바로 잡아야할 일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반복됐다”라고 말했다. 신임만 있고 견제와 긴장이 없으니, 내부 모럴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가 반복됐다는 것.     ━  헌신이 없다…‘문제 해결은 누가?’    카카오 내부 사정을 아는 IT업계 한 경영자는 “카카오는 매일이 어린이날 같았다”라고 평가했다. 주어진 권리 속에 흥미로운 업무엔 너도나도 손을 대지만, 회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를 챙기는 이가 드물었다는 것. 그 결과 카카오엔 ‘묵은 난제들’이 쌓였다. 대표적인 게 ‘지네발 계열사’와 지배구조 논란이다.    김범수 창업자는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골목상권 침해 사업에 절대로 진출하지 않겠다”, “안 해야 할 사업을 신속히 정비해 나가겠다”라고 공언했다. 카카오는 지난 8월 카카오헤어샵 철수를 위해 526억원을 투입해 투자자 지분을 되사는 등 노력했다. 그러나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는 현재 144개로, 2년 전(105개)보다 도리어 37% 늘었다.   김 창업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KCH)의 ‘편법 지주사’ 논란도 16년 묵은 숙제다. 2007년 설립된 KCH는 김 창업자(13.29%)에 이은 카카오 2대 주주(10.41%)다. 문제는 KCH의 정관상 사업 목적에 ‘금융업’이 있으며, 주 수입원도 금융(투자) 수익이라는 것.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융사인 KCH가 비금융계열사(카카오,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해 공정거래법(금산분리 규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부과와 고발 조치를 했고, 검찰 수사와 행정재판이 각각 진행 중이다. 지주회사는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지만, KCH는 카카오의 최다출자자가 아니므로 법령상 지주회사가 될 수 없다.    이렇게 그룹의 지배구조를 흔들 난제가 있는데도, 계열사를 한데 모을 구심점은 부족했다.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IT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계열사 CEO들이 김 창업자와 개별적 인연은 있지만 한자리에 모여 회사의 중대 과제를 논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공통의 목적 없이 계열사의 수많은 가지가 각자 뻗어나가기만 했다는 것. 다수의 계열사와 지배구조 문제는 결국 카카오의 아킬레스 건이 됐다.     ━  기술 리더가 없다…AI 지휘관은 어디에?   ‘투자 키맨(key man·핵심인물)’인 배재현 총괄대표의 구속보다 더 큰 위기는 ‘테크 키맨’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2022년부터 CXO 체제를 없애고 기술·디자인·광고사업·재무·경영지원·전략기획 그룹장 혹은 부문장이 C레벨 역할을 해오고 있다. 기술은 이채영 카카오 기술부문장과 고우찬 인프라부문장이 맡고 있으나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책은 따로 없다. 남궁훈 전 카카오 공동대표가 사내에서 ‘기술도 알고 창업자와 직통 소통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인물로 신망을 받았으나, 지난해 데이터센터 화재 여파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말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은 후 전 세계 테크 업계는 AI 전쟁에 돌입했지만, 카카오가 하반기 내놓겠다던 초거대 언어모델 ‘코(Ko)-GPT’는 소식이 없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은 자사 클라우드 사업에 AI를 결합한 각종 기업용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카카카오의 클라우드 사업을 맡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2019년 분사)는 올해 조직개편으로 200명 이상 감원했고, 이달부터 희망퇴직을 추가로 받고 있다. 그간 사업 실패로 적자가 누적된 탓이다. 노조는 “경영진이 무리하게 분사를 결정한 탓”이라고 비판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CA 협의체, 카카오 해결사 될까   카카오 안팎에선 계열사 조율기구인 CA협의체(옛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를 중심으로 비상 경영 체제로 돌입할 가능성을 점친다. 다만 금감원 조사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내부에서도 혼란을 겪는 모양새다. 우선 CA협의체 구성원인 ‘4명의 총괄(김정호 베어베터 대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가운데 배 총괄대표 외 나머지 3인이 CA협의체 역할을 정리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벤처 1세대’ 주역이자 김범수 창업가와 인연이 깊은 김정호 대표가 조직 개편의 조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내부 관계자는 “아직 비상경영이나 조직 개편 등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라며 “컨트롤타워가 계열사를 지나치게 관리하는 것에 대한 내부의 비판적인 시선도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서현·김인경 기자 shshim@joongang.co.kr

    2023.10.24 05:00

  • 기후 위기서 인류 구할 AI…‘더러운 비밀’ 숨어 있었다

    기후 위기서 인류 구할 AI…‘더러운 비밀’ 숨어 있었다 유료 전용

    Today’s Topic,AI 임팩트 on 기후테크‘병주고 약주는 AI, 기후 문제 해결사 될까’   가을철 대표 과일 단감이 이상기후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 여름 갑작스런 폭우에 과실이 상당수 떨어진데다 곧바로 이어진 폭염 탓에 주요 산지에서 생산량이 급감한 것. 작황이 좋지 않았던 건 사과도 마찬가지다. 맛이 예년보다 덜한데도 가격은 더 비싸다.   즐겨 먹던 과일 맛이 예년 같지 않다면, 커피숍에서 종이맛 나는 빨대에 불만을 가진 적이 있다면 당신도 기후 문제를 이미 체감하고 있는 셈. 이상 기후는 먹고 마시고 입으며 사는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기후테크’(Climate Tech)가 점점 더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을 만난 기후테크는 어떨까. AI는 이미 여기저기서 문제 해법을 찾는 기반 기술이 되어가고 있는데, 챗GPT류의 생성 AI도 기후 문제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장밋빛 기대와는 달리 AI는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더러운 비밀(Dirty Secret)’을 숨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MIT 테크놀러지 리뷰). 밀고 당기고, 병주고 약주는 AI와 기후테크의 묘한 관계를 알아보자.   ■ 💬목차 「 1. 기후테크, 요즘 어때? 2. AI의 더러운 비밀 3. 그럼에도 AI 4. AI 부스터 맞은 기후테크 5. 대격변의 시대, 필요한 정책은 」  한호정 디자이너  ━  1. 기후테크, 요즘 어때?   지난해 글로벌 벤처업계 돈줄이 마르는 동안에도 투자금을 끊임 없이 빨아들였던 기후테크. 기후테크는 탄소 배출 감축 기술과 기후 변화로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을 아우르는 말이다. 그런데 한창 달아오르던 기후테크 투자 열기가 최근 1년 새 사그라들었다. 글로벌 벤처투자 자금 자체가 줄어든 탓. 시장에서는 ‘그래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혹한기에도 선방: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글로벌 벤처 투자 규모(6380억 달러)가 전년 대비 50.2% 감소하는 사이, 기후테크 투자 규모는 40% 줄어드는데 그쳤다(PwC). 전체 벤처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에서 올해 10%로 되려 늘었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은 전 세계에 83곳(홀론IQ).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50년까지 글로벌 기후테크 누적 시장 규모가 최대 6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기후테크 수요자는 누구: 기후테크 기업은 대부분 B2B(기업 간 거래), B2G(기업·정부 간 거래) 시장을 노린다. 이들 기업이 ‘투자업계의 떠오르는 별’이라 해도 일반 대중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나 기업으로선 넷제로(탄소중립) 목표 시한이 정해진 데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피해와 복구 관련 비용이 나날이 커지고 있어 기후 리스크 해결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국가별 넷제로 목표와 세금 장벽(탄소세)을 감안하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도 크다. 각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들이 기후테크 산업을 키우려는 배경이다.   차준홍 기자  ━  2. AI의 더러운 비밀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에 대해 기후테크 산업계의 기대감도 크다. 다양한 데이터를 대거 수집·처리하고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잘 적응하는 AI 고유의 특징이 기후테크 업계가 직면한 퍼즐 속 빈 칸을 채울 수 있을 거라 보는 것.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AI에도 양면이 있다.    우선, AI를 훈련시키고 이를 이용하는 과정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고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하다. AI가 기후문제 해결에 기술적 도움을 준다지만 그 자체가 엄청난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모순적 상황. 이른바 ‘AI의 더러운 비밀’이다.   ① 탄소 뿜는 데이터센터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 전체의 1%를 차지한다. 한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전 세계 2%)의 절반 가량을 데이터센터들이 뿜어내고 있다는 것. 보통 데이터센터 소비 전력의 절반은 장비 운영에, 나머지 25~40%는 온도 유지를 위한 공조 시스템 운영에 쓰인다. 기업과 공공기관 등의 디지털 전환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며 데이터센터발 온실가스는 계속 늘어나는 중. ② 전기 먹는 하마 LLM 기업들이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전기를 쓰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가 LLM GPT-3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사용한 전기는 미국 120개 가구가 1년간 쓸 전력량(1287MWh)과 같다. 이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은 502t으로 추산되는데, 미국 110개 가구의 1년 탄소 배출량에 맞먹는다. 로이 슈워츠 이스라엘 히브루대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빅테크가 AI 모델의 탄소배출량 공개를 꺼리는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AI 모델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고 재훈련도 필수적이라 AI 모델의 전력 사용량은 갈 수록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이유를 든 것. 실제로 GPT-2에 쓰인 매개변수는 약 15억개였으나 GPT-3에는 1750억개로 116배가량 늘었다. 구글의 자체 조사에서도 2021년 기준 AI가 이 회사 전체 전력 사용량(18.3TWh)의 약 15%(2.3TWh)를 쓴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인구 50만명인 조지아주 애틀란타시의 전체 가구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   ③ 챗봇AI의 탄소발자국 구글에 따르면 이용자가 검색을 한 번 할 때마다 0.0003kWh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이 과정에서 300mg의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한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초당 4만 회, 연간 1조3000억 회의 구글 검색이 발생한다고 본다. 구글 검색 엔진을 통해 연간 약 40만t의 CO2가 배출되는 것. 단순 검색 외에 챗GPT 등 생성 AI 서비스를 이용하면 검색 1회마다 4~5배의 작업이 더 필요하다.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기업은 데이터 저장 공간도 늘리고, 성능이 더 뛰어난 슈퍼컴퓨터도 도입해야 한다. 생성 AI 서비스가 대중화될 수록 에너지 소비도, 온실가스 배출도 늘어나게 되는 셈.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 춘천’의 내부 서버실. 사진 네이버  ━  3. 그럼에도 AI    AI가 뿜어댄 탄소는 결국 AI가 스스로 상쇄해야 하며, AI가 이 문제도 인간보다 더 잘 풀어낼 것이라는 게 빅테크 기업들과 기술 낙관론자들의 시각이다. 데이터센터의 입지를 적절히 선정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최대로 늘리고, AI 모델과 데이터센터 규모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지난 19일 임팩트 투자 전문 업체 소풍벤처스가 주최한 ‘2023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에서 음병찬 아르밀라 어슈어런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AI가 소모하는 에너지와 물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며 “새로운 발명이나 기술을 위해서는 일정 부분 지출해야 할 비용이 있기 때문에 기술을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빅테크 나름의 노력: 대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을 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은 탄소중립을 선언하거나 아예 탄소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탄소 네거티브’ 계획을 발표했다. MS는 205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올해 탄소배출권 150만t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이미 2020년 탄소 포집 기술을 활용해 탄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30년엔 모든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을 친환경 에너지로만 운영하는 것이 목표.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현재 사용 전력의 9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충당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이 비율을 100%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통해 AWS 클라우드를 쓰는 고객사의 탄소 감축에도 기여하겠다는 것. 네이버(2040년), 카카오(2040년) 등 국내 주요 IT 기업도 넷제로 달성 목표를 공개하고, 탄소 감축 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 기후테크에 물 주는 자본: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기후테크 기업들에 투자하는 전용 벤처캐피털(VC) 펀드도 운용 중이다. MS는 2020년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기후혁신기금을 설립해 다양한 기후테크 기업에 투자 중이다. 같은 해 아마존도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의 기후서약기금을 조성했으며, AWS는 별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탄소감축 숙제를 받은 국내 대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지난해 3월 공동으로 400억원 규모의 ESG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했다. 탄소 저감 등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한 것. 카카오임팩트는 소풍벤처스와 함께 ‘카카오 임팩트 클라이밋 네트워크’를 추진하며 기후테크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고, 기후테크 전문 투자사인 인비저닝파트너스의 관련 펀드에도 출자했다.   ■ 탄소 뿜는 챗GPT에 ‘온실가스 줄일 방법’ 물었더니 「 엄청난 전기를 쓰고, 탄소를 배출하며 세상에 나온 생성 AI에게 온실가스 효과를 줄일 방법을 물어봤다. 생성 AI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생성 AI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① 녹색 에너지 이용: AI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사용되는 전력을 가능한한 녹색 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생 에너지 소스인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을 활용하여 친환경적인 전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② 하드웨어 효율성 개선: AI 시스템은 대량의 컴퓨팅 리소스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효율적인 하드웨어 구성과 전력 관리 방식을 도입하여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③ 데이터 센터 관리: AI 모델 훈련에 사용되는 데이터 센터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냉각 시스템의 효율성 향상, 에너지 관리 기술의 도입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④ 알고리즘 최적화: AI 알고리즘을 최적화하여 더 적은 리소스를 사용하도록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효율적인 알고리즘은 작업에 필요한 컴퓨팅 리소스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⑤ 재활용과 재사용: AI 모델의 재사용과 파이프라인의 최적화를 통해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AI 산업에 참여하는 기업과 개발자들은 환경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와 개선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   ━  4. AI 부스터 맞은 기후테크    AI는 기후문제 해결에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을까.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 AI 기술을 활용한 기후테크 사업들은 상당히 다양하다.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과정이나, 페트병·의류 등 폐기물을 인식해 재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처리하는 과정에는 비전 AI 기술이 쓰이고 있다. 또 위성사진을 판독하고 이상기후나 재난을 예측하는 과정에도 AI 기술이 데이터 분석의 효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AI와 결합한 기후테크 사례들을 자세히 살펴보자. 식스티헤르츠의 햇빛바람지도 중 바람 코너(풍력 발전량 예보). 사진 식스티헤르츠 ① 재생에너지 시장 효율 높이는 AI 한국전력은 자체 개발한 AI 시스템을 통해 태양광, 해상풍력 등의 발전량을 예측한다. AI가 각 발전소의 전력 생산량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상예보 데이터와 결합해 발전량을 추산하는 기술을 활용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정확도는 95% 이상으로 높아졌다. 분산 전력을 관리하는 작업도 AI를 통해 개선되고 있다. 정부 집계에서 누락된 미계량 태양광 발전기를 AI가 항공사진·인공위성 영상을 분석해 찾아내는 식이다. 태양광·풍력 발전량을 예측해 지도 형태로 제공하는 식스티헤르츠 김종규 대표는 “전력망(그리드)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는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부분인데 AI를 통해 이를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며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도 AI를 통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국가 전체적인 편익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② 나에게 맞춘 냉난방 건물 내 에너지가 새는 곳은 없는지 냉난방 관리를 효율적으로 챙기는 것도 AI가 잘하는 일이다. 덴마크 댄포스와 핀란드 린히트가 함께 만든 AI 기반 냉난방 최적화 솔루션은 건물 내 온습도, 개개인의 선호하는 온도를 분석해 공간별로 냉난방을 제어한다. 네이버, SK텔레콤 등은 데이터센터 냉방 시스템을 AI로 제어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KT도 AI 기반 냉난방 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 냉방을 할 때 흡수한 열을 보관했다가 난방을 하는 원리로, 전기·가스 소비량을 10% 이상 감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③ 물류·이동 경로 똑똑할수록 탄소배출↓ 물류 배송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어디까지는 배로, 어디까지는 기차로 운반하는게 나을지(교통 수단 전환, Modal Shift) 설계하는 것도 AI의 몫.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는 길찾기 앱도, 택시가 손님을 찾아 배회하는 운전을 하지 않도록 돕는 택시호출앱도 AI 기후테크에 속한다. 카카오 ESG경영팀의 박훈영 박사는 “이용자에게 편리함을 주기 위해 개발한 서비스가 결과적으로 탄소감축에 도움이 된 사례”라며 “이용자와 사회가 원하는 방향을 따라가며 기후 문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④ 기후 예측하고, 작물 생산성 향상 지난 2016년 미국 최대 기상정보업체 웨더컴퍼니를 인수한 IBM은 2018년 AI 기반 고해상도 기상예측모델 ‘그래프’를 선보였다. 세계 전 지역에서 수집한 기상정보를 분석해 최대 12시간 뒤 예상 날씨를 기존보다 3배 높은 해상도로 제공하는 것. 구글의 AI 강수 예측모델 ‘나우캐스트’는 레이더 영상에 찍힌 구름의 양과 특성을 분석해 최대 6시간 강수량을 5~10분 만에 예측한다. MS는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팜비츠 프로젝트’로 농민들을 지원한다. 농작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활용하며 기후에 따른 작황을 예상하고 당해의 예측 온·습도에 따라 적절한 작물을 재배하도록 안내한다.   ⑤ 탄소세 고민 덜어줄 AI 소프트웨어 EU가 일부 수입품목에 대해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고 한국거래소(KRX)도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포함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제도를 예고하면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탄소량을 직접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된 탄소회계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는 스타트업 엔츠가 만든 ‘엔스코프’다. AI를 활용해 기업의 탄소 배출량 측정을 위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탄소배출량 현황 데이터를 생성한다.   김경진 기자  ━  5. 대격변의 시대, 필요한 정책은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유례없이 급격한 금리 인상 등 거시 경제 흐름이 바뀌면서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050년까지 넷제로를 실현하기로 한 정부의 탄소중립정책이 2021~2050년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0.6%포인트(P)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탄소 배출량을 통제하면서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상승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란 의미다. 한국은 금속·화학 등 고탄소 제조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7.6%를 차지해 탄소 중립 비용도 그만큼 많이 든다. 미국(10%), 독일(12%), 일본(15%) 등은 고탄소 산업 비중이 한국보다 낮은 편.   ◦ 수출 장벽 넘으려면 필수: 하지만 한국으로선 주요국의 ‘탄소 무역 장벽’을 넘기 위해서라도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과 정책 개발이 필수다. EU는 이달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범 도입하고 2026년부터 전면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제품 생산시 나오는 탄소배출량 추정치를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해 과세하는 제도. 국내 철강업계로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청정경제법안(CCA)도 기후 변화 대응을 명분으로 한다. IRA는 미국 내 일자리 확대와 함께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으로 온실가스 저감을 추진하는데, 한국 완성차 업계는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CCA는 석유화학제품 등 12개 수입품에 탄소 1t당 55달러씩 일괄 관세를 부과한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의 수출 제품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   ◦ 기후 정책, 비용 절감으로: 적절한 기후 정책과 기후테크 활용은 기후위기 피해 비용을 줄이는 것을 넘어, 거대한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대한상의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이 탄소 중립 등 저탄소 정책을 꾸준히 펼친다면 2045년엔 투자 비용보다 편익이 높아지는 ‘골든 크로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100년까지 기후 변화 피해를 줄여서 얻게 될 이익만 약 3090조원 규모다. 기후 변화로 인한 농식품 생산량·품질 하락 등 시장적 요소, 그리고 건강 위협·생물 다양성 훼손 등 비시장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결과다. 이와 별개로 신산업 선점과 생산성 향상 등 경제적 외부효과(투자 편익)는 약 2347조원에 이를 전망. 연구를 진행한 연정인 대한상의 SGI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도 산업 구조를 저탄소 위주로 전환해 지속 성장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발전소, 탄소저감 생산설비, 친환경 사회간접자본(SOC) 등 저탄소 인프라를 확대해 이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 정부의 대책은: 정부는 민간의 저탄소 경제활동을 촉진할 제도 설계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6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2030년까지 145조원 규모의 기후테크 민관 투자를 결의했다. 유망한 기후테크 기술이 산업현장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후문제 해결형 연구개발(R&D) 계획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 이와 더불어 함께 거론되는 굵직한 대책을 살펴보니.   ① 기후 택소노미 활성화: 지난해 최종 확정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일명 ‘K-택소노미’(K-Taxonomy)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등 6가지 친환경 경제 활동을 분류하는 환경부의 기준이다. 녹색정책금융 활성화 사업에 따라 은행들은 이를 기준으로 친환경 경영 활동을 위한 자금을 낮은 금리로 빌려준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를 적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했고, 국민·신한·농협은행도 관련 대출을 개시했다. 추후엔 K-택소노미를 세제에 연계할 가능성도 있다. 친환경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을 추진할 경우 일종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② 적절한 규제도 필요: 통상 산업계는 정치권에 ‘규제 완화’를 강하게 요청하지만 기후테크 산업은 오히려 적절한 규제를 발판으로 꽃을 피우는 면이 있다. 미국과 EU가 새로운 기후 대응 정책과 규제 체계를 도입하면서 기후테크 기업들이 성장할 발판이 마련됐다. 수처리 기술 기업 부강테크의 최문진 대표는 “환경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고도 이를 전담할 부처가 없거나 적절한 법 제도가 없어 사업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며 “정부가 기후테크의 발전 속도에 따라 적절하게 규제를 풀거나 만들어 친환경 사업이 존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팩플팀이 추천하는 자료 「 1. 제2의 테슬라는 누구? 넷제로의 프런티어들 👉사이트 보기 지난해 11월 발행된 팩플의 오리지널 리포트. 국내외 기후테크 현황과 유망 기업, 필요 조건 등을 정리했다.   2. PwC 기후기술 보고서 👉사이트 보기 PwC가 매년 발간하고 있는 기후테크 현황 보고서. 글로벌 기후테크 동향과 투자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3. BCG ‘AI와 지속가능성’👉사이트 보기 기후 문제를 막기 위해 AI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다양한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   

    2023.10.23 17:29

  • SKT는 유럽, KT는 동남아…통신사들의 '제3 시장' AI 경쟁 [팩플]

    SKT는 유럽, KT는 동남아…통신사들의 '제3 시장' AI 경쟁 [팩플]

    사진 셔터스톡   인공지능(AI)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통신사들이 유럽·동남아 등 AI 기술 개발이 늦은 ‘제3의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국가 간, 기업 간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들의 전략이 성공할지 관심이 모인다.      ━  무슨일이야   SK텔레콤은 독일 기반의 글로벌 통신사 도이치텔레콤과 통신에 특화된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7월 도이치텔레콤을 비롯해 이앤(e&), 싱텔 등 글로벌 최대 통신사들이 모인 연합체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발족한 이후 첫 행보다. SKT와 도이치텔레콤은 내년 1분기 공개를 목표로 미국 메타·엔트로픽 등 글로벌 AI 회사와 협력할 예정이다.   KT도 이날 태국 정보통신(ICT) 회사 자스민 그룹과 함께 태국어 기반의 LLM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달 말 공개 예정인 KT가 개발한 LLM ‘믿:음’과 자스민 그룹의 데이터를 활용해 태국어에 특화된 LLM을 만들 계획.      ━  왜 중요해   자체 LLM을 확보한 SK텔레콤과 KT의 AI 사업이 전략이 드러나고 있다. 오픈AI나 구글·네이버가 범용 LLM으로 일반 소비자 대상 AI 서비스 시장을 두고 경쟁한다면, 통신사들은 전문 분야에 특화(버티컬)된 LLM을 개발하거나, 자체 LLM 개발 기업이 없는 유럽·동남아 지역 기업들 대상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공략한다. 범용 LLM 시장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겨루기보단 실속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각국 정부의 규제를 지키면서 현지 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해달라는 소버린(sovereign, 독립적인) AI 시장을 노린다. 소버린 AI는 이용자의 데이터를 국외로 이전하지 않고, 해당 국가의 언어와 문화적 맥락을 LLM에 반영해 AI 서비스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버티컬 LLM이나 소버린 AI 시장도 경쟁이 만만치 않다. 지난 8월 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네이버도 동남아나 중남미 등 자체 LLM이 없는 국가들을 공략하고 있다. LG그룹 역시 버티컬 AI 전략을 택하고 자체 개발한 LLM ‘엑사원’을 통신·제조 산업에 활용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한국 ICT 기업들은 해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보통 ’미국 빅테크보다 저렴하다’고 강조하는데, 향후 AI 사업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성을 담보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SKT는 왜 통신 특화 LLM을?   SKT는 글로벌 통신사들과 연합해 통신 특화 LLM 확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거대한 데이터를 학습·훈련·실행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범용 LLM 대신, 통신 관련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학습한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것. 이 버티컬 모델을 각국 통신사와 글로벌 기업(오픈AI, 앤트로픽)과 협업해 만들겠다는 게 SKT의 계획이다. 유영상 SKT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SKT 혼자서 오픈AI 등에 협업하자고 했으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글로벌 텔코 얼라이언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SKT 유영상 대표가 발표하는 모습. 사진 SKT   먼저 한국어·영어·독일어 등 각 통신사 데이터로 다국어 LLM을 개발해 얼라이언스에 참가한 통신사들의 고객센터 등에 적용한다. 이후 이 모델을 유럽·아시아·중동 등 전세계 통신사들이 각국 환경에 맞춰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전 세계 통신사들이 많으니 통신 LLM에 대한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SKT는 기대하고 있다. 이 사업 담당자인 에릭 데이비스 SKT 부사장은 지난 12일 SKT 사내 방송에서 “글로벌 LLM이 확장되면 여러 방면으로 쓰일 수 있다”며 “통신 서비스 운영 효율성 개선을 고민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KT는 왜 동남아로?   KT 19 일 태국의 자스민 그룹과 함께 KT 초거대 AI '믿:음'을 활용한 태국어 대형언어모델 구축 및 동남아시아 공동 사업화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사진 KT KT는 LLM 믿:음을 바탕으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최근 자체 LLM이 없는 국가들에서 주목하고 있는 소버린 AI를 기회로 삼겠단 계획. AI 분석 플랫폼 데이터이쿠에 따르면, 동남아의 AI 솔루션 관련 지출이 2022년 1억7400만 달러(2350억원)에서 2026년엔 6억4600만 달러(8740억원)로 약 3.7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KT와 자스민그룹은 태국의 데이터센터에 AI 반도체인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대규모로 연결한 GPU 팜(farm,농장)을 구축해 LLM 개발 기반을 만들고, 라오스와 캄보디아 등 인근 시장으로 AI 기술 협력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2023.10.23 05:00

  • '오른팔' 구속 뒤, 김범수도 소환 통보…위기의 카카오 [팩플]

    '오른팔' 구속 뒤, 김범수도 소환 통보…위기의 카카오 [팩플]

    주가 시세조종 관여 의혹이 제기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1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뉴스1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23일 오전 10시 출석을 통보했다. 앞서 김 창업자의 ‘오른팔’로 알려진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는 시세 조종 혐의로 19일 오전 구속됐다. 금감원은 김 창업자가 배 대표 등 시세조종을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는 실무자들로부터 내용을 보고받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창업자가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카카오 경영 전반이 사법 리스크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  무슨 일이야   구속된 배 대표는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 당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경쟁하던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SM엔터 주가를 띄워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하이브는 SM엔터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보다 너무 비싸져 목표 지분 확보에 실패하자 인수 중단을 선언했고, SM엔터 경영권은 카카오에 돌아갔다.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해온 금감원은 지난 4월 카카오·카카오엔터 사무실을, 8월에는 김 창업자의 사무실을 각각 압수수색했다. 특히, 금감원은 카카오 실무진들의 휴대전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시세 조종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과 문자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자에는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공개 매수하는 것을 막고자 특정 가격 이상으로 매수 주문 논의하는 내용 담겼다고 한다. 금감원은 또 카카오가 SM엔터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아 주식대량보유보고 의무(5%룰)도 지키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김범수의 남자’ 배재현   배 대표는 카카오그룹 전체 투자를 총괄한 ‘키맨(key man·핵심인물)’이다. 카카오 안팎에 김범수 창업자의 복심으로 알려져 있어, 일명 ‘김범수의 남자’로도 불렸다. 2016년 음원 플랫폼 멜론(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부터 올해 1월 카카오엔터의 1조2000억원 해외 투자 유치까지, 카카오그룹의 미래를 좌우하는 빅딜을 이끌었다.   SM 인수전 역시 배 대표가 진두지휘했다. 카카오는 당시 계열사인 카카오엔터와 손잡고 SM엔터 지분 확보에 약 1조4000억원을 투입했다. ‘만년 내수 기업’이란 꼬리표를 떼고, 카카오엔터·SM엔터를 통해 글로벌 콘텐트·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거액을 배팅했던 것. SM엔터 인수가 마무리된 지난 3월 말 배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카카오 사내이사(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올해 초 벌어진 SM엔터 인수전은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모습. 사진 연합뉴스  ━  업계 반응은 “우려하던 대로”    카카오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 논란에 이어 사법 리스크까지 커지자 직원들의 불만이 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카카오 직원은 “경영진의 문제가 반복되면서 회사에 대한 신뢰가 꺾였는데 직원들을 달래려는 노력조차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원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이미 카카오페이 경영진 스톡옵션 ‘먹튀’ 사태로 그룹 전체가 사회적으로 미운털이 박혔는데도 또 다시 이런 의혹에 휘말려 등기이사가 구속까지 된 건 리스크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전에 카카오가 해온 인수·합병(M&A)들도 무리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리스크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  카카오의 앞날은   ◦ ‘카뱅 대주주’ 괜찮나: 수사 결과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지분 27.17%)인 카카오의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대주주(한도초과보유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앞서 법제처가 김범수 창업자 ‘개인’은 카뱅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지만, 시세조종 처분이 카카오 ‘법인’에도 적용된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법정 공방이 길어지면 카카오·SM엔터의 사업보다도 카카오뱅크가 금융위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신사업 추진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해외 시장 공략, 괜찮나: 카카오는 SM엔터 인수를 계기로 북미 등 해외 진출을 예고했다. 그러나 배 대표의 구속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추진할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 그룹의 투자 활동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3.11% 하락한 4만500원에, SM엔터 주가는 4.47% 하락한 11만5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편 배 대표 측 변호인단은 ”영장 혐의사실에 대해 법정에서 충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특사경은 배 대표를 구속 상태에서 수사해, 10일 이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2023.10.20 05:00

  • 3년내 MS·구글이 다 먹는다…AI 스타트업, 여기 투자하라

    3년내 MS·구글이 다 먹는다…AI 스타트업, 여기 투자하라 유료 전용

    Today's topic, 실밸 ‘맑눈광’ VC들의 팁 “AI 스타트업 투자, 이런 곳에”   그야말로 시계 제로(0)다. 오픈AI가 엄청난 적자로 망할지도 모른다 한 게 얼마 전인데, 연 매출이 46배 뛴다는 소식이 곧이어 들려온다. 창업 2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에 오른 텍스트 생성 AI 기업 ‘재스퍼‘는 불과 몇 개월 만에 대량 감원을 발표했다.   혼세(混世)에 필요한 건 혜안이다. 지난 5~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에서 ‘떡잎 감별’ 전문가인 초기 스타트업 전문 벤처캐피털(VC) NFX의 제임스 커리어 제너럴 파트너, ‘기술 감별’ 전문가인 대형 VC 제너럴캐털리스트의 퀜틴 클라크 매니징 디렉터를 각각 만났다.   이들은 스타트업들을 꿰뚫은 안광(眼光)을 뿜으며 답했다. 투자 대비 효율 좋은 AI 분야와 투자해도 필패인 곳은 여기, 그리고 한국 AI 스타트업에 기회는 이것이라고.   ■ 목차 「 🎤Interview 1 : 제임스 커리어 NFX 제너럴 파트너 ▶ 내가 재스퍼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 ▶ 모바일의 우버 같은, 거대한 아이디어가 온다 ▶ LLM 비용, 많이 쓰지 마라 ▶ 한국어, 한국 기업 못 지킨다 ▶ '절대적 개선'과 '상대적 분노'의 시대   🎤Interview 2: 퀜틴 클라크 제너럴 캐털리스트 매니징 디렉터 ▶ AI, 우리는 이런 곳에 투자한다 ▶ 문제는 GPU 부족이 아니라 품질 ▶ 엔비디아 천하, 언제까지? ▶ 한국 스타트업, 글로벌부터 가지 마라 」  한호정 디자이너   Interview 1 : 제임스 커리어 NFX 제너럴 파트너   NFX는 회사명 그대로,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갖춘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다. 제임스 커리어는 4차례 창업해 성공적으로 엑싯한 뒤 NFX 설립 때 파트너로 참여했다. NFX 투자 기업 중 리프트, 도어대시, 맘모스 바이오사이언스, 포시마크 등 유니콘이 된 기업만 23개다. 「 용어사전 > 네트워크 효과 사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제품·서비스의 효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현상. 사용자 이탈을 막는 ‘락인 효과’와 경쟁사에 대한 ‘진입 장벽’으로도 이어진다. 카카오톡은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시장 우위를 지키는 대표 사례. 」    ━  내가 재스퍼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   커리어는 생성 AI 기업들을 5개의 계층으로 구분해, 이중 NFX가 투자할 층을 미리 점찍어 놓았다. 현재 운용 중인 펀드는 4억5000만 달러(약 6100억원) 규모.  김영옥 기자 GPT 같은 초거대언어모델(LLM)이 1층, 좀더 좁은 분야의 데이터로 추가 훈련한 AI 모델이 2층, 특정 분야를 위해 훈련된 소형 AI 모델이 3층, AI를 실제 서비스(애플리케이션)에 활용하기 위한 운영체제와 API 가 4층, 고객용 AI 앱이 5층이다. 그는 이 중 4층에서 주로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며, 5층에서 시작한 AI 앱은 반드시 4층의 요소를 지녀야 한다고 했다. NFX는 이런 곳에 투자한다고.   현재 주목받는 건 1,2층의 LLM 아닌가? 1, 2층에서 규모의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돈이 많이 든다. 40억 달러를 쥔 구글은 거기에 투자하겠지만, NFX는 300만 달러(약 40억원)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곳에 투자한다.   AI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기준은? 기본 기준인 세 가지(훌륭한 창업자, 네트워크 효과, 초기 단계) 외에, 보안과 접근성도 본다. AI 기술은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닌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인터넷 시대에 웹 기술 HTML 이후에 XML과 HTML5가 나왔듯, AI 산업에도 새로운 소통 방식과 수학(알고리즘), 파운데이션 모델이 등장할 거다.   4번째 층의 OS나 API 제공업체들은 어딘가?   예를 들면 허깅페이스 같은 회사다. 사람들이 머신러닝이나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모델을 구하려고 거길 드나들고, 거기서 얻은 것을 배포한다. 이런 류의 AI 기업은 아직 흔하지 않다.   5번째 층에 있는 재스퍼 같은 회사는 어떤가?   5층에 머물면 안 되고, 4번째 층의 요소를 갖춰야 한다. 구글의 유사 무료 서비스가 나와도, 사람들이 여전히 그 회사 제품을 쓰고 싶도록 말이다.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재스퍼는 아직 못 해낸 것 같다.    ━  모바일의 우버같은, 거대한 아이디어가 온다   그는 생성AI 스타트업이 맞이할 ‘세 번의 물결’를 설명했다. 첫째는 AI를 파는 기업이 나오고, 두번째로 AI를 제품에 내장한 기업이 나오며, 세번째로 완전히 혁신적인 AI 기업이 나온다는 것. 그는 “현재 대부분 AI 기업이 첫번째 부류인데, 그 시장은 결국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 커리어 NFX 제너럴 파트너가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그러면 NFX는 어떤 기업을 주목하나?   기존의 분야를 더 빠르고 더 저렴하고 더 좋게 만들기 위해 AI를 쓰는 이들이다. 이들은 네크워크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한편으로, 우리는 큰 아이디어를 가진 선구자를 기다리고 있다. 모바일 시대의 우버나 도어대시 같은 이들이다.   세 번째 물결은 왜 아직 안 온 걸까?   모바일 시대에도, 아이폰 출시되고 몇 년 후에야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다. 아이폰을 보고, 생각하고, 가지고 놀며 ‘여기서 어떻게 세상을 바꿀까’ 연구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다. 그 후에야 배달이나 중고거래 같이, 세상을 바꾼 스타트업들이 나왔다. AI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다.   선구적인 스타트업을 어떻게 초기에 알아보나? 쉽다. 그들은 장벽을 깨는 거대한 아이디어를 내놓거든. 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해서 꼭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NFX는 1년에 1만 개의 스타트업을 들여다 보기에, 거대한 아이디어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구글과 애플은 모바일 시대 수익을 다 먹다시피 했는데, AI 시대에도 그럴까?   그럴 거다. 예컨대 구글은 제공하던 여러 앱에 AI를 추가하기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모바일 시대에 그랬듯, AI 시대에도 이전에 불가능했던 새로운 앱이 등장할 거다.     왜 기존 강자를 이길 수 없나? 향후 3년 내에 MS와 구글은 원하는 건 다 차지할 거고, 우리는 거기엔 투자 안 할 거다. (구글과 경쟁하려한) 재스퍼가 딱 그런 사례다. 빅테크에게 AI란 ‘매우 재미난 부분’이다. 구글 직원들은 ‘제발 AI 연구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한다. 150만 달러 연봉을 받는 똑똑한 사람들이, 구글 편에 서서 스타트업과 경쟁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유통망을 가진 구글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  LLM 비용, 많이 쓸 것 없다     구글이 앤트로픽에, MS가 오픈AI에 그랬듯 빅테크는 컴퓨팅 인프라(클라우드 사용)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AI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AI 스타트업 투자의 표준으로 굳어질까?   아니. 2년 정도면 끝날 거다. 인터넷 초기에 HTML을 코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웹 만들어 줄게, 돈과 지분을 줘’라고 했고, 모두가 승낙했다. 그러나 2~3년 간 다들 HTML 코딩을 배우면서 그런 방식은 끝났다. 지금은 AI 초기 단계라서 컴퓨팅 비용이 매우 높지만, 오래 가지 않을 거다. LLM의 수학(알고리즘)은 현재 최종본이 아니다.   아이디어나 기술보다 연산 자원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LLM 컴퓨팅 비용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 대용량 연산이 필요한 사업 분야는 점차 줄어, 5년 후에는 전체 AI 산업 중 극히 일부가 될 거다. 무료나 저렴한 LLM으로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김영옥 기자   AI 스타트업은 어디서 승부를 봐야 하나? 네트워크 효과와 임베딩이다. 예를 들어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를 회사가 한번 쓰기 시작하면, 사용료가 20% 더 올라도 그냥 계속 쓴다 다른 저렴한 게 있어도, 오라클에써 쓰던 시스템과 분리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다. 이런 게 임베딩이다. 스타트업의 성공법은 네트워크 효과와 임베딩이고, 사업 규모가 커지면 그땐 브랜딩이 중요하다. 전문성을 갖고 고도로 집중해, 고객이 있는 곳으로 신속하게 가야 한다. 지금 AI 전환 덕에, 창업이 가능한 영역이 매우 넓어졌다.   속도를 강조하는데, 창업자들이 속도를 위해 가장 먼저 포기해야 할 것은 뭔가? 정답(being right)을 포기해야 한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매우 똑똑하고, 정답을 찾는 학교 공부도 잘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유일한 답은 ‘시장이 원하는 것’이다. 창업자는 오답을 낼까 두려워하며 속도를 늦추지 말고, 답을 계속 재발견해야 한다. 매달, 매주, 매일, 시장은 새로운 질문을 하니까.     많은 정부들이 AI 기술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데, 글로벌 AI 산업이 각 정부의 통제 하에 파편화될까? 모든 국가가 AI를 전략적 필수 요소로 인식하게 될 거다. 좀더 지나면 인도는 인도대로,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각자의 AI를 보유하게 될 텐데, 그러면서도 인도와 EU, 미국은 연결성을 유지할 것이고, 반면 중국은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기술이 가져오는 혼란에 비교적 익숙하지만, 중국은 조화와 통제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자기 AI를 들고 인도 시장을 놓고 경쟁한다든지, 하는 식이 될 거다.    ━  한국어, 한국 기업 못 지킨다   자국 데이터는 글로벌 플레이어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하는 장벽이 될 수 있을까? 없다. 데이터는 합성할 수 있고, 훔칠 수 있고, 유사한 다른 데이터 그룹을 조합할 수도 있으니까. 10만 개의 데이터로 96%의 정확도를 얻는다면, 5000개 데이터로 95%의 정확도를 얻어낼 수 있다. 게다가 고객은 96%와 95%의 차이를 구분 못 한다. 데이터로 인한 우위는 2년 정도면 사라진다.   한국어로 된 데이터도 전혀 장벽이 못 되나?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모든 데이터는 그들(빅테크)이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왜 빅테크는 데이터를 강조할까?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으니까. 구글이 스타트업을 능가하는 진짜 이유는 유통망이지, 데이터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데이터 우위’라는 말처럼 그럴듯하게 들리지는 않겠지. 두번째 이유는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직원들에게 ‘데이터가 중요해’ 라고 말하면, 데이터 없는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위해 퇴사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제임스 커리어 nfx 제너럴 파트너   한국의 AI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구글과 MS가 원하지 않는, 큰 틈새 시장(a big niche market)을 찾으라. 유통이 핵심임을 잊지 말라. 기술은 중요하지 않다. 자체 LLM 가질 필요 없고, 특화된 LLM을 만들더라도 비용과 시간 많이 들일 필요 없다. 네트워크 효과와 임베딩으로 고객을 잠궈놓고, 3년 뒤 거대 기업이 내 시장에 진입할 수 없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글 같은 빅테크에게는 한국 자체가 그런 ‘큰 틈새 시장’ 일까? 아니다. 구글은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바드 한국어 서비스를 그렇게 빨리 한 거다.   자체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무슨 뜻인가?   지난 20년간 ‘기술’ 기업이 새로 등장했던 게 아니다. 우버를 보라. 우버가 만든 건 지도도, 결제도, GPS도, 전화도 아니다. 그저 하루 만에도 만들 법한, 앱을 만들었다. 그들이 해낸 건 기술이 아니라 유통이다. 인터넷의 등장 후에는 대부분의 기업에게 기술보다 유통이 더 중요하다.    ━  ‘절대적 개선’과 ‘상대적 분노’의 시대   AI가 대체할 수 없는 VC의 고유한 역할은? 20년 후 쯤이면 AI가 대체할 수 없는 VC의 일 같은 건 없다. LLM은 데이터를 읽고 요약하고 순위 매기는 걸 잘 하니까.  AI는 가장 먼저 후기 단계(성장한 스타트업)의 투자를 대체하고, 시리즈 C, B, A를 대체한 뒤 마침내 내가 하는 시드 단계에 도달할 거다. 초기 스타트업은 디지털 데이터가 많지 않으니까. 내가 시리즈 B 투자자라면 투자용 AI 모델을 구축해 모든 피치북을 입력할 것이다. 1993년 컴퓨터 주식 거래가 시작된 이후에 좋은 헤지펀드가 많이 나온 것처럼, 향후 20년은 AI를 잘 활용하는 VC가 우위를 차지할 거다.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현상은 더 심해질 수 있겠다. 소프트웨어가 가져온 소득 불평등을 AI가 심화시킬 것이다. 사람들은 AI로 인해 더 오래 살고, 의료 서비스와 정신 건강 서비스를 쉽게 이용하며, 더 적은 비용으로 삶의 여러 지점이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남들과의 비교로 인한 내적 비참함은 더 커질 거다. 사회는 이를 고민해야 한다.   자율주행 등을 보면, 기술이 상용화되는 속도가 느린 것 같기도 한데?   자율 주행은 4000파운드의 강철이 인간을 향해 돌진하기에 정확도가 매우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인 LLM은 70%만 맞아도 작동한다. 그래서 변화가 빠르다. 스페이스X가 22년 만에 지금의 자리에 도달한 것은 대단한 일이고, 로봇은 앞으로 100년은 더 걸릴 거다. 넘어지고 배터리가 방전되는 하드웨어 산업이니까. 그러나 LLM은 이미 질주를 시작했다.  퀜틴 클라크 제너럴 캐털리스트 매니징 디렉터. 사진 제너럴 캐털리스트   Interview 2: 퀜틴 클라크 제너럴 캐털리스트 매니징 디렉터   2000년 설립된 제너럴캐털리스트(GC)는 프리시드부터 프리 IPO까지 전 단계 투자를 진행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풀스택 투자사다. 투자 포트폴리오 중 에어비앤비, 스트라이프, 딜리버루, 스냅 등 다수의 유니콘이 나왔다.     지난 6일 GC 사무실에서 만난 퀜틴 클라크 매니징 디렉터는 MS 부사장, SAP 최고사업책임자(CBO), 드롭박스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거친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술 전문 투자자다. AI를 활용한 블라인드 채용 솔루션 기업 ‘에잇폴드’ AI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 기업 ‘모듈라’ 투자를 주도했다.    클라크 디렉터는 “GC는 10년 전부터 LLM 이외의 AI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는데, 여기서 배운 점들 덕에 최근 생성AI 분야도 성공적으로 탐색하고 있다”라고 했다.    ━  AI, 우리는 이런 곳에 투자한다    생성 AI로 이 분야 투자에 달라진 게 있다면?   챗GPT가 가져온 건 인식의 전환이다. AI로 뭘 할 수 있는지 이제야 사람들이 이해하게 됐다. 아이폰 출시 전에도 이미 모바일로 이메일 전송과 인터넷 사용을 다 했는데, 아이폰 이후에 사람들은 비로소 모바일 기기로 뭐가 가능한지를 상상하게 된 것과 같다. LLM은 컴퓨터와 인간 사이의 인터페이스가 됐다. 지금 투자에서 중요한 건, AI의 가치가 어디에서 창출되는지를 신중하게 살피는 거다.   AI의 가치는 어디에서 창출되나?   3개 영역이다. LLM, 개발자용 시스템, 그리고 AI 앱들. 주의할 점은 광범위하게 쓰일 범용 LLM에는 (스타트업이) 끼어들 여지가 적다는 거다. 대형 테크 업체가 LLM을 AWS나 애저, 구글클라우드 같은 시스템의 일부로 제공한다. 이들은 시도 쓰고 레시피도 만들고 세금도 살펴보는 범용 모델을 상품화할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가치는 보다 전문화된 데에 있다.     개발자용 시스템이란 뭔가? 사람들이 AI로 인한 변화를 쉽게 쓸 수 있게 개발 시스템을 제공하는 곳들인데, 예를 들어 우리가 투자한 의료 AI 개발사 ‘히포크라틱 AI’다. 이 회사의 AI에 데이터를 붙이면 수많은 의료 앱이 나올 수 있다.   김영옥 기자   (세번째 영역인) AI 앱에는 투자 안 하나?   100만 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있기에, 투자의 기준이 있다. 업무 수행 방식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가진 팀인지 본다. 업무 처리 방식을 조금 개선하는 게 아니라 AI로 업무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AI를 어디부터 적용해야 제품 지원, 제조, 건설, 재무, 인사 등 모든 업무가 이뤄지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지를 파악한 팀이어야 한다.    ━  문제는 GPU 부족이 아닌 품질   클락 파트너는 MS 부사장 재직 당시 MS의 클라우드 전환을 주도했다. 그는 “AI는 반도체, 통신에 이어 컴퓨팅을 바꾸고 있다”라며 최근 투자한 모듈라에 대해 “소프트웨어에 AI를 도입할 때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팀”이라고 했다.     AI를 도입할 때의 문제가 뭔가?   AI 혁신을 모두가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소프트웨어 실행이 어렵다. 예를 들어 과거 MS 오피스를 담당했을 때, 기능을 각 하드웨어별로, OS 별로 매번 여러 차례씩 구축해야 했다. 그러다가 추상화 언어인 자바(Java)가 나온 뒤 그 모든 고통이 사라졌다. 오늘날 웹사이트가 크롬이나 익스플로러, iOS에서 실행되는 건 자바 덕분이다. 이제는 AI에서 자바같은 추상화가 등장할 차례다.     모듈라가 AI 추상화를 구현한다는 건가? 모듈라는 AI의 물결에 대한 해답이다. 엔지니어가 모델을 구축하고 추론을 위해 실행할 수 있는 추상화를 제공한다. 하드웨어와 AI 구동을 둘러싼 이 거대한 생태계 전반에서 작동한다.    하드웨어와 무관하게 이뤄진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AI 개발자들은 소프트웨어를 작성하기만 하면 되고, 엔비디아와 MS가 만드는 칩, 구글이 만드는 칩에 맞게 다시 실행안을 짤 필요가 없다. 모듈러는 이걸 가능하게 하는 기본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투자다.   요즘은 대부분 GPU 부족을 얘기하는데, GPU가 충분해도 여전히 문제라는 건가?   그렇다. 어떤 게 비싸고도 중요해지면 전 세계가 그 값을 깎기 위해 경쟁한다. AI의 비용은 결국 크게 낮아질 거다. 이미 AI 모델을 학습하는 비용은 많이 낮아졌다. 대형 클라우드 업체와 AMD 같은 AI 반도체 업체들이 더 경쟁력 있는 기술을 내놓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높은 점유율을 경쟁사들이 두고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  엔비디아 천하, 언제까지?   그는 “추상화를 통해 AI가 특정 하드웨어가 아닌 경쟁사 하드웨어에서도 쉽게 실행된다면, 하드웨어 업체들의 가격·속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AI 반도체 스타트업에 기회가 있다는 의미인가. 고유한 칩을 설계하는 스타트업에 분명히 더 많은 기회가 올 거다. 예컨대 모바일 초창기만 해도 퀄컴이 거의 유일한 주자였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나. 우리는 또 다른 상품화 경쟁의 시작점에 서 있다.      사람들은 오픈AI에 놀라다가 이제는 엔비디아 같은 반도체 회사를 더 주목한다. AI용 인프라에 대한 주목은 일시적인 것일까?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2020년 애플이 (자체 개발 프로세서인) M1 칩을 소비자 기기에 올리면서 새로운 칩 회사 하나가 탄생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또 다른 AI 시대를 시작하며, 그에 맞게 효율적으로 설계한 AI용 반도체를 연구해야만 한다.   엔비디아 천하는 얼마나 갈까?   사실 엔비디아는 AI를 위한 회사가 아니라, 대규모 병렬 연산용 반도체 설계에 통찰을 지닌 회사다. 원래 시장은 일반 게이머들, 그리고 산업계나 학계 일부의 틈새 시장이었다. 게임과 비디오는 픽셀 단위이기 때문에 단일 파이프라인 구조인 CPU보다 엔비디아의 GPU가 훨씬 적합하니까. 그러나 기업용 서버에서는 다른 종류의 실험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엔비디아의 성취엔 AI에 미리 대비한 젠슨(엔비디아 CEO)의 공로가 크다. 하지만 세상의 그 어떤 공로도 타고난 권리마냥 보장되진 않는다. 사실 반도체 설계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5년 후, 10년 후에도 효율적으로 AI를 지원할 수 있는 반도체가 곧 나올 것이다.   퀜틴 클라크 제너럴 캐털리스트 매니징 디렉터가 지난 6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심서현 기자    ━  한국 스타트업, 글로벌부터 가지 마라   AI가 가장 효과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일까? 모든 분야다. AI 시대엔 인간과 컴퓨터 협력이 급진전될 수 있다. 우리의 의도를 컴퓨터가 이해하게끔 가르칠 수 있으니 그게 된다. 예컨대 내가 동물의 언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동물이 사람의 언어를 배우게 하듯 컴퓨터를 쓰는 것이다. AI는 모든 것, 특히 건설과 제조업의 업무 수행 방식을 바꿀 거다. 그런데 최첨단 기술은 아직 100% 준비되지 않았고, 구축할 것이 많다.   한국의 AI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자신의 시장을 알아야 한다. 창업자들의 최대 실수는 자기 시장이 어딘지 명확히 모르는 거다. 단지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하는 수준이어선 안 된다. 가령, 독일에서 먼저 성공해야 다른 EU의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낭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지 않나. SAP이건 MS건 드롭박스건, 지향하는 건 ‘모두가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이지만 처음부터 모든 사람용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특정한 누군가에게 수용되는 게 먼저다. 그래야 자본 효율성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면 기업의 확장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 스타트업을 포함해, 성공하는 기업 대다수의 비결은 ‘연속적인 집중’이다. 한 가지에 집중하고, 미친 듯이 그 일을 잘 해내고, 그것을 기술화 한 뒤에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두번째 조언은?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기술 강점을 지녔나, 혹은 사업 모델이 특징인가? 둘을 동시에 갖는 건 쉽지 않으며, 스타트업들이 실제로는 그중 하나가 없는데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지금 속한 지역에서 빨리 제품을 출시하고 거기서 충분한 이득과 교훈을 얻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2023.10.19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