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마셨는데 혈당 튀었다, IT 기자의 ‘팔뚝 침’ 실험

아아 마셨는데 혈당 튀었다, IT 기자의 ‘팔뚝 침’ 실험 유료 전용

유병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혈당 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식후 혈당이 급속도로 치솟는 일명 ‘혈당 스파이크’란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보통 공복혈당이 100 이상(당뇨병은 126 이상), 식후혈당이 140 이상(당뇨병은 200 이상)인 경우를 전당뇨로 본다. CGM 시장 "지금이야!": 혈당 관리, 혈당을 조절해 살을 빼는 ‘혈당 다이어트’까지 유행하자 CGM 서비스 시장은 기존 주력 이용자 층이던 당뇨병 환자를 넘어 전당뇨, 건강에 관심 많은 일반인으로 타깃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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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플] 넥슨코리아 신임 공동대표에 김정욱 CCO, 강대현 COO 내정

    [팩플] 넥슨코리아 신임 공동대표에 김정욱 CCO, 강대현 COO 내정

    넥슨 코리아는 10일 신임 공동대표이사로 김정욱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왼쪽)와 강대현 최고운영책임자를 선임했다. 사진 넥슨   넥슨이 본사인 일본 법인에 이어 자회사인 넥슨코리아에 새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넥슨은 넥슨코리아 신임 공동 대표이사로 김정욱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부사장)와 강대현 최고운영책임자(COO·부사장)를 승진 내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9일 현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를 일본법인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한 데 이은 후속 인사다. 신임 대표이사는 내년 3월 이사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김정욱 공동 대표 내정자는 중앙일보 출신으로 2013년 넥슨에 합류했다. 기업문화·대외업무 담당 전무,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을 지낸 뒤 2020년부터 넥슨코리아 CCO의 역할을 맡았다. 사회공헌 활동, 인사·홍보 등 경영지원과 커뮤니케이션 부문 전반을 총괄하며 넥슨의 기업 이미지 제고와 사회적 책임 강화에 기여했다. 넥슨의 사회공헌활동을 총괄하는 넥슨재단 이사장직도 겸임하고 있다. 김 내정자는 “넥슨만의 고유한 색깔을 잃지 않고 사회와 더불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강대현 공동 대표 내정자는 2004년 넥슨 입사 후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넥슨의 핵심 지식재산(IP)을 개발하고 키워왔다. 네오플 던파 개발실 실장, 라이브본부장, 인텔리전스랩스 본부장을 지냈으며 2020년부터 COO를 맡아 넥슨의 개발전략을 수립해왔다. 강 내정자는 “그간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  역대 최대 실적 넥슨, 앞으로는?   넥슨이 출시한 PC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는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넥슨   업계 안팎에선 신임 대표 내정 이후 넥슨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 등 기존 PC·온라인게임이 안정적 매출을 내는 데 이어, 최근 데이브더다이브, 프라시아전기 등 새 게임들이 연이어 히트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9일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 1203억엔(1조913억원), 영업이익 463억엔(4202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의 넥슨 성장세를 만든 개발 분야 전문가와 인사·홍보·경영 분야 전문가를 공동대표로 전면에 내세워 성장세를 이어나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2023.11.10 11:31

  • 27살 ‘세계 첫 AI장관’ 앉혔다…UAE와 이스라엘의 참전법 [글로벌 AI위크⑤ 중동]

    27살 ‘세계 첫 AI장관’ 앉혔다…UAE와 이스라엘의 참전법 [글로벌 AI위크⑤ 중동] 유료 전용

      Today’s Topic,‘테크 금수저’와 오일머니, 중동산 AI 대전    한국의 네이버도, 독일 인공지능(AI) 기업 ‘알레프 알파’도 중동에 가서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고 한다. 좁은 내수 시장을 넘어 디지털 전환 수요가 높은 중동으로 기술 수출을 하겠다는 것. 그런데 아무리 오일머니가 흐르는 중동이라도 테크 소비 시장이기만 할까.     일단 이 지역엔 탄탄한 기술과 자본을 축적한 ‘테크 금수저’ 이스라엘이 버티고 있다. 아랍 국가 중에서는 2017년부터 ‘AI 굴기’를 시작한 UAE가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UAE의 1990년대생 인공지능부 장관은 한 손엔 석유를, 다른 한 손엔 기술을 쥐고 있다. 게다가 종교 갈등으로 인한 무력 충돌 위험은 상수이고. 탈(脫)화석 경제 의지가 강한 이 동네 AI를 띄엄띄엄 봐선 안 된다.     중동의 ‘AI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달 초 이스라엘 출장을 준비하던 중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일어났다.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사 AI21랩스 등 AI 기업들을 텔아비브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약속이 줄줄이 무산됐다. 일부는 화상 인터뷰로 만났으나 갑자기 소식이 뚝 끊긴 곳도 많았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종사자 15%가 예비역 소집을 통보받았다’는 보도가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 💬목차 「 PART1. 이 구역 AI 트렌드 세터, UAE 1. 아랍 대표 선수의 AI 굴기 2. UAE의 AI 주머니엔 뭐가 들었나 3. AI로 뭘 하려고 하나   PART 2. ‘AI 전쟁’의 복판에 선 이스라엘 1. ‘테크 금수저’ 이스라엘 2. 이스라엘의 AI 생태계 3. AI, 그리고 전쟁 」  한호정 디자이너   「 PART1. 이 구역 AI 트렌드 세터, UAE 」   미국⋅중국⋅EU(유럽연합) 등 글로벌 ‘월드클래스’들의 AI 경쟁에 UAE도 뛰어들었다. UAE는 AI 산업에서 바로 이름이 떠오르는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기억을 더듬어보자. 10여 년 전 UAE는 인공 섬(팜 아일랜드)을 짓는 데 120억 달러(약 15조7000억원)를 들인다고 하더니 2020년엔 미국·중국·러시아나 쏘는 줄 알았던 화성 탐사선도 발사했다. 석유 팔아 번 돈으로 혁신 기술을 야금야금 확보하고 있었던 것. 지난 5월 UAE는 아랍어 LLM을 뚝딱 개발해 내놓으며 이목을 끌었다. ‘UAE, 거기도 AI 해?’    ━  1. 아랍 대표선수의 AI 굴기   UAE의 AI 청사진은 2017년에 이미 나와 있었다.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부를 정부 조직 내 신설하며 2031년까지 AI 선도국에 진입하겠다는 내용의 ‘2031 UAE AI 전략’을 6년 전에 발표했다. 정부의 기획 시점은 캐나다·중국(각각 2017년), 영국(2018년), 미국(2019년)에 비춰봐도 꽤 빨랐던 편.   ◦ 세계 첫 인공지능부, 장관은 90년대생: UAE 인공지능부 초대 장관은 2017년 취임 당시 27세였던 오마르 술탄 알 올라마. 지난 6년 동안 오마르 장관은 다양한 AI 연구 조직을 만들고, AI 기업 지원책을 마련했다. 그는 지난 9월 타임지가 선정한 ‘AI 분야 영향력 있는 100인’ 안에 들었다. 그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AI 전담 장관을 두는 게 정부에 얼마나 중요한 일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인류가 에너지를 석탄과 장작불에 의존하던 시절에는 에너지부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정부가 에너지 장관을 임명했다. AI도 마찬가지다.”    지난 1일 영국에서 열린 'AI 안전 서밋'에서 오마르 UAE 인공지능부 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최초의 아랍어 LLM: 아랍어는 전 세계 약 2억600만 명이 사용하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쓰이는 언어다. UAE가 아랍어 LLM에 대한 수요에 자신하는 배경이다. UAE 정부 산하 아부다비 기술혁신연구소(TII)는 지난 5월 아랍어 LLM인 팰컨(Falcon) 40B, 9월엔 이를 업그레이드한 팰컨 180B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TII에 따르면 지난 5월 공개 이후 약 1200만 명이 팰컨 40B를 다운받았다고. 팰컨 180B는 파라미터(매개변수) 1800억 개로 구성됐는데 오픈AI가 2020년 공개한 GPT-3(1750억 개)와 비슷한 규모다. 지난 9월에는 아부다비 정부가 설립한 기술 대기업 ‘G42’ 등이 두 번째 아랍어 LLM인 자이스(Jais)를 공개했다.     ◦ 빅테크의 중동 거점: 글로벌 빅테크들도 UAE에 손을 내밀고 있다. AI 친화적인 UAE를 거점으로 중동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겠다는 계산에서다. 지난달 18일 로이터에 따르면 UAE 기업 G42는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고 GPT 모델을 헬스케어, 금융 등 서비스에 도입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9월 UAE에 있는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장하고 클라우드와 AI 기능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G42는 7월 미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와 AI 구동을 위한 수퍼컴퓨터 네트워크(콘도르 갤럭시)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UAE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와 시내 스카이라인의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  2. UAE의 AI 주머니엔 뭐가 들었나   UAE는 인구 951만 명, 7개의 토후국(아부다비, 두바이, 샤르자, 라스 알 카이마, 푸자이라, 움 알 쿠와인, 아즈만) 연합이다. 인구의 약 90%가 외국인. 이슬람이 국교(수니파)지만 걸프 지역의 아랍국가 중 가장 먼저 이스라엘과 수교했다. 협력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문화는 UAE의 번영 전략이었다.     UAE는 AI에서도 ‘개방’과 ‘협력’을 택했다. LLM 팰컨을 개발한 TII 소속 연구원 800여 명의 출신 국가 수만 74개다. 오마르 장관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중과 경쟁할 수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 대신 우리가 가진 강점을 활용해 (그들의) 조력자(enabler)가 될 것이다. AI를 활용하려는 모든 사람이 UAE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① AI 연구하고 싶은 자, UAE로 오라 ◦ 세계 최초 AI 대학원: 인공지능부, LLM 개발 등 UAE는 정부가 나서서 세계 최초로 시도한 게 많다. 2019년엔 AI만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치는 세계 최초의 AI 전문 대학원 ‘모하메드 빈 자예드 AI대학교’(MBZUAI)를 설립했다. 수학·데이터과학뿐 아니라 AI 윤리와 관련된 사회과학 과목도 가르친다. 올해 첫 번째 졸업생이 배출됐다. 이외에도 칼리파대, 소르본대 아부다비, 아랍에미리트대(UAEU) 등 중동 지역의 명문 대학들이 UAE의 기술 개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UAE의 AI 대학원 MBZUAI의 캠퍼스 전경. 사진 MBZUAI ◦ 포용적인 인재 전략: 똑똑한 글로벌 두뇌를 수혈하는 건 인구 900만 명인 UAE에 선택 아닌 필수다. MBZUAI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도 현지인과 똑같이 100% 장학금과 생활비 및 의료보험, 숙소를 제공하는 이유다. 석사 과정에는 매월 8000디르함(약 285만원), 박사 과정엔 1만 디르함(약 357만원)의 생활비가 지원된다. 전체 학생 중 UAE 국적인 재학생은 19%뿐이고, 나머지는 40여 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다. 여학생 비율도 39%로 높은 편이다. 한국 클라우드 기업인 베스핀글로벌의 모테이아 샤그릴 중동아프리카 법인장은 중앙일보에 “UAE 기술 경쟁력의 핵심은 유럽·아시아·미국 등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모자이크처럼 서로 다른 기술과 경험·견해를 주고받는 다양성과 개방성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 IT 인재들에겐 골든 비자: 외국인 AI 인재들에겐 비자 문턱도 낮췄다. UAE 인공지능부와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는 ‘AI·코딩 라이선스’를 운영 중이다. AI와 코딩 관련 사업 허가를 보유한 기업 직원들에겐 UAE에 10년 거주할 수 있는 골든 비자와 사무실을 제공한다. 지난 9월 두바이에서 오마르 장관을 만난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은 중앙일보에 “UAE는 국가 차원에서 관련 법과 규제 정비를 통해 AI 친화적 생태계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오마르 장관도 IT 인재 유치, AI 스타트업 투자·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② 치트키는 오일머니 ◦ 오일머니의 파워: 민간 기업이 혁신을 주도하고, 정부는 뒤에서 지원하는 게 서구권의 산업 정책이라면 UAE는 국가의 부(富)로 민간을 키운다. 오일머니의 파워를 보여주는 국부펀드가 대표적이다. 아부다비투자청(ADIA), 두바이투자공사(ICD) 등 UAE의 국부펀드들이 운영 중인 자산은 약 1조4000억 달러(약 1836조8000억원).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추산한 오픈AI 기업가치(860억 달러)의 약 17배다. AI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두바이미래재단,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가 운영하는 ‘퓨처 디스트릭트 펀드’는 UAE 소재 AI 신생 기업들에 2억70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한다.     ◦ 자본, UAE가 웃는다: 개발 및 운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생성 AI 전쟁에서 자본의 힘은 기술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로 거세지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AI 모델이 점점 더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특히 금리가 높은 현재 현금에 대한 접근성이 경쟁력을 결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꿔 말하면 넉넉한 현금 ‘실탄’을 가진 UAE도 AI에서 해볼 만한 싸움일 수 있다는 것.   정근영 디자이너  ━  3. AI로 뭘 하려고 하나   UAE가 AI 기술 개발에 오일머니를 쏟아붓는 이유는 확실하다. 화석연료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이 처한 문제를 AI로 해결하겠다는 것. 특히 집중하는 분야는 헬스케어 산업과 디지털 정부 서비스다.   ◦ 헬스케어: UAE 보건예방부(MoHaP)는 의료 분야에서 다양한 AI 기술을 구현하려고 시도 중이다. 병원 예약을 모바일 앱으로 편리하게 하는 소비자 대상 서비스부터 로봇 수술에 AI를 적용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지난달 말에는 보건 분야 ‘인공지능전문센터’(COE)를 출범하기도. AI와 로보틱스를 바탕으로 관련 산업을 키우려는 의지도 강하다. UAE 부통령이자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UAE의 목표는 단순히 국민이 필요한 의료 니즈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며 글로벌 의료 허브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 공공 영역: UAE는 최근 챗봇(U-Ask) 등 다양한 공공서비스에 생성AI를 결합하고 있다. 고진 위원장은 “오후드 칼판 알 루미 UAE 미래부 장관이 디지털공증, 전자가족상담, 원격 법정과 같은 법무부가 운영 중인 주요 디지털 서비스를 자랑스레 소개했다”며 “그중 ‘이혼 조정 AI 상담’이 1만 건 이상 이미 실행됐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 PART 2. ‘AI 전쟁’ 시대 연 이스라엘 」   UAE가 기업과 기술 인재를 끌어오는 데 공을 들이는 단계라면, 이스라엘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곳이다. 1990년대 국가 전략 차원에서 창업을 장려한 이 나라엔 인구 1400명당 스타트업이 1곳일 만큼 스타트업이 많다. 한국 경상도 크기만 한 국토에 제조업이 뿌리 내리기 어려운 이 나라의 ‘창업국가’ 전략은 AI 시대에도 유효하다.      ━  1. ‘테크 금수저’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전 세계 테크 산업의 축소판이다. 인텔·IBM·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페이스북 등 미국 빅테크를 비롯한 400여 개의 기업이 이스라엘에 진출해 있다. 대부분 핵심 인재들이 모여 있는 R&D 센터다.       인구 900만 명의 이스라엘 테크 산업 중심은 텔아비브. ‘실리콘 와디’로도 불리는 곳이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9000여 개의 스타트업이 있고, 이 중 100여 개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받은 투자금은 155억 달러로 한국(약 6조7640억원)의 3배 수준.     텔아비브에 있는 이스라엘 혁신청 건물. 수도인 예루살렘과 기업이 많이 몰려 있는 텔아비브 양쪽에 청사를 두고 있다. 최준호 기자.  ━  2. 이스라엘의 AI 생태계     AI 기술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이스라엘에서도 주목받는 스타트업들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AI 생태계를 살펴보면.   ◦ 창업 국가 DNA, AI에도 그대로: 생성AI 시대가 열리며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시장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중이다. 글로벌 투자 분석기관 딜룸에 따르면 2019년부터 4년 동안 집행된 생성AI 투자액 국가별 순위에서 이스라엘은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곳은 2017년 설립된 AI21랩스. ‘이스라엘의 오픈AI’로도 불리는 이 회사는 자체 LLM ‘쥬라식’을 공개했고, 쥬라식은 세계 1위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기업용 AI 서비스(베드록)에도 포함됐다. AWS의 클라우드를 통해 전 세계 기업에 이 회사의 LLM이 유통된다는 의미다. AI21랩스는 인텔에 153억 달러(약 19조원)에 인수된 이스라엘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빌아이’ 창업자 겸 CEO인 암논 샤슈아가 공동 창업한 곳이기도 하다.   정근영 디자이너 ◦ 글로벌 R&D 센터: 이들은 이스라엘 내 유망 스타트업들과 접촉하며 투자와 인수합병(M&A)의 접점 역할을 한다. 단순 R&D 센터가 아니라 기업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M&A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것. 인텔의 모빌아이 인수가 대표적이다. 특히 빠르게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는 AI 경쟁 시대에 접어들며 R&D 센터의 M&A 역할은 더 커지는 중. 글로벌 컨설팅회사 PwC에 따르면, 지난해 이스라엘 기술 스타트업 대상 M&A는 총 72건, 금액은 169억 달러(약 22조원)였다. 벤처투자 시장이 좋았던 2021년엔 각각 171건, 825억 달러(약 107조원)에 달했다.     ◦ 탄탄한 싱크탱크: 이스라엘의 IT산업 중심엔 R&D 예산을 관장하는 정부 산하 수석과학관실(OCS·Office of Chief Scientist)의 역할을 꼽는 이가 많다. 유망한 기술을 정하고 세부 실행 정책을 만들어 지원하며 기술 기업을 키웠다. 지금은 그 역할을 이스라엘 혁신청(IIA)이 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LLM을 개발한 스타트업(AI21랩스)을 배출한 것도 이런 정책 전통 덕분. 이원재 요즈마코리아그룹 아시아총괄대표는 “IIA는 이스라엘에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글로벌 R&D 센터에 매년 조 단위로 투자하며 공동 연구를 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의 기술 흐름을 빨리 파악한다”며 “그러니 ‘나눠먹기식 R&D’를 할 필요 없이 유망한 기업들에 과감히 투자한다”고 말했다.     ◦ ‘학연’ 넘는 ‘군연’: 남녀 모두 의무 복무를 하는 이스라엘에선 군대도 스펙이 된다. 특히 사이버 보안 정예부대 ‘8200’과 전국 고교 1~2% 안에 드는 이공계 인재들을 뽑아 장교로 육성하는 ‘탈피오트’에서 만나 공동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고. 미국 나스닥에서 시가총액 161억 달러(약 21조원)를 기록하고 있는 보안기술 기업 ‘체크포인트’는 8200부대 출신들이 1993년 창업한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 AI 기술 기업들도 이런 흐름을 잇고 있다. 두 부대 출신들은 이스라엘의 AI 보안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 다운로드 수 2억 회가 넘는 AI 기반 사진 편집 앱 ‘페이스튠’을 만든 스타트업 ‘라이트릭스’도 군대 동료들이 모여서 만들었다.      ━  3. AI, 그리고 전쟁   ◦ 실리콘와디의 위기: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이스라엘 테크 산업에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T기업에 종사하는 젊은 인재들이 전쟁터로 나가고 있고, 자칫 확전되거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단 우려다. 로이터는 MS 이스라엘 R&D 센터의 수석 과학자인 토머 사이먼의 발언을 인용해 “다국적 기업들이 이번 분쟁 이후 투자를 동결하거나 축소하고 심지어 이스라엘 내 R&D 활동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 EPA=연합뉴스. ◦ 이미 시작된 AI 전쟁: 이스라엘은 2021년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해 가자(GAZA)지구에서 펼친 작전 ‘장벽의 수호자’에서 이미 비전(vision) AI 기술과 알고리즘을 적용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 스스로 이를 ‘AI 전쟁’이라 불렀다. 올해 전쟁에선 AI가 더 본격적으로 쓰이고 있다. 현지 매체 타임즈오브이스라엘은 지난 2일 이스라엘군(IDF)이 운영하는 AI 탐지 기술 ‘표적 센터’가 가자지구에서 약 1200개의 새로운 하마스 공격 표적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본격적으로 실전에 배치된 군사용 AI 모델 ‘파이어 팩토리’는 적의 규모 등을 인식한 AI가 탄약의 무게, 공격 순위 등을 제안하고 이에 필요한 전투기·드론 등 병력의 배치와 공습 시기도 조율한다.   ◦ AI로 부상자 안면인식도: 전쟁의 상처를 봉합하는 데도 AI가 쓰인다. 현재 이 지역 병원에서는 사망자와 부상자의 신원을 식별하기 위해 AI 기반의 안면인식 기술이 쓰이고 있다. 실종자 가족이 사진을 제공하면 신체가 훼손돼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는 시신들과 대조해 일치하는 사람을 찾는 방식이다. 병원에 해당 기술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기업 ‘코사이트AI’는 포브스에 “실종자 가족들이 사진을 보낼 수 있도록 e메일 접수처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팩플 오리지널 ‘글로벌 AI 위크’ 시리즈 실리콘밸리? 메이플밸리! 캐나다는 왜 ‘AI 성지’ 됐나 [글로벌 AI위크① 캐나다] 다시 또 유럽의 병자 될 건가…강소기업 나라, 독일 AI 반전 [글로벌 AI위크② 독일] “지루했던 모바일 시대 끝난다” AI 다 가진 미국의 요즘 관심 [글로벌 AI위크③ 미국] 미국 16조에 1조로 싸운다…영국 믿는 구석은 ‘AI 부스터’ [글로벌 AI위크 ④ 영국] 27살 ‘세계 첫 AI장관’ 앉혔다…UAE와 이스라엘의 참전법 [글로벌 AI위크⑤ 중동] 14억 빅데이터 가지면 뭐해…中 AI는 ‘시진핑 답정너’인데 [글로벌 AI위크⑥ 중국]

    2023.11.09 17:19

  • "죄송합니다" 카카오 최대매출에도 겹악재…AI 경쟁도 뒤처졌다 [팩플]

    "죄송합니다" 카카오 최대매출에도 겹악재…AI 경쟁도 뒤처졌다 [팩플]

    지난해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 중 홍은택 카카오 대표의 모습. 우상조 기자   “카카오 주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주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올해 3분기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힘입어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지만, 시세조종부터 자회사 매출 ‘뻥튀기’ 의혹까지 각종 리스크(risk·위험요인)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미 뒤처진 AI 경쟁을 따라잡아야 하는 시기에, 카카오는 겹악재를 겪으며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  무슨 일이야   카카오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1609억원, 영업이익 1403억원을 기록했다고 9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3%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6.7% 줄었다. 인공지능(AI) 투자, 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엔터테인먼트 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 SM엔터 편입에 따른 인건비(총 4670억원) 등으로 영업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다만 영업이익이 증권가 추정치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이날 카카오 주가는 4만56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3.75% 상승했다.   신재민 기자  ━  SM으로 몸집 ‘쑥’…그러나   이날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는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등에 대한 홍은택 카카오 대표의 사과로 시작됐다. 홍 대표는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의혹에 대해 사법기관에 충실하게 소명하고 있다”면서 “회사의 성장만큼 커진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경영의 틀을 다시 고민해 조직 재정비를 진행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들 역시 차질없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2분기부터 자회사로 편입된 SM엔터는 3분기 매출 2663억원, 영업이익 505억원을 기록하며 카카오의 외형 성장에 기여했다. 그러나 SM엔터와 카카오엔터의 시너지 효과는 현재로선 언제부터 가시화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SM엔터 인수를 비롯해 카카오그룹의 신사업 투자를 지휘하던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는 현재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으로 구속된 상태다.    ━  카톡 말고 다른 기둥은   ‘카톡’은 여전히 카카오 실적을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카톡 광고·커머스를 통칭하는 톡비즈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1% 증가한 5177억원을 기록했다. 광고형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8%, 거래형 매출은 15% 증가했다.    그러나 카톡을 벗어나면 먹거리가 많진 않다. SM엔터가 포함된 뮤직 부문 외엔 엇비슷한 수준. 플랫폼 기타 부문에 속하는 페이·모빌리티 사업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8% 늘어난 4285억원을 거뒀지만, 여기도 걸림돌이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이중 수수료 구조로 금감원 감리를 받고 있는 데다, 윤석열 대통령이 카모를 독과점 기업으로 강하게 비판하면서 회사는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준비 중이다. 2021년부터 흑자로 돌아선 카모의 수익성이 다시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 대표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택시 수수료가 낮아질 수 있냐는 질문에 “택시단체 대표님들과 잘 협상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신재민 기자  ━  뒤처진 AI, 언제쯤 하나   카카오는 내년 키워드로 ▶동네 ▶비(非)지인 ▶마이크로버티컬(극소 전문화) 등 셋을 꼽았다. 우선 3분기 출시된 친구 탭 동네소식, 오픈채팅 로컬 탭을 올해 안에 카카오맵과 결합해 로컬(지역) 서비스를 키우겠다는 것. 이용자들이 주변 식당·장소를 찾을 때 카톡을 보게 되면, ①카톡 체류시간·재방문율이 늘고 ②광고·커머스 매출도 노릴 수 있다는 게 카카오의 계산이다.   마이크로버티컬은 ‘카카오표 AI’ 전략이다. 카카오그룹의 각 서비스 안에서 사람·AI를 세세하게 연결하겠다는 것. 연내 카톡 오픈채팅에 ‘AI 콘텐츠 봇’을 출시한다. 이용자 관심사를 세분화해 콘텐트를 보여주는 큐레이션 챗봇이다. 또 카카오는 오픈소스 기반 AI 기반(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해 AI 검색 비용을 낮춰 ‘합리적인 AI’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카카오의 속도다. 빠른 속도로 다양한 AI를 출시해야 할 시점에 악재가 겹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연내 출시 예정인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파운데이션 모델에 대해 홍은택 대표는 “다양한 규모로 준비 중이고, 일부 모델은 구축이 완료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 주가에 대해 경영진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중장기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성장시키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2023.11.09 16:35

  • 영업익 89% 줄어든 엔씨, 신작 내놓는다…돈 풀어 M&A도 추진 [팩플]

    영업익 89% 줄어든 엔씨, 신작 내놓는다…돈 풀어 M&A도 추진 [팩플]

    엔씨소프트는 다음달 7일 신작게임 쓰론 앤 리버티를 출시한다.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89% 줄어든 실적을 공개했다. 회사 측은 적극적 인수·합병(M&A), 지연없는 신작 출시를 통해 반등 계기를 만들 계획이다.    ━  무슨 일이야   엔씨는 지난 3분기 매출 4231억 원, 영업이익 165억원을 기록했다고 9일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89% 줄었다. 당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76% 줄어든 440억 원을 기록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  이게 왜 중요해     엔씨는 지난해 4분기 매출·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로 전환한 뒤 4분기 연속 매출이 줄고 있다. 원인은 크게 2가지다. 우선 엔씨의 주력 지식재산(IP)인 리니지 시리즈 3종(M, 2M, W)이 예전 같지 못하다. 리니지 3종과 블레이드 앤 소울2를 포함한 엔씨의 모바일 게임 매출은 지난해 3분기 4373억원에서 올 3분기 2738억 원으로 38% 줄었다. 같은 기간 PC온라인게임 매출은 큰 변화가 없었다. 리니지를 모방한 게임들이 ‘리니지 라이크(like·같은)’라 불릴 정도로 많아져서다. 이장욱 엔씨 IR실장은 실적 부진 이유에 대해 “리니지W, 리니지 2M의 매출 감소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신작 출시 지연이다. 국내 게임사 실적은 신작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신작이 성공하면 크게 매출이 오르고 라이브 운영을 통해 완만하게 매출이 줄어들다, 다시 신작이 성공하면 크게 매출이 늘어나는 식이다. 엔씨는 2021년 11월 리니지W 출시후 지난 9월 퍼즐게임 ‘퍼즈업아미토이’를 내놓기까지 21개월간 신작이 없었다. 넥슨이 올해만 7개 게임을 선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  M&A·신작 출시로 돌파구   엔씨는 이날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실적을 반등시킬 계획들을 공개했다. 우선 현금성 자산을 활용한 적극적 M&A다. 엔씨의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3623억원에 달한다.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M&A는 실적·주가를 올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며 “게임사이기 때문에 우리의 IP를 확장할 수 있는 (게임) 스튜디오를 보고 있고 비게임에서도 매력적인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7일 선보이는 TL(쓰론 앤 리버티) 등 신작 출시도 이어갈 예정이다. 홍 CFO는 “지난주 TL 쇼케이스에서 전투, 성장, 강화시스템 등에서 글로벌 이용자의 긍정적 반응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부터 운영 중인 변화경영위원회를 통한 조직 및 의사결정 체계 정비에도 속도를 낸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노동 환경에 최적화된 조직을 만들어 신작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다. 홍 CFO는 “개발, 출시 일정 등 모든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원칙을 가지고 일정이 미뤄지지 않게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한다”며 “(내년 출시 예정인) 신규 IP 배틀크러쉬, BSS도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더 알면 좋은 것   한편 넥슨, 엔씨와 함께 3N으로 불리는 넷마블도 부진한 실적을 공개했다. 이날 넷마블은 올 3분기 매출 6306억원, 영업손실 21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9.2% 감소했으며 7분기 연속 적자다.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된 넥슨은 3분기 매출 1203억엔(1조913억원), 영업이익 463억엔(420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23% 증가해 전망치를 상회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다. 회사 측은 중국 시장에서 3분기 매출이 1년 새 22% 증가하고, 일본에서도 매출 12% 상승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과가 실적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2023.11.09 15:50

  • [팩플] 정부, 또 다시 통신비에 칼 댄다…3만원대 5G요금제·중저가 단말기 출시

    [팩플] 정부, 또 다시 통신비에 칼 댄다…3만원대 5G요금제·중저가 단말기 출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 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통신비 부담 완화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다시 한번 통신비에 칼을 댄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통신요금을 지목하며 소비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가계통신비는 여전히 상승 추세이기 때문이다. 5세대(5G) 중간요금제 출시 등 앞선 대책을 두고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새로운 통신비 경감 카드가 효과를 발휘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무슨 일이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통신비 부담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과 올해 3월에 이어 이번 정부의 세번째 통신 요금제 개편안이다.    통신 3사의 5G 요금제 시작가를 현재 4만원대 후반에서 3만원 대로 더 낮추고, 중저가폰 출시를 확대해 소비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장관은 “요금제와 단말기 선택권을 확대하고 사용량에 부합하는 요금 체계로 개편해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겠다”며 “통신 시장의 과점 고착화를 개선하고 요금·서비스·설비 경쟁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게 왜 중요해   정부가 가계 통신비 경감 대책을 논의한 지난 2월 서울 구로구 신도림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정부의 통신물가 조절 빈도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잇따른 대책에도 휴대전화 요금, 단말기 가격 등 이른바 ‘통신물가’는 올해도 꺾일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1~9월) 통신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상승했다. 통신물가는 2018년 이후 4년 연속 하락하다 지난해 0.7% 올랐고 올해는 상승폭이 더 커졌다.    특히 단말기 가격이 전년 대비 3.5% 올랐다. 삼성전자 갤럭시S, 애플 아이폰 등 주요 제조사의 플래그십 단말기값이 급등하며 가계 통신비를 끌어올린 것.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평균 가격은 약 87만3000원으로 9년 전인 2014년(약 62만원)보다 41% 증가했다. 이 기간동안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비용은 연평균 4%씩 늘었는데,  지난 10년간 소비자물가 평균 상승률(1.62%)을 웃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통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가 통신 요금에 통합 청구되다보니 소비자들의 체감 통신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 최근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 구독료가 잇따라 오르며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 스트리밍+인플레이션)도 가속화하고 있다.     ━  주요 내용은   정근영 디자이너 ①쓴 만큼 요금 내고: 정부는 통신사와 협의해 내년 1분기엔 3만원 대 5G 요금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는 4만원대 후반 요금제부터 시작한다. 또 30GB 이하 소량으로 데이터 제공량을 세분화해 저렴한 요금제를 다양하게 만들고, 이달 말부터는 5G폰으로도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현재는 통신3사가 판매하는 5G 스마트폰은 4G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없는데, 이런 제한을 없애는 것. LTE 는 5G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다소 느리지만 저렴한 요금제가 많아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② 폰값 부담 낮추고: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삼성전자)와 협의해 중저가 단말기 출시도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 30만~80만원대 단말기 2종을 출시하고, 내년 상반기에도 3~4종의 중저가 스마트폰을 선보일 계획. 단말기 구매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통신요금 할인(25%)을 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할인제도의 계약 기간을 현재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중도에 통신사를 해지할 경우 발생하는 위약금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예정.   ③ 신규 사업자 늘리고: 정부는 통신사 간 경쟁이 활발해져야 요금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제4 이통사 후보를 계속 찾고 있다. 신규 사업자에게는 주파수 할당대가 조건을 완화해주고 정책금융·세액공제 등 지원 방안을 추가할 계획이다. 중소규모 사업자가 많은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 3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 제한도 추진한다.    ━  통신사 실적에 악재 될까   정근영 디자이너 통신사들은 정부의 추가 압박이 각사의 수익에 미칠 악영향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요금제가 저렴해지고 세분화하면 가입자 당 평균 매출(ARPU)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아직까지 통신사 영업이익에 큰 변화는 없다. 7, 8일 잇따라 나온 3분기 실적발표에서 3사 영업이익 합산은 1조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만년 3등’이던 LG유플러스가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으며 경쟁을 자극하는 데다, 정부의 압박이 더해지면서 요금 인하 효과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올해 3분기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가입자 회선(알뜰폰 제외) 수에서 KT를 처음으로 앞서며 화제를 모았다. 다만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하고 순수 휴대전화(핸드셋) 회선 수만 따져보면 KT(1349만 회선, 점유율 28.3%)가 LG유플러스(1101만 회선, 23.2%)보다 여전히 많다. 1위인 SKT는 2309만 회선(48.5%)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2023.11.08 18:03

  • 미국 16조에 1조로 싸운다…영국 믿는 구석은 ‘AI 부스터’ [글로벌 AI위크 ④ 영국]

    미국 16조에 1조로 싸운다…영국 믿는 구석은 ‘AI 부스터’ [글로벌 AI위크 ④ 영국] 유료 전용

    Today’s Topic,글로벌 AI 위크 ④ 영국편영국, AI 수퍼파워 꿈꾼다   지난달 19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대영도서관(The British Library) 내부에 위치한 '앨런 튜링 연구소(The Alan Turing Institute)'의 모습. 윤상언 기자 지난달 19일 영국 런던 북부에 위치한 대영도서관(The British Library). 책으로 빼곡한 2층 한쪽에서 흰색 간판이 눈길을 끌었다. ‘앨런 튜링 연구소(The Alan Turing Institute)’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연구소 곳곳에선 코딩하듯 컴퓨터 언어로 가득한 노트북을 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날 만난 조아나 던게이트 대외협력사무관은 “연구원 대부분은 명문대 전임 교원들”이라며 “이곳으로 출근하지 않고 원래 학교의 연구실에서 연구해도 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튜링연구소의 유연한 연구 환경은 다양한 분야의 AI 연구를 포괄하고 학제 간 융복합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2015년 설립된 국립 앨런 튜링연구소는 영국의 첨단 인공지능(AI)과 데이터과학 연구의 산실(産室)이자 보고(寶庫)다.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인 수학자 앨런 튜링의 이름을 걸고, 영국의 AI 연구 허브 역할을 한다. 영국 전역의 대학교수나 연구자뿐 아니라 IT 산업 종사자들도 연구원으로 있다.   현재 영국 정부는 앨런 튜링연구소와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등 명문 대학, 금융⋅법률 서비스 등 지식서비스 산업을 엮어 ‘AI 수퍼파워(초강대국)’에 오르겠다는 야심에 차 있다. 영국은 지난 세기에 기술 패권을 넘겨준 미국에 이번 AI 주도권마저 내줄 수 없다는 것일까. 지난 1일 전 세계 28개국을 모은 AI 안전성 정상회의는 그런 점에서 상징적 이벤트였다. 2016년 전 세계에 ‘알파고 충격’을 던진 딥마인드(구글에 2014년 인수)를 배출한 영국으로선 AI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없지 않다. 영국의 AI 야심은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10월 중순 런던을 찾아 영국의 AI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 💬목차 「 1. AI 수퍼파워, 대영제국의 꿈 부활하다2. 영국이 믿는 구석 세 가지 3. 영국 AI, 산업 승부처는 여기   + 케임브리지대 밀너제약연구소 AI센터장 인터뷰 4. 영국의 한계는 」  한호정 디자이너  ━  1. AI 수퍼파워, 대영제국의 꿈 부활하다   영국 정부는 최근의 AI 열풍을 국제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로 본다. 주목하는 키워드는 ‘AI 신뢰 산업’. 영국 과학기술부는 지난 3월 ‘AI 규제에 대한 친혁신적 접근법’이란 보고서를 내고 “영국은 AI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거버넌스와 신뢰를 증진하는 글로벌 대화에서 핵심적인 역할(central role)을 할 수 있다”며 “AI 기술을 감독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등의 AI 신뢰 산업을 발전시킬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영국의 역할이 있다”고 밝혔다.   ◦ AI 정상회담 열고: 런던에선 지난 1일 전 세계 28개국 고위급 인사와 AI 기업인 등 100여 명이 모여 “인공지능은 인간 중심적이고, 신뢰할 수 있고,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내용의 ‘블레츨리 선언’을 채택했다. 각국이 모여 AI 규제 방안을 논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번 AI 정상회의는 장기적으로 AI 기술을 통제하는 동시에, 인류를 이롭게 할 장점을 사수할 수 있다는 정치적인 의지와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세계 각국 장관급 고위 인사들이 영국에서 열린 AI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사진촬영을 위해 서있다. EPA=연합뉴스   ◦ 미국과 ‘샅바 싸움’도 하고: 영국은 신뢰받는 AI 산업 모델을 만들고, 인증 파워를 가지려고 한다. 수낵 총리는 지난달 26일 왕립학회에서 “세계 최초로 ‘AI 안전 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AI 기술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글로벌 규제 경쟁에서 관련 의제를 주도하겠다는 움직임이다. 또 생성 AI 챗봇이 거짓 정보를 내놓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나 편향성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산업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태도도 확고하다. 이렇게 규제를 선도하려는 영국, 그걸 바라보는 미국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도 포착된다. AI 정상회담 직전, 미국은 AI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안정적이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는 AI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뉴욕타임스는 “AI 기술 발전이 빠른 선도 국가인 미국이 AI 규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 ‘금융 허브’ 키웠듯, AI도: 지난 2월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AI 기술과 양자컴퓨터 등 기술 R&D와 인프라 구축에 5억 파운드(약 824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영국을 ‘과학기술 수퍼파워’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과학과 기술 프레임워크).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정부는 1980년대에 런던을 유럽 금융의 허브로 만든 ‘빅뱅 규제개혁’ 등을 진행한 전력이 있는 만큼 수낵 총리가 AI 산업을 휘어잡으려는 의지는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AI 산업이 영국 경제에 기여할 총부가가치(GVA·국내총생산에서 세금과 보조금을 제외한 지표)를 37억 파운드(약 6조768억원)로 추산하고, AI 산업과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섰다. 지난 3월 AI와 차세대 수퍼컴퓨터 연구에 10억 파운드(약 1조64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바로 다음달 에는 대규모 언어모델 개발을 위해 1억 파운드를 추가 투입하겠다고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  2. 영국이 믿는 구석 세 가지   “AI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영국만의 강점을 살리는 게 중요합니다. AI 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이익을 창출하고, 경제 성장을 지원하고, 안전하면서도 책임감 있으며 윤리적인 AI 적용 사례를 제시해야죠.”   사이먼 리브 앨런 튜링연구소 혁신 디렉터(Director of Innovation)는 지난달 1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국제사회에서 AI 기술 주도권을 잡을 전략이 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달 17~19일 영국에서 AI 기술 전문가와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을 만나 영국이 미국이나 EU와의 AI 경쟁에서 해볼 만하다고 자신하는 근거를 들어봤다. 이들은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① 실용성 강한 R&D 전통 AI 기술에 대한 학계의 연구개발(R&D) 기반이 공고하다는 점은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영국의 강점이다. 구심점은 국립 앨런 튜링연구소.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맨체스터대 등 전국 65개의 대학의 AI·데이터 과학 연구자들은 앨런 튜링연구소를 통해 R&D 성과를 공유하고, 400여 명의 연구소 소속 학자들이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성 ▶건강과 웰빙 ▶보안과 안보 등 3대 분야에서 각종 과제를 수행한다. 사이먼 리브 혁신 디렉터는 중앙일보에 “정부 방침에 따라 3대 AI 연구분야를 정했다”며 “세계 2차대전 당시 앨런 튜링 박사가 여러 전공을 가진 학자들과 모여서 나치 암호를 함께 해독한 것처럼,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영국 런던의 대영도서관 내 앨런 튜링 연구소 입구의 모습. 윤상언 기자 연구소는 철저히 실용성을 강조한다. 실제 산업 현장에 쓰일 AI 기술을 발굴하고, 산업 현장과 직접 교류하며 기술 적용 방식을 지도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리브 혁신 디렉터는 “AI 기술을 무작정 연구하고 보는 게 아니라 연구 설계 단계부터 사용자의 수요를 고려한다”며 “연구소 입장에서는 핵심적인 AI 기술을 사회에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AI 기술을 산업에 전파하는) 일종의 외교관(ambassador)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② EU의 ‘브리티시 드림’ AI 전문 인력을 흡수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점도 영국의 무기다. 영국에서 시장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나 수익구조를 가진 스타트업을 창업할 경우 약 5년간 가족과 함께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내주는 ‘혁신 창업가 비자(Innovator Founder Visa)’, 해외 AI 유망 연구자와 산업계 종사자를 앨런 튜링연구소로 끌어들이는 ‘튜링 AI 펠로십’ 등 우수 인력을 영입하기 위한 정책이 다양하다.   영국은 유럽인들에게 미국 실리콘밸리보다 물리적·심리적으로 가깝고, 비자 발급도 비교적 쉬운 편이어서 외국인 AI 인재 유치에 유리하다. 영국에서 생성 AI 기술 기반 리걸테크 스타트업 시서로우(Scissero)를 창업한 마티우스 스트라우서 최고경영자(CEO)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 대부분의 AI 개발자는 러시아에서 넘어왔고, 나 역시 가족들이 오스트리아에 있다”며 “우린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브리티시(영국) 드림’을 꿈꾸며 입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무역에서 어느 정도 타격을 입었지만, 이민 정책과 비자 발급 정책이 EU보다 유연해질 수 있었다”며 “그 덕에 문화의 다양성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비슷하지만, 인종 갈등 같은 사회적 긴장감이 덜하다는 점에서 스타트업들엔 미국보다 더 좋은 환경 같다”고 말했다.   ③ 금융⋅법률⋯지식서비스 산업 정근영 디자이너 영국은 전체 산업의 80.48%가 서비스 부문(지난 2분기 총부가가치 기준·영국 통계청)에서 나온다. 이런 산업 구조가 AI 산업 육성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영국 VC 그레이하운드 캐피탈의 포고스 사이아디안 파트너는 지난달 18일 런던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현재 영국 경제는 매우 서비스 지향적인 경제 구조라 법률⋅금융⋅행정 등 AI를 적용해 생산성을 혁신할 수 있는 분야들이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생성 AI 기술 경쟁의 축은 크게 둘이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범용 거대언어모델(LLM) 중심의 빅테크 리그와, 남이 개발해 놓은 LLM이나 특정 전문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Vertical) LLM으로 기존 시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버티컬 리그다.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VC가 LLM 개발 등에 투자한 금액은 총 120억 달러(약 16조3000억원)에 달한다. 반면에 영국 정부가 자체 LLM인 ‘브릿 GPT(Brit GPT)’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예산은 총 10억 파운드(약 1조6000억원)로, 미국 민간 투자액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자본 싸움이 된 LLM 개발 경쟁으론 미국 기업들을 제치기 어렵다는 의미다. 사이아디안 파트너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 지역은 LLM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수준이 미국에 뒤쳐져 있기 때문에, AI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사례를 찾는 게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1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는 포고스 사이아디안 그레이하운드 캐피탈 파트너의 모습. 윤상언 기자    ━  3. 영국의 AI, 산업 승부처는 여기   그래서 영국이 AI로 하겠다는 것은? 요약하면, 부가가치 높은 핵심 기술⋅서비스 산업에 ‘AI 부스터’를 붙여 경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현지에서 만난 AI 및 벤처투자 전문가들은 그 대표 산업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제약·바이오, 지식서비스, AI 반도체다. 공공의료가 강한 영국의 방대한 의료 데이터와 산학연 연구 복합체, 유럽의 금융 허브인 런던의 지식서비스 산업 생태계, ARM과 그래프코어 등을 보유한 영국의 반도체 산업에 기회가 있다고 본다.   ① 제약·바이오 @케임브리지대 2020년 영국 제약산업의 R&D 지출 규모는 50억1700만파운드(약 8조1500억원)로, 전체 산업 중 1위였다(영국 통계청). 아스트라제네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들이 영향이다. 여기에 국민들로부터 유전자 정보를 기부받아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바이오뱅크, 지노믹스 잉글랜드 프로젝트 등이 진행되면서 고품질 의료 데이터가 착실히 쌓였다. 전 국민의 의료 정보를 보유한 NHS(국민건강서비스)의 방대한 데이터도 AI 기술과 접목할 경우, 산업 혁신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이먼 리브 앨런 튜링연구소 혁신 디렉터는“영국의 의약 AI는 NHS와 전국 보건소를 통해 발전할 잠재력이 큰 구조”라고 평가했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영국 VC 심산벤처스의 사힐 초프라 CEO도 지난달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공공보건 체계가 강력하지만, 동시에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AI 기술이 부족한 의료서비스 인력을 채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밀너 제약연구소 내부의 모습. 제약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AI 기술 연구 등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도 갖추고 있다. 사진 윤상언 기자 특히 AI 기술을 신약 개발에 적용하기 위해 제약사와 학계의 공동연구가 활발하다. 2016년 케임브리지대의 밀너 제약연구소(Milner Therapeutics Institute)는 설립과 동시에 AI 연구센터를 세웠다. GSK,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존슨앤존슨(J&J) 등 제약사14곳이 ‘밀너 컨소시엄’을 구성해 AI를 활용해 신약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AI 연구를 총괄하는 한남식 밀너 제약연구소 AI 연구센터장은 지난달 19일 케임브리지대 캠퍼스 내 연구소에서 만나 “(영국은) 기초과학 연구가 탄탄하고, 학제 간 융합 연구가 활발하다 보니 컴퓨터공학⋅생물학⋅수학 등과 협업이 필수인 AI 신약 개발에 유리한 환경”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의 R&D 본부도 가까이 있어서 자주 교류하고, AI 기술 연구에 대해 자주 의견을 나눈다”고 설명했다.   ■ “융합 연구의 유산, AI에 최적” 케임브리지대 A I신약 개발 이끄는 한국인 「 지난 19일 한남식 케임브리지대 밀너제약연구소 AI 연구센터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밀너 제약연구소는 어떤 곳인가. 케임브리지대 의과대학에 속해 있다. 바이오 신약 개발에 특화한 연구를 하기 위해 2016년 생겼다. 연구소의 모체인 ‘밀너 컨소시엄’은 14곳의 글로벌 제약사와 케임브리지대가 함께 만든 유럽 최초이자 최대의 산학연 공동 연구 조직이다.   AI 기술을 어떻게 신약 개발에 활용하나. 신약 개발의 모든 과정에 AI가 쓰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인체의 유해한 병균을 죽일 수 있는 성분(선도물질)을 찾는 데 AI가 적용되고, 그 반대로 특정 물질에 반응하는 체내 유해물질을 찾는 연구에도 쓰인다.   어떤 원리인가. AI로 새로운 물질을 획기적으로 빨리 찾을 수 있고, 문제 있는 유전자를 더 정확히 찾을 수도 있다. 유전자 발현량, 단백질 발현량 등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멀티오믹스(다중오믹스) 기법에 AI를 적용해 정상인과 환자의 유전자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MIT)와 캐나다 맥마스터대 공동 연구팀은 2020년과 올해 5월 딥러닝 같은 AI 기술을 활용해 항생제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를 죽이는 수퍼 항생제 ‘할리신’ 등을 잇따라 발견했다. AI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학습 속도로 신약 개발에 기여하는 사례로 꼽힌다.)   AI가 없다면 비교와 분석에 시간이 오래 걸리나? AI 없이는 아예 불가능한 연구가 많다. 인체의 유전자 개수, 그러니까 염기서열이 30억 개에 달한다. 사람이 눈으로 하나하나 비교분석을 할 수 없다. 반면에 AI는 지치지 않고, 잠도 안 자고, 실수 없이 수억 개의 다양한 유전자 정보를 대조 분석한다.   영국엔 유명 제약사가 많다. 신약 개발 환경도 좋은가. 최상의 환경이다. 일단 학문 간 융합 연구의 유산이 탄탄하다. 앨런 튜링 박사만 해도 컴퓨터 연구로 유명하지만, 생물학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구글에 인수된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도 신경과학으로 박사후 과정을 밟았다고 한다. 신약 개발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컴퓨터 공학, 수학, 의학, 생물학, 화학 등 여러 전공자가 잘 어울려 연구해야 하는데, 융합이 자연스러운 학문 풍토 덕분에 AI 신약 개발 부문에서 영국의 경쟁력이 높다고 본다. 」    ② 금융·법률 @런던 ‘금융 허브’ 런던을 발판으로 하는 AI 핀테크와 리걸테크도 영국이 유망하게 보는 AI 산업이다. 런던엔 바클레이스 은행,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사들은 물론 이들의 금융상품과 연계된 각종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는 로펌이 많다. 실제로 상업용 데이터베이스 기업 렉시스가 지난 5~6월 영국 내 법조계 종사자 1175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 내 로펌의 64%는 업무에 생성 AI를 도입할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답했다.   AI 리걸테크 시서로우의 스트라우서 CEO는 “런던은 구조화된 금융상품과 파생상품의 중심지인 만큼, 다량의 법률 관련 문서를 AI를 활용해 자동 생성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국에선 인간 변호사의 개입 없이 계약서 검토부터 협상, 계약완료까지 다 해내는 AI가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등장했다. 지난 7일 영국의 AI 스타트업 루미넌스가 계약 과정을 시연해보인 오토파일럿이다. 케임브리지대 수학자들이 2016년 창업한 자체 LLM을 개발해 변호사 업무를 돕는 AI 서비스를 준비해왔다.    ③ AI 반도체 @브리스톨 지금은 엔비디아, AMD 같은 미국 기업들이 ‘다 삼켜버린’ 듯한 AI 반도체 산업에서 영국도 지분 경쟁을 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AI 반도체는 LLM 개발과 생성 AI 서비스 구동에 필요한 필수 인프라다. 영국이 기대하는 건 전 세계 반도체 설계 회사들의 ‘IP(지식재산권) 은행’인 ARM(2023년 9월, 뉴욕증시 상장)과 기업가치 28억 달러(약 3조7500억원)짜리 유니콘 스타트업 그래프코어가 일군 반도체 생태계다. 특히 그래프코어는 미국 엔비디아의 GPU를 대체할 차세대 AI 반도체인 IPU(지능처리장치)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사힐 초프라 심산벤처스 CEO는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반도체 부족 현상이 계속되는 상황이고, 자본 집약적인 AI 반도체는 기술 기반이 없으면 투자와 생산이 무척 어렵다”며 “그래프코어 등 유망한 반도체 기업이 몰려 있는 런던 근교의 브리스톨 지역으로 투자금이 몰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  4. 영국의 한계는   AI 기술⋅규제 주도권을 쥐고 싶은 나라가 어디 영국뿐일까. 마음이 굴뚝 같더라도, 실현 가능성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영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보니.   ◦ 스타트업에 냉혹한 영국: 초기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평가가 공통적이었다. 특히 민간 투자든, 정책자금 지원이든 투자금을 지원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 초프라 심산벤처스 CEO는 “지난해 영국 내 AI 기업 투자 중 3%에만(※ 앨런 튜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는 2%가량) 여성 대표에게 돌아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며 “미국과 달리 영국은 투자자들의 초기 투자 시 여전히 스타트업 대표의 인종과 성별 등을 따지는 등 편견에 시달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 클라우드 인프라 부족: 생성 AI 기술을 서비스로 구동하려면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영국에서 GPU 기반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단지를 보유한 기업은 미국 오라클이 유일하다고. 아마존의 AWS, 구글클라우드, MS의 애저 등의 인프라를 보유한 미국이나 EU, 아시아 등에 비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코노미스트는 “딥마인드 창업자 데미스 허사비스가 구글에 지분을 매각한 것도 언어 모델에 데이터를 학습시키려면 충분한 전산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AI발 경제 발전을 꿈꾸는 리시 수낵 총리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영국은 (언어모델 학습용) 컴퓨팅 파워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팩플 오리지널 ‘글로벌 AI 위크’ 시리즈 실리콘밸리? 메이플밸리! 캐나다는 왜 ‘AI 성지’ 됐나 [글로벌 AI위크① 캐나다] 다시 또 유럽의 병자 될 건가…강소기업 나라, 독일 AI 반전 [글로벌 AI위크② 독일] “지루했던 모바일 시대 끝난다” AI 다 가진 미국의 요즘 관심 [글로벌 AI위크③ 미국] 미국 16조에 1조로 싸운다…영국 믿는 구석은 ‘AI 부스터’ [글로벌 AI위크 ④ 영국] 27살 ‘세계 첫 AI장관’ 앉혔다…UAE와 이스라엘의 참전법 [글로벌 AI위크⑤ 중동] 14억 빅데이터 가지면 뭐해…中 AI는 ‘시진핑 답정너’인데 [글로벌 AI위크⑥ 중국]

    2023.11.08 15:19

  • 테크기업? 단순 부동산 임대였다…'62조원 가치' 위워크 몰락 [팩플]

    테크기업? 단순 부동산 임대였다…'62조원 가치' 위워크 몰락 [팩플]

    위워크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한때 470억 달러(약 62조원) 가치로 평가받은 공유 사무실 기업 위워크(WeWork)가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에어비엔비, 우버 등과 함께 ‘공유경제 3대장’으로 불리던 위워크의 몰락에 2010년대 각광받았던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  무슨 일이야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CNBC 등에 따르면 위워크는 이날 미국 뉴저지 파산 법원에 연방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위워크는 신청서에 지난 6월 말 기준 자산 150억 달러(약 19조 6320억원), 부채 186억 달러(24조 3436억원)라고 기재했다. 회사 측은 보도자료에서 “담보 채권의 약 92%를 보유한 채권자들과 구조조정 지원 계약을 체결해 회사의 기존 부채를 줄이고 구조조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미국의 챕터11은 국내 법원의 기업 회생절차와 유사하다. 기업회생 분야 전문가인 이재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채무 이행을 중단하고 자산 매각, 출자 전환 등 회생계획(rehabilitation plan)을 세워 기업을 다시 살리는 걸 목표로 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위워크 창업자인 애덤 뉴먼. 중앙포토    ━  위워크의 흥망성쇠   위워크는 2010년대 공유경제 및 벤처·스타트업 붐의 상징적 존재다. 창업자 애덤 뉴먼은 부동산 임대 사업에 공유경제 개념을 결합하고, 이를 기술 기업으로 포장하는 뛰어난 수완으로 벤처 투자 붐에 올라탔다. 상장 실패 후 회사에서 쫓겨난 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애플TV의 드라마 ‘우린 폭망했다’(WeCrashed)로 제작돼 화제가 됐다.    ① 무료 맥주 제공하는 힙한 일터 : 애덤 뉴먼은 2010년 미겔 맥켈비와 위워크를 공동창업했다. 뉴욕 시내 핵심 지역 건물을 층 단위로 장기로 임대한 다음 이를 쪼개 공간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들에 단기 재임대 하는 방식. 공간을 빌리면 무료로 맥주와 커피를 제공하는 ‘힙한’ 일터에 스타트업들은 열광했다. 도시 중심가에 위치한 위워크에 입주하면 스타트업이 인재 채용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지면서 위워크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으로 급성장했다.   ② ‘마사’와의 만남 : 위워크는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과 만나면서 시원하게 자금 수혈을 받았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6년 말 손 회장은 위워크를 방문해 12분 간 둘러보고 애덤 뉴먼에게 자신과 함께 차를 탈 것을 제안했다. 당시 100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결성해 공격적으로 투자하던 손 회장은 차 안에서 ‘위워크에 44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손 회장이 “싸움에서 똑똑한 사람과 미친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 거 같냐”는 질문에 애덤 뉴먼이 “미친 사람”이라고 답변했고 손 회장이 “넌 아직 덜 미친 거 같다”고 답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③ 상장 실패, ‘기술 기업’이 아니었다 : 뉴먼은 손 회장 투자 유치 과정과 이후 이어진 상장(IPO) 준비 과정에서 위워크를 기술 회사로 포장했다. 위워크랩스 등을 만들었고 투자자들에게 “지금까지는 ‘I’(아이폰)의 시대였지만 앞으로는 ‘We’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애플과 위워크를 같은 반열에 올려놨다. 하지만 2019년 투자설명서(S-1)를 공개한 뒤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마지막 투자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470억 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자세히 뜯어보니 그만한 기업이 아니란 평가가 속출한 것. 2018년 매출 18억 달러에 손실 19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떨어졌다. 장기 임대한 부동산을 제대로 재임대하지 못하면 회사 손실로 잡히는 임대 사업의 한계였다. 당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같은 해 8월 ‘위워크는 기술회사가 아닙니다’라는 분석기사를 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기술 기업은 고객을 늘리는 데 추가 비용을 거의 들지 않고, 고객 데이터를 축적해 서비스를 개선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이용자가 늘어나는 네트워크 효과가 가능한데 위워크는 이 요건에 하나도 맞지 않는다는 것. HBR은 “위워크를 애플, MS, 구글과 같은 기술 회사 범주에 넣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9월 위워크 이사회는 상장을 연기했고 이후 애덤 뉴먼은 사퇴했다.     2017년 10월 포브스 표지에 나온 위워크 공동창업자 애덤뉴먼. 사진 포브스 ④ 창업자의 부도덕 : 위워크의 몰락을 부채질한 것은 창업자 뉴먼의 부도덕한 행태였다. 그는 자신에게 ‘We’라는 상표권이 있다며 회사로부터 로열티로 590만 달러를 받았으며, 자신 소유의 건물을 위워크에 임대하기도 했다. 자가용 제트기를 사는 등 방만 경영도 문제. 특히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복수의결권, 황금낙하산(적대적 인수합병에 대비해 경영진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항)을 활용해 17억 달러(약 2조 2295억원) 규모 보상을 받아 비판 받았다. 상장 무산 직후 위워크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는데 이를 초래한 당사자는 이득을 다 챙긴 후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⑤ 추락엔 날개가 없다 : 소프트뱅크의 지원으로 되살아난 위워크는 2021년 10월 SPAC(특수목적회사)을 통해 90억 달러 가치로 상장했다. 그러나 이전 상장 시도 당시 외형을 키우기 위해 장기로 비싸게 임대한 건물들은 두고두고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 된 데다, 고금리로 스타트업 창업이 줄어들자 위워크는 텅텅 비어갔다. WSJ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위워크는 39개국 777개 지점을 유지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2027년 말까지 약 100억 달러, 2028년부터는 추가로 150억 달러를 임대료를 내야 한다.   차준홍 기자    ━  이게 왜 중요해   위워크의 파산 신청으로 공유 경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유효상 숭실대 중소기업 대학원 교수는 “본질은 단순 부동산 임대업이었고, 다른 기술 기업들과 같은 수익 모델이 아닌데도 투자자는 과대평가해서 투자했고 여기에 창업자의 ‘도덕적 해이’까지 겹쳐지면서 몰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2023.11.08 05:00

  • “지루했던 모바일 시대 끝난다” AI 다 가진 미국의 요즘 관심 [글로벌 AI위크③ 미국]

    “지루했던 모바일 시대 끝난다” AI 다 가진 미국의 요즘 관심 [글로벌 AI위크③ 미국] 유료 전용

    Today’s Topic, 글로벌 AI 위크③ 미국 편 AI 심장부터 모세혈관까지, 미국 ‘놓치지 않을 거예요’   1994년의 웹 브라우저 혁명과 그로부터 14년 후(2007~2008년)의 모바일 혁명은 테크 산업은 물론, 인류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웹의 마이크로소프트(MS), 모바일의 애플·구글은 아메리칸 스탠더드의 지배를 공고히 했다.   그로부터 다시 14년, 2022년 말 생성 AI가 다시 세상을 흔들었다. 초강대국 미국이 이 또한 주도하려는 건 자명한 일. 다만, 이번엔 양상이 사뭇 다르다. 자본과 기술뿐 아니라 제조업과 일자리, 규칙에서도 AI로 국가의 힘을 키우려 한다. 미국은 AI 혁명을 어떻게 준비하며 이끌고 있는지, 지난 5~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와 로스앤젤레스(LA)에서 AI 기업들과 벤처캐피탈(VC)들을 만나 살펴봤다.   ■ 💬 목차 「 1. 제조 : 워싱턴과 실리콘밸리의 조합 2. 자본 : 임자, 전환해 봤어?   3. 기술 : 기초과학, 소프트웨어 우위를 AI로   4. 규칙 : EU와 영국에 양보할 쏘냐 」  한호정 디자이너  ━  1. 제조 : 워싱턴과 실리콘밸리의 조합    미 서부 실리콘밸리와 동부 워싱턴의 거리만큼이나, 미 정계와 기술계는 멀어 보였다. 그러나 이번 AI 혁명에서는 다르다. 제조, 일자리, 국방 등 굵직한 국정 현안을 AI와 연계해 풀어 가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 ‘미국산 AI’는 반도체부터: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만난 조너선 로스 그로크(Groq) CEO는 워싱턴 출장에서 돌아온 지 2주 만에 다시 워싱턴 출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로크는 구글의 머신러닝용 반도체인 TPU의 초기 개발자인 로스가 2016년 창업한 AI 반도체 설계 유니콘이다. 엔비디아 GPU가 AI 모델 훈련용 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로크의 LPU(언어처리장치)는 는 AI를 서비스에 활용하는 추론(inferencing) 영역에서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조나단 로스 그로크 CEO가 576개의 그로크칩으로 구성된 AI 가속기 그로크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심서현 기자 로스 CEO는 지난 9월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특별경쟁 연구 프로젝트(SCSP) 첨단기술 서밋 2023’에 참석해 그로크 칩에서 AI 챗봇이 얼마나 빨리 구동되는지를 시연했다. 그가 “이 칩은 미국에서 설계됐고, 우리 차세대 칩은 생산도 미국 테일러에서 이뤄진다”라고 말하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마이크 라운즈 공화당 상원의원 등이 있던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가 말한 테일러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에 짓고 있는 최신 공정의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이다. 그는 엔비디아 수퍼컴퓨터 DGX를 겨냥해 “현재 세계 최대 GPU 시스템은 256개 칩으로 이뤄졌고 크기가 이 무대만 한데, 그로크 LPU 시스템은 크기도 전력 소모량도 1/3이며, 미국에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정가의 관심이 ‘미국 내 공급망’인 것을 공략한 것.   ◦ AI칩 돌아오니, 일자리도 컴백홈 : 시스템 반도체 중에서도, AI 반도체 생산은 대만 TSMC가 완전히 도맡은 상태다. GPU 시장 9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와 그 나머지를 차지하는 AMD의 GPU는 물론, 세레브라스나 그래프코어, 삼바노바 같은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의 신형 칩들 역시 TSMC가 위탁 생산한다.   여기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는 모양새다. TSMC 고객이던 그로크와 텐스토렌트 같은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올해 차례로 삼성 테일러 공장과 생산 계약을 발표했다. 삼성은 내년에 테일러 공장서 생산을 시작하는 게 목표. 로스 CEO는 중앙일보 팩플 인터뷰에서 “삼성은 이미 우리가 사용할 공정(4㎚)을 갖췄고 미국 내 제조 규모도 커서 최선의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투자·설비에 세금을 감면하는 ‘반도체산업육성법(Chips and Science Act, 이하 반도체법)’을 시행하면서, AI 반도체는 미국 내 설계(designed in USA)를 넘어 미국 내 제조(made in USA)로 나아가는 상황.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반도체법 통과 후 미국 22개 주에서 총 2100억 달러(약 272조원) 이상의 민간 투자와 4만4000개의 새 일자리가 발표됐다. 삼성 미국법인에 따르면 테일러 공장의 직접 고용만 2000명이다.   ◦ 정부가 업어 키우는 국방 AI : 미국은 국방 AI 도입 논의도 활발하다. 지난 7월 의회를 통과한’ 2024년 국방수권법안(The 2024 NDAA)’에는 AI를 정보전에 사용하는 등 구체적인 조항이 포함돼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2021년 ‘디지털 및 AI 최고책임자실(CDAO)’을 설립하며 국방 AI를 추진해 왔다. 지난 2일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은 군 의사 결정에 AI를 활용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파이낸셜타임스는 “그간 실리콘밸리는 느리고 보수적이기로 악명높은 국방부의 조달 절차 때문에 국방 기술에 관심이 없었으나, 연 8860억 달러(약 1150조원)에 달하는 국방 예산에서 AI·기술 비중이 증가하자 스타트업의 계약 수주가 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드론 스타트업 쉴드AI나 AI 데이터분석 기업인 팔란티어 등 국방 AI 신생기업이 급성장한 배경이다. 팔란티어는 지난해 매출 19억 달러(약2조4500억원)의 절반을 정부 계약에서 올렸다. 그로크가 개발한 LPU 역시, 미 육군용 사이버보안 솔루션에 사용된다. 그로크의 로스 CEO는 중앙일보에 “느린 줄만 알았던 정부가 생각 이상으로 AI 기술 도입에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놀랐다”라고 말했다.   ◦ 반도체법 뒤엔 AI 싱크탱크 : 워싱턴D.C와 실리콘밸리의 만남 뒤엔 탄탄한 싱크탱크가 있다.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은 반도체법의 밑그림을 그린 이로 꼽힌다. 그는 2019~2021년 미국 AI국가안보위원회(NSCAI) 위원장을 맡아 “미국은 AI 혁명이 우리 경제와 안보, 복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고민조차 하지 않고 있지만, AI를 악용하려는 이들로부터 국가를 방어하려면 지금 당장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고 일갈하는 보고서를 발표, 파장을 일으켰다.   위원회는 슈밋 위원장 외에도 앤디 제시 아마존 CEO와 새라 캣츠 오라클 CEO 등 현역 경영자들이 참여해 미국 AI 정책에 현장 의견을 반영했다. 슈밋 회장은 NSCAI 임기 종료 후 민간 싱크탱크(SCSP)를 설립, 지금도 워싱턴과 실리콘밸리의 가교 역할을 한다.   팩플 오리지널 '글로벌 AI 위크' 시리즈 실리콘밸리? 메이플밸리! 캐나다는 왜 ‘AI 성지’ 됐나 [글로벌 AI위크① 캐나다] 다시 또 유럽의 병자 될 건가…강소기업 나라, 독일 AI 반전 [글로벌 AI위크② 독일] “지루했던 모바일 시대 끝” AI 다 가진 미국의 요즘 관심 [글로벌 AI위크③ 미국]  ━  2. 자본 : 임자, ‘산업 전환’ 해 봤어?    실리콘밸리의 VC들은 “지루했던 모바일 시대가 드디어 끝난다”라며 환호했다. 이들은 풍부한 자본과 기술에 대한 이해 외에도 ‘경험’ 자산을 가졌다. 기술이 산업과 일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 흐름을 읽는 안목이 있는 것. 제임스 커리어 NFX 제너럴 파트너가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심서현 기자 ◦ 모바일, 많이 무따 아이가: 지난달 5일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서 초기 스타트업 전문 VC인 NFX의 제임스 커리어 제너럴 파트너를 만났다. NFX는 2015년 NFX 창립 이후 투자한 기업들 중 리프트, 도어대시, 맘모스 바이오사이언스, 포시마크 등 유니콘 수준으로 큰 기업만 23개다. 그는 중앙일보 팩플 인터뷰에서 “인터넷 시대가 14년, 이후 모바일 시대가 14년 이상 이어지며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봤는데 이제 모든 것이 다시 열렸다”라고 말했다. “과거에 잘 안 됐던 기존 사업 분야가 거대언어모델(LLM)을 쓰는 새로운 창업자들에 의해 재창조되는 걸 보고 있다”라는 것.    ◦ AI 돈 나올 데는 ‘여기’: NFX의 커리어 파트너는 생성 AI의 계층을 5개로 나누고 이중 투자할 곳을 가늠해 놓은 상태였다. 이중 GPT 같은 LLM은 거대 자본이 필요해 구글 같은 빅테크나 투자 가능한 영역이고, 폭발적인 가치를 창출할 유망 AI 스타트업은 AI를 실제 서비스에 응용하는 분야에서 나온다는 것. 그는 “기술 자체보다 유통이 중요하다”라며 “아이폰 나오고 3년 후 우버가 등장했듯, 사람들이 생성 AI에 더 익숙해지는 1~2년 뒤에 전 세계인의 일상을 바꿀 혁신적 AI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1년에 1만개씩 스타트업을 들여다보며 그런 혁신 떡잎을 가려내고 있다는 것. 김영옥 기자   ◦ 인터넷·모바일 때 해보니, ‘이 기술’ 곧 나온다 : 2000년 설립된 제너럴 캐털리스트(GC)는 총 운용자산 250억 달러(약 32조원)의 실리콘밸리 대표 VC다. 투자사 중 에어비앤비, 스트라이프, 딜리버루, 스냅 등 다수 유니콘이 나왔다.  지난달 6일 팰로앨토에서 만난 퀜틴 클라크 매니징 디렉터는 “새 기술이 도입되고 소프트웨어가 활발하게 개발될 때 필요한 건 호환성”이라며 “AI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가치를 창출한다”라고 했다. 그는 과거 하드웨어와 운영체제(OS)별로 소프트웨어를 손봐야 했지만 자바(Java) 언어를 통해 호환이 가능해지며 시장이 커진 걸 예로 들었다. 이처럼, AI 개발자들이 어떤 AI 반도체에서 구현할 서비스인지 고민할 필요 없도록 해줄 호환 기술이 뜰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미국 스타트업 모듈라가 그런 ‘AI용 개발 언어’를 내놓았기에 최근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퀜틴 클라크 제너럴 캐털리스트 매니징 디렉터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심서현 기자 ◦ 중국과는 자본∙기술 디커플링  : 지난 2월 조지타운대 기술정책그룹 CSET가 “최근 6년간 중국 AI 기업의 투자금 37%는 미국에서 댔다”라고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하자 미국 정·재계는 발칵 뒤집혔다. 긴장감이 커지자, 세계 최대 VC이자 구글∙애플의 초기투자사로 유명한 세쿼이아캐피털은 중국 사업부문을 분사했다. 이어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8월 반도체∙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마저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미 정부의 대중국 기술 봉쇄는 강도가 더 세지고 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가 중국 알리바바·바이트댄스·바이두 등과 50억 달러 어치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가, 미국 상무부의 수출 제한으로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WSJ는 “엔비디아가 곧 다른 판매처를 구하겠지만, 중국에 대한 장기 수출 계획은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미·중 무역전쟁이 AI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클라크 GC 디렉터는 “미국뿐 아니라 각국 정부가 국익 차원에서 반도체 등 기술 역량을 키우려할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라고 말했다. 커리어 NFX 파트너는 “모든 국가가 AI를 전략적 필수 요소로 볼 것”이라며 “인도와 EU, 미국은 자체 개발 AI를 보유하면서도 연결성을 유지할 것이고, 반면 중국은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봤다.    ━  3. 기술 : 소프트웨어, 기초과학 우위를 AI로 이어가리   AI 개발의 딜레마는 ‘투자는 막대하게 필요한데 당장 돈 벌기가 어렵다’는 것. 미국의 저력은 여기서 돋보인다.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인프라, 기초과학 같은 기존의 선도 분야에 AI를 도입, 새 기술과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 클라우드+AI = 투자+매출 : AI 개발 비용의 핵심은 인프라다. AI 거대 모델과 소프트웨어의 연산량을 감당할 하드웨어 인프라에서 아직까지는 최적화·효율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구동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문제에 미국 기업들은 투 트랙으로 대응한다. 한편으로는 엔비디아를 대체할 AI 반도체나 호환용 소프트웨어에 투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사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해 투자도 하고 돈도 번다. 빅3 클라우드 업체인 아마존, MS, 구글이 각각 앤트로픽과 오픈AI 같은 스타트업에 수조 원 규모 투자한다며 자사의 클라우드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돈도 버는게 그 예. 클라우드 고객들에게 AI를 붙인 서비스를 팔아 자사 매출을 올리는 식이다. 지난 3분기 MS는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27% 증가했는데, 오픈AI 서비스를 MS 클라우드를 통해 기업들에 제공하는 사업 매출이 늘어난 덕이 컸다.     ◦ 소프트웨어+AI = 산토끼+집토끼 : 디자인·영상 분야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의 강자 어도비는 자체 개발한 생성AI 모델 ‘파이어플라이’를 활용, 기존 제품에 AI를 붙인 신기능 100여 종을 최근 출시했다.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 같은 기존 제품에 AI 신기능을 고루 녹여낸 것. 어도비는 특히 이용자들이 생성 AI 결과물을 기업 마케팅 등에 저작권 걱정 없이 쓸 수 있다며 “상업적으로 안전한 AI”(샨타누 나라옌 CEO)임을 강조한다. 어도비는 AI 모델을 사용 허가를 받았거나 저작권이 만료된 ‘어도비 스톡’의 이미지·영상으로 훈련했다. ‘무단 도용 데이터로 AI를 학습했다’는 저작권 소송에 휘말려 있는 영국 AI 스타트업 스테이블 디퓨전 등과 차별점이다. 지난달 미국 LA에서 열린 맥스(MAX) 컨퍼런스에서 만난 일라이 그린필드 어도비 디지털미디어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 신기능의 고객 채택률은 여타 기능 출시 때의 10배 이상”이라고 했다. 기존 사용자의 타 소프트웨어 이탈을 막고, 신규 모객 효과도 있다는 것. 일라이 그린필드 어도비 CTO가 지난달 미국 LA에서 열린 어도비 맥스 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심서현 기자 ◦ 기초과학 + AI = 레벨업 : 다양한 기초과학 분야에 AI를 도입하는 학제 간 연구도 활발하다. 기후변화 연구 전문기관인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는 엔비디아·캘리포니아 공대(CalTech, 칼텍)와 협업, 기존보다 4만5000배 빠른 속도로 기후를 예측하는 신경연산자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 연구를 맡은 아니마 아난다쿠마르 칼텍 석좌교수는 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프랜시스 아널드 교수(2018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와 공동 연구하는 단백질 염기서열 연구 등 AI를 활용한 학제간 연구를 다양하게 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지난 5월엔 메사추세츠 공대 과학자들이 캐나다 맥마스터대와 AI 협업 연구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분류한 슈퍼박테리아의 항생제를 찾아냈다.  미국 기초과학의 요람인 아르곤 국립연구소는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설계하는 신형 칩의 핵심 고객이다. 연구소는 과학 연구자들이 AI와 수퍼컴퓨터를 연구에 써볼 수 있도록 최신 컴퓨팅 자원과 AI 기술을 제공하는 시설(ALCF)을 갖췄는데, 이 테스트베드에 그로크와 세레브라스, 삼바노바 같은 AI 반도체 스타트업과 인텔의 AI용 최신 반도체 인프라가 사용됐다.     ━  4. 규칙 : EU와 영국에 양보할 수 없다   '기술은 미국, 규칙은 대륙'이라는 질서도 사라졌다. 미국산(産) 빅테크에 EU(유럽연합)가 개인정보보호 등 꼼꼼한 규칙을 만들어 규제하는 게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AI 시대에는 영국이 'AI 규칙 중재자’로 치고 나오려 하고 미국이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지난 2일 영국 블레첼리 파크에서 열린 'AI 안전 정상회의'에 참석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 영국 ‘AI 규칙 내가 만들게’ :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정부는 주요 7개국(G7,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과 중국 등을 초청해 ‘AI 안전성 정상회의’를 열었고, 28개국이 안전한 AI를 위한 협력을 약속하며 '블레츨리 선언'이 발표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AI 정상회의에 중국 대표를 초대하는 것 관련 영국 보수당 등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으나 리시 수낵 총리가 밀어부쳤다고. 서방 진영의 일원이 아닌, 세계 AI 규칙 중재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 미국 ‘보고만 있을쏘냐’ : 지난달 3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AI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I 기술 개발과 서비스 과정에서 정부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AI를 대량살상무기 제작에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수낵 영국 총리가 야심차게 기획한 AI 정상회의가 열리기 이틀 전이었다. 지난 9월 미국 상원의 'AI 인사이트 포럼'에 참석한 미국 주요 AI기업 수장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샘 알트먼 오픈AI CEO, 빌 게이츠 MS 창업자, 일론 머스크 X CEO, 사티야 나델라 MS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 피차이 구글 CEO. AFP=연합뉴스   ◦ 어차피 AI는 미국 놀이터: 미국은 주요 AI 기업을 수시로 불러 소통하는 중. 지난 7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7개 AI 기업 수장(아마존·구글·메타·MS·오픈AI·앤트로픽·인플렉션)을 만나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외부 감사를 받는 등의 ‘AI 안전 서약’을 받았고, 9월에는 미국 상원이 이들 기업뿐 아니라 빌 게이츠 MS 창업자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일론 머스크 X CEO 등도 함께 불러 ‘AI 인사이트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60여 명의 미 상원의원이 참석했다. 척 슈머 미 상원 원내 대표는 이 행사를 “민간 전문가와 미국 의원이 함께 AI에 대한 가드레일을 만들기 위해” 기획했으며, 몇 달 간 심층 논의 후 관련 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팩플 오리지널 ‘글로벌 AI 위크’ 시리즈 실리콘밸리? 메이플밸리! 캐나다는 왜 ‘AI 성지’ 됐나 [글로벌 AI위크① 캐나다] 다시 또 유럽의 병자 될 건가…강소기업 나라, 독일 AI 반전 [글로벌 AI위크② 독일] “지루했던 모바일 시대 끝난다” AI 다 가진 미국의 요즘 관심 [글로벌 AI위크③ 미국] 미국 16조에 1조로 싸운다…영국 믿는 구석은 ‘AI 부스터’ [글로벌 AI위크 ④ 영국] 27살 ‘세계 첫 AI장관’ 앉혔다…UAE와 이스라엘의 참전법 [글로벌 AI위크⑤ 중동] 14억 빅데이터 가지면 뭐해…中 AI는 ‘시진핑 답정너’인데 [글로벌 AI위크⑥ 중국]

    2023.11.07 17:24

  • [팩플] 생성 AI ‘유통’ 플랫폼 내놓는 오픈AI, 빅테크와 겨룬다

    [팩플] 생성 AI ‘유통’ 플랫폼 내놓는 오픈AI, 빅테크와 겨룬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회의(OpenAI DevDat)'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게티이미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공격적으로 인공지능(AI)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코딩 지식 없이도 생성 AI를 개발할 수 있는 서비스와 이를 이용자끼리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을 출시하기로 했다. 생성 AI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려는 전략이다.    ━  무슨 일이야   오픈AI는 6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첫 ‘개발자 회의(OpenAI DevDay)’에서 맞춤형 생성AI 제작 서비스 ‘GPTs’를 발표했다. 개발 지식 없이도 챗봇과 대화를 통해 챗GPT를 활용한 맞춤형 기능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지금까지는 GPT를 활용한 서비스를 만들려면 개발 지식이 필요했고, 별도의 비용을 내고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써야 했다. 앞으로는 월 20 달러(약 2만6000원)를 내는 유로 구독모델 ‘GPT 플러스’ 회원이면 자녀의 수학 문제 풀이를 도와줄 AI 서비스를 만들어 보거나, 해외 출장 일정 조율을 도와주는 AI 비서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게 오픈AI의 설명이다.   이날 발표에 나선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우린 사람들에게 더 좋은 도구를 제공하면 놀라운 일들을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나중에는 컴퓨터한테 필요한 걸 말하면 척척 해주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AI는 이달 말 ‘GPT 스토어’ 출시 계획도 밝혔다. 애플이나 구글의 앱 마켓처럼, 이용자가 챗GPT 기능을 활용해 만든 서비스를 GPT 스토어를 통해 사고 팔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GPT 스토어 출시 일자는 지난해 챗GPT 출시 이후 딱 1년이 지난 시점”이라며 “과거 애플이 아이폰 출시 이후 정확히 1년만에 앱스토어 서비스를 출시해 소프트웨어 서비스 사업에 진출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 최신형 언어모델인 ‘GPT-4 터보’도 공개됐다. 지난 4월까지의 최신 자료를 학습했고, 사용자가 한 번에 입력할 수 있는 명령의 길이도 기존(GPT-4) 3000단어에서 최대 300페이지로 늘렸다.    ━  이게 왜 중요해   챗GPT 출시로 ‘AI 시대’를 열어 젖힌 오픈AI는 경쟁자의 추격을 뿌리치고, 소비자를 서비스로 끌어 들일 ‘킬러 콘텐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구글(바드), 앤트로픽(클로드), 일론 머스크의 ‘X(그록)’ 등 경쟁사들이 유사한 생성AI 챗봇을 내놓으며 챗GPT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GPTs 출시는 경쟁사보다 먼저 맞춤형 생성AI 수요를 선점하고, 챗GPT만의 생태계 확장을 가속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달 말 나올 GPT 스토어는 GPTs 출시에 따른 사업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요소다. GPTs로 개인 사용자가 서비스를 개발해 GPT 스토어를 통해 사고 파는 시장이 자리 잡으면 대중 시장에서 오픈AI의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GPT 스토어 출시는 오픈AI가 다른 회사에 기술을 제공하는 역할, 수억 달러를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두뇌 역할을 하기보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를 구축해 빅테크와 경쟁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궁극적으로는 이 같은 전략이 오픈AI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은 물론, 서비스 운영에도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서비스 등에 큰 비용이 필요하다. 때문에 당장 내년도 영업이익에 시장의 관심이 쏠려 있다.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오픈AI는 매출 2800만 달러(약 366억5000만원)를 기록했지만, 5억4000만 달러(약 7068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매체는 지난달 올트먼 CEO가 최근 직원들에게 “올해 연 매출 13억 달러(약 1조7000억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두 달 직전에 나온 전망치(8000만달러)보다 30%가량 높은 수준이다. 오픈AI가 6일(현지시간) 공개한 맞춤형 생성AI 서비스인 GPTs를 공개했다. 사진 오픈AI 홈페이지 캡처    ━  알아두면 좋은 것   오픈AI와 일반 소비자의 접점이 커질수록, 생성 AI의 편향성 문제나 저작권 침해 문제 등의 위험성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세계 각국은 최근 AI 기술 규제에 나서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AI의 위험성을 규제하는 AI법(AI Act) 초안을 지난 5월 공개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AI 훈련과 서비스 등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를 의식한 듯 오픈AI도 이날 GPTs로 만들어지는 모든 서비스(봇)는 오픈AI가 정한 별도의 기준에 따라 심사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챗GPT를 활용한 콘텐트에 대한 저작권 소송에도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오픈AI는 이날 블로그를 통해 “챗GPT 엔터프라이즈(기업용) 고객과 개발자 플랫폼 이용자들 중 저작권 침해 소송에 직면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소송에 따라 발생한 비용 전액을 오픈AI가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2023.11.07 16:13

  • [팩플] 카카오 김범수, 위기관리 전면에…경영 복귀 선언

    [팩플] 카카오 김범수, 위기관리 전면에…경영 복귀 선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 뉴스1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창업 때 모습으로 돌아가 완전히 책임지고 변화를 이끌겠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1년 8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시세조종·분식회계 의혹 등 카카오 그룹에 닥친 각종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총대를 메고 나선 것.    ━  무슨 일이야   6일 새벽 카카오는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사옥에서 김범수 창업자 등 20여 명의 경영진이 2차 공동체(계열사) 경영 회의를 열고 ‘경영쇄신위원회’(경쇄위) 출범을 결정했다. 김 창업자가 직접 경쇄위 위원장을 맡고, 주요 계열사 CEO도 경쇄위에 참여한다. 경쇄위는 사회적 비판을 받는 각 계열사들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지난 3일에는 카카오 관계사의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 위원장으로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    ━  직접 수습 나선 김범수   카카오는 잇단 악재를 겪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감독원 수사를 받고 있고,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도 분식회계 의혹으로 금감원 감리도 받고 있다. 이에 지난해 3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사임한 이후 ‘은둔형 경영자’로 지내온 김범수 센터장이 경영 복귀를 결정하게 됐다. 특히 경쇄위 위원장직을 직접 맡은 것은, 계열사 CEO들을 믿고 전권을 내주는 것으로 유명한 김 센터장이 계열사 등에 개혁의 칼날을 직접 들이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에서 김범수 창업자는 “지금까지 각 공동체 권한을 존중해왔지만, 창업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카카오는 계열사 리스크 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인 CA(공동체얼라인먼트)협의체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내부에선 CA협의체 수준으로는 카카오 그룹의 문제를 ‘핀셋 처방’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종의 비상대책위원회 격인 경쇄위를 별도로 출범하게 됐다는 게 카카오의 설명이다.    ━  ‘계륵’ 카모 문제도 풀어야   카카오T 블루 택시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총 5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회의에선 가맹택시 수수료 문제로 논란이 된 카카오모빌리티(카모) 쇄신안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카모는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의 고강도 비판 이후 택시 단체들과 긴급 간담회를 준비 중이다. 여기서 수렴된 의견을 토대로 향후 수수료 개편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한 차례 무산된 ‘카모 매각론’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카카오 본사는 계열사인 카모 지분 매각을 검토했으나, 카모 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카모 경영진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매각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관련기사 [팩플] 카카오 김범수 “뼈 깎는 노력할 것”…감시기구 수장은 김소영 전 대법관 尹 "부도덕하다" 비판 직후, 카카오모빌리티 "수수료 전면 개편" 상장 노리고 매출 부풀리기?…카카오택시 왜 이중계약 고집했나 [팩플]  ━  앞으로는   경쇄위 첫 회의는 이르면 차주 내 열릴 전망이다. 김범수 창업자는 이날 회의에서 “다양한 분야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발로 뛰며 소통하겠다”면서 현장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이어 계열사 CEO들에게는 “카카오는 이제 국민 기업이기에, 각 공동체가 더 이상 스스로를 스타트업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며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책임 경영에 주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2023.11.06 18:22

  • 다시 또 유럽의 병자 될 건가…강소기업 나라, 독일 AI 반전 [글로벌 AI위크② 독일]

    다시 또 유럽의 병자 될 건가…강소기업 나라, 독일 AI 반전 [글로벌 AI위크② 독일] 유료 전용

    Today’s Topic,글로벌 AI 위크② 독일편강소기업의 나라 독일의 AI 반전   지난달 3일 독일 통일의 날에 찾은 베를린 중심가 미테지구, 수천 명이 행진하며 “무능한 정부는 반성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깃발도 곳곳에서 펄럭였다. 시위대는 정부에 에너지 가격 상승, 물가 상승, 주택 부족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었다.    ‘독일이 다시 유럽의 병자가 될 것인가.’ 지난 8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의 위기를 이렇게 진단했다. “신산업 투자가 부족했고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면서 독일이 제조업으론 과거와 같은 부를 창출할 수 없게 됐다”고. 반론도 있긴 하다. 독일의 노동시장은 견고하며,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1.3%)는 올해(-0.4% 전망)보다 높을 거란 희망이다. 하지만 이날 베를린의 거리엔 분명 독일인들의 불안이 퍼져 있었다.    이런 우려를 인식한 독일 정부는 인공지능(AI) 기술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지난 8월 독일 연방정부는 향후 2년간 AI 연구지원금을 현재의 2배인 약 10억 유로(1조4000억원)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특히 ①의료·보건 ②환경·기후 ③농업 ④항공우주 ⑤그린테크 ⑥모빌리티 등 6개 분야를 중점 지원한다. 정보통신 기술을 제조업에 접목하자는 ‘인더스트리 4.0’을 주도했던 독일이 이번에도 ‘AI 인더스트리’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지방자치 강국이자, 글로벌 강소기업의 산실인 독일의 AI는 미국⋅중국⋅영국의 AI와 어떻게 다를까.    지난달 초 독일 베를린을 찾아 AI 정책 담당자, 연구센터 대표, 창업가 등을 만나 북미와는 다른 독일식 AI 전략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어서 세계 최초의 AI 규제법을 준비 중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본부(벨기에 브뤼셀)를 찾았다.   ■ 💬목차  「 1. 유럽의 병자? 독일의 반전 2. 독일의 AI는 왜 지방으로 흩어졌나   + 인터뷰 “바보야, LLM이 전부가 아니야” 3. 조용한 강자, 독일 AI 기업들   + ‘유럽의 AI 수도’ 베를린의 창업 허브 가보니 4. AI법 만드는 EU 집행위원회   + 마우리츠-얀 프린즈 AI 특별고문 인터뷰 」  한호정 디자이너  ━  1. 유럽의 병자? 독일의 반전   “불황에 빠진 독일 경제를 회복시키려 애쓰는 가운데 등장한 AI.” 지난 8월 나온 로이터의 평가다. 독일의 AI 전략을 총괄하는 연방교육연구부(BMBF)의 마리오 브란덴부르크 차관을 지난 9월 27일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독일 AI의 핵심 키워드로 제조업, 일자리, 신뢰를 꼽았다.    지난달 3일 독일 통일의날을 맞아 베를린에서 집회를 연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 여성국 기자 ◦ 제조업과 AI: 독일 경제의 중추는 미텔슈탄트(Mittelstand), 즉 중소기업 그중에서도 제조업이다. 전동공구 ‘보쉬’, 여행가방 ‘리모와’, 괴테와 케네디가 애용했다는 연필 ‘파버카스텔’ 등은 독일에서 창업해 글로벌 브랜드로 컸다. 독일 컨설팅 기업 사이몬쿠처파트너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독일의 히든챔피언 기업은 1573개로 세계 1위다. 미국(2위, 350개)이나 일본(2위, 283개)과 차이가 컸다(한국은 16위, 22개). 브란덴부르크 차관은 “(정부가) 빅테크나 대기업의 AI를 지원하는 것은 독일 경제구조에 맞지 않는다”며 “독일이 경쟁 우위에 있는 제조업에서 AI 기술로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 용어사전 >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만든 용어로 잘 알려지지 않은 강소기업을 의미. 연 매출 50억 유로(6조5600억원) 이하지만 글로벌 3위권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   ◦ 일자리와 AI: 독일은 AI 확산으로 인한 노동환경 변화도 비중 있게 보고 있다. 연방노동사회부는 디지털 전환과 AI 도입 시 타격이 클 동부(구 동독) 지역에 미래센터를 설치했다. 섬유 등 노동집약적인 전통 제조업 종사자가 많은 지역에서 ‘디지털 기술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노동력 부족 문제도 AI로 대비한다. 브란덴부르크 차관은 “현재 독일은 IT, 요식업, 공공행정 등 많은 분야에서 이미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고 고령화도 심각하기에 AI 기술로 이를 최소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독일 AI 정책 주무부서인 독일 연방교육연구부의 마리오 브란덴부르크 차관. 사진 여성국 기자   ◦ 규제와 AI: 독일은 ‘AI made in Germany’를 내세우며 민주주의적 가치와 사회적 이익을 존중하는 AI를 강조한다. 학계는 물론 알레프 알파 같은 독일의 LLM(거대언어모델) 개발 기업들도 큰 틀에서는 규제를 존중하며 AI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중시한다. 규제보다 산업 진흥에 무게를 뒀던 한국이나 미국의 분위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BIFOLD(베를린학습데이터기초연구소) 대표인 클라우스 로베르트 뮐러 베를린대 공과대학 교수는 “자동차 브레이크가 한 번만 오작동해도 사고가 나듯, AI가 실수하면 각 산업 현장에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사회가 AI를 규제해야지 AI가 사회를 규정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술적 진보와 신뢰도를 함께 챙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  2. 독일의 AI는 왜 지방으로 갔나   BIFOLD(베를린학습데이터기초연구소)가 위치한 베를린 공대 건물. 사진 여성국 기자 독일 AI 연구의 중심이자 뿌리는 전국에 퍼진 독일 AI 연구센터(DFKI)다. 전국 7개 도시에 위치한 DFKI는 AI 기반의 혁신기술 R&D를 하는 민관 합작 연구소로, 1988년 설립됐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SAP 등 기업들도 지분을 갖고 있다. EU와 독일 연방정부, 기업들로부터 연구 자금을 지원받는다. DFKI 말고도, 전국 5대 주요 도시에는 튀빙겐 AI 센터, MCML(뮌헨머신러닝센터), BIFOLD(베를린학습데이터기초연구소)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AI 연구소들이 있다. 이들 기관엔 독일 연방교육연구부가 매년 5000만 유로(약 700억원)를, 연방 주(州)정부가 같은 금액을 매칭해 지원한다.   ◦ AI 분산해야, 獨 강소기업이 큰다 지난달 2일 DFKI의 CEO인 안토니오 크루거 잘브루켄 공대 교수를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무작정 AI 기술 경쟁에 뛰어들게 아니라, 독일의 경제구조에 맞게 AI를 활용하고 응용할 수 있게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루거 CEO는 “독일엔 주마다 우수한 대학이 있다”며 “연구 역량이나 자본, 인재를 특정 지역에 집중하면 혁신 속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겠지만, 독일은 그보다는 ‘균형’을 더 추구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에 맞게 AI 연구센터를 전국에 분산 배치했다. 독일 경제를 이끄는 강소기업들이 AI를 비롯한 디지털 전환 기술로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다.  김영희 디자이너   가령,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반도체와 관련 제조업 생태계가 발달한 드레스덴에서는 AI로 제조업 혁신을, 물류 도시 도르트문트에서는 물류산업과 로봇에 AI 기술 융합을, 보건의료 산업과 복지 정책이 강한 뮌헨에서는 AI와 헬스케어 산업의 시너지를 노린다는 것. 현재 전국 7개 도시에 위치한 DFKI가 직원 1600명을 통해 기업들과 진행 중인 AI 기술 프로젝트만 300개가 넘는다. 화학, 의학, 농업,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크루거 CEO는 “다양한 제조 산업에서 로봇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는 DFKI의 CEO인 안토니오 크루거 잘브루켄 공대 교수. 사진 여성국 기자 ◦ 기후위기 풀어야 AI도 산다 독일은 기후와 에너지 문제 해결에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AI로 에너지 소비를 관리하고, 신재생에너지의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WindNODE)가 대표적이다. AI로 태양광과 풍력 터빈 발전량을 예측해 공장 가동 시간대를 변경하거나, 환경 데이터 클라우드를 조성해 과학자와 기업들이 AI 응용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뮐러 교수는 “챗GPT, 파운데이션 모델도 중요하지만, 독일의 AI 기술은 (AI 자체보다) 꼭 해결해야 할 문제에 집중한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장치를 AI로 어떻게 효율화할 것인지가 주된 관심사”라고 말했다. DFKI의 크루거 CEO는 “10년 후엔 AI가 개인 맞춤형 의료와 교육의 시대를 열 것”이라며 “올바른 AI 시스템은 누구나 의료비, 교육비 부담 없이 AI의 혜택을 누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AI, LLM이 다 아냐” 클라우스 R. 뮐러 베를린 공대 교수  「 지난달 5일 독일 베를린공대에서 만난 클라우스 로베르트 뮐러 교수. 여성국 기자 지난달 5일 찾은 베를린대 공과대학 건물 곳곳에는 AI 연구 실험에 참여를 안내하는 포스터와 각종 스터디 모임 공지가 붙어 있었다. BIFOLD 대표인 클라우스 로베르트 뮐러 베를린대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뮐러 교수는 신경과학(뇌-컴퓨터 인터페이스)과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전문가로 그가 이끄는 BIFOLD는 빅데이터, 머신러닝 분야의 기초연구를 통해 AI 기술의 토대를 만드는 곳이다.    뮐러 교수는 “2006년 베를린대에 부임했을 때만 해도 내 AI 수업 수강생은 20명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800명이 AI 강의를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 MS 등 빅테크 기업이 파운데이션 모델 연구를 주도 하고 있지만 AI 기술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며 “우리 대학은 딥러닝과 AI 알고리즘과 관련한 LSTM(Long short-term memory) 기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연구, AI를 활용한 암 연구의 개척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설명 가능한(explainable) AI 연구도 내 연구실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XAI(Explainable AI)라고도 불리는 설명 가능한 AI는 AI모델이 특정 결정을 내린 원인과 그 작동 원리를 사람들이 쉽게 파악하고 신뢰할 수 있게 하는 일련의 프로세스와 도구를 뜻한다. AI로 이뤄지는 의사결정에서 모델의 정확성, 공정성, 투명성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뮐러 교수는 교수 창업자이기도 하다. 의료 분야 분자 기술을 활용해 2020년 의료 AI 진단 기업 ‘AI그노스틱스’(AIgnostics)를 창업했고 2022년 1400만 유로(약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는  2012년부터 고려대 석좌교수를 겸임하며 1년에 3~4번 한국을 찾아 한국에 대해서도 잘 알았다. 뮐러 교수는 “한국의 AI 연구 역량이 훌륭하고, 네이버 같은 기업의 잠재력도 풍부하다”면서 “다만 대학, 기업 등이 전세계 AI 커뮤니티에서 논문 등으로 성과를 공유하는 게 중요한데 한국의 활동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 팩플 오리지널 '글로벌 AI 위크' 시리즈 실리콘밸리? 메이플밸리! 캐나다는 왜 ‘AI 성지’ 됐나 [글로벌 AI위크① 캐나다] “지루했던 모바일 시대 끝” AI 다 가진 미국의 요즘 관심 [글로벌 AI위크③ 미국]  ━  3. 조용한 강자, 독일 AI 기업들   빅테크는 없지만 유럽과 전 세계가 주목하는 독일 AI 스타트업들은 꽤 있다. 국내에서 한국어 잘하는 번역 앱으로 유명해진 딥엘도 그중 하나(딥엘 팩플 인터뷰). 오픈AI의 유럽 대항마로 불리는 ‘알레프 알파’, 엔비디아가 2019년 GTC 유럽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최고의 스타트업으로 선정한 ‘브라이터AI’를 만나봤다.         참(positive)와 거짓(negative)을 구분하는 LLM 루미노스 서비스 화면. 알레프알파 제공   ① 알레프 알파: 독일산 멀티모달 LLM 애플의 AI 프로젝트팀 출신인 요나스 안드룰리스가 2019년 하이델베르크에서 창업했다. 지난달 11일 안드룰리스 대표를 화상으로 만났다.    ◦ 오픈AI 대항마: 알레프 알파는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멀티모달 LLM 루미노스를 출시했다. 회사 측은 “대규모 멀티모달 AI는 알레프 알파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밝혔다.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어 등 5개 언어를 지원하는 루미노스는 이미지나 영상을 입력하면 맥락을 텍스트로 설명하고, 관련 질문에도 대답한다. 안드룰리스 대표는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루미노스가 독일 정부나 수사기관, SAP 등 대기업은 물론 보쉬 같은 강소기업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 미국 IT 매체 디인포메이션 등은 지난 6월 엔비디아와 인텔, SAP 등이 알레프 알파에 1억 유로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알레프 알파 측은 중앙일보에 “투자나 협업하자는 문의가 많아, 걸러내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 참⋅거짓 구분하는 LLM: 알레프 알파는 고객의 데이터를 국외나 기업 외부로 유출하지 않는 ‘소버린 AI’를 지향한다며 신뢰성과 정확성을 장점으로 강조했다. 안드룰리스 대표는 “구글브레인, MS리서치 출신 등으로 구성된 개발팀이 문장의 참,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를 정교하게 구현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스탠퍼드대가 전 세계 LLM 30개를 비교 평가했는데, 알레프 알파는 요약 기능 2위, 편향성 대응 2위, 유해성 최소화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해 아랍어 LLM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중동은 한국의 네이버도 AI와 클라우드 서비스 수출 대상으로 점찍은 지역이다.  지난달 4일 만난 생성AI 기업 브라이터AI(Brighter AI)의 창업자 마리안 글레이저 대표. 여성국 기자 ② 브라이터 AI: 생성AI 기술로 규제 뚫기 지난달 4일 오전 베를린의 하케셔마크트 인근에 브라이터AI의 사무실에서 창업자 마리안 글레이저 대표를 만났다. 창밖으로 베를린 성당이 보이는 사무실은 갓 출근한 직원들로 활기를 띠었다. 사무실 한편에는 엔비디아, EU와 독일 정부 등으로부터 받은 각종 상장과 인증서가 빼곡했다.     ◦ 엔비디아’s Pick: 2017년 설립된 브라이터 AI는 사진·비디오 속 개인 얼굴을 익명화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생성AI 기술을 활용해 얼굴, 차량 번호 등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없도록 가공해 고객사에 제공한다. 가령, 거리 동영상에서 행인의 얼굴을 비식별 처리하고 연령, 시선·보행 방향 등 자율주행기술 기업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최대한 살린다는 것. 글레이저 대표는 “우리는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안전하게 하도록 돕는다”며 “개인정보 보호 규제 영향을 받는 기술시장은 현재 11억 유로(약 1조5000억원) 규모인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기회: 가트너는 2025년 전 세계 국가의 75%가 유럽의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 같은 규제를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대부분은 개인 식별 정보를 익명 처리하면 나머지 정보값은 기업이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글레이저 대표는 “자동차 제조사, 철도⋅버스 등 대중교통 회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같은 연구기관 등이 우리 고객인데, 최근에는 물류⋅의료 등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는 쪽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의 50%는 유럽, 25%는 중국에서 나오고 중국·일본 비중이 점점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덴소, 미쓰비시 등도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마리안 글레이저 대표가 EU, 독일,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받은 상패와 각종 인증을 소개하는 모습. 여성국 기자   ③ 헬싱: 몸값 유럽 AI 1등, 국방AI 유니콘     지난 9월 독일의 국방 AI 기업 ‘헬싱’이 2억3000만 달러(약 30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기술 감별’ 전문가인 미국의 대형VC 제너럴캐털리스트가 주도했고, 스웨덴 방산기업 사브(SAAB)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기업 가치 17억 유로(약 2조4000억원)를 인정받았고, 유럽 AI 스타트업 사상 단일 라운드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기록도 남겼다. 스포티파이 창업자 다니엘 에크가 2021년 10억 유로(1조40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도 유명. 헬싱은 지난 6월 사브와 함께 독일 정부의 유로파이터 제트 전투기에 AI 기반 전자전 기술 제공 계약을 맺었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도 기술 지원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토르스텐 레일 창업자는 투자 유치를 발표하며 “유럽이 우리를 신뢰한다는 증거”라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AI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 🍺‘유럽의 AI 수도’ 베를린 「 베를린의 모빌리티 창업 허브 드라이버리가 위치한 건물. 1920년대 지어진 이 건물 곳곳에 스타트업 사무실과 공용업무 공간, 네트워킹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여성국 기자 2019년 워싱턴포스트는 ‘유럽의 AI 수도’로 베를린을 꼽으며 “베를린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AI 혁신 환경을 조성한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베를린은 어떨까. 베를린 주정부 소속의 준공공기관인 베를린파트너와 베를린의 스타트업 허브로 꼽히는 ‘드라이버리’를 지난달 4일 찾았다.   ◦ AI 베를린: 베를린파트너는 산업을 ICT, 보건, 교통, 에너지, 광학 총 5개 클러스터로 분류해 관리한다. AI, IT보안 등을 담당하는 ICT클러스터는 ‘AI베를린’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과 네트워킹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ICT 클러스터를 총괄하는 아미라 구트맨 트리엡 매니저는 “독일 AI 스타트업의 40%가 베를린에 위치해 있다. 유럽 AI 투자 규모에서는 베를린과 런던이 1, 2위를 다툰다”고 말했다. 드라이버리 한국 파트너인 액셀러레이팅 기업 123 팩토리 이은서 대표. 여성국 기자 ◦ 외국인 창업에 오픈: 베를린파트너는 연구 지원 외에도, 산업계·학계·스타트업이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트리엡 매니저는 “베를린 소재 스타트업 5개 중 하나는 외국인 창업인데 이들의 비자 문제, 초기 자금, 사무실 자원 등을 우리가 적극적으로 돕는다”며 “베를린에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쉽고 빠르게 창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2020년 기준 41만 명이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2030년에는 97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년까지 100억 유로(약 14조2000억원)를 투입해 유럽 최고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 150유로면 창업: 드라이버리는 140개 이상 스타트업, 23개국 800명 이상 멤버가 모인 유럽 최대의 모빌리티 창업 허브로, 기업과 VC 등 민간에서 운영한다. 1920년대 지어진 이 건물 곳곳에 스타트업 사무실과 공용업무 공간, 네트워킹 공간이 마련돼 있다. 1층 제작소와 창고에선 자동차 등 각종 모빌리티를 활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액셀러레이팅 기업 123팩토리를 창업해 드라이버리 한국 파트너로 일하는 이은서 대표는 “월 150유로만 있으면 여기서 1인 창업을 할 수 있다. 이곳에 잠재 고객사, VC,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모두 모여 있어 스타트업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  4. [인터뷰] AI법 만드는 EU 집행위     지난달 16일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 집행위원회 본부인 베를레몽 빌딩의 모습. 윤상언 기자 독일은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AI를 중시한다. 그러면서도 알레프 알파 같은 일부 기업은 “신뢰 가능한 AI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현재 EU의 AI법안(Act)이 확정된다면 독일 스타트업이 빅테크를 추격하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마리오 브란덴부르크 독일 연방교육연구부 차관은 “EU에 AI법에 대한 독일 여론을 전달하기 위해 기업, 학계 등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EU 회원국 내 기업들에 영향이 큰 AI법은 지난 5월 최종안이 공개된 이후 현재 막바지 조율 중이다. 핵심 내용은 AI 기술의 위험성을 4단계로 나눠 단계별로 규제하는 것. 예컨대 ‘고위험(high risk) 단계’에 속하는 생체 인식 기술에는 ‘제한된 위험(limited risk)’ 기술인 AI 챗봇보다 더 강한 규제를 요구하는 식이다. 로이터는 2018년 유럽 GDPR 제정 이후 EU가 개인정보 논의를 주도했듯 “AI법을 (다른 국가가 참고하는) 일종의 ‘글로벌 벤치마크’로 만들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6일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 집행위원회 본부에서 마우리츠-얀 프린즈 AI 기술 특별고문을 만났다.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을 보좌하는 프린즈 고문은 법안의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실무자다. 그는 “EU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고,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AI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6일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 집행위원회 본부에서 얀 프린즈 AI 기술 특별고문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EU는 왜 AI법을 만들려고 하나 명확한 규제의 프레임워크(틀·framework)가 필요해서다. AI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기업이)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규제가 엄격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혁신을 촉진하려면 규제는 불가피하다. 그래야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    AI법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간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유럽에 출시되는 모든 AI 시스템은 인간의 기본 권리와 가치를 존중하도록 이번 법안에 반영했다. 예를 들어, 대학 입시나 기업 채용에 AI 기술을 사용하려면 편견과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식이다.   강도 높은 규제가 산업 경쟁력을 떨어트린다는 우려도 있다 AI 법을 추진한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최소한으로 규제하되, 필요한 만큼은 최대로 규제하는 것(Regulate as little as possible, but as much as needed)’이라고 말해 왔다.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AI법도 기업에 일괄 규제가 아닌, AI 서비스의 위험 정도에 따라 규제하는, 독특한 구조다.   유럽 기업들이 기술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던데 대다수 EU 사람들은 법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오히려 소규모 스타트업과 IT 기업들은 AI 산업 전반에 균형 있는 규제를 원하기도 한다. (자신의 노트북을 살펴보며) 오늘 아침엔 스타트업 단체로부터 e메일을 받았는데, 파운데이션 모델(LLM)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규제가 없으면) 개발자 입장에서는 AI 언어모델을 신뢰해도 될지 불확실하니, 법률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거다. 스타트업들로선 명확한 규제를 준수하는 게 경쟁력을 더할 수 있다.   국가 간 AI 경쟁에서 EU의 전략은? 일단, 우리(EU)는 AI 기술 개발을 국가 간 경쟁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AI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피하려고 노력한다. 군사적⋅경제적 안보에 부정적일 수 있어서다. 그래서 몇 달 전 EU가 경제안보전략을 발표했고, 지나치게 외부에 의존하면 안 될 ‘핵심 기술 목록’도 발표했다. AI 기술도 거기 포함됐다.   AI 산업에서 EU의 강점을 꼽는다면 강력한 LLM 기술은 대부분 미국에 있지만, 유럽도 LLM을 개발하고 성장시킬 기회가 열려 있다. 또, 유럽은 AI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자동차, 항공우주 등 제조업 기반이 강하다. EU는 학문적 수준이 높고, 언어모델 개발을 시작한 스타트업도 많다. 이러한 스타트업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AI 기술의 의존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EU집행위의 역할이다. 팩플 오리지널 ‘글로벌 AI 위크’ 시리즈 실리콘밸리? 메이플밸리! 캐나다는 왜 ‘AI 성지’ 됐나 [글로벌 AI위크① 캐나다] 다시 또 유럽의 병자 될 건가…강소기업 나라, 독일 AI 반전 [글로벌 AI위크② 독일] “지루했던 모바일 시대 끝난다” AI 다 가진 미국의 요즘 관심 [글로벌 AI위크③ 미국] 미국 16조에 1조로 싸운다…영국 믿는 구석은 ‘AI 부스터’ [글로벌 AI위크 ④ 영국] 27살 ‘세계 첫 AI장관’ 앉혔다…UAE와 이스라엘의 참전법 [글로벌 AI위크⑤ 중동] 14억 빅데이터 가지면 뭐해…中 AI는 ‘시진핑 답정너’인데 [글로벌 AI위크⑥ 중국]            

    2023.11.06 16:50

  • [단독] SKT發 ‘아이폰 통화녹음’ 통신3사 확대? LG U+도 개발 | 팩플

    [단독] SKT發 ‘아이폰 통화녹음’ 통신3사 확대? LG U+도 개발 | 팩플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용산 사옥. 사진 연합뉴스 SK텔레콤발(發) ‘아이폰 통화 녹음’ 앱 개발이 통신 업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비서 앱 ‘에이닷’을 통해 이 같은 기능을 출시하자, LG유플러스도 아이폰 통화 녹음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  무슨 일이야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조직이 최근 아이폰 통화 녹음 기능을 개발하라는 지시를 받고 개발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 2021년 7월 신설된 CDO는 LG유플러스의 AI 개발·데이터 분석을 전담하고 있다. 회사 홍보실 관계자는 “(통화 녹음 기능 개발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사안이 맞다”고 밝혔다.   국내 공식 출시된 아이폰15 시리즈. 사진 연합뉴스  ━  이게 왜 중요해   애플은 아이폰에 통화 녹음 기능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애플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미국 내 11개 주(州)에선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이 불법이기 때문. 이는 국내 사용자가 많은 갤럭시가 통화 내용을 바로 녹음할 수 있는 기능과 비교되며, 아이폰 구매의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별도 앱을 설치해 통화 녹음을 할 수도 있지만, 녹음 품질이 떨어져 만족도가 낮았다.   ◦ 통신3사 경쟁 시작되나: SK텔레콤은 지난달 24일부터 ‘에이닷’ 앱에서 자사 HD보이스 통화 가능 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아이폰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사들의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 가치 차별화 차원에서 해당 기능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폰 이용자들 사이에선 아이폰의 최대 단점을 해소할 수 있는 앱이 나온 만큼 SK텔레콤으로 통신사를 ‘갈아타는’ 이들이 적지 않을 거란 추측이 나온다. 에이닷 앱은 해당 기능을 출시하자마자 3일 연속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1위를 기록하는 등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LG유플러스·KT 등 다른 통신사들도 유사 서비스를 준비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가만 있다간 자사의 아이폰 이용자를 SKT에 뺏길 수 있기 때문.  지난달 24일부터 SK텔레콤은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의 아이폰 앱에서 A. 전화를 통해 통화녹음, 통화요약 등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1020세대 잡으려면: 당장 통신3사 점유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아이폰 통화 녹음 기능은 아이폰 주 사용층인 1020세대를 잡을 포석이 될 수 있다. 한국 갤럽의 지난 7월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 중 갤럭시 사용자는 69%로 압도적인 반면 아이폰 사용자는 23%에 불과하다. 그러나 1020세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국내 18~29세의 65%가 아이폰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갤럭시 32%). 익명을 요청한 통신사 관계자는 “국내서도 아이폰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통신사들 전부 (통화 녹음 기능 도입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관련기사 아이폰 통화녹음 써보니…통화 중 말한 폰번호, 자동 저장됐다 [팩플] 아이폰 향한 젠Z의 사랑…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다 아이폰15, 한국은 빈정 상했다…'등골 브레이커' 된 신상폰 왜  ━  아이폰 점유율에 영향 줄까   SK텔레콤에 이어 LG유플러스까지 기능을 개발하고 나선 만큼, KT도 아이폰 통화 녹음 경쟁에 참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은 갤럭시의 국내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시장에서 갤럭시가 가지고 있던 강력한 강점(통화 녹음)이 흐려지게 되기 때문. KT 관계자는 “(통화 녹음 기능 개발은)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2023.11.06 05:01

  • 실리콘밸리? 메이플밸리! 캐나다는 왜 ‘AI 성지’ 됐나 [글로벌 AI위크① 캐나다]

    실리콘밸리? 메이플밸리! 캐나다는 왜 ‘AI 성지’ 됐나 [글로벌 AI위크① 캐나다] 유료 전용

    Today’s Topic,글로벌 인공지능 R&D의 중심캐나다 메이플밸리가 뜨는 이유   ‘단풍국’에 인공지능(AI) 바람이 분다. 캐나다를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관광대국’이나 ‘세계 4위의 산유국’ 정도로 알았다면, 이 나라의 절반만 아는 것. 캐나다는 각종 AI 국가 지표에서 상위권을 휩쓰는 우등생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매크로폴로가 집계한 톱티어(상위 20%) AI 연구자가 많은 국가 순위에서 미국, 중국, EU에 이은 4위다. 영국 데이터분석업체 토터스 인텔리전스가 발표한 글로벌 AI 지수에서는 5위에 올랐다.     특히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는 전 세계 AI 연구개발(R&D) 인재와 자본을 흡수하고 있는 허브다. 지난 1년간 전 세계를 휩쓴 챗GPT는 딥러닝(deep learning, AI의 심층학습) 기술의 도약을 끌어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의 연구에 빚을 지고 있다. 토론토대 한 곳에서만 오픈AI의 공동창업자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의 맞수’ 코히어를 창업한 에이단 고메즈,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의 지미 바 토론토대 교수 등 걸출한 AI 신진 인재들이 쏟아졌다.   기업들도 토론토에 AI 연구 기지를 두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내로라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물론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도 토론토를 거점으로 점찍었다. 미국 실리콘밸리도 아닌 토론토가 이토록 ‘AI 인싸’ 도시가 된 비결은 뭘까.    지난달 초 직접 토론토를 찾아 ‘AI 대부’ 힌턴 교수를 비롯한 캐나다 AI 생태계의 핵심 인물들을 만났다. 모든 나라가 ‘AI 리더’가 되겠다고 자처하는 이때, ‘전 세계의 AI 연구소’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는 캐나다는 어떤 꿈을 꾸고 있나.     ■ 💬목차 「 1. 단풍국의 빅픽처 2. AI 연구 맛집, 비결은   + 토니 개프니 벡터연구소 CEO 인터뷰 3. 윤리 없이 발전 없다   + 팀 챈 토론토대 산학협력 총괄 교수 인터뷰 4. 캐나다가 잘하는 AI는? 5. 메이플밸리, 남은 고민은 」  한호정 디자이너    ━  1. 단풍국의 빅픽처   지난달 3일 캐나다 토론토의 마스 디스커버리 디스트릭트의 외부. 김남영 기자   지난달 3일 오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퀸즈파크역 앞. 캐나다 최대의 혁신 창업 허브인 ‘마스 디스커버리 디스트릭트(MaRS Discovery District)’다. 입주 스타트업 직원들과 맥북을 든 후드티 차림의 엔지니어들이 잰걸음으로 출근 중이었다.     이 건물 웨스트타워 7층엔 캐나다 3대 AI 연구소 중 하나인 벡터연구소가 있다.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은 물론 캐나다의 대형 은행‧병원, 연방‧주 정부까지 AI를 매개로 왕성하게 협업하는 이 기관은 불과 6년 전 설립됐다. ‘챗GPT 모먼트’ 이전부터 캐나다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AI 연구개발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3대 연구소를 세웠다. 빠르게 나선 덕분에 현재까진 성적표가 꽤 좋다.   ◦ 세계 첫 AI 국가 전략: 캐나다 정부는 2017년부터 ‘범캐나다 AI 전략’(Pan-Canadian AI Strategy)을 실행했다. 인재 육성, 생태계 구축과 산업 발전을 아우르는 패키지 지원책이다. 범국가 AI 전략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 저스틴 시마드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ISED)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캐나다가 AI 분야의 세계적 리더로서 입지를 유지하고, 캐나다인들이 디지털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연방 정부가 나섰다”고 설명했다.   ①1단계엔 기초 다지고: 2017년부터 5년간 이어진 1단계에선 캐나다 내 AI 연구 인재 풀과 생태계 구축에 총 1억2500만 캐나다달러(1215억원)를 투자하고, 캐나다 고등연구원(CIFAR)을 통해 밀라‧에이미‧벡터연구소 등 AI 연구기관을 설립했다. 전 세계의 AI 석학을 영입하기 위해 ‘캐나다 AI 석좌 프로그램’도 띄웠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최고의 AI 연구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한 것. 시마드 대변인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캐나다 전역에서 120명 이상의 AI 석좌교수가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②2단계엔 산업에 뿌리고: 2022년부터 5년에 걸쳐 가동 중인 2단계에선 1단계 예산의 3배 이상인 4억4300만 달러(4290억원)를 투자한다. 핵심은 기업이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돕는 상용화다. 디지털 기술, 단백질 산업, 첨단 제조, 물류 공급망, 해양 경제 등 캐나다가 경쟁 우위에 있는 5대 산업에 AI를 지원하고, AI 연구자들에게 컴퓨팅 자원도 제공한다. ‘AI 기술 표준 개발’도 주요 목표.   ◦ 세금 혜택부터 영주권까지: 거대 전략뿐 아니라, 디테일도 챙긴다. 중소기업이 AI 개발자 등 R&D 인력을 채용하면 인건비의 일부를 세금 크레딧으로 돌려주는 ‘SA&ED’ 제도가 대표적. 영주권을 주는 ‘스타트업 비자 프로그램’(SUV)도 2013년 신설해 IT 기술 분야 종사자를 이민자로 적극 흡수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의 AI 전략을 총괄하는 고등연구원(CIFAR)의 모습. 캐나다는 CIFAR를 통해 밀라‧에이미‧벡터연구소 등 3대 AI 연구소를 설립했다. 김남영 기자    ━  2. AI 연구 맛집, 비결은   지난달 5일 캐나다 토론토대 캠퍼스. 김남영 기자 마스 디스커버리 디스트릭트에서 나와 퀸즈파크역을 가로지르면 토론토대 캠퍼스가 보인다. 제프리 힌턴 명예교수는 1987년부터 이 대학에서 연구하고 가르쳤다. 딥러닝 연구의 핵심 난제를 해결하고 컴퓨터과학계의 노벨상인 튜링상을 수상(2018년)한 그에게 배우려는 인재들이 토론토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힌턴 교수만으로는 캐나다의 탄탄한 AI 연구 생태계를 다 설명할 수 없다. CIFAR, 벡터연구소, 토론토대의 핵심 관계자들과 AI 기업 종사자들을 만나 비결을 물었다.   ◦ 40년 전통 맛집: 캐나다 연구 생태계의 특징은 약 40년 전부터 AI를 연구해온 ‘유서 깊은 맛집’이라는 것. 그 중심에는 물리학, 생물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지원하기 위해 1982년 설립된 비영리기관 CIFAR이 있다. CIFAR은 설립 이듬해인 1983년 ‘AI, 로보틱스와 사회’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AI도 지원했다. 2000년대 초반 딥러닝 연구가 답보하던 시절, 힌턴 교수가 제자들인 요슈아 벤지오(현 몬트리올대 교수), 얀 르쿤(현 뉴욕대 교수)과 같이 하던 딥러닝 연구도 CIFAR이 지원했다. 지난 6일 토론토의 CIFAR 사무실에서 만난 스티븐 투프 원장은 “우리는 미래를 열어줄 발견을 위한 기초 작업(연구)에 투자한다”며 “5년, 10년은 물론이고 어떤 연구에는 최장 40년도 투자한다”고 밝혔다.   ◦ 용광로보단 모자이크: 미국이 용광로라면, 캐나다는 모자이크에 비유된다. 같은 다인종‧다문화 국가라도 캐나다는 하나의 가치로 수렴하는 동질성보다 기존 문화를 존중하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쪽. 이런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AI 기술 허브로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연구비 지원에서도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투프 CIFAR 원장은 “과학 연구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캐나다인들을 세계 최고의 인재들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드레스 로하스 벡터연구소 디렉터는 “AI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려면, (입력되는) 데이터도 그만큼 다양해야 한다”며 “AI를 개발하는 사람들이 (다른 산학계와) 상호작용을 폭넓게 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차준홍 기자   ◦ 생태계의 심장, 연구소 3대장: 토론토의 벡터, 몬트리올의 밀라, 에드먼턴의 에이미. 얼핏 지역 연고 축구팀처럼 보이지만, 캐나다의 3대 AI 연구기관들이다. 심장이 혈액을 온몸에 보내듯이, 기업에 인재나 연구자원 등을 공급하고 AI 연구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캐나다 모빌리티 기업인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토드 디빌 부사장은 지난달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움이 필요한 AI 과제가 있을 때마다 벡터연구소가 적임자를 찾아 연결해 준다”고 했다. 헬스케어 AI 스타트업 슈파스의 이산 최고AI책임자(CAIO)는 지난달 3일 “벡터연구소를 통하면 스타트업이 쓴 논문도 토론토대 교수들에게 피어 리뷰(동료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급 인재도 길러낸다. 벡터연구소는 2018년부터 AI 석사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의 석사를 배출했다.   ◦ 든든한 대학: 우수한 AI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의 역할도 크다. ‘엔비디아 토론토 AI 연구소’를 이끄는 산자 피들러 엔비디아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토론토를 찾는 건 세계적으로 유명한 AI 교수진에게 배운 학생들을 채용하기 위해서”라며 “(우리도) 토론토대뿐만 아니라 워털루대, 맥길대 등에서 수십 명의 학생 인턴을 데려오고, 일부는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했다. 학생들의 창업도 지원한다. 토론토대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엔트러프러너십의 존 프렌치 디렉터는 지난달 5일 중앙일보와 만나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자금, 멘토링, 공간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AI 스타트업을 비롯해 매년 600여 개의 팀을 지원한다”고 했다. 토론토대가 학생들의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운영 중인 온램프의 모습. 김남영 기자   ■ 🎤 “AI 산업, 핵심은 협업” 토니 개프니 벡터연구소 CEO 「 토니 개프니 벡터연구소 CEO가 지난 9월 6일 서울 중구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김현동 기자 캐나다 토론토시에 위치한 벡터연구소는 캐나다 3대 AI 연구기관 중 하나다. AI 석학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 교수는 2017년 연구소 설립 때부터 수석 과학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9월 6일 방한한 토니 개프니 벡터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AI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협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를 서울 중구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만났다.   주로 어떤 연구를 하나.   AI의 편향성 문제부터 자율주행 기술, 의료 및 과학 분야에서의 AI, 윤리적 AI 탐구까지 연구 범위는 방대하다. 최근엔 오픈소스 모델, AI 모델의 사용 편의성 향상, AI의 용도 확장 등을 주로 보고 있다.   캐나다의 AI 생태계에서 역할은? 캐나다, 특히 온타리오주의 AI 생태계를 육성하는 데 주력해 왔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을 모아 책임감 있게 AI를 발전시키는 ‘연결 조직’이 되고자 한다. 대학과 기업이 인재를 확보하고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고, 세계 최고의 연구자들도 찾아서 지원한다. 연방 정부 및 주 정부와 협력해 AI 위험을 완화하는 법, 신뢰할 수 있는 AI를 구축하는 일도 한다.   비영리 연구소가 AI 기업을 어떻게 지원하나.   가장 큰 건 벡터연구소와 기업의 협업이다. 생산적이면서도 안전하게 AI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함께 개발한다. 기업들이 AI 전문성을 개발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도 있고, 기업의 비즈니스 과제 해결에 도움이 될만한 AI 연구자나 다른 기업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기업 자체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AI 모델을 사용해 실험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할 때도 있다.     AI 기술이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 협업과 네트워킹이다. AI 연구원, 기업 및 기관 간의 협업을 촉진하면 훌륭한 성과가 나올 수 있다. 벡터연구소 같은 세계적인 AI 전문가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국제적인 협업과 글로벌 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필수다.   」 팩플 오리지널 '글로벌 AI 위크' 시리즈 다시 또 유럽의 병자 될 건가…강소기업 나라, 독일 AI 반전 [글로벌 AI위크② 독일] “지루했던 모바일 시대 끝난다” AI 다 가진 미국의 요즘 관심 [글로벌 AI위크③ 미국] 미국 16조에 1조로 싸운다…영국 믿는 구석은 ‘AI 부스터’ [글로벌 AI위크 ④ 영국] 27살 ‘세계 첫 AI장관’ 앉혔다…UAE와 이스라엘의 참전법 [글로벌 AI위크⑤ 중동]    ━  3. 윤리 없이 발전 없다   지난 3일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벡터연구소 사무실에서 디렉터들이 중앙일보와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워런 알리, 안드레스 로하스, 매튜 존슨, 에릭 가르시아(왼쪽부터). 김남영 기자 토론토에서 닷새간 만난 수많은 AI 연구자, 기업가들은 기술의 혁신성만큼이나 위험성에도 관심이 많았다. 지난 4월 구글을 나온 힌턴 교수가 대표적. 그는 지난 4일 벡터연구소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AI와 관련된) 모든 위험에 대해 생각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등 AI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학자들과 함께 지난달 23일 ‘급속한 발전 속에서 AI의 위험을 관리하는 법’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캐나다 정부도 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는 중.   ◦ 현장에선 “AI, 신뢰 먼저”: 캐나다 AI 전문가들은 적절한 규제와 윤리는 꼭 필요하다고 했다. AI가 산업 현장에 잘 안착해 발전하려면 ‘AI가 안전하다’는 믿음부터 사회에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벡터연구소에서 MAIR(Managing AI risk, AI 위험관리) 프로젝트를 이끈 안드레스 로하스 디렉터는 “대중의 신뢰를 얻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면, AI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AI가 선한 일을 하도록 하려면 사회가 AI를 신뢰할 수 있는 메커니즘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개인정보 보호 솔루션 기업인 프라이빗AI 패트리샤 셰인 CEO도 “지금도 수많은 개인정보가 LLM에 입력되고 있어 문제”라며 “이를 파악하고 대비하는 차원의 정부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연구기관들의 뒷받침: 캐나다의 주요 AI 연구기관들도 AI 거버넌스, 책임 있는 AI 개발에 대한 연구를 강조하고 있다. 밀라연구소는 유네스코(UNESCO)와 함께 ‘AI 거버넌스에서의 미싱 링크’라는 책자를 냈다. AI 개발이 원주민, LGBTQ 등 소수자 커뮤니티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담았다. 벡터연구소는 지난 6월 ‘AI 신뢰 및 안전 원칙’을 발표했다. 개프니 벡터연구소 CEO는 “(기업이) AI의 책임 있는 사용 및 윤리적 접근 원칙을 수립하는 일은 소비자와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 정부는 입법과 자율규제: 캐나다 연방정부는 안전한 AI를 위한 입법과 자율 규제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디지털 경제에서 개인의 권리와 기업의 의무를 정의한 ‘디지털 헌장’을 발표했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법안도 발의했다. 기업들이 고위험 AI를 만들 때 마련해야 할 조치와 처벌 규정을 담았다. 자율 규제도 나왔다. 지난 9월 캐나다 혁신과학산업부에서 발표한 ‘생성 AI 시스템과 관련된 자발적 행동 강령’이다.   ■ 🎤 “컴공과 아니어도 AI 활용법 배워야” 팀 챈 토론토대 교수 「 지난달 5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팀 챈 토론토대 공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남영 기자 토론토대는 컴퓨터과학,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문대로 유명하다. 지난달 5일 팀 챈 토론토대 공대 산업공학과 교수를 만나 AI 교육에 대해 물었다. 챈 교수는 토론토대의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조직(ISI)을 이끌고 있다.   토론토대의 AI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AI 관련 전공자들뿐만 아니라 화학공학, 생물학 같은 다른 전공 대학원생들도 AI와 데이터과학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자기 분야에서 AI를 적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거다. 산업공학과 학부생들은 데이터과학과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필수로 수강해야 한다. 학부 커리큘럼에 AI 관련 과목이 점차 많이 포함되고 있다.   앞으로 대학에서 AI 교육의 비중이 늘어날까. 그럴 것이다. AI가 사회와 학문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단순히 기술 교육만 하진 않을 것이다. 모델을 만들고 코딩하는 방법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AI 편향성 등 AI의 파급효과를 다루는 교육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AI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한때 사람들은 ‘계산기가 발명됐으니 회계사는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회계사들은 굳건히 남아 있다. AI는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비즈니스나 과학, 교통,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더 많이 해야 한다.   학생들이 AI를 자유롭게 쓰는 데 대한 우려는 없나. 많이 걱정된다. 부정 행위를 감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AI라는 도구로 배울 수 있는 게 많기에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AI를 제대로 잘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낫다.    토론토대는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과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 성과를 평가한다면? 한국 기업들과의 모든 파트너십이 훌륭했다. 최신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이기에 우리 교수진과 학생들이 뛰어난 기업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협력할 의향이 있다.   」     ━  4. 잘하는 AI가 뭐야   전 세계 난다 긴다 하는 AI 연구자들이 몰려들고, AI 스타 기업인을 대거 배출한 캐나다. 그렇다고 캐나다가 인재 양성소에 만족하는 건 아니다. AI라는 도구를 활용해 경제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정부 의지가 강하다. 그래서 키우려는 산업은 크게 셋. 헬스케어, 핀테크, 모빌리티다.     ◦ 헬스케어: 토론토 종합병원 등 캐나다는 의료 인프라가 잘 발달해 있다. 여기에 AI가 도입되면서 헬스케어와 AI를 결합한 스타트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딥러닝으로 리보핵산(RNA‧유전정보 전달에 관여하는 유전물질) 치료제를 개발하는 딥제노믹스, AI로 신약 개발 솔루션을 개발하는 벤치사이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 시리즈C와 시리즈D 단계로 상당한 투자를 받았다.   ◦ 핀테크: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토론토도미니언뱅크, 뱅크오브몬트리올 등 대형 은행들은 캐나다의 AI 금융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AI 연구기관들과 협력을 통해 최신 기술도 활용하고, 연구소 후원이나 스타트업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토론토 기반 한국계 AI 액셀러레이터 해피소나의 고종옥 대표는 “대형 은행들이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금융 및 보험 서비스의 최적화, 위험 관리, 사기 탐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 모빌리티: 1900년대 초부터 자동차 산업을 키워온 캐나다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규제 문턱이 낮다. 특히 온타리오주는 2016년 모든 도로에서의 자율주행을 허가했다. 국토가 넓다 보니 자율주행 트럭을 통한 물류 수요가 크다. 자율주행 전문가인 라켈 우르타순 토론토대 교수가 창업한 와비, 인도까지 진출한 누포트 등 자율주행트럭 스타트업이 잇따라 배출되는 배경.   ◦ 넥스트 실리콘밸리는 토론토?: 코히어, 딥제노믹스, 와비 등 유망한 AI 스타트업들이 토론토에 둥지를 틀면서 토론토는 ‘메이플밸리’ ‘넥스트 실리콘밸리’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에 모두 가깝고, 미국보다 저렴한 부동산 가격에 기술 인재들이 몰린다. 토론토에서 창업한 패트리샤 셰인 프라이빗AI CEO는 “실리콘밸리도 고려했지만, 저렴한 인건비와 부동산, 세제 혜택과 연구 자원을 고려했을 때 토론토가 가장 좋았다”고 했다. 박경민 기자    ━  5. 메이플밸리, 남은 고민은     지난달 4일 캐나다 토론토의 마스 디스커버리 디스트릭트의 내부. 김남영 기자 ◦ 농사는 잘 짓는데, 요리를 못해: 챗GPT 기반이 된 딥러닝 논문은 캐나다의 힌턴 교수가 썼지만, 결국 챗GPT는 미국의 오픈AI 품에서 태어났다. 구글도, 마이크로소프트(MS)도 미국산. AI 연구 성과를 사업으로 연결시킬 ‘빅테크’를 키우지 못한 게 캐나다의 아픈 손가락. 범캐나다 AI 전략 2단계에서 기업들에 AI 상용화를 적극 지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전주(錢主)’가 부족: 인재도, 정부 지원도 있다. 그런데 새싹 기업을 규모 있게 키울 민간 모험자본(벤처캐피털)의 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실리콘밸리의 VC들이 오픈AI, 앤스로픽과 같은 AI 유니콘을 키워낸 것에 비하면 같은 북미인데도 한참 모자라다는 게 현지 VC들의 의견이다. 전통적으로 은행이 강한 경제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최근 AI 전문 VC인 래디컬벤처스 등이 나타나 기업들과 함께 성장하고는 있다. 한국의 산업은행 격인 BCD가 딥테크 스타트업을 위한 펀드를 처음으로 조성한 목적도 AI 유니콘의 육성. 벤처투자자인 토마스 박 BDC 딥테크 펀드 매니저는 지난달 6일 중앙일보와 만나 “실리콘밸리의 VC 생태계가 성인이라면, 캐나다의 VC 생태계는 아직 청소년 수준”이라며 “투자와 엑시트의 경험이 반복적으로 쌓여야 하기에 (캐나다의 VC 생태계가 크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평했다. 차준홍 기자     ■ 팩플이 추천하는 자료 「 1. 캐나다 연방정부 ‘범캐나다 AI 전략’ 👉보러가기 캐나다 연방정부가 2017년부터 실행한 범캐나다 AI 전략에 대한 소개입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볼 수 있습니다. 2. 딜로이트 ‘영향력과 기회: 캐나다의 AI 생태계’ 👉보러가기 딜로이트가 지난 9월 발표한 캐나다 AI 생태계 분석 보고서. 인재 육성, 연구개발(R&D), 투자 지표, 윤리적 AI 등의 분야에서 캐나다 AI 생태계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3. 요슈아 벤지오 등 ‘급속한 발전 속에서 AI의 위험을 관리하는 법’ 👉보러가기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등이 참여해 지난달 발표한 페이퍼입니다. AI가 가져올 위험을 경고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 거버넌스의 필요성에 대해 짚었습니다.   4.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 인터뷰 “인류 재앙, 막을 방법 모른다” AI 대부가 AI 미래 경고했다 」  팩플 오리지널 ‘글로벌 AI 위크’ 시리즈 실리콘밸리? 메이플밸리! 캐나다는 왜 ‘AI 성지’ 됐나 [글로벌 AI위크① 캐나다] 다시 또 유럽의 병자 될 건가…강소기업 나라, 독일 AI 반전 [글로벌 AI위크② 독일] “지루했던 모바일 시대 끝난다” AI 다 가진 미국의 요즘 관심 [글로벌 AI위크③ 미국] 미국 16조에 1조로 싸운다…영국 믿는 구석은 ‘AI 부스터’ [글로벌 AI위크 ④ 영국] 27살 ‘세계 첫 AI장관’ 앉혔다…UAE와 이스라엘의 참전법 [글로벌 AI위크⑤ 중동] 14억 빅데이터 가지면 뭐해…中 AI는 ‘시진핑 답정너’인데 [글로벌 AI위크⑥ 중국]

    2023.11.05 16:39

  • [팩플] 카카오 김범수 “뼈 깎는 노력할 것”…감시기구 수장은 김소영 전 대법관

    [팩플] 카카오 김범수 “뼈 깎는 노력할 것”…감시기구 수장은 김소영 전 대법관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으로 위기를 맞은 카카오가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를 연내 출범한다. 초대 위원장으로는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달 23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무슨 일이야   3일 카카오는 준법‧윤리경영 감시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를 연내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이른 시일 내로 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추가 영입해 조직을 꾸릴 방침이다.   앞서 나흘 전인 지난달 30일 김범수 창업자는 ‘공동체 경영 회의’를 열고, 각 계열사의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기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SM엔터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을 받고, 김 창업자에 대한 구속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이뤄진 특단의 조치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달 26일 SM엔터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경영진과 두 법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금감원은 김 창업자에 대해서도 추가 송치를 예고했다.   김소영 위원장은 “과거 사안에 대한 조사와 검토를 포함해 위원회의 독립적 권한을 인정하고 전사 차원의 지원을 다하겠다는 김범수 센터장의 각오를 들은 후 위원장직을 수락하게 됐다”며 “위원회가 그 명칭대로 준법과 신뢰, 양 측면에서 독립된 전문가 조직으로서의 감독 및 견제 역할을 다 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창업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빠르게 점검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나부터 준법과 신뢰위원회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계열사들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서는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  준법위, 무엇을 하나   준법과 신뢰 위원회는 삼성전자가 2020년 만든 독립기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와 유사한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시민사회, 학계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위원회는 운영 규정에 따라 카카오 관계사의 주요 위험 요인을 선정하고, 준법 감시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단계에서부터 관여한다. 또 과도한 관계사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이용자 이익 저해,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 등 카카오가 사회적으로 지적받아온 여러 문제들에 대한 관리 감독과 능동적 조사 권한을 갖는다.   카카오 측은 “위원회는 개별 관계사의 준법감시 및 내부통제 체계를 일신할 수 있는 강력한 집행기구 역할을 하게 되며, 추가 외부 인사 영입 등 조직을 갖춰 연내 공식 출범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고 했다.    ━  앞으로는   카카오가 경영 쇄신으로 현재의 위기에서 탈출을 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카카오는 시세조종 의혹으로 인한 사법리스크가 증폭된 데 이어 최근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작심 비판한 상황이다. 지난 1일 윤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정면 비판했다.    ━  김소영 위원장은 누구   김소영 전 대법관.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을 수석 합격해 서울지법,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심의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이어 2012년 역대 4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돼 2018년까지 임기를 마쳤다. 여성 첫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바 있으며, 퇴직 후엔 법무법인 케이에이치엘(KHL) 대표변호사와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지난해부터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공정거래 및 자본시장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11.03 18:24

  • 네이버 3분기도 최고 실적…커머스·콘텐트 맹활약, 그 뒤엔 AI [팩플]

    네이버 3분기도 최고 실적…커머스·콘텐트 맹활약, 그 뒤엔 AI [팩플]

    네이버가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경기 침체로 인한 광고 시장 둔화에도 커머스와 콘텐트 부분에서 높은 성장을 기록한 덕분이다. ‘하이퍼클로바X’등 생성 인공지능(AI) 기반 사업도 한몫했다. 4분기에는 하이퍼클로바X를 통한 B2C(기업·소비자 거래), B2B(기업간 거래)사업이 네이버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무슨 일이야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지난 8월 2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팀 네이버 콘퍼런스 단(DAN) 2023'에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지난 3분기 매출 2조4453억원, 영업이익 3802억원을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9%, 영업이익은 15.1% 성장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최대치다. 특히 매출은 6개 분기 연속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사업부문별로는 서치플랫폼·커머스 4933억원, 핀테크 334억원 등이 이익을 냈고 콘텐트 -621억원, 클라우드 -870억원에선 적자를 기록했다.   차준홍 기자  ━  AI로 커머스·콘텐트 성장     네이버는 커머스와 콘텐트 부문에서 AI 기술 덕을 봤다. 커머스는 전년 동기 대비 41.3% 증가해 6474억원을 기록했다. 북미 패션 중고거래 앱 ‘포쉬마크’ 편입 효과를 제외해도 전년 동기 대비 14.7% 성장했다. 최수연 대표는 이날 3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AI를 활용한 광고 슬롯(노출 구좌) 확대 자동화를 통해 사용자 편의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품질과 수익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콘텐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5% 증가해 4349억원을 기록했다. 웹툰 영상화 작품(마스크걸, DP2)과 스노우 등이 선전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네이버는 “AI 추천 강화 등 플랫폼 고도화로 이용자 활동이 개선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스노우는 AI프로필과 스노우가 운영하는 ‘에픽’ 앱의 이어북 등 신규 상품 흥행을 통해 전년 동기 대비 36.1% 성장을 기록했다. 최수연 대표는 “에픽 앱은 56개국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유료 구독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AI 기반 상품 라인업을 선보이며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치플랫폼은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 전분기 대비 1.3% 감소한 8995억원을 기록했다. 검색 광고는 플랫폼 고도화 노력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네이버는 4분기에도 네이버 앱 개편, 플랫폼 고도화, 프리미엄 상품 확대 등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  AI B2B도 본격화     클라우드는 전년동기 대비 30.3% 증가해 123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B2B(기업간거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9%, 전분기 대비 11.4% 증가했다. 네이버는 “NCP(네이버클라우드 플랫폼)의 매출인식 변경 효과와 라인웍스의 유료 이용자 수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4분기에는 자사 LLM(거대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 기반으로 기업 대상 맞춤형 AI 서비스로 B2B(기업간거래) 시장을 공략하고, AI 기술을 모바일 환경에 적용해 단계별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최수연 대표는 “파운데이션 모델과 네이버의 서비스를 결합한 고객 맞춤형 B2B 서비스도 순조롭게 진행중”이라며 “보안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 X’는 의미 있는 레퍼런스가 만들어져 11월 사용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개발도구 클로바 스튜디오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지난달 18일 출시돼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및 기업 고객들의 관심 속에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새로운 수익화 기회 요인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차준홍 기자    ━  앞으로는     네이버는 AI 기술과 핵심서비스 융합을 가속화한다. 지난 9월 PC테스트를 시작한 생성AI 검색 서비스 ‘큐(Cue:)’는 이달부터 PC 통합검색에 적용하고, 내년부터 모바일에서도 서비스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도 계속된다. 네이버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의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 플랫폼 구축 사업 추진을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 사우디 수도인 리야드를 포함한 5개 도시를 대상으로 3D 모델링 기반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도시 계획, 모니터링, 자연재해 예측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최수연 대표는 “B2B, B2G(기업·정부간 거래)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높이 평가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된다. 사우디를 넘어 전세계로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2023.11.03 17:11

  • 尹 "부도덕, 횡포, 약탈" 질타에…카카오택시, 일부 사업 접나 [팩플]

    尹 "부도덕, 횡포, 약탈" 질타에…카카오택시, 일부 사업 접나 [팩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소상공인과 택시기사, 무주택자, 청년 등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마포구 신촌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참가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시장 개척의 정당한 대가인가, 독점구조로 얻은 부당이득인가. 윤석열 대통령과 규제 당국의 전방위 압박 후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가 택시 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서면서 플랫폼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  무슨 일이야   국내 1위 택시사업자 카모는 지난 1일 오후 “가맹택시 수수료 등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택시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직격탄을 날린 직후다. 윤 대통령은 “(카모의 택시 수수료가)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아주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며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된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2015년 개최한 기사 회원 모집 설명회장.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  尹 지적한 ‘약탈적 가격’ 진실은     카카오(카모는 2017년 분사)는 2015년 3월 카카오택시를 출시했다. 당시엔 기사와 이용자 모두 무료로 쓰는 플랫폼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연결되는 편의성에 모두 열광했다. 문제는 그 다음 수익화. 카카오 내부에선 “이용자가 모이면 누군가는 돈을, 다른 누군가는 아이디어를 들고 서 있을 것”이라며 낙관했지만 택시비가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국내 시장은 카카오의 유료화 시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8년 5000원을 더 내면 즉시 배차해주는 유료화 상품을 내놨지만 논란 끝에 백지화됐다. 카풀도 택시업계 반대로 무산. 마지막으로 찾은 돌파구가 가맹택시였다. 카모는 2019년 가맹택시 사업을 본격화하며 ‘승차 거부 없는 배차’를 내세웠다. 대신 이용자에겐 호출 수수료 격인 콜비(0~3000원)을 받고, 택시 기사들에겐 일정한 콜을 보장하는 대신 가맹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수익모델을 짰다. 무료였던 플랫폼이 어느새 유료로 바뀐 것.   문제는 카모가 무료 서비스로 구축한 시장 독점적 지위를 수익화를 위해 과도하게 활용하면서 불거졌다. 일반 택시 호출 중개시장에서 카모의 점유율은 94.46%(2021년 기준, 공정위)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가맹택시 대수도 지난달 기준 5만 1655대로 전체(6만 여대) 중 약 85%안팎이 카모와 가맹을 맺었다. 2위인 우티는 5373대.   박경민 기자   ① 20% 가맹 수수료 : 카모는 자회사 KM솔루션(KMS)이 가맹계약을 맺은 택시기사로부터 20%의 수수료를 받고, 이를 넘겨받은 카모가 기사에게 제휴계약 명목으로 15~17%를 다시 돌려주는 수수료 구조를 짰다. 카모의 매출 부풀리기나 기사들의 세금 부담도 문제지만 택시업계는 3~5%가량인 실질 수수료도 비싸다고 주장한다. 우티의 수수료는 2.5%. 허나 90% 이상의 이용자가 카카오T에서 택시를 호출하는 만큼 기사들은 카모의 이중계약과 수수료를 거부하기 힘들다.   ② “‘길빵’도 수수료 내라” : 대구시는 지난 8월 공정위에 카모를 신고했다. 카모는 가맹택시 운행 매출 기준으로 수수료를 내도록 하는데, 대구로택시앱 호출 운행건, 배회영업건 매출까지 수수료 산정 기준에 포함했다는 것. 대구시는 상당수 택시가 카카오T블루와 대구로택시에 중복 가입돼 있어 수수료가 이중 부과된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카모는 가맹택시 수수료는 호출 외에 브랜드 홍보, 마케팅 등 종합 패키지에 대한 대가라며 거부했다. 공정위는 현재 이 사안을 조사 중이다.     ③ ‘콜 몰아주기’ + ‘콜 차단’ : 카모는 점유율 90% 이상의 일반 호출을 이용해 가맹택시 사업을 키운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우티·타다 등 타 기업과 가맹 맺은 기사에겐 일반 호출을 차단한 게 대표적이다. 참여연대 등은 2021년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카모를 공정위에 신고했고, 공정위는 최근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앞서 공정위는 카모가 가맹택시 기사에게 ‘콜 몰아주기’를 했다며 257억원의 과징금도 부과했다. 카모는 비가맹택시 기사들이 월 3만 9000원을 내면 혜택을 주는 ‘프로멤버십’도 유지하고 있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수익화를 꾀하자 카모의 수익성은 매년 개선됐다. 2017~2019년 누적 539억 적자를 봤지만 2021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0년 280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719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4669억원을 벌었다.   박경민 기자  ━  “전면 개편하겠다”는 카모, 방향은     카모는 빠른 시일 내에 택시 단체 관계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서비스 전반에 대한 논의를 듣고 개편하겠다”고 했다.   택시 업계는 카모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무는 “이전부터 상생협의체를 통해 계속 수수료 인하를 얘기했는데, (카모는) 논의조차 거부했었다”며 “실질 수수료인 3~5%도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했다.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가맹택시 수수료는 비율도 일정하지 않고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카모 안팎에선 다양한 대책이 거론된다.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안, 중개사업과 가맹사업 중 하나를 포기하는 방안 등이다. 다만 현 경영진이 가맹택시를 통한 현재의 수익구조를 설계했기 때문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적 쇄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지난 2월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카카오 T 택시가 운행하고 있다. 뉴스1    ━  더 알면 좋은 것   ① 정부의 실패 : 일각에선 정부의 잘못도 지적한다. 지난 10년 사이 우버, 카풀, 타다 등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정부는 형사처벌, 법 개정 등을 통해 막았다. 경쟁자가 사라진 시장에서 카모 독주체제가 굳어졌다. ② 모빌리티 외 플랫폼도 긴장 : 윤 대통령이 플랫폼 수수료에 대해 ‘약탈적 가격’이라 비판하자, 음식 배달, 쇼핑, 병원예약, 부동산 중개 등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정부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플래폼 사업은 승자독식이 많아 독과점 논란이 있다”며 “정부가 시장경쟁을 촉진해서 이 문제를 풀면 좋은데, 개별 기업 ‘손보기’ 식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2023.11.03 05:00

  • 네이버 당했고 카카오 피했다…국감장 뒤, IT 대관 대혈투

    네이버 당했고 카카오 피했다…국감장 뒤, IT 대관 대혈투 유료 전용

    Today’s Topic,대관의 세계(feat. 네카쿠배)   ‘테크기업의 외교관’ ‘대관의 승리’. 최근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마무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래드 스미스 부회장에 대한 평가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15일 “브래드 스미스 사장이 법률, 정책 등을 아우르는 2000여 명의 전문가를 이끌며 세기의 딜(deal, 거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미국·유럽연합(EU)·영국 규제 당국을 설득한 일등공신으로 꼽힙니다. 빅테크의 한 전직 임원은 “규제 당국은 당장 허가를 내주지 않아도 최소한 (기업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인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FT에 말했더군요.     한국은 어떨까요. 코로나19 이후 국내 IT 플랫폼 기업들은 인재와 자본을 빨아들이며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과 갈등도 커졌고, 정부는 규제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했죠. 매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네카쿠배 임원들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여러분도 기억나실 겁니다. IT 플랫폼 기업들이 최근 몇 년 새 입법·사법·행정부 출신을 대관(Corporate Relations) 담당자로 대거 채용하게 된 배경입니다.    그런데 혹시 ‘대관’이란 단어에서 로비스트를 떠올리셨나요?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그런 역할일까요? 외부엔 잘 드러나지 않았던 ‘대관의 세계’를 팩플이 들여다봤습니다.   ■ 💬목차 「 1. 플랫폼 국감, 대관의 시험대 2. IT 대관, 넌 누구냐 3. 네카쿠배 대관의 얼굴들 4. IT 대관의 미래     」  한호정 디자이너  ━  1. 플랫폼 국감, 대관의 시험대   국정감사는 대관 부서한텐 시험장입니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대관 담당 변호사는 “IT기업들은 사업 초창기에는 로펌에 대관과 컴플라이언스를 맡겼지만, 사업 확장과 성장 과정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국감에 줄줄이 불려 나오며 자체 대관 부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① 대관, 그게 뭐야?: 국회나 정부부처 등 관(官)을 상대하는 업무입니다. 사업 영역에서 우호적인 규제와 정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활동을 펼칩니다. 시민단체, 협회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발생하는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일도 하죠. 기업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각종 규제와 갈등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대관은 필수 역량이 됐습니다. 기업 내에서 대외협력, 전략지원이란 명칭을 쓰거나 CR(Corporate Relations), GR(Government Relations), PA(Public Affairs) 부서로 불립니다.   ② 올해도 플랫폼 국감? 국감을 앞둔 9월은 대관 담당자들이 가장 바쁜 때입니다. 창업자나 임원의 출석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벗고 뛰기 때문이죠. 올해 국감에서도 가짜뉴스와 포털의 책임, 스타트업 아이디어 탈취 의혹, 개인정보 관리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대관 담당자들의 노력 덕분이었을까요? 주요 플랫폼 기업의 창업주와 대표이사가 모두 국회에 불려나온 예년에 비해 올해 국감은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달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 주목받은 네이버: 올해 국감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네이버였습니다. 김주관 네이버 비즈니스 CIC 대표(산자중기위, 가품 판매 및 허위 리뷰), 유봉석 서비스운영 총괄(보건복지위, 개인정보 유출 의혹), 김정우 네이버 쇼핑 이사(농축해수위, 원산지 표시 문제)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출석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달 16일 정무위 국감에서 네이버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의혹이 나왔거든요. IT업계 관계자는 “대표가 국감장에 나와 의혹을 소명하거나 사과할 경우에도 대중들은 ‘기업이 뭔가 잘못했나 보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에, 기업으로선 국감에 나와서 좋을 게 없다”며 “대관부서가 창업주나 대표 출석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 조용히 넘어간 카카오: 카카오는 지난달 27일 산자중기위 국감에서 홍은택 대표가 계열사(VX, 헬스케어)의 기술 탈취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설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일 오후 증인 신청이 철회됐습니다. 업계에서는 “대관의 승리”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당초 총 17개 상임위 중 11곳에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 창업자는 물론 카카오 임원 단 한 명도 국감장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 대관 담당자는 “카카오 대관이 이번 국감만 놓고 보면 꽤 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대관의 성과가 국감만으로 결정되진 않습니다. 또 다른 IT 플랫폼 기업 대관 담당자는 “국회, 정부와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네이버가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순방에 포함되고, 런던 AI 정상회담 등에 정부와 함께 참석하는 것도 대관의 성과”라고 했습니다.     ◦ 쿠팡·배민은: 쿠팡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은 1000만 명 이상이 쓰는 ‘국민 앱’을 운영하면서 대관 부서를 강화해 왔습니다. 수년간 국감에 불려 나온 기업들이죠. 올해 쿠팡은 환노위 국감에서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CLS) 대표가 배송 중 숨진 쿠팡 하청업체 배달기사 관련 지적을, 산디판 차크라보티 쿠팡 CPLB 대표가 판매 상품 재활용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았습니다. 배민은 이국환 대표가 환노위 국감에 라이더 보호와 산재 문제로 출석했고, 판사 출신으로 배민 대관을 총괄하는 함윤식 부사장도 산자중기위 국감에 나왔습니다. 함 부사장은 배민 광고 상품인 울트라콜이 음식점주들의 무리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의원들 질의를 받았고요.    ━  2. IT 대관, 넌 누구냐   밀실에서 일하는 로비스트라는 이미지는 오해와 편견일까요? 대관 담당자는 주로 누가 하고 어떤 일을 할까요.   ① 누가 하는 거야 : 정부 부처, 국회 보좌관 출신이 대관 담당자로 이직하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IT 플랫폼 기업 대관팀엔 과학기술 정책과 규제를 총괄하는 과기정통부나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 많습니다.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과 언론사 출신도 종종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는 경우 여당 보좌진 출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고 합니다. 같은 당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대통령실, 장관실, 정부 부처 등에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② 무슨 일을, 어떻게 하나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네트워크와 실무 역량을 갖춘 대관 담당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까요.   ◦ 알아내고: 규제나 리스크를 사전에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가 어떤 규제 정책을 검토하는지, 유관 상임위 소속 의원실은 어떤 법안을 준비하는지에 대관 담당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공개된 정보인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죠.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플랫폼 기업 대관 담당자는 “휴민트(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수집), 즉 인맥을 활용해 정보를 먼저 입수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짜둬야지, 규제 틀이 다 잡히고 나면 이미 늦는다”면서 “법적 테두리 안에서 모든 수단을 활용한다”고 말했습니다.     ◦ 설득하고: 규제나 정책에 대한 기업의 입장을 국회⋅정부에 설명하고 설득합니다. 대형 로펌의 대관 담당 변호사는 “기업이나 로펌이 국회나 부처를 방문할 때 해당 기관 출신이 함께 간다”며 “그들은 그 기관이 일하는 방식을 잘 알기에 어떻게 공략해야 설득할 수 있는지도 잘 안다”고 했습니다. 직원 500명 규모의 한 IT 기업 대관 담당자는 “기업 입장에서 법안의 필요성 또는 우려를 의원실에 설명하고, 회사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의원들이 참고하는 보고서를 쓰는 입법조사관, 정부 부처에도 충분히 설명해 우리 회사와 갈등하는 단체나 경쟁사 의견만 반영되지 않도록 부지런히 뛴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터진 이후 일련의 과정에 대해 대관 업계는 ‘카카오와 SK 홍보·대관 역량이 맞붙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연합뉴스 ◦ 경쟁하고: 대관 담당자들 사이에서 의미있게 회자되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벌어진 ‘카카오톡 먹통 사태’입니다. 대관 업계는 ‘카카오와 SK 홍보·대관 역량이 맞붙은 사건’으로 봅니다. IT업계 관계자는 “사고 원인 자체는 SK가 운영한 데이터센터 화재인데도, SK의 CPR(CR+PR) 부서가 사건 직후 조직적으로 나선 덕분에 ‘회사 CPR(심폐소생술)’에 성공했다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카카오 데이터센터’ ‘카카오 화재’로 프레이밍이 됐고, 정부와 국회도 그렇게 받아들였다”며 “SK 대관이 (카카오를) 이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조율한다: 기업 내부에서 의사결정을 조율하고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플랫폼 기업 대관 담당자는 “IT기업에 와보니 개발자, 컨설팅 기업 출신 임원들이 ‘법적으로 이상이 없고 사업성이 있으면 일단 추진하자’는 분위기더라”며 “불법 아니고, 돈이 된다고 무작정 사업했다가 정부⋅국회⋅언론⋅소비자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외부 출신 대관 담당자들은 사업 추진 시 기업이 받을 사회적 평가나 대외 리스크를 상기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했습니다. 대관과 밀접한 홍보· 법무 부서와 대응 방안을 조율하고 전략적 일관성을 추구하는 것도 대관의 역할입니다.    ━  3. 네카쿠배 대관의 얼굴들   규제 이슈가 늘어나고 2021년 공정위와 국회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내놓으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대관을 꾸준히 강화했습니다. 대관업계의 신흥 강자는 쿠팡과 배민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상반되는 대관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 대관 고수? 네이버: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특히 실시간 검색어(실검)·댓글 조작 사건, 뉴스 알고리즘 편향성 문제로 국회에 자주 불려가는 편이라 대관의 중요성을 잘 알지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네이버에서 2008년부터 9년간 재직한 윤영찬(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네이버 대관·홍보를 총괄하는 부사장을 지냈습니다. 네이버는 2021년 정책전략 TF를 신설해 여러 부서에 흩어진 대관 역량을 한곳에 모았습니다. 정보통신부(현 과기부)와 LG유플러스 상무 출신의 손지윤 대외정책총괄이 TF를 이끕니다. 방통위 서기관 출신의 이광용 정책전략 책임도 TF 소속입니다. 이들은 검색, 광고, 뉴스, 쇼핑, 금융 등 네이버 사업 분야의 정책 동향을 분석하고 대정부 전략을 수립합니다. 2022년 네이버웹툰도 창작자에 대한 플랫폼의 갑질 문제가 불거지며 대관과 홍보 부서를 신설했습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카카오에 비해 국회보다 정부 부처 출신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전했습니다. 개인기보다는 ‘톱다운’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뛰는 대기업형으로 속도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편입니다.   ◦ 위기이자 기회? 카카오: 2018년 9월 조선일보에서 카카오 커뮤니케이션 실장으로 이직한 권대열 총괄은 CRO(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를 역임하고, 현재는 카카오 본사의 컨트롤타워 격인 CA협의체 리스크관리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2021년 말에는 과기정통부 부이사관(3급) 출신 우영규 법무법인 김앤장 고문을 영입해 정부 대관을 강화했습니다. 이 외에도 모빌리티, 페이, 뱅크 등에서 국회, 언론사 출신 인사들을 영입했습니다. 카카오 대관은 개인별로 쌓은 경력과 네트워크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독립적이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스타트업형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급하게 불을 꺼야 하는 소방수 역할을 잘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사건, 카카오택시 콜 유료화 등 계열사들에서 돌발 이슈가 잇따라 터지면서 본사와 계열사 간 전략 엇박자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의혹으로 김범수 창업자와 주요 임원이 수사 선상에 올라 있어 대관 담당자들의 부담이 큰 시절이죠. 물론 이때가 대관의 존재감을 발휘할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비롯한 증인들이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 대상 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는 모습. 앞줄 왼쪽부터 김범수 센터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GIO,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박성하 SK C&C 대표이사. 사진 중앙포토   ◦ 철벽의 쿠팡: 2020년 판사 출신인 강한승 김앤장 변호사를 대표이사로 영입했습니다. 강 대표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거쳐 2013~2020년까지 김앤장에서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 정부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강 대표 선임 이후 정한모 전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추경민 전 서울시 정무수석 등이 쿠팡 대관팀에 합류했습니다. 2022년에는 이숭규 전 공정위 카르텔총괄 과장과 트럼프 정부 국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알렉스 웡도 영입했습니다. 대관팀 규모만 수십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쿠팡 대외 조직(홍보·대관)이 택배업계 등 이해관계자나 언론과 갈등이 생기면 대화보다 소송으로 강경 대응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도 받습니다. IT업계 관계자는 “쿠팡 대관은 규모가 크고 역량도 탁월하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보다 대관 역량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도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 긱워커 전문, 배민: 라이더, 소상공인 등과 갈등이 늘며 리스크 관리에 특화된 대관형 임원을 영입했습니다. 2020년 12월 판사 출신의 함윤식 전 김앤장 변호사가 부사장으로 합류해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판사 출신인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부회장으로 영입해 화제가 됐습니다. 배민이 긱워커(geek worker, 단기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은 쿠팡과 자주 비교가 되기도 합니다. 물류전문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은 2020년 10월 플랫폼 업계 최초로 배달 플랫폼 노조(민주노총 서비스연맹)와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라이더 공제조합 설립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업계 1위의 지위와 이윤을 바탕으로 시장의 규칙을 만들고 있다. 최근 요기요 자회사도 배달노조와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라면서 “하지만 배민만큼 수익성이 좋지 않은 다른 배달앱과 배달대행 업체들은 ‘라이더들의 요구를 도대체 어디까지 들어줘야 하느냐’는 불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  4. IT 대관의 미래는     앞으로 IT 시장은 점점 더 커질 테고, 인공지능(AI)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적용 범위도 넓어질 겁니다. 대관이란 직무의 전문성은 계속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 유니콘들의 수요: IT 기업과 스타트업의 사업 범위가 넓어지면서 여러 규제와 부딪치고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커질수록 대관 업무의 중요성은 커질 겁니다. 특히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 스타트업인 토스, 야놀자, 당근마켓 등도 대관 역량을 더 키워야 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이들이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모델 중 어느 하나를 택할지, 새로운 유형의 ‘정책 외교 조직’을 키울지 주목됩니다.   ◦ AI 규제가 온다: AI 기술처럼 유망한 신기술을 계기로 새로운 규제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학습하는 자료의 저작권 문제는 앞으로 IT 대기업 대관 담담들이 국회나 정부에 기업 입장을 치열하게 어필할 이슈입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정부부터 온라인플랫폼 규제가 본격 논의되며 IT 대기업들이 전직 관료를 영입해 대관 조직을 강화했다”며 “AI 산업도 저작권, 정보보안, 허위 정보 문제 때문에 향후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음지 NO, 양지 YES: 다만 IT 기업들의 대관 활동 자체를 ‘불법 로비’처럼 볼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대관은 수면 위로 드러나는 조직은 아니나 국정원처럼 은밀히 활동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정부나 국회에 기업의 입장을 설명하고, 때로는 오해를 푸는 방법을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역할로 봐야 한단 얘기입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로톡과 변호사협회 간 갈등처럼, 신생 스타트업도 때로는 규제나 기존 전통 사업자와의 마찰로 사업이 존폐 기로에 놓인다”며 “빅테크나 유니콘이 아닌 신생 스타트업에도 대관 사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대관 ≠ 만병통치: 기업의 사업 활동이 논란이 될 경우, 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더 해야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감독 당국이나 국회를 통해 해결하려는 ‘대관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도현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장은 “기업 중엔 더러 정부나 국회에 있는 개인적 인맥에 의지하려는 경우도 있다”면서 “국회와 토론회 개최, 홍보를 통한 여론 설득, 학술 활동 등 투명한 소통이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2023.11.02 16:39

  • 한국도 'AI 족쇄 채우기' 서두른다…정부가 편향성 직접 검증 [팩플]

    한국도 'AI 족쇄 채우기' 서두른다…정부가 편향성 직접 검증 [팩플]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전 세계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공동 대응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가별 대책에 주력하던 세계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국제 사회 차원의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나선 것. 민간의 자율을 강조해온 한국의 AI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  무슨 일이야   영국 정부가 개최하고 주요 7개국(G7,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의 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AI 안전 정상회의’(AI Safety Summit 2023)가 1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영국 버킹엄셔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AI 단일 주제로 열리는 첫 정상급 회의로, 정상들은 AI의 안전한 개발, 악용 방지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행사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관계자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부회장,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등 글로벌 AI 기업인들도 참석한다. 한국에서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 전경훈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삼성리서치장(사장),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등이 참석한다.    ━  이게 왜 중요해   11개월 전 출시된 챗GPT의 돌풍 이후 AI 기술 및 서비스를 규제하자는 주장에 대한 각국의 입장은 엇갈렸다. 지난 6월 ‘AI법’(AI Act)을 통과시키며 신기술 규제에 앞장섰던 유럽연합(EU)과 달리 미국을 비롯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기업 친화적 접근 방식을 취하며 규제보다는 기술 개발과 진흥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AI가 무기 개발, 사이버 공격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생성 AI발 가짜 뉴스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각국의 대응은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AI 기술 개발부터 서비스 과정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딥페이크(AI 기반 인물 이미지 합성 기술)는 명예를 훼손하고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사기를 저지른다”며 “AI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동시에 위험을 피하기 위해선 우리는 이 기술을 관리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행정명령에는 AI를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제작에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AI가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하지 못하도록 안전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같은 날 G7 국가들도 첨단 AI 개발 조직에 대한 국제 지침과 행동 강령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11개 항목으로 구성된 행동 강령에는 AI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위험을 식별·평가해야 하고 강력한 보안 통제에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속력은 없지만 각국이 마련할 AI 규제법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베라 요우로바 EU 집행위원회 가치·투명성 담당 부집행위원장은 지난달 일본 교토에서 열린 인터넷 거버넌스 포럼에서 “행동 강령은 안전을 보장하는 강력한 기반”이라며 “규제 마련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  한국 정부의 기본 정책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제4차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 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은 국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 기업의 ‘자율 규제’에 힘을 실어줬다. 과기정통부는 네이버, LG AI 연구원, SK텔레콤, KT, 카카오 등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한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과 AI 최고위 전략대화를 운영하며 관련 정책과 투자·협력 방안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최근 국제 사회의 규제 움직임에 발 맞춰 적극 규제로 조금씩 ‘유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정부는 민간 AI 모델의 신뢰성을 직접 검증하고, 저작권 규제도 마련하겠다며 ‘AI 윤리·신뢰성 확보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① AI 신뢰성 평가: 과기정통부는 이달까지 AI 모델의 신뢰성을 평가할 수 있는 벤치마크 데이터를 구축해 민간 AI 모델을 직접 검증하기로 했다. 편향·차별적 내용 콘텐트 생성 여부, 잘못된 내용을 사실처럼 답변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여부, 저작권 침해 등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각 기업의 생성 AI 모델의 신뢰성을 판별하겠다는 설명이다.   ②워터마크 제도화: 정부는 AI 생성물 표식(워터마크) 도입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네이버 등 LLM 기반의 생성 AI 서비스를 개발했거나 이미 출시한 주요 기업들은 자사 서비스에 워터마크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데 동의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AI는 디지털 심화 시대의 핵심기술로서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AI 윤리 생태계 기반 조성과 적합한 규제 체계를 정립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영희 디자이너  ━  쟁점은 뭐야   하지만 정부가 AI 신뢰성을 직접 평가한다는 데 대한 반발도 있다. 편향·차별적 콘텐트 구분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AI 생성물을 표시하는 워터마크 도입과 관련해서도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약속한 상황에서 법을 만들어 강제하는 건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감사에서 “한국은 이제 겨우 초거대 AI 모델이 출시되는 단계인데 왜 워터마크를 강제하려고 서두르냐”며 “기업의 자율에 맡긴 후 부작용이 생기면 법제화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AI 기업 관계자는 “각국의 기술 경쟁이 치열한 만큼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며 “글로벌 동향을 보며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  뉴스 저작권 논란은 진행형   이런 상황에서 생성 AI의 주요 학습 데이터인 뉴스 저작권 문제는 아직 해결이 요원하다. 국내 최대 뉴스 유통 사업자인 네이버의 경우 뉴스데이터로 AI 모델을 학습시킨 것은 약관에 따른 합법적 사용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자협회와 10개 주요 신문사가 참여하는 ‘생성형 AI 공동 태스크포스(TF)’의 분석 결과 약관상 목적 위배, 설명의무 규정 등에 위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 약관이 개정되기 전에는 네이버가 언론사 동의 없이 무단으로 뉴스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      글로벌 빅테크는 언론사별 계약을 통해 뉴스 저작권 문제를 해결 중이다. 구글은 뉴욕타임스에 3년간 1300억원의 이용료를 지급하기로 했고, 오픈AI는 AP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AI 학습용 뉴스 데이터를 확보했다. 한국도 정부가 AI 저작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보를 생산한 이들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보 생산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공급사와 사용자 모두를 위한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정부가 적절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2023.11.02 06:00

  • “지금부터 48시간 공격한다” 토스를 해킹한 토스의 해커

    “지금부터 48시간 공격한다” 토스를 해킹한 토스의 해커 유료 전용

    Today’s Interview토스를 해킹하는 토스의 해커,‘헬소닉’ 이종호 토스 보안기술팀 리더    “지금부터 토스를 해킹합니다.”   지난 6월 토스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 영상은 이달 기준 조회수 220만 회를 넘겼다. 토스를 해킹한 공격자는 토스의 ‘화이트해커(white hacker·정보보안 전문가)’ 6인. 이들은 토스에 각종 사이버 공격을 시도하고, 외부인으로 위장해 사옥에 잠입하기도 했다. 토스를 공격해 보안상 허점을 찾아내는 게 이들의 미션이었다.   토스 해킹의 총 지휘자는 전설의 화이트해커 ‘헬소닉’ 이종호. 미국 데프콘, 일본 세콘, 대만 히트콘 등 세계 3대 해킹대회를 석권한 사이버 보안 업계 스타다. 특히 데프콘에선 두 차례 우승(2015년, 2018년)을 차지했다. 2020년 토스에 합류해 총 11명의 보안기술팀(화이트해커팀)을 이끌고 있다. 레드팀(공격)·블루팀(방어)으로 나눠 수시로 모의 해킹을 하고, 실제 ‘블랙해커’들의 공격을 막아낼 방어막을 짜는 게 이들의 업무다. 지난해부터는 토스를 공격해 보안 취약점을 찾아낸 외부 해커들에게 상금을 주는 ‘버그 바운티(모의 해킹대회)’도 열고 있다.   사실 기업이 화이트해커들만으로 전담 부서를 만드는 경우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권에선 토스가 최초다. 지난달 5일 강남구 테헤란로 토스 본사에서 이종호 리더를 만났다. 중학생 시절 게임 아이템을 탈취 당했던 그가 해커로 성장한 스토리, 그런 그가 왜 토스로 갔는지, 다른 화이트해커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그에게 물었다. 16년차 해커 헬소닉에게서 듣는 ‘K해커’의 세계, 이제부터 시작.   한호정 디자이너  ━  “화이트해커 물꼬, 여기서 틀 수 있을지도”   어쩌다 토스에서 일하게 됐나. 보안전문 기업(라온화이트햇)에서 10년 정도 일했다. 토스에서 영입 제안이 왔지만 이직 생각이 없어 거절했었다. 그러다 이승건 토스 대표가 ‘얘기나 해보자’고 해서 만나게 됐다. 기업 보안은 대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 대표는 보안·해킹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화이트해커팀을 만들려 한다는 것도 인상깊었다. 국내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해커들로만 구성된 보안팀이 거의 없다. 한국 화이트해커 문화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다 싶어 토스에 합류했다.   보안전문 기업에서 일하다 특정 기업의 보안기술팀으로 옮겼다. 하는 일이 달라졌나. 하는 일보다도 일의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 보안전문 기업에선 고객사 단위로 일하기 때문에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일년짜리로 일의 범위가 제한돼 있다. 게다가 우리가 화이트해커라 해도 고객사가 내부 정보를 전부 내주지는 않으니 철저히 외부자 시선에서 일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선 시간·정보에 구애 받지 않고 해킹을 더 깊게 연구할 수 있었다. 내부자만 알 수 있는 정보에 외부 공격자라면 할 법한 해킹을 융합하면 더 많은 보안 위협을 제거할 수 있다.   보안기술팀엔 화이트해커만 있다. 일반 기업의 보안 부서와 뭐가 다른가. 보통 기업 보안팀의 업무는 공격 대응(차단)이나 공격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관제)이다. 글로벌 보안 동향을 살피고, 보안 장비를 운영하기도 한다. 토스에도 그와 유사한 보안팀이 따로 있다. 보안기술팀은 블루팀(방어)이 아닌 레드팀(공격자) 역할을 한다.   공격자 역할은 어떻게 하나? 모의 해킹을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토스를 해킹하고 시스템에 침투해 허점을 찾아 블루팀의 보안 기술력을 높인다. 이외에도 우린 토스 서비스의 각종 보안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 단계부터 보안 설계에 참여한다. 출시 이후에 보안을 더하면 서비스가 복잡해지고 비용도 많이 든다. 보안 소프트웨어도 자체 개발한다. 토스를 넘어 금융권 전체 보안 수준을 높이는 게 우리 목표다.   금융권 보안 수준 전체를 토스의 화이트해커들이 높인다? 왜 그런가. 금융 거래 데이터는 여러 기업에 걸쳐 연결돼 있다. 온라인 금융 소비자가 다른 은행 서비스를 쓰다 피해를 봤더라도 토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온라인 금융 자체를 안전하게 만들려는 이유다. 일례로 토스 앱을 켜면 자체 개발한 기술 기반 악성 앱 탐지 솔루션(토스 피싱제로)이 작동한다. 휴대전화에 깔린 악성 앱을 실시간 탐지해 알려주는 거다. 덕분에 많은 금융 사고를 예방했다(9월 기준 악성 앱 86만 건 이상 탐지). 파트너사들에 이 솔루션을 무상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예시도 있나. ‘토스 가드’라는 보호 솔루션도 있다. 토스 송금 서비스에 딱 들어올 때부터 보호 장치가 가동되고, 송금(이체) 과정에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이 적용된다. 금융사기는 이런 시스템으로도 막기가 어렵다. 그래서 의심 거래로 보이면 가족이나 지인한테 경고 알림을 보내주는 ‘가족 보안 알리미’를 만들었다. 경찰청·더치트에 등록된 사기 계좌를 알려주는 ‘사기 의심 사이렌’ 기능도 중고 거래에서 많이 활용된다. 사기 계좌로 송금하려 하면 “주의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자동으로 뜬다. 간편한 데다 토스 앱에서 순식간에 지나가는 서비스라 소비자들은 잘 모를 수 있는데, 그 뒷단에는 고도의 보안 기술이 작동 중이다.   사용자 입장에선 금융 앱이 너무 간편해 보여도 불안하다. 그래서 오해도 자주 받는다. 기존 금융사 서비스는 보호 솔루션이나 백신 등 각종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요구한다. 소비자들은 번거로워하면서도 ‘안전장치가 단단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토스는 너무 단순하니 ‘여긴 백신 소프트웨어가 없나 보다’ 하는 분도 많다. 대놓고 알림을 띄우지 않을 뿐 백신은 사실 자동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금융 서비스는 좀 복잡하게 만들어야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요즘 고민하고 있다.   토스가 자체 개발한 악성 앱 탐지 솔루션. 지난해 4월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출시, 토스 앱에 탑재했다. 관련기사 “AI반도체의 테슬라는 우리” 엔비디아도 놀란 韓스타트업 김앤장 박차고 만든 엘박스…‘판결문 맛집’ 소문난 비결 누가 AI로 돈 벌 수 있는가, 이 질문에 LG가 손을 들었다  ━  그 많던 화이트해커는 다 어디로 갔나.   이종호 리더는 2015년 ‘해킹계 올림픽’이라 불리는 데프콘에서 아시아팀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다른 한국 해커들도 세계 해킹대회를 휩쓸고 있다. 화려한 수상 소식에도 불구하고 국내 사이버 보안 산업의 현실은 척박하다. 전 세계 정보보호시장 규모는 올해 약 3019억 달러(약 394조원)로 2026년까지 연평균 8.5%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 정보보호 시장은 지난해 약 16조원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서도 정보 보안(사이버 보안) 시장 매출은 5조6172억원 정도이고, 이들의 90%는 중소·중견 기업이다. 사이버 보안 위협이 늘면서 산업은 성장세지만 영세 기업 위주라 노동 강도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다. 정부는 AI의 발전으로 보안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자 2027년까지 ‘사이버 보안 10만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선 “키워놔도 경력 쌓을 데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당신은 어쩌다 화이트해커가 됐나. 아버지가 전산학과 출신이라 컴퓨터가 집에 있었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곧잘 다뤘다. 게임도 많이 했다. 그러다 중학교 때 ‘디아블로’ 아이템을 해킹 당했다. 누군가 버디버디 메신저로 보내온 파일을 실행했다가 게임 아이템을 도둑 맞은 거다. 손해는 2000원 정도였지만 정말 열심히 해서 얻은 활을 잃어버리니 중학생 마음에 억장이 무너져 펑펑 울었다. 대체 무슨 원리로 아이템이 사라지게 된 건지 궁금했다. 그래서 게임 핵(게임 내 해킹 프로그램)의 원리를 파고들다 보니 시스템의 논리 구조를 부숴 버리는 방식(파훼)으로 사이버 공격을 한다는 점이 매력 있었다. 밤새워 핵을 공부하다 해킹에 빠졌다. 이종호 토스 보안기술팀 리더. 사진 토스   김경진 기자 국내 화이트해커는 얼마나 있나. 정확한 추정은 어렵다. 화이트해커를 분류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다. 다만 이런 점을 감안해도 예전보단 확실히 늘었다. 약 3000명대로 추산한다. 정부도 보안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이 주관하는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프로그램(Best of the Best, BoB)은 12년째 해커를 키우고 있다. 매년 우수 해커 200여 명이 거기서 배출된다. 나도 책임 멘토로 활동 중이다.   그런데도 사이버 보안 분야는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데, 왜 그런가. 절대적으로 인력 수가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화이트해커가 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해도 지금으로선 갈 데가 없다. (국내) 기업들은 보안보다 서비스 개발에 집중 투자한다. 화이트해커에 대한 처우나 채용 규모가 모두 열악하다.   이유가 뭘까. 보안은 기업의 이윤을 직접 늘리는 부서라기보다 안전한 업무환경을 위한 투자 성격이 짙다. 그래서 기업들이 선뜻 화이트해커팀을 꾸려 운영하거나 레드티밍(red teaming·취약점 발견을 위한 해킹 공격) 같은 보안 활동을 하기 어려운 편이다.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데도 한국 해커들은 국제대회 수상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한국엔 해킹 실력자가 많다. 데프콘 5위권에 늘 한국팀이 포함될 정도다.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다. ‘빨리빨리’ 문화도 있고, PC방 영향도 있는 거 같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친숙하게 다루니까. 아마 프로게이머가 많은 이유와 맞닿아 있지 않겠나(※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는 방송에 출연해 한국의 PC방이 게이머 양성시스템이란 발언을 한 적 있다). 그런데도 막상 좋은 일자리는 적다 보니 더 좋은 업무 환경을 찾아 우수한 화이트해커들이 해외로 많이 나간다. 낮은 처우 때문에 개발자로 전향한 화이트해커도 많다. 토스 보안기술팀이 토스를 해킹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이종호 리더. 사진 토스 유튜브 화면캡쳐   국내 보안 기술 시장이 작은 탓도 있다. 시장이 정체된 이유가 뭘까.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해외의 대형 보안 회사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세계 진출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고, 국내 기업들도 애초에 국내 보안 규제나 정책을 중심으로 기술을 연구·개발하다 보니 생기는 한계들이 있다.   어떤 한계가 있나. 국내 보안 산업은 실제 해킹에 대한 리스크(risk·위험요인)를 판단하기보다 국내 보안 규제나 정책에 맞추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 보니 새 분야의 신기술을 접목시키기가 어렵다. 보안 인력이 부족한 것도 악순환의 원인 중 하나다. 기업에는 일 잘하는 보안 전문가가 부족하고, 규제 때문에 컴플라이언스(준법 경영) 기준을 맞추는 데 더 치중한다. 각종 문제가 복잡하게 맞물려 산업이 잘 크지 못하는 것 같다.   규제가 있는 건 해외도 마찬가지인데, 한국 규제가 어떻기에 그런가. 국가별로 각국 기업 특성을 반영한 보안 규제가 있다. 해외는 한국보다 해킹에 대한 사회의 민감도가 높고 시장도 크다. 유럽은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등 (보안에 대해) 고강도 규제를 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나면 기업이 큰 처벌을 받는다. 그래서 보안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기도 한다.    그럼 사이버 보안 인력난의 해결책은 뭘까. 기업의 책임감이 필요하다. 2023년 정보보호 공시를 보면 정보보호 투자액을 공개한 기업 중 40.9%가 전년도보다 보안 투자를 줄였다고 한다. 보안에 열심히 투자하는 기업을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또 다양한 기관이 좋은 교육을 제공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채용이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돼야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겠나. 그런데 (인재들이) 갈 기업이 지금 없는 거다. 국내 교육기관과 군·기업이 화이트해커를 채용해 공격자 시각에서 보안 위협을 분석하고 해결하려는 ‘레드티밍’ 기반 보안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   기업의 책임감, 중요하지만 막연하게 들리기도 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기업 간 데이터 교환·이동이 빈번해졌다. 만약 포털 사이트가 해킹 당했다 치자. 해커는 거기서 얻은 개인정보로 2차 공격을 시도한다. ‘ID·패스워드’를 쌍으로 탈취했다면 다른 사이트에도 해당 정보를 다 입력해보는 거다. 그렇게 2차, 3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해킹은 직접 당한 기업의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동일 업종의 다른 회사들도 간접적으로 신뢰를 잃는 피해를 본다. 보안은 기업의 신뢰, 그리고 책임감의 영역이다.    ━  ‘인간 해커’가 ‘AI 해커’와 맞붙는다면   생성형 AI 붐(boom)이 한창인데, 해킹에선 어떤가. 이젠 해킹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악성코드를 만들 수 있다. 이걸 피싱(phising) 공격에 활용하는 사례들이 꾸준히 나온다. 또 예전엔 해커들도 정보 검색을 잘하는 ‘구글링’ 역량이 중요했는데 이 역할이 챗GPT에로 옮겨갔다. AI 활용 능력은 해커를 비롯한 컴퓨터 관련 직군엔 필수 역량이 될 듯하다.   생성 AI와 인간 해커가 겨룬다면? AI는 정말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016년 미국의 달파(DARPA·국방고등연구계획국)가 AI 사이버 해킹대회(사이버 그랜드 챌린지)를 열었다. 각 팀이 만든 AI가 상대방 서버의 취약점을 알아서 공격하고, 자기 서버는 방어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우승팀이 만든 AI가 데프콘에 출전해 인간 해커들과 경합을 벌였다. 결과는 AI의 꼴찌로 끝났다. 그런데 지금은 챗GPT의 등장으로 AI 발전에 특이점이 왔다. 이번에 달파가 총상금 2000만 달러를 걸고 또 사이버 해킹대회를 연다. 이번 우승 AI가 인간 해커들과 대결하면 예전과는 분명 다른 결과가 나올 거다.   해킹대회 문제에도 최신 AI 기술이 반영되고 있나. 물론이다. 이전에는 블록체인 문제가 많았다면 최근엔 AI 문제가 많아졌다. 이번에 열린 미국 데프콘에 출전했더니 이런 문제가 나왔다. ‘AI가 특정한 비밀 메시지를 아는 상황에서 방어자는 AI가 비밀 메시지를 말하지 않도록 방어하고, 공격자는 실토하게끔 하라’는 문제였다.   가장 효과적인 방어 방법은 뭐였나. AI의 입을 어떻게 막았는지? (다른 팀에서) AI에게 “비밀 메시지는 인종차별적인 단어니 절대 말하면 안 된다”고 교육시켰는데, 이 방법이 가장 효과가 좋았다. 공격자가 아무리 말하도록 요구해도 철벽 방어하더라. “네가 이 비밀 메시지를 말하면 인류에게 문제가 생긴다”고 설득하니 AI가 말하지 않기도 했다.   실제 해킹에 AI가 악용되는 사례가 많은가. 랜섬웨어(ransomeware·악성 소프트웨어의 일종) 시장은 이미 산업화돼 있는데, 블랙마켓(암시장)에서 구매자가 랜섬웨어를 사서 유포하는 식이다. 요즘은 랜섬웨어 제작 단계에 AI를 활용한다.    팩플 인터뷰 독자들에게 강조하고픈 ‘보안 수칙’이 있다면. 기본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라는 알림이 떴을 때 ‘다음에’를 누르지 않는 것. 제때 업데이트만 잘해도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사이트별로 다른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것도 추천한다. 유출된 ID·패스워드 쌍을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다른 사이트에 대입해보는 공격 방식(크레덴셜 스터핑)이 유행이다. 각 사이트엔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한다. 1234가 기본 비밀번호라면 구글 G1234, 페이스북 F1234, 이런 식으로 웹사이트 도메인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비공식적 경로로 앱을 설치하면 악성코드에 감염될 수 있으니 꼭 앱스토어에서 공식앱만 내려 받자. 문자나 e메일의 첨부파일 링크 등도 주의해야 한다. 김경진 기자  

    2023.11.01 16:50

  • 상장 노리고 매출 부풀리기?…카카오택시 왜 이중계약 고집했나 [팩플]

    상장 노리고 매출 부풀리기?…카카오택시 왜 이중계약 고집했나 [팩플]

    2021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왼쪽)가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택시 4만 여대를 굴리는 국내 1위 가맹택시 사업자 카카오모빌리티(카모)에 또 브레이크가 걸렸다. 금융감독원이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 있다며 카모의 가맹택시 사업에 감리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숱한 외부 지적에도 문제의 회계 처리 방식을 고집한 카모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  무슨 일이야   카모는 31일 “금융감독원이 재무제표 심사 및 감리를 진행 중”이라며 “가맹택시 가맹 계약과 업무제휴 계약의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해 감독 당국과 견해 차이가 있어 이를 성실하게 소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  카카오T블루, 뭐가 문제?   카모는 크게 두가지 계약으로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첫번째 계약은 자회사 케이엠솔루션(KMS)이 가맹본부로서 카카오T블루 택시기사(회사)들과 맺는 ‘가맹 계약’이다. KMS는 택시기사나 회사들로부터 운행 매출의 20%를 가맹금(로열티)으로 받는다. KMS는 이를 다시, 플랫폼·상표 사용비 명목으로 카모에 낸다.   두번째 계약은 카모가 직접 가맹기사(회사)와 맺는 ‘업무제휴 계약’이다. KMS를 통해서 전달 받은 택시 운행매출의 20% 중 15~17%를 ‘업무제휴비’ 명목으로 해당 기사(회사)에 다시 준다. 택시들이 플랫폼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카카오T블루 광고를 해주는 대가 성격이다.    이러한 ‘가맹+제휴’ 복합 계약 구조는 카모의 매출을 실제보다 커보이는 효과를 낳는다. 가령, 가맹기사가 100만원을 벌면, 카모가 가맹사업으로 버는 실질 매출은 3만~5만원이다. 그런데 회계상으로는 택시기사가 KMS에 로열티 명목으로 낸 20만원이 카모 매출로 잡히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이중계약 구조가 의도적인 ‘매출 부풀리기’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  이게 왜 중요해     카카오T블루의 이중 계약 구조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숱하게 받았다. 카모는 2019년 9월 KMS(당시 타고솔루션즈)를 인수하면서 가맹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당시 택시업계에선 카모와 KMS가 택시기사·회사에게 불리한 가맹 계약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 구조에 따르면 택시기사 실 매출은 100만원인데도, 세무 당국엔 115만~117만원으로 신고해야 해서다. 연 매출 8000만 원 이하면 간이과세 대상인데 매출액이 부풀려지면서 일반과세자가 돼 택시기사들의 세금 부담이 커진 사례들이 나왔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여러차례 거론됐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3.3% 수수료만 받지 왜 굳이 20% 수수료를 받냐. 상장을 위한 외형 부풀리기라는 의심이 있다”고 질의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수익이 많아지면 당연히 5%나 그 이하로도 갈 수 있다”며 질문 취지와 동떨어진 대답을 했다. 이듬해 같은 당 이소영 의원은 증인으로 나온 안규진 카모 부사장에게 “(매출 부풀리기를 위해) 가맹기사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카모는 이중계약 구조를 계속 고수했고, 이제는 금융감독원이 나선 상황이다. 이소영 의원은 "가맹 수수료 구조의 부당성에 대해 지적했음에도 카모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고 말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2년 10월 국정감사 발표 자료. 사진 이소영 의원실  ━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은   카모는 두 계약이 별건이라는 입장이다. KMS가 받는 로열티는 가맹 서비스를 제공한 댓가로 받은 돈이고, 카모가 택시기사에게 지급하는 돈은 해당 차량이 플랫폼에 데이터를 제공해준 대가로 주기 때문이다. KMS와 기사 간 가맹 계약과, 카모와 기사 간 제휴 계약은 별건인 만큼 따로 회계 처리를 하는 게 경제적 실질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카모 관계자는 “택시기사는 가맹계약만 맺고, 업무 제휴 계약은 따로 체결하지 않아도 된다”며 “가맹금 비율은 글로벌 기업 수수료율(15~25%)을 참고해서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맹 택시기사 입장에서 업무 제휴계약을 맺지 않으면 수수료로 매출의 20%를 전액 다 내야 하는 상황에서 두 계약이 별건이라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카모 말대로 두 계약이 별건이라면 둘 중 가맹계약만 맺은 기사도 있어야 하는데, 현재 4만여대 가맹택시 중 그런 사례는 한 곳도 없다. 경쟁사인 우티는 복잡한 계약 없이 가맹비 2.5%만 받는다.     2020년 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블루 가맹계약서에 기재된 제휴사 활동비 지급 관련 내용. 사진 독자제공  ━  카카오모빌리티의 속내는   업계에선 여러 지적에도 카모가 이중 계약 구조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크게 2가지 이유로 해석한다.   우선 상장(IPO)를 위해 매출 외형을 키울 필요성이 제기된다. 카모의 매출은 가맹택시 사업이 본격화된 2020년 이후 매년 크게 성장했다. 2020년 2800억원 매출에 영업손실 129억원을 기록했던 카모는 2021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7914억원, 영업이익은 195억원이었다. 카모는 2022년 상장 주관사를 선정했었다. 두번째는 수수료를 올리는 것보다 업무 제휴비 조절이 유연성이 더 크다는 점이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비를 3%에서 5%로 올리는 것보다 돌려주는 업무 제휴비를 17%에서 15%로 줄이는게 더 심리적 저항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  상장만 바라보는 카카오모빌리티   회사 안팎에선 수차례 문제제기에도 이를 방치하다, 금융감독원 감리를 받게 된 점을 두고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카모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여러 건의 조사를 받고 있다. 가맹택시 외 기사에 대한 ‘콜차단’ 행위에 대해 공정위는 최근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또 배회영업·다른 앱을 통한 매출에 대해서도 가맹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지난 6월에는 공정위가 가맹택시 기사에게 ‘콜 몰아주기’를 했다며 2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부터 금감원까지 규제당국이 조사중인 사안 모두 수년째 카모 외부에서 지적해왔던 사안들”이라며 “이 같은 빌미를 회사가 제공해 놓고 해결은 아무도 안하고 뭉개고 방치하고 있는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병덕 의원은 “국감에서 이러한 분식회계를 지적했는데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한 건 여전히 상장을 위한 외형부풀리기로 의혹을 씻을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단독] 카카오, 타고 전격인수…차량공유 시장 판 흔든다 카모 전 대표 36억 받을때, 택시회사 휴업…모빌리티 현주소 [단독] 한숨 돌린 카카오…법원 "배차 알고리즘, 당분간 그대로” | 팩플

    2023.11.01 05:00

  • [팩플] KT, 초거대 AI ‘믿음’ 출시…“3년 내 매출 1000억원 목표”

    [팩플] KT, 초거대 AI ‘믿음’ 출시…“3년 내 매출 1000억원 목표”

    최준기 KT AI/빅데이터사업본부 본부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기자설명회에서 초거대 인공지능(AI) '믿음'(Mi:dm)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KT KT가 초거대 인공지능(AI) ‘믿음’을 공식 출시하며, AI B2B(기업간 거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지만 자체 AI가 없는 기업에 맞춤형 모델을 제공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묶어 팔아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 2026년까지 초거대 AI 매출을 1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  무슨 일이야   KT는 31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거대언어모델(LLM) ‘믿음’을 정식 공개했다. KT에 따르면 ‘믿음’은 국내 최초로 1조 토큰(AI가 인식하는 문자 데이터 단위)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한 LLM. KT는 기업이 사용 목적에 맞게 AI 모델을 골라 쓸 수 있도록 매개변수(파라미터) 규모를 달리 해 4종으로 출시했다. 또 AI 모델을 원하는대로 미세조정(파인튜닝) 할 수 있도록 기반 모델(파운데이션 모델)을 완전 개방하고, 이를 위한 개발 도구를 전용 포털 ‘KT 믿음 스튜디오’에서 제공하기로 했다.   KT는 이같은 초거대 AI 모델과 이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전용 클라우드팜(데이터센터)을 묶음 판매할 계획.  최준기 AI·빅데이터 사업본부장은 “KT클라우드와 믿음을 조합해 사용하면 경쟁사 대비 약 30% 저렴한 비용으로 AI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토큰 단위 과금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을 위해 과금 체계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게 왜 중요해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이주도하던 국내 생성 AI 시장에서 KT를 비롯한 통신사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8월 공개한 LLM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챗봇(클로바X), 검색서비스(큐:)를 선보였지만 답변의 정확성과 속도 등에서 이용자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LLM ‘KO-GPT 2.0’ 공개 시점을 상반기에서 10월 말 이후로 한 차례 미뤘는데, 현재는 연내 출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 사이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통신 서비스에 특화된 생성 AI 모델을 선보이며 글로벌 진출까지 꾀하는 중. SK텔레콤은 ‘에이닷X LLM’으로 유럽·중동·싱가포르 진출을 선언했고, LG유플러스도 통신 특화 LLM ‘엑시젠’을 선보였다. KT도 ‘믿음’을 활용해 태국 자스민그룹과 태국어 LLM 구축 사업에 뛰어들면서 동남아 AI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    ━  KT AI의 차별화 포인트는?   ① 완전 개방·맞춤형 AI: KT는 AI 기반 모델과 함께 미세조정(FFT) 컨설팅도 제공해 기업들의 맞춤형 AI 개발을 지원한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메타의 LLM ‘라마’ 역시 개인·스타트업이 가공할 수 있는 개방형 AI지만, 해외 빅테크에 데이터가 종속될 수 있는 우려가 있고 한국어 서비스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게 KT의 설명이다. 지난 달 KT가 100억원 규모로 지분 투자한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김성훈 대표는 “메타의 라마나 프랑스 미스트랄이 발표한 개방형 AI 모델이 업계에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며 “(KT의) 믿음 개방은 큰 결단이고 국내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② 스타트업 연합: KT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300억원),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업 모레(150억원)를 비롯해 업스테이지(100억원), 콴다(100억원) 등 AI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며 AI 풀스택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AI 인프라, 솔루션, 응용 서비스 등을 모두 아울러 제공하겠다는 것. 이 같은 협력은 ‘믿음’을 다양한 분야로 고도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설명이다. 최 본부장은 “업스테이지(LLM 사업화), 콴다·에누마(교육), 비아이매트릭스(기업용 비서) 등 다양한 AI 스타트업과 손잡고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AI 사업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KT가 B2B에 집중하는 이유는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 사진 네이버 클라우드 자체 개발 LLM에 클라우드 사업까지 보유한 ICT 기업들은 B2B 시장으로 몰려 들고 있다. 챗GPT 출시 이후 AI 기술을 업무나 사업에 적용하려는 기업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기업 고객에 기술을 지원하는 B2B 사업은 즉각적인 수익화도 가능하다. 전날 네이버가 선보인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는 데이터 유출에 민감한 기업을 위해 기업의 데이터 센터 내부에 폐쇄형 네트워크 환경을 구성하고 사내 망과 연동하는 것을 장점으로 앞세웠다.   B2C와 B2B를 동시에 노린 네이버와 달리 KT는 B2B 서비스에 집중한다. 최 본부장은 “KT는 이미 65만 규모의 기업 고객을 확보해 B2B 사업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다 자체 LLM까지 개발했다”며 “3년 뒤(2026년) 연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  AI 환각, 잡을 수 있을까   생성 AI의 고질적인 약점은 잘못된 내용을 사실처럼 답변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KT가 내놓은 ‘신뢰 패키지’가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KT는 도식화된 복잡한 문서도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변환하고(다큐먼트 AI), 가장 최신의 정보를 찾아내 오류를 막는 한편(딥러닝 기술서치 AI), 원문에 근거한 응답만 생성하도록 학습을 강화(팩트가드 AI)하는 방식으로 오류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배순민 KT AI2XL연구소 소장은 “검색, 추론, 답변 단계의 할루시네이션을 막기 위한 기술”이라고 소개하며 “기존 생성 AI 서비스 대비 할루시네이션을 70% 가까이 줄였다”고 설명했다. 배 소장은 “편향성을 우려해 보편적으로 안전한 내용의 한국어 답변을 내놓는 테스트도 진행 중”이라며 “초기에는 다소 실수가 있을 수 있지만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2023.10.31 18:10

  • [팩플] 티빙, 구독료 20% 올리고 광고요금제도…국내 OTT 가격인상 신호탄

    [팩플] 티빙, 구독료 20% 올리고 광고요금제도…국내 OTT 가격인상 신호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티빙이 오는 12월부터 구독료를 올린다. 내년에는 광고를 보는 대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광고 요금제도 출시한다. 티빙의 이번 결정으로, 국내 OTT업계에 가격 인상 도미노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티빙 로고. 사진 티빙  ━  무슨 일이야   31일 티빙은 오는 12월 1일부터 신규 가입자의 구독료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웹 결제 가격 기준으로 베이직 요금제는 현재 월 7900원에서 월 9500원으로 20.3% 인상, 스탠다드는 월 1만900원에서 월 1만3500원으로 23.9% 인상된다. 프리미엄은 월 1만3900원에서 22.3% 오른 월 1만7000원이다. 웹 결제시 앱 결제보다 할인해주던 정책도 없앴다.   기존 가입자 구독료도 내년 3월부터 모두 인앱결제(앱 마켓 통한 결제) 수준으로 일원화된다. 베이직 9000원, 스탠다드 1만2500원, 프리미엄 1만6000원이다. 신규 가입시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유지해, 구독자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티빙은 구독료 변경에 동의한 기존 가입자들에게 최대 3개월 간 기존 요금으로 과금하는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티빙은 또 광고를 보는 대신 이용요금을 낮출 수 있는 광고형 요금제(월 5500원)도 내년 1분기 중 도입한다.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와 같은 수준이다.   티빙은 구독료 인상과 함께 콘텐트 다운로드 기능을 제공하는 등 서비스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티빙 유료 구독자만 볼 수 있는 tvN, JTBC 등 29개 실시간 라이브 채널은 12월부터 무료로 풀린다. 계정당 접속 가능 기기 수도 현재 1대에서 4대(베이직 요금제 기준)로 늘어난다,    ━  이게 왜 중요해   해외 OTT들의 구독료 인상 흐름에 토종 OTT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해외 OTT들은 잇따라 20~40% 가량 요금을 올리며 물가 인상에 부채질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OTT 간 경쟁으로 제작비가 급증하자 OTT들이 구독료를 올려 수익성 개선에 나선 영향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광고 없는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베이직 요금제를 9.99달러(1만3500원)에서 11.99달러(1만6200원)로 약 20% 올렸다. 디즈니플러스도 10.99달러(1만4800원)에서 13.99달러(1만8900원)로 인상했으며, 국내에선 다음달 1일부터 신규 가입자들에게 기존보다 4000원 오른 1만3900원을 과금하기로 했다.    이를 지켜본 국내 OTT들도 구독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던 중이었다. 특히, ‘만년 적자의 늪’에 빠진 티빙의 고민이 깊었다. 티빙은 지난 7월 대표이사를 이커머스·콘텐트 플랫폼 사업 전문가인 최주희 대표로 교체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티빙은 2020년 10월 CJ ENM으로부터 분사한 이후 매년 적자 폭을 키우며 투자를 지속했지만 확고한 1등 넷플릭스를 따라잡는 데도, 토종 1위를 지키는 데도 모두 실패했다. 2020년 -61억, 2021년 -762억, 2022년 -1192억으로 적자 폭은 매년 더 커졌다,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만 2000억원을 넘어선다. 지난 2분기도 479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번 구독료 인상과 서비스 개편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다만 가격 인상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상 후 가입자 이탈 규모가 커질 경우 적자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티빙의 이번 결정은 웨이브, 왓챠 등 다른 국산 OTT들의 구독료 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OTT 업계 관계자는 “콘텐트 수급이나 제작비 상승 등 공급 원가가 높아지면서 구독료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허승 왓챠 이사(왼쪽부터), 최주희 티빙 대표, 이태현 웨이브 대표, 김성한 쿠팡플레이 대표가 지난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더베이101에서 열린 '제1회 국제 OTT 페스티벌 개막식'에 앞서 'K-OTT 미디어데이' 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앞으로는   현재 토종 OTT 업계는 쿠팡플레이의 선전으로 판세가 크게 바뀐 상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OTT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쿠팡플레이가 532만명으로, 티빙(512만명)을 두 달 연속 앞질렀다. 1위는 넷플릭스(1164만명).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월 4900원) 회원에게 무료로 제공돼 커머스 소비자들의 유입 효과가 크다. 여기에 K리그, 영국 EFL 챔피언십 등 스포츠 단독 중계 콘텐트를 확보한 전략도 유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수익성 문제로 다른 국내 OTT 업체들도 요금 인상이나 광고요금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요금제 인상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임시방편이고, 결국은 경쟁력 높은 국내 콘텐트로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작비 경쟁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공룡 OTT와 점점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OTT 업체들이 연합전선을 꾸리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10.31 17:54

  • 5000원씩 받고 '맛나요' 1만건 리뷰…AI가 잡아내자 벌어진 일 [팩플]

    5000원씩 받고 '맛나요' 1만건 리뷰…AI가 잡아내자 벌어진 일 [팩플]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고소한 리뷰 조작 업체들이 법원에서 징역형 및 벌금형 선고를 받았다. 사진은 서울의 한 배민라이더스 센터. 연합뉴스   # “어린 아들내미도 맛있는지 만두 넙죽넙죽 받아먹네요~ㅋㅋ” 지난 2020년 7월 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에 올라온 별점 5점 후기다. 그러나 어린 아들도, 만두도 없었다. 이는 마케팅 업자 A씨가 식당 주인에게 건당 5000원을 받고 배민에 올린 가짜 리뷰 9985건 중 하나다. A씨는 배민의 신뢰도를 훼손한 업무방해죄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6월 ‘온라인 가짜 리뷰 금지법’을 입법 예고했다. 허위 리뷰 1건당 최대 5만 달러(약 6700만원)의 벌금을 매긴다. 올해 들어 FTC는 아마존에서 기존 제품의 리뷰를 신제품에 갖다 붙인 비타민 업체에 벌금 60만 달러(약 8억원), 숙소에 대한 5점 리뷰를 구매한 룸메이트 중개 플랫폼 룸스터에 벌금 160만 달러(약 21억원)를 부과하는 등 ‘가짜 리뷰 척결’에 나섰다.    ━  무슨 일이야    30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은 배민에 허위 식당 리뷰를 올린 업체들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과 징역형 등을 선고 받았다고 밝혔다. 회사는 “리뷰 조작은 소비자를 현혹하고 정당하게 장사하는 사장님들에게 피해를 주는 불법 행위”라며 “강경 대응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가 판결문을 입수해 확인하니, 아르바이트생을 시켜 허위 리뷰 26건을 올려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업자, ‘허위 리뷰 100개에 30만원’으로 350차례나 계약 맺고 수행하다가 징역 10월형을 선고받은 업자 등이었다. 이들 모두 배민을 착각·오인하게 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인정됐다. 김영옥 기자    ━  이게 무슨 의미야    음식 주문뿐 아니라 각종 상거래가 온라인에서 이뤄지면서 소비자의 판단 근거를 흐리는 가짜 리뷰가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지난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크몽 등 플랫폼에 올라온 허위 리뷰가 지적됐다.     미 FTC의 입법안은 실제 구매하지도 않고 평점 만점(5점) 리뷰를 올리는 것 외에도 ▶직원임을 밝히지 않고 리뷰 적기, ▶긍정적 리뷰를 쓰면 보상 주기 ▶부정적 리뷰를 삭제하기 위한 부당한 위협 ▶팔로워 수나 조회 수를 돈 주고 늘리는 것도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가짜 리뷰’로 규정했다. 김영옥 기자    ━  이게 왜 중요해   가짜 리뷰 규제는 인공지능(AI) 기술 발달과 맞물려 있다. AI는 가짜 리뷰를 무한히 생성하는 도구도, 가짜 리뷰를 실시간 탐지해내는 수단도 될 수 있다.   ◦ AI, 가짜 리뷰 생성: 미 FTC는 입법 예고를 공지하며 “최근 AI 챗봇 등 생성 AI 도구가 허위 리뷰 작성에 사용된다는 보고가 있다”며 “AI 기술로 인해 가짜 리뷰 작성이 쉬워지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 AI, 가짜 리뷰 탐지: 배민은 지난 2021년 말부터 허위 리뷰 모니터링에 AI를 도입했고, 효과를 봤다. 진위가 의심되는 리뷰를 쓴 회원과 식당의 관계를 AI가 분석해 ‘리뷰 업자’를 가려내면 배민이 고소 및 경고 조치를 한다. 배민에 따르면, AI 도입 이전보다 허위 의심 리뷰 제보가 83% 감소했다.   ◦ 플랫폼, 방지 기술 공유: 지난 17일 아마존과 트립어드바이저, 부킹닷컴, 글래스도어 등 여행·쇼핑·평점 플랫폼 업체들이 가짜 리뷰와 싸우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후기를 위한 연합’을 출범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가짜 후기의 운영 방식과 탐지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배달의민족 허위 리뷰 걸러내기. 사진 우아한형제들    ━  이걸 알아야   플랫폼 리뷰의 또 다른 병폐는 ‘악성 리뷰’다. 구매한 건 맞지만 허위 사실로 악평을 올리는 행위다. 플랫폼들은 악성 리뷰에 “빠르게 대처하기가 어렵다”라고 토로한다. 리뷰 내용의 사실 여부를 따져야 하는 데다, 리뷰가 작성자의 저작물로 인정돼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삭제할 수 없기 때문.   악성 리뷰는 자영업자가 사이버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고소해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배민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며 무료 서비스 요청이 거절당하자 ‘음식에 침 뱉어서 왔다’라고 거짓 리뷰를 올린 소비자에게 벌금 600만원이 선고되기도 했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에도 배달 앱 내 악성 리뷰에 대한 기준·정책을 마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2023.10.31 05:00

  • [팩플] 카카오 “삼성식 준법 감시 기구 만들겠다”...경영쇄신 나선 김범수

    [팩플] 카카오 “삼성식 준법 감시 기구 만들겠다”...경영쇄신 나선 김범수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맞닥뜨린 카카오가 ‘삼성식 준법 감시 기구’를 만든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범수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구속 기로에 놓이자 내놓은 비상 대책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 23일 오전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무슨 일이야   30일 오전 김 창업자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여 명과 ‘공동체 경영 회의’를 열었다. SM엔터 시세 조종 의혹이 각 계열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기 위해서다. 카카오에 따르면, 주요 경영진은 현 상황을 최고 비상 경영 단계로 인식하고 이에 대응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한다.    김 창업자는 회의에서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의 준법 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동체 전반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카카오 경영진은 각 계열사의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기구를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추후 회의를 통해 준법 감시기구의 구성이나 형태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앞서 카카오는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역할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더 강력한 비상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조사하고 외부 통제를 통해 준법 경영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카카오는 “경영진은 앞으로 매주 월요일 공동체 경영 회의를 열고 경영 쇄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이게 왜 중요해   그동안 전문경영인이나 CA협의체 등에 경영 현안을 맡겨온 김 창업자가 이번엔 직접 목소리를 냈다. 그만큼 김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 경영진의 위기감이 전례없이 크다는 방증이다. 김 창업자의 신임 하에 투자를 총괄했던 핵심 임원(배재현 투자총괄 대표)은 지난 19일 구속됐고 최근엔 김 창업자에 대한 구속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26일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경영진과 두 법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금감원은 김 창업자에 대해 “공모 정황이 확인된다”면서 추가 송치를 예고했으며 “범행은 내·외부 통제를 받지 않는 비공식적인 의사 결정 절차로 진행했고, 법무법인 등을 통해 범행 수법이나 은폐 방법을 자문받는 등 내부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자가 직접 경영 쇄신 의지를 드러낸 것. 그러나 일각에선 ‘너무 늦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2~3년 간 카카오는 경영 쇄신을 여러번 다짐했으나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반복됐지 않느냐는 것.    ━  준법감시기구, 실효성 있나   준법감시기구는 외부 인력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삼성의 준법 감시위원회와 같은 방향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이사회 바깥에서 통제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하고, 삼성 계열사 전반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독립적 기구로 두고 있다. 위원회는 시민사회, 학계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늦기도 늦었지만, 정답도 아니다”며 “이사회의 감사위원회 등 기존 감사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권한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 새로운 감사기구가 제대로 기능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름뿐인 ‘옥상옥’을 두는 것보다는 기존의 감사위원회를 강화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감사위원을 뽑는 단계부터 주주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선출을 해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  앞으로는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 사옥. 연합뉴스 사법 리스크가 커질 경우 카카오 경영진의 공백 가능성도 커진다. 이럴 경우 카카오 계열사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 인공지능(AI)이나 헬스케어. 신규 투자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실적 개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카카오가 약 27%의 지분을 보유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지위도 위태롭다. 시세조종 처분이 카카오 ‘법인’에도 적용된다면 카카오는 뱅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대주주(한도 초과 보유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10.30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