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로봇? 더 큰 위협 있다”…‘카이스트 천재’ 윤송이 경고

“킬러 로봇? 더 큰 위협 있다”…‘카이스트 천재’ 윤송이 경고 유료 전용

2019년부터 AI 윤리를 다루는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연구소(HAI)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2022년엔 AI 윤리에 대한 고민을 담은 대담집 『가장 인간적인 미래』를 출간했다. 그런데 최근엔 AI 개발보다 AI 윤리에 더 집중하는것 같다. 랜데이=책임감 있는 AI는 AI가 가져올 여러 피해에 경각심을 가지고 임하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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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플] 카카오 폭로전 점입가경…홍은택 "조사단 꾸려 감사"

    [팩플] 카카오 폭로전 점입가경…홍은택 "조사단 꾸려 감사"

    ‘경영 쇄신’을 앞세운 카카오가 내부 폭로전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자신의 SNS를 통해 사내 각종 경영 비위 의혹을 폭로한 가운데, 카카오 임직원들이 반박에 나서면서 진실 공방전이 되어가고 있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장진영 기자  ━  무슨 일이야   카카오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는 자산개발실 소속 오지훈 부사장과 직원 11명은 지난 29일 카카오 내부망에 장문의 공동 입장문을 올렸다.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아레나 시공사 선정은 문제 없이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오 부사장은 제주도 JDC 유휴 부지 개발 과정도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등 경영진 결재를 모두 거쳐 진행한 사안이라며 관련 결재 서류도 공개했다.   오 부사장 등의 입장문은 김 총괄의 기존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다. 앞서 김 총괄은 지난 28일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에 “데이터센터, 공연장 등 부동산 개발프로젝트에 대한 비리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제주도 본사 유휴 부지 개발 과정에서도 외부 업체 선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  이게 왜 중요해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사진 카카오 경영 쇄신을 선언한 카카오가 내부 진흙탕 싸움으로 혼란에 빠졌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금융당국과 검찰 조사 대상에 오르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수수료 사업을 독점 기업의 부도덕이라 질타해 핵심 계열사의 앞날도 밝지 않다. 사면초가에 빠진 카카오는 외부 감시기구로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를 출범했고, 김 창업자가 직접 ‘경영쇄신위원회’(경쇄위)를 이끌겠다며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영입된 김 창업자의 30년 지기 소방수인 김정호 총괄이 SNS에 내부 비리 의혹을 폭로한 것. 경영 쇄신보단 내부 알력 다툼을 SNS로 중계하는 상황이 됐다.   카카오 내부도 최근 논란에 대해 ‘(김 총괄이) 쇄신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며 지지하는 쪽과 ‘잘 모르고 내부 총질로 더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김 총괄에 부정적인 세력으로 갈라진 상태다.    ━  수습 나선 카카오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가 지난 13일 오전 경기 성남에 위치한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3차 공동체 비상경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논란이 커지자 카카오 본사도 수습에 나섰다. 30일 오후 홍은택 대표이사는 직원들만 접속하는 사내망에 입장문을 올렸다. 그는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 아레나, 제주 ESG 센터 등의 건설과정 그리고 브랜든(김 총괄의 영어이름)이 제기한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공동체 준법경영실과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조사단을 꾸려서 감사에 착수했다”며 “골프장 회원권과 관련해서는 이미 매각 절차에 들어갔고, 환수한 자금은 휴양시설 확충 등 크루(직원)들의 복지를 늘리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대외협력비의 문제는 이미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고도 덧붙였다.   홍 대표는 김 총괄이 임원들에게 폭언을 했다는 의혹도 정식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외부 법무법인에 조사 의뢰할 것을 윤리위에서 건의해 와서 수용했으며, 외부 기관들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판단은 윤리위에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시길 당부드리고, 그동안 감사나 조사 결과를 예단해서 얘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앞으로는   비리 의혹이 공방전으로 이어지면서 중립성을 띤 외부기구인 준신위가 나설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 노조인 카카오 크루유니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 총괄이 폭로한 경영진의 특혜와 비위행위, 김 총괄의 폭언 사건 등에 대해 외부 독립기구인 준신위에 조사를 요구했다. 준신위는 다음 달 정식 활동이 시작될 예정이다. 함께 보면 좋은 IT 기업 소식들 "애니콜 화형식과 같다"…최악의 악? 카카오 폭로전이 남긴 것 [현장에서] "개X신" 카카오 임원 욕설 파문…"업무관행 지적 중 실수였다" 게임업계 또 '남혐' 논란…'집게 손'에 여성단체∙특공대 떴다 클라우드 첫 흑자낸 야놀자 “해외서 1000억 벌어오겠다”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11.30 17:54

  • 14억 빅데이터 가지면 뭐해…中 AI는 ‘시진핑 답정너’인데

    14억 빅데이터 가지면 뭐해…中 AI는 ‘시진핑 답정너’인데 유료 전용

      Today’s Topic ‘AI 세계 최강국’, 중국몽은 이뤄질까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인공지능(AI) 교육기업 징예다(竞业达)를 찾았다. 이 회사의 샹빈(向彬) 산업교육원 총괄은 대형 스크린으로 ‘AI 시험 감독 시스템’을 시연했다. 지난 6월 치러진 ‘중국판 수능’ 가오카오(高考) 고사장 일부에 적용된 관제 시스템이다. 고사장을 비춘 화면은 책상에 앉아 있는 학생들의 손 위치와 고개·시선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상 행동 감지 시 경고음과 함께 메시지를 내보냈다. 샹빈 총괄은 “전국 50만 개 가오카오 시험장 중 30만 곳에서 이미 징예다의 관제 시스템으로 부정행위를 감시했다”며 “지금 보여드리고 있는 프로그램은 AI를 적용해 더 업그레이드 된 버전으로 올해 3만 개 시험장에서 쓰였다”고 말했다.   중국 AI 교육기업 징예다의 ‘AI 시험 감독 시스템’. 학생들의 이상 행동을 감지한다. 김경미 기자 징예다 취재를 마치고 중국의 대표 플랫폼 기업 바이두로 향하는 길. 바이두 관계자는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에 도착하면 타라”며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자율주행 로보택시 ‘아폴로 고’를 예약해줬다. 운전석에는 안전요원이 앉아 있었지만, 그는 핸들을 조작하지 않았다. 안전요원은 “이좡(亦莊) 경제기술개발구에는 운전석이 비어 있는 완전 자율주행 택시가 운행 중”이라며 “지금껏 사고가 없었으니 베이징에 있는 동안 꼭 타보라”고 말했다.   ‘2030년 세계 최강 AI 국가’라는 야심찬 목표를 증명이라도 하듯 중국의 AI 기술은 이미 생활 속 곳곳에 퍼져 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격해지며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중국은 다각도로 돌파구를 모색하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었다. 14억 인구에서 뽑아낸 빅데이터는 중국 AI 산업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AI 패권 국가를 향한 중국의 꿈은 지금 어디까지 실현돼 있을까.     ■ 💬목차 「 1. AI 최강국, 가능할까 2. 쏟아져 나온 중국의 AI 기업들 3. 중국몽 이끄는 AI 수퍼시티 4. 중국의 고민은 」  한호정 디자이너      ━  1. AI 최강국, 가능할까   AI 1위 국가를 향한 중국의 질주가 무섭다. 미국·유럽 등 글로벌 국가의 견제 속에서 막대한 투자의 성과가 빛을 보고 있다.   ① 너로 정했다, AI ◦ 시(Xi)’의 관심사: 2017년 마지막 날, 중국 시진핑 주석의 신년사 발표를 지켜보던 외신들은 책장에 꽂힌 두 권의 책에 주목했다. 페드로 도밍고스의 『마스터 알고리즘』과 브렛 킹의 『증강현실』. 정치·군사 분야 독서를 즐긴다고 알려진 시 주석이 경제 관련 연설마다 AI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도 그해부터였다. ◦ AI 세계 1위의 꿈: 2017년 7월 중국 정부는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AI를 경제성장 동력으로 키워 2025년까지 제조업·의료·농업 등에 AI를 활용하겠다고 했다. 2030년까지 중국 내 AI 산업 규모를 10조 위안(약 1700조원)까지 키워 세계 1위 AI 국가가 되겠다는 게 목표였다. ◦ 구체화된 계획: 2021~2025년 적용 중인 ‘제14차 5개년 계획(14·5 계획)’에서는 AI, 양자컴퓨팅, 바이오반도체 등 7대 첨단 기술에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특히 AI와 AI 반도체, 5G 통신 등에는 2025년까지 10조 위안(170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의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지방 정부들은 앞다퉈 투자 자금을 조성하며 호응했다. 거대언어모델(LLM) ‘어니’를 선보인 바이두를 비롯해 화웨이(판구), 알리바바(퉁이첸원), 텐센트(훈위안), 센스타임(센스노바) , 바이트댄스(새몬)등이 중국산 LLM을 잇따라 선보인 배경이다. 지난 2020년 10월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제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까지의 장기 발전계획이 확정됐다. 신화=뉴시스 ② 차이 나는 AI 전략 ◦ 이론보다 실전: 중국은 미국·유럽이 강한 AI 분야 기초 이론과 기술 연구보다 AI 기술의 파급 효과가 큰 응용 분야에 주목했다. 제조업, 의료, 교통, 도시 인프라 등 산업 곳곳에 AI를 접목하기로 한 것. 중국 정부의 중장기 전략은 거대한 내수 시장, 빅데이터 경쟁력과 맞물려 AI 산업을 빠르게 키웠다. 정부의 승인하에 광범위하게 개인 정보를 수집·활용하고 인재 육성에 집중 투자한 덕분에 기술과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 대륙의 물량 공세: 시장 분석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중국 AI 관련 투자 규모는 147억5000만 달러(약 19조350억원), 전 세계 투자액의 10% 규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인용한 중국 AI 연구 기업 즈둥시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글로벌 생성 AI 스타트업 51개 중 22개가 중국 기업이다. 미국 기업은 21개, 영국 기업은 4개 순. AI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하는 국가 역시 중국이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의 ‘2023 AI 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관련 논문의 39.8%가 중국에서 나왔다. 세계 대학·기관별 AI 논문 발행 순위 1~9위도 모두 중국. 미국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10위에 이름을 올리며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 AI도 인해전술: 중국은 엄청난 재원을 기반으로 인력 유치 전략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2018년까지 운영하던 해외 인재 유치 정책 ‘천인계획(千人計劃)’의 후속으로 AI·반도체 인재를 겨냥한 ‘치밍(啟明)’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미국 명문대 박사 출신 연구진을 대상으로 중국 IT 기업 채용과 연계해 주택 구입 보조금, 300만~500만 위안(5억4200만~9억원)가량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김영희 디자이너 ③ 미국의 압박, 중국의 탈압박 ◦ 반도체 고삐죄는 美: 미국은 중국이 AI 학습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수를 두고 있다. 지난 10월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저사양 칩으로 확대했다. 세계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 90%에 이르는 엔비디아가 중국에 저사양 칩(A800·H800)을 공급하며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자 이마저도 막은 것. AMD(라데온 RX 7900 XTX), 인텔(가우디2) 등의 반도체도 중국 수출 길이 막혔다. ◦ 자급자족하는 中: 그렇다고 물러설 중국이 아니다. 중국산 반도체들이 엔비디아 GPU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지난달 7일(현지시간) 로이터는 바이두가 화웨이로부터 4억5000만 위안(약 809억원) 규모의 AI 반도체를 공급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AI 학습용 서버 200개 구축 분량이다. 로이터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는 화웨이가 중국의 70억 달러(약 9조원) AI 반도체 시장에 침투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한ㆍ미ㆍ일 신뢰 바탕 협상력 키우고…중국엔 열린 자세를" [중앙포럼] 윤 대통령 “한미일 더 협력, 중국과 더 교류” [중앙포럼] 마틴 울프 “지금 새로운 무질서 시대…한국, 첨단기술로 승부를” [중앙포럼] 추경호 "지구촌 지경학적 분절 중…공급망 안정적 관리 총력” [중앙포럼]  ■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 중국의 AI 전략을 살피려면 미⋅중 기술 패권 갈등의 맥락부터 이해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전략은 바뀌고 있는데,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 전략에서 안보에 위협이 되는 핵심 요소에서만 배제하는 ‘디리스킹(derisking, 탈위험화)’ 전략으로 이동 중이다. ◦ 갈등의 시작: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건 2018년 중국이 발표한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때문이다. 2025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제조업 초강국이 되겠다는 선포에 자극 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수입품 상당수에 고율 관세(25%)를 물렸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를 제재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산 배터리 부품 사용에 불이익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중국의 첨단기술에 대한 압박의 틀을 짰다. ◦ 너무 커진 존재감: 하지만 미국의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비협조적으로 나선 것.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꼬집기도. ◦ 기업의 반발: 미국 기업들 역시 미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CEO)는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 “미국과 중국의 이익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샴 쌍둥이처럼 얽혀 있다”며 “테슬라는 디커플링과 단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팀 쿡 애플 CEO,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도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 좁게, 그러나 더 세게: 이 같은 이유로 미국의 대중 전략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바뀌었다. 대중국 재제의 범위를 첨단 기술로 좁히되 그 강도는 더 높이는 전략이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며 “AI, 고성능 반도체, 양자컴퓨팅 등에 대해선 수출을 통제하겠지만 기타 제조 분야에서는 중국과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  2. 쏟아져 나온 중국의 AI 기업들   텐센트가 지난 9월 중국 선전에서 열린 ‘글로벌 디지털 에코시스템 서밋’에서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훈위안을 공개했다. 장제 텐센트 부사장이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텐센트   아낌 없는 지원의 효과일까. 중국은 지금 ‘AI 춘추전국시대’다. 유럽엔 자체 개발 LLM 하나 없는 나라가 대부분인데, 중국에선 생성 AI 기업들이 쏟아져 나온다. 장제 텐센트 부사장은 지난 9월 LLM 훈위안(混元)을 발표하면서 “중국에는 130개가 넘는 LLM이 있다. 100개의 AI 모델 전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① AI 기업, 춘추전국시대 ◦ 빅데이터 모아 뿌려주는 정부: AI 산업은 기술 개발에서도, 응용에서도 데이터가 핵심이다. 데이터 수집 경쟁력에서 중국만 한 곳이 또 있을까. 중국은 국가 주도로 수집한 14억 인구의 빅데이터를 AI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활용 중이다. 6억 대 이상의 폐쇄회로(CC)TV에 찍히는 영상들, 휴대전화 개통 시 의무 촬영해야 하는 6초짜리 안면 인식 영상 등이 있다. 공유 자전거를 타려면 신분증을 들고 찍은 셀카로 본인 인증을 해야 하고, 지하철 요금도 안면 인식으로 결제 가능하다. 웬만한 선진국에선 기업도, 정부도 못 구하는 대규모 생체⋅행태 데이터를 중국에서는 정부가 수집해 기업에 주는 구조다. ◦ 넓은 시장, 풍족한 자금: 물건 내다 팔 시장이 크고, 투자해줄 자본이 있다면 스타트업은 쑥쑥 큰다. 중국 선전에서 AI 기반 쇼핑 플랫폼을 개발 중인 둥차오는 “한국에서 유학하며 창업을 준비한 적이 있다”며 “중국은 인구가 많다 보니 완벽하지 않은 서비스를 내놔도 상대적으로 체험해보는 사람이 많아서 그에 따른 피드백을 받으며 품질을 개선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처음 투자를 유치하는 건 어렵지만 일단 성사되면 연쇄 투자가 활발하다”며 “지금은 AI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 기업을 빨리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 “LLM 너무 많다”는 중국: 9월에 130여 개였던 중국의 LLM은 10월엔 238개까지 늘어났다. 바이두 창업자인 리옌훙 CEO는 지난달 15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2023 시리후 포럼’에서 “중국에는 너무 많은 LLM이 있지만 이에 기반한 AI 응용프로그램은 너무 적다”며 “기반 모델을 반복해 개발하는 건 엄청난 사회적 자원 낭비”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시장에 나온 오픈소스 LLM의 상당 수는 매개변수(파라미터)가 60억~130억 개 수준이라 2020년 6월 나온 미국 오픈AI의 GPT-3(1750억개)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AI 스타트업 상당수가 독창성이 떨어지는 서비스를 하고 있어 매출을 올리며 생존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난립하는 AI 기업 속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가진 빅테크 등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② 중국의 AI 국대 기업들, 직접 만나보니 ◦ 中 생성 AI 선두, 바이두: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는 지난 3월 중국의 첫 생성 AI 챗봇 ‘어니봇’을 출시하며 오픈AI ‘챗GPT’에 도전장을 던졌다. 바이두에 따르면 현재 어니봇 이용자 수는 7000만 명에 이른다. 지난달 21일 열린 바이두의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리옌훙 CEO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의 영향은 별로 없다”며 “이미 확보한 반도체만으로도 AI 서비스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베이징 바이두 본사에서 어니봇을 시연해봤다. 영어나 한국어 등 외국어는 잘 인식하지 못해 중국어로 질문을 입력했다. 어니봇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자 “검색을 통한 답변 기능, 텍스트를 이미지와 동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능, 사칙연산 등 수학적 계산 기능 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월 59.9위안(약 1만1000원) 짜리 유료 서비스 어니봇 프로에게 가을 풍경을 영상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자 열매와 곡식이 익어가는 모습, 푸른 하늘 등의 풍경과 자막, 배경음악이 함께 생성됐다. 바이두 관계자는 “어니봇이 탑재된 AI 스피커와 스마트 피트니스 미러도 출시했다”며 “사용자 경험이 축적될수록 기능도 더욱 고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두의 생성 AI 챗봇 ‘어니봇’이 가을 풍경을 영상으로 제작해달라고 요청했다. 몇 분 후 배경음악과 자막을 입힌 동영상이 생성됐다. 김경미 기자 ◦ 엔비디아 밀어내는 화웨이: 화웨이는 반도체·전자기기를 만들고 네트워크·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인프라 기업으로, 중국의 교육·의료·금융 산업 등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에서 AI 반도체의 미래도 준비 중이다. 요즘 중국 IT 기업들은 미국 엔비디아 제품 대신 화웨이 자회사(하이실리콘)가 생산한 반도체로 갈아타고 있다. 지난 8월 화웨이는 5세대(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자체 개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모바일용 시스템 반도체) ‘기린9000s’를 탑재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지난달 16일 중국 선전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제프 트램블리 화웨이 홍보 부사장은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선 미 정부의 제재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해치고 있으며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며 “제재로 힘들었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비즈니스도 이제 많이 회복된 상태”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전자발찌에 명품 휘감던 그녀…지옥서 돌아온 화웨이 승부수 화웨이가 지난 3월 공개한 LLM 판구 3.0은 산업용 수요에 특화된 버티컬 AI다. 화웨이는 이를 기업용 맞춤형 AI 모델로 구축·판매할 예정이다. 화웨이 클라우드의 판구 개발팀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다양한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DX)이 일어났지만, 아직 AI를 활용한 지능형 자동화(IA) 전환은 속도가 더디다. 예를 들면 기계로 품질 검사를 반복하는 대신 AI 카메라로 불량 유무를 확인하면 제조 설비의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며 “판구는 산업 각 분야를 똑똑하게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수많은 제조 공장이 판구 3.0의 수요처다. 중국 선전의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에 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가 전시돼 있다. 김경미 기자 ◦ AI로 체급 키운 센스타임: 2014년 안면 인식 기술 기업으로 출발한 센스타임은 영상 분석, 교통 관제, 자율주행 등으로 분야를 넓혀가며 중국 최대 AI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지난달 17일 선전시 지사에서 만난 센스타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전 직원 5000여 명 중 70% 이상이 연구개발(R&D) 인력”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안면 인식 기술과 다양한 기술 특허로 사업 부문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스타임은 지난 4월 LLM 센스노바와 AI 챗봇 센스챗을 출시하며 생성 AI 샛별로도 주목 받고 있다. 센스챗에 “센스타임을 한글로 소개해달라”는 질문을 중국어로 입력해봤다. 꽤 자연스러운 문장이 눈에 띄었다. 센스타임 관계자는 “센스챗으로 영어⋅중국어 등을 번역할 수 있고 이미지 생성, 컴퓨터 코드 작성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내 AI 바둑로봇 ‘센스로봇 고’를 한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라며 “한국에 바둑 저변이 넓은 만큼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스타임이 개발한 AI 장기로봇(왼쪽)과 바둑로봇. 김경미 기자   ■ 😷‘알아도 모릅니다’ 중국 챗봇의 비밀 「 중국의 생성 AI 챗봇들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바로 중국 정부가 금기시하는 정치적 금기어·민감어 관련 내용에 대해선 아무리 물어도 입을 꾹 다문다.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생성형 AI 산업 관리 임시 규정’을 발표하며 “중국에서 제공되는 AI 서비스는 중국의 사회주의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바이두의 어니봇에게 “1989년 중국에서 일어난 사건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어니봇은 “해당하는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1989년 6월 4일은 중국 베이징에서 톈안먼 시위가 발생한 날이다. 이에 대해 바이두 관계자는 “중국의 인터넷 서비스는 정부의 지침을 따르게 돼 있다”며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센스타임의 센스챗 역시 마찬가지. “톈안먼 시위가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입력하자 “알 수 없다”고만 답한다.   이 때문에 중화권에서는 ‘중국식 AI’가 중국 AI 기업들의 기술 발전을 막는 족쇄가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챗봇은 사회주의 가치를 고수하면서 국가 안보에 해로운 것으로 간주되는 콘텐트를 생산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     ━  3. 중국몽 이끄는 AI 수퍼시티   중국 중앙정부는 31개 지방정부의 경제 성적을 평가해 발표한다. 각 지방정부가 AI 기업 유치와 인력 양성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지역별 AI 경쟁력 평가에서는 베이징·상하이·선전이 차례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2019년 중국 정부의 차세대 AI 특구로 지정된 지역들이다. ◦ 중국의 두뇌이자 심장, 베이징: 중국 AI 기업의 절반(42.5%)이 모인 수도 베이징에는 베이징대, 칭화대, 중국과학원 자동차 연구소 등 명문대와 연구기관이 집중돼 있어 AI 연구 인력이 풍부하다. 지난 5월 베이징시 정부는 ‘AI 혁신 발원지 건설 가속화 방안’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AI 기술을 중국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으로, 자연어 처리·범용 시각·멀티 모달리티 등 핵심 기술과 응용 연구 부분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이징 내 AI 핵심 산업 규모를 3000억 위안(약 54조원)으로 키우는 등 AI 분야 경제성장률을 연간 10% 이상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내 AI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3년간 1조3000억 위안(약 235조원)을 투입, 60만㎡ 규모의 AI 연구단지도 조성한다. ◦ ‘경제 수도’에서 ‘테크 수도’로, 상하이: 상하이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를 비롯해 800여 개의 반도체 공장이 자리한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다. 지난 4월 상하이시는 2028년까지 반도체 장비·소재 개발 프로젝트에 건당 최대 1억 위안(약 193억원), AI 관련 반도체·핵심 알고리즘·운영체제(OS)·소프트웨어(SW) 개발 프로젝트에 최대 2000만 위안(약 39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상하이 내 기술 기업들에 법인세 인하 등의 혜택을 내걸고 AI·가상현실(VR) 등의 연구개발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중국의 ‘경제 수도’에서 ‘테크 수도’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 참석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WAIC는 중국 최대 AI 컨퍼런스로 2018년부터 매년 상하이에서 열린다. 올해 개막식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화상 연설에 나섰다. AFP=연합뉴스 ◦ ‘중국판 실밸’ 노리는 선전: 중국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가장 먼저 시장을 개방했던 선전.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매출의 10%를 책임지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전략적 신사업에 대한 공헌율은 38%에 이른다. 중국 선전 남방과학기술대(SUSTech)에서 AI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이재능 박사는 “시 정부가 첨단 기술과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며 “연구자들의 학구열과 연구 욕심도 엄청나기 때문에 기술 발전 속도가 정말 빠르다”고 전했다.   ■ “미국이 SW 강해? 중국은 SW와 HW 결합 능력 탁월”🌳AI 꿈나무 자라는 베이징⋅선전의 현장  「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국가 사업 과제로 ‘청년 창업’을 지정하고, 2030 창업 인구 확대 정책을 펼쳐왔다. 중국경제추세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창업 인구 중 절반 가량은 26~35세 청년. 최근 중국 예비창업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분야는 AI다.   베이징시는 ‘창업촌’으로 유명한 중관춘 기술개발구를 중심으로 AI 스타트업을 육성 중이다. 중관춘 북부에 위치한 ‘취호과학창신플랫폼(翠湖科创平台)’에서 AI를 비롯한 기술 관련 창업을 지원하는 리동쉐(李冬雪) 산업혁신 매니저는 “1100개 입주 기업 중 226개 기업은 일정 규모 이상의 중견 기업”이라며 “업력이 긴 기업도 신생 기업과 교류하며 인력 파견, 기술 협업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업의 네트워킹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선전 창업 보육기관인 대공방의 딩춘파 대표가 입주 기업들의 박람회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김경미 기자   선전시의 국가 공인 창업 보육기관 중 하나인 ‘대공방(大公坊)’은 스타트업의 제품 기획과 출시, 마케팅을 종합 지원한다. 3D 프린터 등 장비를 갖춘 스마트 공장에서는 시제품 제작을 돕는다. 딩춘파(丁春发) 대공방 대표는 지난달 17일 중앙일보와 만나 “50여 개 입주 기업 중 절반인 25개가 AI 서비스 스타트업”이라며 “챗GPT 이후 생성 AI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앞서가는 부분이 있지만, 중국 기업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의 공급망을 활용하고 싶은 한국의 예비 창업자가 있다면 대공방 입주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   ━  4. 중국의 고민은   김영희 디자이너 AI 육성·지원책에 집중했던 중국 정부도 최근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따라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AI 윤리와 지식재산권 보호, 잠재적 위험에 관심을 갖기 시작 것. AI 산업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시작했다. ◦ 비대칭 AI 생태계, 더 클 수 있나: 정부 주도의 혁신이 계속되며 중국 AI 산업의 불균형 성장을 예상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국가 간 경쟁 구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분야로는 자본과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다는 것. 의료 복지가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정책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는 AI 응용 산업을 중심으로 비대칭 성장이 이뤄지다보면 장기적으로 AI 생태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사회주의식 AI, 경쟁력 있나: ‘사회주의 가치에 부합하는 AI만 허용한다’는 정부의 규제가 장기적으론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터넷 검열을 피하기 위해 챗봇의 검색 결과조차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겨룰 생성 AI 기업이 나오겠냐는 회의론이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중국의 시장화와 경제 발전으로 글로벌 수준의 자율을 원하는 시민 의식이 (젊은 세대 중심으로) 확산해 있다”며 “중국식 사회주의와 기술 발전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중국의 정치적 고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 미국의 제재, 버틸 수 있나: 미국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AI 자강(自强)’ 계획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달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공급망을 방해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중국 기업에 대해 공평하고 공정한 환경을 제공해 달라”고 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첨단 기술이 안보를 침해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며 제재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AI 패권 국가를 향한 중국몽이 과연 가능할지 회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팩플 오리지널 '글로벌 AI 위크' 시리즈 실리콘밸리? 메이플밸리! 캐나다는 왜 ‘AI 성지’ 됐나 [글로벌 AI위크① 캐나다] 다시 또 유럽의 병자 될 건가…강소기업 나라, 독일 AI 반전 [글로벌 AI위크② 독일] “지루했던 모바일 시대 끝난다” AI 다 가진 미국의 요즘 관심 [글로벌 AI위크③ 미국] 미국 16조에 1조로 싸운다…영국 믿는 구석은 ‘AI 부스터’ [글로벌 AI위크 ④ 영국] 27살 ‘세계 첫 AI장관’ 앉혔다…UAE와 이스라엘의 참전법 [글로벌 AI위크⑤ 중동]

    2023.11.30 16:33

  • [팩플] 임원 싹 바꾼 ‘김영섭호 KT’ 첫 조직개편, MB 정부·법조계 출신 영입

    [팩플] 임원 싹 바꾼 ‘김영섭호 KT’ 첫 조직개편, MB 정부·법조계 출신 영입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지난 9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말 취임한 김영섭 KT 대표(CEO)가 첫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이권 카르텔’ 논란으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쇄신에 방점을 뒀다. 상무보 이상 임원 수를 20%가량 줄이고 외부 인사를 영입하면서, 주요 경영진의 면면도 대폭 물갈이 했다.    ━  무슨 일이야   KT는 30일 내년도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고 상무보 이상 임원에 대한 인사를 시행했다. KT는 회사의 준법 경영 강화, 대내외 신뢰 회복, 장기적 성장 발판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번 조치로 KT가 디지털 혁신 파트너로 도약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객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그룹 임직원과 함께 총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  이게 왜 중요해   이번 조직개편은 김 대표가 자신의 경영 색채를 본격적으로 드러낸 첫 행보. 지난 9월초 김 대표는 취임 3일 만에 부문장 3인에 대한 ‘족집게 인사’로 인적 쇄신의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후 3개월간 ‘정중동’ 행보를 보이며 사내 현안 파악에 집중했다. 지난해 초유의 CEO 공백 사태로 임원 인사를 건너 뛰었던 KT 임직원들은 2년 만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한꺼번에 맞이했다. KT는 지난 9월 이동통신 가입자 수(사물인터넷 회선 포함)에서 처음으로 LG유플러스에 2위 자리를 내준 상황. 이번 인사는 구성원들의 사기 진작과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도 의미가 크다.    김영섭 KT 신임 대표가 지난 8월 경기도 성남시 KT 분당사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KT  ━  개편안 살펴보니   ① 카르텔 논란 해소: CEO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된 ‘그들만의 리그’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임원을 대폭 물갈이했다. 지난 2021년 구 전 대표가 CEO 직속으로 신설하고 윤경림 사장이 부문장을 맡았던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은 역할 중복을 이유로 해체했다. 대신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인사책임자(CHO), 경영지원부문장(CSHO) 등을 CEO 직속으로 편제해 경영지원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400명이 넘었던 상무보 이상 임원 수는 344명으로, 이전 대비 20% 감축했다. 상무 이상 임원은 98명에서 80명으로, 상무보는 312명에서 264명으로 줄어든 것. KT 관계자는 “핵심 보직이 임원들의 퇴임 수순으로 활용됐던 기존 관행을 없애고 전문성과 역량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배치했다”고 말했다.   ② 기업 이미지 쇄신: KT는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법무·윤리(감사)·경영지원 부서장에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대외·홍보 등을 총괄하는 신임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에는 계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거쳐 2013년 KT에서 비즈니스서비스추진실장을 지냈던 임현규 전 부사장을 영입했고, 법무실장(부사장)에는 검사 출신 이용복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를 선임했다. 윤리부서장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신규 선임된 임현규 경영지원부문장(왼쪽)과 이용복 법무실장. 사진 KT ③기술역량 강화: 기존 IT 부문과 융합기술원(R&D)이 기술혁신부문으로 통합하고, AI 연구개발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AI테크랩 부문이 신설됐다. KT는 기술혁신부문 산하에 KT컨설팅그룹을 만들어 클라우드·AI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신설된 기술혁신부문장(CTO)에는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현대카드·현대커머셜을 거친 오승필 부사장을 영입했다. KT컨설팅그룹장에는 삼성SDS, MS, 아마존웹서비스(AWS) 출신의 정우진 전무를 선임했다.    ━  尹 정권과 소통은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 여부를 놓고 정부·여당과 충돌했던 KT는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정권과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임현규 경영지원부문장은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정책 특보(홍보단장)을 지냈다. 이용복 법무실장은 2008년까지 검사(사법연수원 18기)로 재직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이 참여했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특별검사 수사팀에서 특검보로 일한 바 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2023.11.30 15:10

  • "애니콜 화형식과 같다"…최악의 악? 카카오 폭로전이 남긴 것 [현장에서]

    "애니콜 화형식과 같다"…최악의 악? 카카오 폭로전이 남긴 것 [현장에서]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카카오 개혁의 키맨(key man·핵심인물)으로 꼽히는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이틀 연속 자신의 페이스북에 ‘카카오 저격글’을 올리고 있다. 사내 회의에서 욕설한 사실로 논란이 일자, 카카오의 경영 실태를 공개 비판하며 반박한 것. 법인 골프회원권 운영, 제주 본사의 유휴 부지 개발 논란, 데이터센터(IDC) 안산·서울아레나 건설 비리 의혹 등 지금까지 나온 폭로만 해도 종류가 다양하다.   김정호 총괄의 행보는 거침없고 자유롭다. “카카오를 과감하게 고쳐 달라”는 30년 지기 김범수 창업자가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모셔온 사람이란 걸 모두가 안다. 네이버 초기 멤버인 그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 경영자로 지내다 지난해부턴 김 창업자가 설립한 사회공헌재단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도 겸하고 있다. 카카오 외부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의 유일한 사내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카카오 쇄신 과정에서 잡음을 없애기 위해 자신은 무보수로 일한다고도 강조한다. 카카오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준법과 신뢰위원회 위원들의 모습. 왼쪽부터 김용진 위원, 이영주 위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장, 안수현 위원, 이지운 위원, 김정호 위원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  실추된 이미지, 최악의 악은   “회사에 손해인 얘기를 왜 밖에다 하냐더라. 하지만 난 카카오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어떻게 발본색원(拔本塞源)하는지 적극 알릴 거다.”   김 총괄은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폭로를 삼성전자의 1995년 ‘애니콜 화형식’에 빗댔다. 휴대전화 불량률이 치솟자,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당시 이건희 회장이 애니콜 15만대를 박살낸 사건이다. 김 총괄은 카카오에도 이 같은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폭로전이 카카오에 독 아닌 득이 되려면 쇄신의 주체가 중요하다. 외부에서 온 김 총괄이 SNS 폭로전에 나서기 전까지, 카카오 최고 경영진이나 김 창업자는 그간 왜 아무 말이 없었나.   사실 문제의 본질은 카카오의 무사안일주의 자체다. 김 총괄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카카오의 방만 경영 책임은 피할 수 없다. 회사의 곳간이 새고 있단 사실을 김 창업자가 알고도 방치한 책임도 크다. 내부 통제·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경영진을 감시·감독했어야 할 이사회의 존재가 무색하다. 경영진이 수습할 일을 미뤄두다, ‘칼춤 춰줄 망나니’를 외주로 불러온 격이다. 내부의 고름을 외부로 터뜨린 김 총괄을 탓하기도 어려운 이유다. 방치해온 건 결국 카카오다.   이번 폭로전으로 카카오는 ‘스스로는 문제해결이 불가능한 조직’임을 대외 인증한 꼴이 됐다. 카카오 관계자들은 김 총괄을 ‘외부인’이라 부른다. 김 총괄도 본인이 언제든 카카오를 떠날 수 있다고, 무보수니 빚진 것이 없다는 기색을 공공연히 드러낸다. 마지막 칼춤이 끝나고 나면, 그 다음은? 물음표가 남는다. 카카오가 진정한 쇄신을 이루려면 ‘안으로부터의’ 반성이 절실하다. 경영 일선에 다시 뛰어든 김 창업자도 30년 지기에 수술대를 맡기는 응급 요법에 기대선 안 된다. 카카오를 보며 한때 유행했던 어린이 학습지 CM송 가사를 떠올린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우리는 척척척, 스스로.”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2023.11.30 05:00

  • "우리 생성 AI는 비즈니스에 바로 쓴다" AWS 대공세 시작됐다 [팩플]

    "우리 생성 AI는 비즈니스에 바로 쓴다" AWS 대공세 시작됐다 [팩플]

      아담 셀립스키 AWS CEO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열린 리인벤트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AWS 공동취재단   “그동안 나온 대중적인 생성 인공지능(AI) 챗봇은 흥미롭긴 하다. 하지만 그걸 실제 업무에 쓸 수는 없다. 기업 고객들이 실제 하는 일에 대해 잘 알고 만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만든 생성AI 어시스턴트 ‘큐(Q)’는 그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서비스다.”   아담 셀립스키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CEO)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연례 컨퍼런스 리인벤트(re:Invent)의 기조연설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셀립스키 CEO가 큐를 비롯해 새로운 AI 칩, 클라우드 기능 업데이트 등을 발표할 때 마다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나왔다. 올해 리인벤트에는 AWS 고객 및 관람객 5만여 명이 참가해 생성 AI 관련 최신 기술에 귀를 기울였다.  27일(현지시간) 부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WS 리인벤트 2023' 현장. 권유진 기자  ━  새로운 발표는   ① 진화하는 자체 AI 칩 AWS는 이날 AI 모델 훈련에 쓰이는 칩 ‘트라이니엄2’를 공개했다. 최신 AI 추론용 칩인 인퍼런시아2는 이날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한국의 AWS 고객사들이 일부 테스트 중이다. AWS도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칩을 각각 개발하며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이다.    트라이니엄2는 전작보다 학습 속도가 4배 이상 빨라졌다. 최대 10만 개의 칩으로 구성된 AWS 클라우드 서버(EC2 울트라클러스터)에 트라이니엄2을 탑재한 후, 거대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키면 에너지 효율을 최대 2배까지 높일 수 있다. 구글·아마존 모두 투자한 LLM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이날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트라이니엄2를 기반으로 새로운 AI 모델을 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AWS는 자체 칩 개발과 동시에 엔비디아와의 협력도 강화한다. 이날 셀립스키 CEO의 기조연설 무대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예고 없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황 CEO는 “클라우드 업체 중 최초로 AWS에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H200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H200은 (전작인 H100에 비해) 추론 데이터를 4배 가량 더 많이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② 아마존 큐(Q), MS 코파일럿 대항마 될까 이날 아마존은 생성 AI 챗봇 ‘큐’를 깜짝 공개하며 화제몰이를 했다. 클라우드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이 연초부터 경쟁적으로 신규 AI 서비스를 발표한 데 비해, AWS는 잠잠했던 터라 업계에선 AWS의 일격을 주시하고 있었다.     큐는 MS의 코파일럿, 오픈AI의 챗GPT엔터프라이즈 처럼 비즈니스에 특화됐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큐에 “AWS에서 웹 앱을 구축하는 방법으론 뭐가 있나요?” 등의 질문을 하면, 인용문과 출처 링크가 포함된 답을 주는 식이다. 큐는 AWS가 개발한 타이탄을 비롯해 메타의 라마2, 앤트로픽의 클로드2 등 여러 LLM 모델을 모두 지원하는 AWS 플랫폼 ‘베드록’을 기반으로 서비스된다. 셀립스키 CEO는 “17년 동안 쌓아온 AWS 지식을 총동원해 큐를 교육했다”며 “큐는 단 한번의 프롬프트(명령어)만으로 한 시간 분량의 작업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AWS는 큐에 기업 고객들이 입력한 내용이 모델 학습에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융·의료 등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들의 데이터 유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셀립스키 CEO는 “처음부터 기업 고객의 엄격한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게 설계했다”며 “우리가 원하는 건 고객사의 데이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AWS의 빅픽처   클라우드 시장서 MS와 구글의 추격을 받고 있는 AWS는 생성 AI로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1위(점유율 32%, 시너지리서치그룹)를 더 확고히 하고자 한다. 이날 발표한 서비스들을 ‘생성 AI 스택’으로 정리했다. 최하단에 AI 칩이나 클라우드 서버 같은 인프라를 놓고, 그 위에 LLM 등 파운데이션 모델을 올린 베드록 같은 플랫폼, 그 위 최상단엔 챗봇 큐 같은 AI 앱을 두고 종합 패키지형 생성 AI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인터넷·모바일 시대에 클라우드 인프라로 입지를 넓혔듯, AI 시대에도 IT 인프라 기업으로서 시장의 판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AWS가 구상한 AI 스택. 사진 AWS 공동취재단   셀립스키 CEO는 AI 생태계 주도권 경쟁을 본격화한 오픈AI를 견제하기도 했다. 그는 “누가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어디가 신뢰할 수 있는 업체인지 알기 위해 (소비자들에겐) 여러 공급자에 대한 선택권이 필요하다”며 “지난 열흘 간의 사건이 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샘 올트먼 CEO의 축출과 복귀 소동을 벌인 오픈AI에 비해 AWS의 안정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라스베이거스(미국)=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2023.11.29 17:35

  • 클라우드 첫 흑자낸 야놀자 “해외서 1000억 벌어오겠다”

    클라우드 첫 흑자낸 야놀자 “해외서 1000억 벌어오겠다” 유료 전용

    Today’s interview “여행 데이터 기술로, 수출 플랫폼 되겠다” 야놀자 김종윤 대표   준비된 성과일까, 반짝 실적일까. 올해 3분기에 역대 최대 분기 매출(2387억원)과 역대 최대 거래액(2조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영업익 120억원)한 여행플랫폼 야놀자 얘기다. 특히 야놀자가 ‘글로벌’과 ‘테크놀러지’를 외치며 강조한 클라우드 부문이 영업이익 92억원으로 첫 흑자를 달성했다. 야놀자 관계자는 “내부 사업부 간 거래를 포함한 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의 55%가 클라우드 사업에서 나올 만큼 기술 솔루션의 수익 기여도가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는 매출(649억원)도 지난해 3분기보다 112% 증가했다.   야놀자는 지난 2년간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웠다.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에서 유치한 투자금 2조원이 실탄 역할을 했다. 대부분 클라우드 사업을 키우기 위한 투자였다. 지난 5월 이스라엘의 여행솔루션 기업 고글로벌트래블(GGT)을 야놀자 인수 역사상 최대 가격(3000억원 이상 추정)에 사들이면서 미국 나스닥 상장 기대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기업 쇼핑’에 대한 평가는 도장 찍은 이후부터 시작된다. 운영 효율을 높이고 투자금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야 ‘잘 산 것’이다. 야놀자는 이 과제를 어떻게 풀고 있을까.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야놀자 본사에서 김종윤(45) 야놀자 각자대표 겸 야놀자클라우드 공동대표를 만났다. 그는 야놀자의 3개 사업부문(플랫폼·클라우드·인터파크트리플) 중 최근 해외 인수합병이 집중된 클라우드 사업을 총괄한다. 김 대표는 “클라우드 사업에서 본격적인 흑자를 내면서 야놀자는 내수용 플랫폼을 넘어 글로벌 트레블 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클라우드 사업에서만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해 기술 수출 기업으로 뛰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분기 영업이익 92억원인 사업에서 1년 만에 3배 이상의 이익을 내겠다는 얘긴데, 이 자신감의 근거는 뭘까. 한호정 디자이너, 사진 김종호 기자   3분기 실적이 개선됐지만, 내년에 클라우드에서만 영업이익 1000억 내는 게 가능할까. 근거는? 클라우드 부문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고, 여기서 조정 에비타(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는 130억원을 넘었다. 해외 영업이익이 늘어난 덕분이다. 야놀자의 해외 사업이 국내 사업을 곧 앞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야놀자가 글로벌 수출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이번 분기부터 숫자로 보여준 것이다.   글로벌 수출 기업? 해외 사업 성과는 어떤가. 3분기 해외 매출이 390억원, 영업이익이 170억원대다. 이를 기반으로 야놀자는 내년에 해외 매출 2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만들겠다.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로 해외에서 성공한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이 이제까지 있었나. 내가 알기론 없다. 야놀자는 글로벌과 테크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그 투자가 결실을 내기 시작했다.      ━  26개국 49개 해외지사, 200개국 대상 서비스     사진 야놀자 야놀자는 2021년 10월 호텔 자산 관리 사업인 PMS를 야놀자클라우드에 맡기고 자회사로 분사시켰다. 숙박·레저 시설 운영사 등 고객들에게 IT 솔루션을 제공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 수익을 얻는 B2B 사업을 한다. 야놀자클라우드는 PMS 이외에도 BE(예약창구), CMS(창구관리시스템), RMS(객실관리시스템) 등 여러 솔루션 중 고객이 필요한 걸 골라 쓸 수 있게 했다. 이 시장의 특징은 숙박 업체들이 한번 쓴 솔루션을 잘 바꾸지 않고, 현지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것이다. 야놀자는 해외 현지 기업을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야놀자가 보유한 숙박 인벤토리(재고)를 다른 여행 플랫폼에 판매해 B2B 수익을 낸다. 이런 방식으로 야놀자는 해외 지사를 26개국 49개까지 늘렸다. 솔루션 비즈니스 서비스 대상 국가는 200개에 이른다.   플랫폼에서 솔루션 사업으로 확장한 계기는.     2021년 비전펀드2 투자를 받으면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수출 기업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수가 커도 해외 시장을 놓치면 한계에 부닥친다. 야놀자는 7년 전 모텔 예약, 6년 전 호텔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솔루션 사업은 2017년 시작했다. 솔루션이 없으면 내수 기업에 머물고, 글로벌 확장이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을 인수하며 솔루션 사업을 시작했고, 이를 기반으로 2019년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부킹홀딩스의 투자를 받았고 야놀자클라우드를 설립했다. 이후 인도·동남아시아 등에서 낸 성과를 바탕으로 소프트뱅크를 만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소프트뱅크는 야놀자의 글로벌 확장과 AI, 야놀자의 데이터에 관심이 있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야놀자 투자사인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지난달 자사 홈페이지에 생성AI 기술을 활용하는 스타트업으로 야놀자를 소개했다. ‘데이터 해자를 활용한 경쟁우위 확보’란 제목의 글에선 “야놀자는 호텔·레저시설·항공사·여행사 등 여행업계 고객사 6만여 곳의 데이터 수십억 건을 기반으로 경쟁사 대비 월등한 여행 데이터 해자를 구축했다”며 “여행자에게 보다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고 (여행·숙박 상품) 공급자로부터 20%의 수수료를 받는 기존 온라인 채널 의존도를 낮춰 수익 내는 AI 엔진을 구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클라우드 부문의 적자가 계속되면서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었다. 야놀자의 본질은 여행업이라는 지적도 있다.   야놀자는 여행플랫폼이자 트레블 테크 기업이다. 야놀자의 테크와 클라우드 사업은 여행과 무관하지 않다.   왜 그런가. 우선 클라우드 사업을 보자. 모든 호텔은 운영에 필요한 솔루션을 갖고 있다. 일반 기업의 ERP(자원관리시스템) 같은 PMS, PMS에 입력된 데이터를 외부로 빼내는 CMS(채널 관리 시스템), 그리고 POS도 있다. 야놀자는 이 각각의 영역에서 글로벌 3위 안에 든다. 글로벌 온·오프라인 여행사와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에게 숙박 인벤토리를 제공하는 디스트리뷰션(distribution) 사업도 마찬가지다. 숙박 B2B 시장에서 이렇게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가 야놀자 말고는 없다. 야놀자의 클라우드 기반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를 쓰면 호텔들이 별도 구축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고 시스템통합(SI)을 할 필요도 없다. 이 솔루션을 인도 등 해외 연구개발(R&D) 센터가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과 테크에 집중한 결과 전체 직원 40% 이상이 R&D 인력이고 외국인 직원 비율은 30%에 달한다.     그럼 한국에 있는 개발자들은 무슨 일을 하나.     해외에서 PMS나 CMS 등 솔루션 개발에 집중한다면, 한국 야놀자에선 생성 AI 개발을 포함해 플랫폼 고도화에 집중한다. 구글 출신 이준영 야놀자클라우드 공동 대표가 국내외 기술 조직을 이끌고 있다. 우리 데이터 수준은 탁월하다. 생성 AI 서비스 품질은 데이터의 양과 질로 결정된다. 야놀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랫폼에 생성 AI를 결합해 sLLM(소형언어모델)을 내년에 출시할 것이다.      ━  데이터 강점 살려 야놀자 ‘생성 AI’ 준비   다른 여행플랫폼들도 AI 챗봇 기능을 이미 내놓았다. 야놀자의 sLLM의 차별점은.   야놀자는 고객 데이터 외에도 숙박·레저 등 인벤토리 데이터가 있다. 다른 플랫폼 챗봇들이 아무리 좋은 호텔을 추천해줘도 그 플랫폼에 숙박 인벤토리가 없으면 AI가 예약까지 해줄 수 없다. 글로벌 OTA가 챗GPT와 플러그인 방식을 통해 예약을 지원한다지만 개별 숙박 인벤토리만 이어주기 때문에 예약을 추가하거나 수정·취소하는 기능까지는 아직 제공하지 못한다. 게다가 인터파크트리플을 인수한 야놀자엔 항공⋅숙박 데이터도 있다. 인터파크는 엔터와 티켓 데이터를, 외식업 데이터는 도도포인트(2022년 인수)와 나우웨이팅(2020년 인수)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그 데이터로 야놀자의 생성 AI는 뭘 할 수 있나. 생성 AI가 비서처럼 고객을 응대하며, 여행 계획 세우기나 예약을 돕고, 여행의 여정은 물론 그다음 여행도 돕는다. 다음 여행지 추천 등 광고는 데이블(2021년 인수)의 데이터를 활용한다. 야놀자는 이 데이터 흐름을 완성하는 게 1차 목표다. 이 데이터로 구동되는 야놀자의 버티컬 AI도 지금 만들고 있다.   야놀자의 GGT 인수 발표 이후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는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축하 메시지를 띄웠다. 사진 야놀자 야놀자는 지난 5월 이스라엘 기반의 GGT를 인수함으로써 세계 200여 개국 100만 개 이상의 여행ㆍ숙박 인벤토리를 확보했다.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는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축하 메시지를 띄우기도 했다.    GGT는 어떤 기업인가. GGT는 호텔·리조트 등 객실 판권과 항공권, 차량 렌털 등 여행 관련 인벤토리를 유통하는 B2B 솔루션 기업이다. 유럽과 북미의 숙박 인벤토리를 전 세계 1만 개 이상의 여행 플랫폼, 온·오프라인 여행사들과 거래한다.    GGT 인수 이후 기대한 시너지가 나고 있나.   인수 이후 GGT 매출이 20% 정도 성장했다. 야놀자 인수 효과로 보고 있다. 야놀자는 아시아와 온라인에 강하고, GGT는 유럽 시장과 오프라인에 강점이 있다. 양사의 주력 시장이 겹치지 않아 시너지 효과가 있다. GGT만의 성과를 놓고 볼 때 올해 대비 내년에 3배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추가적인 인수합병 계획이 더 있는지.   북미·라틴아메리카 지역 등에 팀을 만들었다. 추가로 필요한 인수를 하기 위해서다. 4분기에도 인도·영국과 네덜란드 기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전 세계 여행 소비자들에게 숙박 인벤토리를 제공하는 디스트리뷰션 사업에서도 지역·국가별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차준홍 기자   야놀자는 글로벌 성과를 강조하지만 글로벌 OTA(온라인여행사)의 벽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분기당 거래액 2조원을 만드는 OTA는 많지 않다. 우리 야놀자와 부킹홀딩스·익스피디아그룹·에어비앤비·트립닷컴·메이크마이트립 등 6개뿐이다. 우리는 전년 동기 대비 거래액이 55% 성장했다. 글로벌 OTA와의 격차도 좁혀가고 있다.     그래서 야놀자의 강점은? 우리 강점은 데이터다. 단순 데이터가 아니라 예약·숙박·레저 등 여행하는 내내 생기는 여행 데이터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는 회사는 야놀자뿐이다. 글로벌 OTA는 딱 여행가기 전까지, 예약할 때까지만 쓰는 서비스다. 호텔에 체크인해도 글로벌 OTA는 이를 알 수 없다. 근본적으로 비교하면 글로벌 OTA는 내연기관 자동차, 우리는 배터리 기반 전기차다.     내연기관과 전기차라니,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내연기관 자동차는 데이터가 차 안에서 쌓이지 않는다. 반면 배터리 기반 전기차는 컴퓨팅 파워를 활용해 내·외부의 데이터 교환이 가능하다.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기반으로 언젠가 자율주행도 가능해진다. 여행 산업에서 배터리 역할을 하는 게 PMS·CMS 등 야놀자의 클라우드 솔루션이다. 이게 없는 여행기업엔 데이터가 쌓이지 않는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같은 서비스를 만드는 게 야놀자의 생성 AI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  빠진 퍼즐 ‘인바운드 여행’ 공략     야놀자는 지난해 인수한 인터파크트리플을 기반으로 인바운드(방한 외국인의 여행) 전략을 세웠다. 인터파크의 콘서트 예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을 야놀자와 접목해 한국 패키지 여행 상품을 세분화해 선보이고, 일부 아시아 지역에 한정된 인바운드 관광객을 전 세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수진 총괄 대표는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2028년까지 인바운드 관광객 5000만 명 시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해외 여행객을 한국으로 끌어오는 인바운드 사업은 언제쯤 성과를 낼 거라고 전망하나.     미국엔 ‘테일러 스위프트 경제’라는 말이 있는데, 한국은 아직 K컬처를 K이코노미로 만들지는 못한 것 같다. 최근 아이돌 그룹 소속사와 기획한 상품이 있는데, 해외 팬들을 위한 패키지 상품 860개를 구성해서 내놨더니 20분 만에 매진됐다.     한국의 K컬처를 여행 상품화하겠다는 건가? 외국인들을 위한 쇼핑·엔터·콘서트 등을 여행 상품화해 인바운드 시장을 공략할 것이다. 그 시작은 K팝이다. 인터파크는 항공⋅엔터⋅콘서트 티켓 상품을, 야놀자는 레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놀이공원·스파·쇼핑·엔터 등을 결합한 상품을 구상하고 있다. GGT 같은 기업은 국내 호텔들과도 다 계약이 되어 있는 만큼 야놀자의 모든 계열사가 움직여 인바운드를 공략할 것이다.        ━  나스닥 상장 “준비되면 최대한 빨리”    나스닥 상장 준비는 어떤가.   3년 전 한국 상장을 검토하던 중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만났다. 당시에는 상장보다 비전펀드 투자를 받아 착실하게 글로벌 회사가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고 판단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상장을 위한 모든 준비는 계속되고 있다. 물론 언제 어디서 상장을 할지 구체적으로 진행하거나 결정된 바는 없다. 다만 상장할 기회가 생긴다면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빨리 할 생각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   김종윤 야놀자 클라우드 대표가 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야놀자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실적이 개선됐는데 지난달에 왜 희망퇴직까지 실시했나.   3분기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듯 수익성 악화 때문에 희망퇴직이 진행된 건 아니다. 다만 희망퇴직 문제는 회사가 밝힌 기존 입장을 봐달라. 중요한 것은 회사가 좋은 숫자를 만들어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의미 있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야놀자는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사내에 공지하며 “글로벌 플랫폼 기업 주도로 AI 기술 기반 시스템 혁신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으며 우리에게도 그 이상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야놀자 관계자는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조직 구축을 위한 판단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플랫폼과 수수료 문제를 지적했다. 카카오를 겨냥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야놀자도 관련 문제로 과거 국정감사에 나온 적 있다. 남 일 같지 않을 텐데.   기업의 본질은 더 성장하고 돈을 벌어 기업 가치를 올리고 주주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수에 갇혀 있으면 성장과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다. 국내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면 과오를 저지르다 딜레마에 빠진다. 야놀자는 회사의 자원·투자·성장의 초점을 글로벌에 두고 있다. 해외에서 돈을 벌어와 국내에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 싶다.     내년 계획은.   우리는 지금까지 글로벌을 말하면서도 사실은 로컬(지역) 회사였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내고 번 돈은 해외 사업에서 썼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해외 사업이 BEP(손익분기점)를 넘겼고 수익을 내고 있다. 몇 년을 버틴 끝에 글로벌 사업을 노다지로 만들었다. ‘글로벌 트레블 테크’ 야놀자가 해외에서 앞으로도 돈을 벌어오는지 지켜봐 달라.

    2023.11.29 16:50

  • [팩플] 모바일 강자 엔씨소프트, 콘솔 제왕 소니 손 잡았다

    [팩플] 모바일 강자 엔씨소프트, 콘솔 제왕 소니 손 잡았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왼쪽)와 짐 라이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엔씨소프트   플레이스테이션(PS)5에서 리니지를 볼 수 있을까. 모바일 MMORGP(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최강자 엔씨소프트와 콘솔 최강자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가 손을 잡았다.      ━  무슨 일이야   엔씨소프트와 SIE는 글로벌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이번 글로벌 파트너십은 두 회사가 가진 핵심 경쟁력과 기술력, 전문성을 결합해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시작”이라며 “장르·지역을 뛰어넘어 많은 이용자에게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게 왜 중요해   엔씨소프트는 그간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리니지M·2M·W)로 MMORPG 최강자 자리에 올랐지만, 국내 한정이었다. 해외에선 대만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3분기 기준 엔씨소프트의 해외매출 비중은 34.6%(아시아, 북미·유럽, 로열티 매출 합계)다. 경쟁사인 넥슨(37%), 넷마블(83%), 크래프톤(94%) 대비 비중이 작다. 더구나 엔씨소프트는 최근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89% 줄었다. ‘리니지 라이크’(like·같은)로 불리는 유사 게임의 범람, 국내 게임 시장의 모바일 MMORPG 피로감 등이 겹쳐서다. 이번 SIE와의 협력은 국내 시장에 갇혀 있던 엔씨소프트의 사업 영역을 글로벌로 확장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김택진 대표가 최근 기존 장르·지역 밖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  SIE는 왜     SIE는 콘솔 게임기 PS시리즈로 콘솔 게임 분야 글로벌 1위에 오른 기업. 2020년 11월 출시한 PS5는 글로벌 누적 4000만 대 이상(8월 기준) 팔렸다. ‘라스트 오브 어스’ ‘갓 오브 워’ ‘호라이즌’ 시리즈 등 독점 게임을 통해 콘솔 기기 판매를 견인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하지만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Xbox)가 독점 게임 전략 대신 게임 구독 모델로 경계를 허물고 생태계를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게임업계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콘솔, PC, 모바일로 나뉘어 있던 시장이 게임 IP 위주로 재편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SIE도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 ‘갓 오브 워’ 등을 PC용으로 출시하는 등 플랫폼 간 장벽을 낮추고 있다.  SIE는 또 지난해 8월 모바일 게임사인 ‘새비지 게임 스튜디오’를 인수하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리니지 IP로 모바일 MMORPG에서 큰 성공을 거둔 엔씨소프트의 경험이 SIE의 모바일 시장 개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짐 라이언 SIE  대표는 “이번 파트너십으로 콘솔을 넘어 PS 저변을 확장하고 더 많은 고객에게 닿기 위한 SIE의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며 “엔씨소프트와 SIE는 전 세계 이용자를 대상으로 양질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전달하기 위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으로 처음 선보였던 라스트 오브 어스는 올해 HBO 드라마로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했다. 사진 SIEK    ━  어떻게 협업해   두 회사는 구체적 협력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광범위하게 협업한다는 방향성만 있는 상황.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모바일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글로벌 사업을 위한 협업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업적 시너지를 낼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모두 “리니지 라이크” 외칠 때…혼자 ‘P의 거짓’ 콘솔로 간 남자 엔씨도 '한우물'은 버렸다...장르·플랫폼 다 바꾼 K게임 [지스타2023-팩플] 영업익 89% 줄어든 엔씨, 신작 내놓는다…돈 풀어 M&A도 추진 [팩플]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o.kr

    2023.11.29 13:55

  • [팩플] KT SAT·SK텔링크 손잡은 스타링크, 국내 서비스 초읽기

    [팩플] KT SAT·SK텔링크 손잡은 스타링크, 국내 서비스 초읽기

    미국 항공우주회사 스페이스X는 국내에서 스타링크 위성통신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국내 상륙 초읽기에 들어갔다. KT의 위성통신 계열사인 KT SAT이 스타링크와 협업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국내 항공·해상 통신망을 중심으로 스타링크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  무슨 일이야    KT SAT은 29일 미 항공우주회사 스페이스X와 손잡고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를 국내에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링크는 현재 5000여 개 위성을 기반으로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일본 등 전 세계 60여 개국에 광대역 인터넷을 제공하고 있다. 가입자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송경민 KT SAT 대표는 “저궤도 위성 서비스는 항공, 해상 등 지상 통신망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 초고속 통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크다”며 “비정지궤도 위성을 결합한 고품질 통신망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이게 왜 중요해   통신·인터넷 생태계가 육상을 벗어나 항공·해상으로 확대된다면 스타링크의 위성 서비스는 통신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전망이다. 육지에서는 촘촘한 기지국을 앞세운 이동 통신망이 유리하지만 통신 기지국을 설치하기 어려운 산골이나 섬, 해상, 항공에서는 위성통신망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음영 지역 없이 한반도와 부속 도서 전체에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6세대(6G) 이동통신이 보편화하면 위성통신망을 통해 선박 와이파이, 해상물류 사물인터넷(IoT),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의 서비스도 확대될 수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KT·스타링크 손잡은 이유는   그간 KT SAT은 정지궤도 위성(무궁화 위성)을 활용해 선박 업무에 필요한 통신을 제공해왔다. 정지궤도 위성 통신의 장점은 서비스 지역(커버리지)이 넓고 끊김 없이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하다는 점. 하지만 고도가 높아 속도가 느린 게 단점이었다. 반면,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은 고도가 낮아 데이터 송수신이 원활하다. KT SAT과 스타링크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 KT SAT은 모빌리티, 그 중에서도 해양 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편 스타링크는 위성을 촘촘히 배치하는 방식으로 커버리지가 좁은 저궤도 위성의 단점을 극복할 계획이다. 오는 2027년까지 현재의 2배가 넘는 1만2000여 개 위성을, 2030년까지 4만 개 이상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리기로 했다.   로켓 발사 비용을 크게 줄인 스페이스X의 팔콘 로켓. 스페이스X  ━  서비스는 언제부터   스타링크는 지난 3월 자회사 스타링크코리아를 설립하고, 5월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마쳤지만 정부 승인은 아직 받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절차가 특별히 지연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서류를 계속 제출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스타링크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서비스 시작 시기를 올해 2분기로 예고했었지만 현재는 2024년으로 변경한 상태다. 한편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링크도 지난 16일 열린 SK테크서밋에서 스타링크 안테나를 전시하며 간접적으로 협업을 예고했다. SK텔링크도 KT SAT과 마찬가지로 선박, 항공기 등에 위성서비스를 해온 만큼 KT와 SK텔레콤이 비슷한 시기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국내에 선보이게 됐다. 로켓에 탑재되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들. 사진 스페이스X  ━  더 알면 좋은 것   현재 글로벌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은 스타링크와 유텔셋원웹, 아마존의 3파전 양상이다. 영국의 위성 인터넷 통신사 원웹은 지난 3월 프랑스 유텔셋과 인수합병(M&A)을 마무리하고 유텔셋원웹으로 새출발했다. 현재 634개 저궤도 위성을 통해 서비스 중이며 내년 상반기까지 전 세계 100% 커버리지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에서는 지난 24일 한화시스템이 국내 서비스를 위한 ‘저궤도 위성통신 유통·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아마존도 ‘프로젝트 카이퍼’라는 이름으로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위성을 발사해 2029년까지 5년간 3236개 위성을 저궤도에 배치하기로 했다. 후발 주자이지만 1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스타링크와 원웹을 추격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2023.11.29 13:03

  • 주파수 규제 풀어줬더니…반도체 업계 "개발비 1500억 줄였다"

    주파수 규제 풀어줬더니…반도체 업계 "개발비 1500억 줄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종호 장관이 산업통상자원부와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분야의 개선된 규제가 적용된 현장을 점검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 과기정통부 지난해 7월 SK하이닉스는 일본산 D램용 박막 증착 설비를 도입하려다 난관에 부딪쳤다. 일반 장비의 주파수(13.56MHz)보다 고대역 주파수(860MHz)를 사용하는 특성 탓에 국내 전파법의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확인한 산업통상자원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규제 개선을 위한 협업을 요청했다. 과기정통부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이 설비가 반드시 필요한 점을 고려해 전파법(제 58조)의 입법 취지와 이용 범위 등을 적극해석했고, 덕분에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신규 설비를 들여올 수 있었다.    ━  전파법 적극 해석해 신규 설비 도입 허용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28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새로 도입한 차세대 반도체 생산 설비를 살펴보고 규제 개선 상황을 점검했다.   이번에 SK하이닉스가 도입한 신규 설비는 아직 대체 가능 장비가 없는 차세대 반도체 필수 설비로, 이전까지는 미국과 일본에서만 운용돼 왔다. 대체 설비 개발에 나설 경우 최소 2년간 15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반도체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주파수 규제가 해결된 덕분에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개발과 생산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반도체 규제 개선에 총력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종호 장관이 산업통상자원부와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분야의 개선된 규제가 적용된 현장을 점검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 과기정통부 반도체 분야는 총수출의 20%, 제조업 설비투자의 50%를 차지하는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이다. 특히 전 세계 시장 규모가 600억 달러(약 78조원)에 이르는 D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시장 75%를 차지하며 주도권을 쥐고 있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반도체 국가전략회의’를 주재하며 “반도체 경쟁은 단순한 경쟁이 아닌 산업 전쟁이자 국가 총력전”이라며 “(반도체 산업에) 장애가 되는 모든 규제를 없애 달라”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과기정통부는 반도체 산업 규제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과기정통부는 전파법 시행령을 개정·시행해 반도체 제조시설 등 전자파 다중차폐시설을 갖춘 건물 내에서는 제조공정을 중단하지 않고 장비를 검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성능 검사를 위해 생산 설비를 멈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김경진 기자   올해 2월부터는 반도체 생산 장비 일부에 대해 적합성 평가를 면제했다. 장비 수입 시 적합성 검증에만 1~2개월이 소요돼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고, 특수 장비의 경우 납품 단가보다 적합성 시험 비용(최대 400만원)이 더 든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사용되며 이 내역이 기록으로 관리 가능한 산업용 기자재에 대해 적합성 평가를 생략하도록 고시를 개정한 덕분에 반도체 기자재 수급 기간이 대폭 단축됐다는 설명이다. 이 장관은 “반도체 산업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선제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며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합리화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ICT 규제샌드박스도 속도     과기정통부는 정보기술통신(ICT)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우선 출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일부 면제해주는 ICT 규제샌드박스도 4년째 운영 중이다. 지난 2019년 1월 제도 시행 이후 지난 9월까지 총 189개 안건이 처리됐으며 자율주행 배달로봇, 도심 미니창고 대여, 이웃 간 카셰어링 등 115건의 신규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한 서비스가 시장에 빠르게 출시돼 국민 생활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2023.11.29 05:00

  • [팩플] ‘아래아 한글’ 한컴도 AI 비서 만든다…“‘코인논란’ 법인과 무관”

    [팩플] ‘아래아 한글’ 한컴도 AI 비서 만든다…“‘코인논란’ 법인과 무관”

    28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한글과컴퓨터 AI 사업 전략 발표회에서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종 워드프로세서 ‘한컴오피스’ 개발사인 한글과컴퓨터(한컴)가 28일 ‘AI 산업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공지능(AI) 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 중 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AI 비서 ‘한컴 어시스턴트(가칭)’를 출시하고, AI 문서작성 기술을 기업별 맞춤형으로 판매하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  한컴이 AI를?   한컴이 이날 발표한 AI 비서 서비스인 한컴 어시스턴트는 챗봇으로 원하는 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한글 문서를 열고 한컴 어시스턴트에게 ‘기안서 양식을 작성해달라’고 요청하면 AI가 자동으로 서식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발표한 AI 비서 챗봇인 ‘MS 코파일럿’과 기능적으로 유사하다는 게 한컴 측의 설명. 이 과정에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오픈AI의 GPT, 메타의 라마(LLaMA) 등 다양한 AI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활용된다.   한컴은 각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목적에 맞게 한글 문서용 AI 기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한컴은 또 기업들이 보유한 ‘한글’ 문서 내용을 AI가 학습한 뒤 챗봇이 사용자의 질문에 답을 해주는 AI 서비스인 ‘도큐먼트 QA’ 등의 서비스도 개발 중이라고 소개했다.    ━  한컴 해외진출, 가능해?   한컴이 장기적으로 노리는 건 해외 진출. 김연수 한컴 각자 대표이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컴을 5년 이내에 글로벌 빅 테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컴 측은 워드프로세서 SW 개발 등의 노하우를 AI에 접목하면 해외의 AI 문서 자동화 시장을 노려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를 위해 네이버클라우드, 삼성SDS 등 약 30개의 AI 기술 기업들이 참여하는 ‘한컴 얼라이언스’를 결성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각 협력사와 기술과 사업 기회를 공유하며 일본 등 해외로 나갈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  한컴그룹의 신사업은?   한컴은 그동안의 주력 사업이었던 SW 사업을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컴의 연간 영업이익은 실적 부진과 신사업 발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계열사 매각 등의 영향으로 2020년 682억원에서 지난해 250억원으로 2년 만에 반 토막이 난 상황. 재무 및 운영 전반을 맡고 있는 변성준 각자대표는 “한컴은 변화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컴인스페이스가 지난해 발표한 민간위성 '세종 1호'의 모습. 사진 한글과컴퓨터   한컴 그룹은 2010년 김상철 현 회장의 인수 이후, 김 회장의 장녀인 김연수 대표가 2021년 한컴 대표에 취임하며 2세 경영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직접 지휘했다. 일례로 지난해 한컴그룹의 계열사 ‘한컴인스페이스’의 민간위성 세종 1호 발사 사업도 김 대표가 키를 잡고 추진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한컴로보틱스(로봇), 한컴모빌리티(모빌리티), 한컴인텔리전스(AI·사물인터넷) 등의 계열사가 소속된 자회사 한컴MDS를 매각하며 성과가 부진한 사업들을 접었다. 한컴 관계자는 “현재 사업 로드맵에 따라서 착실히 신사업 추진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제 한컴은 AI를 활용한 ‘지능형 자동화(IA) 기술’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김연수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부터 의료나 항공 분야 등을 포함해 자동화 기술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을 (발굴하기 위해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  한컴 코인 의혹은 뭐야   이날 한컴의 AI 전략 발표는 김상철 한컴 회장의 ‘코인 주가조작’ 논란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진행됐다. 27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김상철 회장의 차남 김모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김상철 회장이 한컴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법인인 한컴위드가 지분을 투자한 암호화폐 아로와나토큰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 중이다. 김연수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로와나 토큰은) 저희 경영진과 저를 포함한 (한컴) 법인과 무관하고, 나아가서 아로와나 코인 프로젝트가 잘못되더라도 저희 법인과 경영진에게 득이나 실이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2023.11.28 17:05

  • 올트먼 쫓아낸 주동자의 돌변…‘실패한 쿠데타’ 막전막후

    올트먼 쫓아낸 주동자의 돌변…‘실패한 쿠데타’ 막전막후 유료 전용

    Today’s Topic,AGI의 두 얼굴, 창업자와 과학자 오픈AI의 샘 올트먼과 일리야 수츠케버 ‘인류를 위한 쿠데타’가 실패한 걸까, ‘또다른 스티브 잡스’ 서사의 시작일까. 닷새 동안 요란했던 실리콘밸리 반전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오픈AI 이사회가 벌인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기습 해고’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다. 올트먼은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투자자와 그를 따라 이직하겠다던 700명 이상의 직원, 그리고 IT업계의 든든한 지지 세력을 등에 업고 금의환향했다.   그래서 이 드라마, 후속은 없나. 아니 잠깐···. 얘기가 다 끝난 건 맞나. 5일 간 이어진 ‘올트먼 대소동’은 아직 미스터리가 많이 남아 있다. 사건의 행간을 파악하려면 등장인물 ‘캐해’(캐릭터 해부)가 필요하다. 올트먼 퇴출에 동참했다가 마음을 바꾼 일리야 수츠케버는 누구일까? 수석과학자인 그가 특단의 조치에 나선 건, 오픈AI가 정말 사람보다 똑똑한 ‘스카이넷’(영화 터미네이터의 AI)을 발견해서였을까? 돌아온 올트먼의 오픈AI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 💬목차 「 1. 오픈AI의 창업자들 2. 수츠케버는 누구인가 3. AGI, 진짜야? 4. 다 끝났니? 할 일을 해야지 」    한호정 디자이너  ━  1. 오픈AI의 창업자들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형언할 수 없다.” 올트먼의 ‘컴백’이 알려진 다음날,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수석과학자는 X(엑스·옛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공동창업자이자 이사회 일원이던 수츠케버는 올트먼 축출에 앞장선 인물이었는데, 불과 나흘 만에 입장을 180도 바꿨다. 쿠데타 이전까지 올트먼과 수츠케버는 어떤 관계였나. 이들이 같은 배 ‘오픈AI’를 타게 된 배경은. ◦ ‘투자의 허브’ 올트먼: 샘 올트먼은 2014년 스물아홉 나이에 ‘스타트업계의 하버드’로 통하는 스타트업 사관학교 와이컴비내이터(YC·Y Combinator) 대표로 발탁됐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재임 기간 동안 초기 스타트업 약 2000곳에 투자했다. 에어비앤비, 도어대시, 인스타카트, 레딧, 핀터레스트 등 유니콘도 여럿 배출하면서 실리콘밸리의 허브로 부상했다. YC의 시스템도 싹 바꿨다. YC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지분 7%를 무조건 확보하는 방식, 일명 ‘뉴딜’의 뿌리를 내려 YC의 수익성을 끌어 올렸다. 스타트업 투자 과정에서 AI 기술을 눈 여겨본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마음이 맞았다.  ◦ ‘영입 0순위’ 수츠케버: 의기투합한 올트먼·머스크에겐 회사의 기술을 책임질 ‘일잘러’ 연구자가 필요했다. 이때 구글 연구원이던 수츠케버가 머스크의 눈에 들어왔다. 머스크는 “구글은 전 세계 AI 연구자 3분의 2를 데리고 있는데도, 안전엔 무신경하다”면서 구글의 독점을 막아야 한단 논리로 수츠케버를 끈질기게 설득해냈다. 핵심 개발자를 빼앗긴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이 일로 머스크와 절교했다고 알려졌다. 올트먼도 ‘네임드’ 연구자인 그가 있어야, 최고급 인재들을 손쉽게 끌어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AI 4대 천왕’ 중 1인으로 꼽히는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도 올트먼에게 “수츠케버보다 더 나은 이를 찾긴 어려울 것”이라 조언했다고. ◦ 인류를 위한 비영리 AI: 2015년 올트먼, 머스크, 그리고 그렉 브록먼 전(前)스트라이프 CTO, 다리오 애모데이, 수츠케버 등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서 은밀한 회동을 가졌다. ‘인류를 위한 AI’를 만들려면 비영리 연구조직으로 출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고, 비영리조직으로 오픈AI를 설립했다. 초기 자금은 넉넉했다.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창업자 등 유명인사들이 종잣돈을 댔다. 그러나 오픈AI의 성과는 머스크의 눈높이에 못 미쳤다. “구글에 비해 연구 속도가 더디다”며 불만을 품은 머스크는 오픈AI 인수를 시도하더니, 불발되자 2018년엔 아예 떠나버렸다. 오픈AI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자 올트먼은 투자 유치의 길을 궁리해낸다. ‘오픈AI 글로벌’(초기 이름 오픈AI LP)이란 영리 자회사를 설립한 것(2019년 3월). ‘비영리 조직 이사회가 통제하는 영리법인’이라는 독특한 지배구조는 이렇게 탄생했다.     ■ 💰돈? 너무 많이 벌진 말자구요 「 비영리를 추구하면서 영리법인으로서 돈도 잘 버는 게 가능할까? 2019년 올트먼과 오픈AI 경영진은 오픈AI 글로벌을 ‘이익제한기업(Capped-profit company)’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한다. 오픈AI 이익에 상한선을 두고, 이를 초과하면 비영리인 모회사(오픈AI)에 기부하는 형태다. 투자자가 가져갈 수 있는 수익도 원금의 100배로 제한을 걸었다.   이후 오픈AI는 MS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올트먼은 당시를 두고 “자금을 모으려 했지만 실패했고 길이 보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다만 올트먼은 오픈AI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기로 했다. 올트먼이 좇는 건 돈보단 권력에 가깝다. 그는 지난 6월 블룸버그 테크 서밋에서 “돈은 이미 충분하다”며 “(오픈AI에 지분이 없어도) 난 영향력, 흥미로운 삶 같은 이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팩플] 111조짜리 ‘오픈AI’에서 창업자가 쫓겨났다...안전 vs 수익 갈등? 오픈AI서 쫓겨난 '챗GPT 아버지' 올트먼, 결국 MS로 간다 [팩플] [디지털 세상 읽기] 효과적 이타주의자들 [팩플] 샘 올트먼 복귀해도 잃을 게 없는 MS...혼돈의 오픈AI, 미래는 [팩플] 샘 올트먼, 오픈AI 복귀…5일 만에 끝난 ‘CEO 축출’ 쿠데타 차준홍 기자  ━  2. 수츠케버는 누구인가   올트먼의 기습 해고 이후 수츠케버가 올트먼을 쫓아낸 주동자로 지목되자, 그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승승장구하던 860억 달러(약 111조원)짜리 스타트업을 하루 아침에 ‘공중분해’ 위기로 내몰았다는 것. 오픈AI에 그를 영입했던 일론 머스크는 20일 자신의 X에 “일리야는 훌륭한 도덕적 나침반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천재 연구자와 쿠데타 주동자 사이, 일리야 수츠케버는 누구인가. 지난 6월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열린 대담회에 참석한 올트먼과 일리야 수츠케버 수석과학자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AI 파멸론자의 제자: 2002년 ‘딥러닝의 아버지’ 제프리 힌턴 교수가 있는 토론토대에 진학했다. 힌턴 교수 밑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그는 딥러닝의 시초로 불리는 ‘알렉스넷’ 개발에 참여했다. 힌턴 교수가 세운 스타트업 DNN리서치에서도 일했다. 힌턴은 “AI는 인류에게 실존적 위험이 된다”고 보는 대표적인 ‘두머’(doomer·파멸론자)다. 지난 5월에는 “AI는 핵무기와 같은 힘을 갖고 있다”면서 AI의 위험에 대해 작심 발언하기 위해 구글에 사표를 냈다.   관련기사 "AI 개발 후회…킬러로봇 나올까 겁난다" AI 대부 경고 [팩플] 얀 르쿤 “AI가 인류 멸종시킨다고? 천만에, 완벽한 대안 있다” “서울 지하철 보라, 엄청나다”… AI 구루가 찾은 ‘한국의 무기’ [단독] 'AI 대부'의 경고 "AI 거짓말, 인류는 알아챌 수 없다" | 팩플 ◦ 알파고부터 GPT까지: 2014년 구글이 DNN리서치를 인수하면서 수츠케버도 구글 브레인 직원이 됐다. 구글에서 3년간 일하면서 이세돌 9단을 이긴 바둑 AI ‘알파고’, 다양한 AI 프로젝트 연구·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텐서플로우’(머신러닝 프레임워크) 등 개발에 참여했다. 2015년부터는 오픈AI 수석과학자로 일하면서 챗GPT의 근간인 거대언어모델(LLM) GPT, GPT-2, GPT-3, 이미지생성모델 달리(DALL-E) 등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 AGI 과몰입 리더: “눈 뜨고 잠들 때까지 일반인공지능(AGI·인간 수준의 AI)를 느끼지 못한다면 이 회사에 있어선 안 된다.” 지난해 수츠케버는 오픈AI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AGI 과몰입’으로 유명한 그에게 AGI는 삶의 원동력이자 목표. 인간 수준을 넘어, 인간을 능가하는 ‘초지능’도 충분히 실현될 거라 본다. 이런 믿음을 품은 수츠케버에겐 AI가 인류보다 자신의 생존을 우선시할 수 있다는 게 걱정거리. 그는 다큐멘터리 ‘i휴먼’에 출연해 AGI와 인간의 관계를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인간이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지만, 도시에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일에 대해 굳이 동물의 허락을 구하진 않을 거다. 마찬가지로 AGI도 스스로를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AGI가 나타난다면, 인간을 해칠 의도가 없더라도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에 둔 선택을 내리게 될 거란 의미다. ◦ 초정렬팀, 균열의 씨앗?: 챗GPT에 약간의 의식(conscious)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수츠케버는 ‘안전한 AI’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엔 오픈AI에 ‘초정렬’(SuperAlignment) 팀을 만들었다. AI 시스템이 인류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게 이 팀의 과제. 그러나 올트먼이 수익화에 속도를 내면서 초정렬팀의 입지가 좁아졌고, 이 때문에 수츠케버가 쿠데타를 일으켰던 거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렸다.   AFP=연합뉴스  ━  3. AGI, 진짜야?   AGI에 푹 빠져 있는 수츠케버가 쿠데타 세력 편에 섰던 것을 두고, 공상과학(SF)영화에나 등장할 것 같던 AGI가 ‘진짜’ 성큼 다가온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난무한다. ◦ 사람 같은 AI, 이미?: 23일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에서 개발 중인 AI ‘큐스타’(Q*)가 초등학생 수준의 수학문제를 푸는 성과를 거뒀다”며 “큐스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이를 상용화하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오픈AI에서 큐스타는 AGI 개발의 돌파구로 통한다. 이 때문에 올트먼 해임은 AGI의 급진적인 발전에 놀란 이사회가 개발 속도에 제동을 걸기 위해 내린 결정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그러나 IT매체 더버지는 “오픈AI 이사회는 큐스타에 대한 보고를 받은 바 없고, 올트먼 해임과도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 AGI는 너무 먼 얘기: 전문가들은 AGI가 도래할 시점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수츠케버처럼 AI로 인한 인류 멸종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립한다. 세계적 석학으로 손 꼽히는 얀 르쿤 뉴욕대 교수는 AGI에 대한 걱정은 시기상조라는 쪽. 그는 지난 24일 자신의 X에 “LLM은 인간이 읽으려면 2만년이 걸리는 텍스트 데이터로 훈련을 받았다. 그럼에도 ‘A가 B와 같다면 B도 A와 같다’는 걸 모르는데, 인간은 상대적으로 적은 훈련 데이터로도 훨씬 더 똑똑해진다”며 “고양이 수준은 되는 기계가 나올 때까지 AGI 얘기는 미뤄도 된다”고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  4. 다 끝났니? 이젠 할 일을 해야지   올트먼은 오픈AI로 돌아갔고, 쿠데타를 일으킨 이사들은 퇴진했다. 새 이사회에 합류해 의장을 맡은 브렛 테일러 전 세일즈포스 공동 CEO는 전문 경영인 출신이고, 래리 서머스 미 전 재무부 장관은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두 사람 다 AI 개발·상용화에 열려 있고, 올트먼에 우호적이란 평가가 지배적. 올트먼 복귀를 반대했다고 알려진 애덤 디앤젤로 쿼라 CEO도 이사회에 남았다. 기존 6명 규모의 이사회가 9명으로 커지고, 투자자 몫 이사들이 늘어날 경우 올트먼식(式) 급속 성장에 탄력이 붙을 거란 예상이 우세하다.  ◦ 두머 vs 부머, 논쟁은 계속: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번 사태를 두고 “AI가 인류에게 실존적 위험이 된다’고 보는 ‘두머’와 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부머’(boomer·개발론자) 간의 분열”이라고 평가했다. 메타·앤트로픽 등 경쟁사 내부에서도 부머와 두머 간 의견이 엇갈리는 중. 당장은 아니라도, 논쟁의 불씨가 다른 AI 기업에 언제든 옮겨갈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당장 오픈AI 내에선 AI 개발론자인 부머들의 목소리가 강해질 전망.    ◦ 지배구조는 미션을 지킬 수 있나: 새로 출범하는 이사회는 오픈AI의 지배구조부터 손 볼 예정. 주주도, 창업자도 참견할 수 없던 무소불위 수준 비영리 이사회의 권력이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익화에 대한 고민은 좀더 필요할지도. 설립 당시 오픈AI의 목표는 ‘상업적 압박’을 벗어나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AI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져도 사명을 사수할 수 있을까? 지배구조 개편과 동시에 회사의 설립 미션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AP=연합뉴스 ◦ 승자 MS의 고민: “어쨌든 승자는 MS.” 이번 사태에 대한 업계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추락할 뻔했던 주가를 ‘올트먼 영입’ 카드로 올려놨다. 올트먼과의 관계도 끈끈해졌다. 오픈AI를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하는 MS에겐 이득이다. 이전까진 최대 주주임에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지만, 이사회에 한 자리를 차지할 경우 입김도 세질 수 있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픈AI에 의존하는 이미지를 떨칠 필요성도 커졌다.   ◦ 무너진 신뢰 복구부터: 소란은 마무리됐다. 이젠 쑥대밭이 됐던 회사를 수습해야 할 때. 해고 사태 직후 앤트로픽은 100개가 넘는 오픈AI 고객사로부터 문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쿠데타 직전까지도 오픈AI는 B2B(기업간 거래) 시장을 공략하며 수익화에 속도를 내던 차였다. 언제든 CEO가 해고될 수 있는 회사란 이미지는 기업엔 치명적. 그래서 내놓은 서비스일까. 오픈AI는 올트먼 복귀가 확정된 다음날(22일), 지난해 9월 유료로 출시했던 챗GPT의 음성 인식 기능을 무료 공개한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갈라진 내부를 추스리는 것. 수츠케버는 다시 올트먼 편에 선 만큼 회사에 잔류할 가능성이 크지만, 수석과학자인 그의 권위를 되살릴 수 있을까. 더 중요한 건, 쿠데타에 나섰던 그가 올트먼의 속도와 타협할 수 있을까. 여기까지가 앞으로 지켜볼 포인트.   ■ 팩플이 추천하는 자료 「 1. 다큐멘터리 ‘일리야: 세상을 만드는 AI 과학자’👉보러 가기 수츠케버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i휴먼’ 영상입니다. 이 영상에서 그는 “AGI가 아주 빠른 시일 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진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미래는 어찌됐든 AI에겐 좋은 환경일 거다. 그 미래가 인류에게도 좋은 것이면 좋겠다”는 다소 섬뜩한 얘기도요. 11분 45초로 분량이 짧아 부담 없이 보실 수 있습니다.   2. MIT테크놀로지리뷰의 일리야 수츠케버 인터뷰👉읽으러 가기 지난 10월 MIT테크놀로지리뷰의 일리야 수츠케버 단독 인터뷰입니다. 제목은 ‘오픈AI 수석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 AI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말하다’입니다. 챗GPT 성공 이후 수츠케버의 생각이 잘 담겨 있어요.  」 

    2023.11.27 17:10

  • 자율 아닌 '관리'의 카카오…김범수 "준법·인사·재무 밀착관리를" | 팩플

    자율 아닌 '관리'의 카카오…김범수 "준법·인사·재무 밀착관리를" | 팩플

    20일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을 포함해 주요 공동체 CEO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4차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었다. 사진 카카오 ‘계열사 자율 경영’을 강조하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관리’를 주문했다. 김 창업자는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사옥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여 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경영 전반을 밀착 관리하도록 제도를 개편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카카오는 직원들과 경영진의 자율을 통해 성장한다고 주장해왔지만, 무책임한 행동이나 도덕적 해이까지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  무슨 일이야   이날 회의는 김 창업자가 경영쇄신을 선언한 후 열린 다섯번 째 ‘공동체(계열사) 경영 회의’다. 김 창업자는 “(경영) 관리 프로세스에 느슨한 부분이 있는지 철저히 돌아보고, 전 공동체(계열사) 차원에서 준법·인사·재무 등을 밀착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기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  왜 중요해   이날 김 창업자는 ‘준법·인사·재무’ 등의 영역을 구체적으로 짚은 뒤, ‘밀착관리’라는 표현을 써가며 제도 개편의 방향을 짚었다. 그가 회의에서 언급한 ‘느슨한 부분’은 최근의 카카오 본사를 포함한 계열사를 둘러싼 도덕적 해이 논란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한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가 지난 13일 검찰에 구속기소 됐다. 이외에도 각종 논란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례로, 가장 최근인 지난 9월에는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김모 부사장의 무분별한 법인카드 사용이 문제가 됐다. 당시 카카오 상임윤리위원회는 김 부사장이 임원용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구입한 것이 내부 지침과 어긋난 것을 확인하고, 보직해임과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후 카카오 측은 뒤늦게 임원진의 법인카드 사용 관련 기준을 명확히 정리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카카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1기 위원들을 만나 카카오의 쇄신을 위한 준법 경영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카카오  ━  밀착관리 방안은   그동안 카카오는 각 계열사의 빠른 성장을 위해 각사의 제도나 의사결정에 본사가 거의 개입하지 않고 계열사 경영진 판단에 맡겨왔다. 그러나 이날 김범수 창업자의 주문이 구체적으로 나온 만큼 향후에는 기준과 지침에 따르도록 하는 관리형 경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날 회의 내용을 두고 “카카오 (계열사) 전반의 경영을 허술하지 않고 빡빡하게 관리하자는 취지로, 계열사의 자율을 보장하기 보단 관리하자는 방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김 창업자는 지난 23일 외부 독립 감사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와의 첫 상견례에서도 “카카오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속도를 중요시하며 빠른 성장을 추구해 왔으나,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는 게 미흡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 안팎에선 계열사의 입수합병(M&A), 상장 등에 본사가 이전보다 더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2020년부터 약 1년 사이 카카오게임즈(2020년 9월) 카카오뱅크(2021년 8월), 카카오페이(2021년 11월) 등 3개 계열사를 잇따라 상장하면서 문어발식 자회사 중복상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 경영진의 ‘먹튀’ 상징이 돼버린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 보상 제도 전반을 경영쇄신위가 들여다볼 가능성도 있다. 앞서 2021년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임원 8명은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뒤 약 900억원 규모의 스톡옵션 주식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매각해 주가가 폭락하며 스톡옵션 먹튀’란 비판을 받았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2023.11.27 16:00

  • 노래 한 곡, 한우 한 마리로 조각투자? 토큰증권 시장 '기지개' [팩플]

    노래 한 곡, 한우 한 마리로 조각투자? 토큰증권 시장 '기지개' [팩플]

    토큰 증권 ‘토큰 증권(ST·Security Token)’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미술품·부동산 등 실물 자산 소유권을 쪼개 파는 ‘조각 투자’ 스타트업이 증권신고서를 잇따라 제출하면서다. 조각투자와 토큰증권 결합으로 새로운 자산 투자 시장이 열릴지 주목된다.    ━  무슨 일이야   2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조각 투자 스타트업들이 최근 금융당국에 잇따라 조각 투자 상품 출시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16일 뮤직카우는 아이돌 그룹 ‘NCT’의 곡 ‘ANL’을 조각 투자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증권신고서(비금전신탁 수익증권)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미술품 조각 투자 스타트업 열매 컴퍼니도 23일 금감원이 정정 요청했던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 ‘펌킨’을 조각 투자화 하는 증권신고서(투자계약증권)를 다시 제출했다. 업계에선 조각 투자 활성화가 토큰 증권 시장 확대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음악 저작권료 청구권 조각투자 스타트업 뮤직카우가 금융 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사진 뮤직카우 홈페이지 캡처    ━  토큰 증권이 뭐야   토큰 증권은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도입한 새로운 디지털 형태 증권이다. 실물 증권(종이 형태의 증권), 전통적인 디지털 형태 전자 증권과 달리, 증권을 중앙기관(한국예탁결제원)이 모아서 관리하지 않는다. 대신,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탈중앙화 기법으로 운영한다. 관리비용은 줄이고, 투명성은 높아진다는게 업계에서 주장하는 장점.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토큰 증권의 발행·유통 규율 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하면서 토큰 증권 발행 절차인 STO(Security Token Offering·토큰 증권 공모) 허용 및 제도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아직 토큰 증권에 대한 법적 근거는 마련되지 않아 현재로선 토큰 증권을 사고 팔 수는 없다.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이 지난 7월 토큰 증권·조각 투자의 발행과 유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신재민 기자    ━  이게 왜 중요해   투자 업계에선 토큰 증권이 조각 투자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각 투자는 부동산이나 미술품 등 다양한 실물 자산 소유권을 잘게 쪼개서 각종 형태 증권으로 만들어 투자자에게 나눠 파는 투자 방식이다. 지난해 10월 제도권에 편입됐다. 금융위는 지난 2월 조각 투자 기업이 토큰 증권 형태에 한해서 직접 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실물 증권이나 전자 증권 형태로 발행하려면 증권사를 찾아가 각종 복잡한 공모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토큰 증권 형태로 발행하면 이 절차를 대폭 줄일 수 있다. 관련 법이 개정되면, 미술품이나 한우 등 다양한 실물 자산을 빠르게 발굴해 토큰 증권 방식으로 출시하는 조각 투자 스타트업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  주도권 싸움 시작되나   뮤직카우, 열매컴퍼니 등 조각 투자 스타트업이 최근 활발하게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잠잠했던 토큰 증권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조각 투자 스타트업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토큰 증권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장 내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토큰 증권 형태로 조각투자 증권을 판매하려는 스타트업과, 거래 중개를 전담해 수수료 수익을 얻으려는 증권사가 이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토큰 증권 시장은 2030년까지 약 37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은 협력 관계인 조각투자 스타트업과 증권사가 미래에는 조각투자 상품 판매를 두고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조각 투자를 위한 증권 발행과 유통은 이해관계 상충 방지를 위해 한 회사가 동시에 할 수 없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A 증권사에서 토큰 증권 형태로 발행한 조각 투자 증권을 B 증권사를 통해 유통하는 건 가능하다는 식의 가이드라인 해석을 허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증권사 STO 사업 준비 담당자는 “양질의 조각투자 상품이 나와야 유통 시장도 활발해지기 때문에, 증권사도 토큰 증권 상품 개발과 발행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  그래서, 잘 될까   토큰 증권의 시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토큰 증권 시장을 이끌 조각 투자 스타트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당시처럼 (조각 투자 시장으로 돈이 몰릴 만큼) 시장의 유동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나 조각 투자 증권으로 발행하는 실물 자산인 미술품, 한우 등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2023.11.27 05:00

  • [팩플] 반복된 ‘디지털 재난’…“공공SW 저가 발주 멈추고 관리 역량 키워야”

    [팩플] 반복된 ‘디지털 재난’…“공공SW 저가 발주 멈추고 관리 역량 키워야”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직원이 행정망 오류 이후 민원서류 정상 발급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스1 최근 일주일 간 정부 행정망이 네 차례나 장애를 일으키자,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의 구조적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대기업 참여 제한을 비롯해 예산 배정, 저가 발주 등 공공SW 사업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무슨 일이야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IT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3년 도입된 공공SW 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토대로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지난 6월 이 방안을 공개하고 사업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이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할 계획이었지만, 최근엔 기준 금액을 더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일주일 간 행정망 4종에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곤두박질 친 영향이다.    앞서 행정안전부의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는 지난 24일 오후 1시 57분쯤 먹통이 됐다가, 6시간 40분 만에 복구됐다. 17일 공무원 전용 전산망 ‘시도 새올행정시스템’과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가 마비돼 각종 민원 서류 발급이 이틀 이상 중단된지 일주일 만에 다시 또 사고가 난 것. 지난 23일엔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도 해외에서 집중 접속을 시도하면서 한 시간 가량 마비(23일)되기도 했다. 정부는 25일 브리핑을 열고 17일 행정망 오류 사태의 원인을 네트워크 연결 장비인 ‘라우터’ 문제로 지목했지만, 장비 교체에 그칠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발주해 민간 기업이 개발·납품하는 형태의 공공SW 사업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이게 왜 중요해   정근영 디자이너 행정망 오류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대국민 안내도, 원인 분석도 지체되는 등 정부 대처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한국의 디지털정부(전자정부 서비스) 수출액은 약 40억 달러(약 5조2000억원). 지난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디지털정부 평가에서 종합 1위에 오르는 등 정부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기본에 소홀해 서비스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장애가 발생했을 당시 정부는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며 카카오를 압박했던 것과도 대비된다.     ━  왜 자꾸 오류 날까   ‘정부 24’ 시스템이 복구된 다음 날인 지난 20일 서울 중구청을 찾은 민원인들이 민원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① 대기업 제한, 경쟁 걸림돌로: 중소·중견 시스템통합(SI)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대기업의 공공SW 사업 입찰을 제한한 지 올해로 11년째다. 당초 취지와 달리 이 제도가 오히려 기술 개발 경쟁을 막고 공공 사업 수주만으로 생존하는 좀비 기업을 양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가 안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 분야는 예외적으로 대기업 참여가 가능하지만 컨소시엄 구성상 절반 이상을 중소 기업에 할당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정부가 쪼개기 발주를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SW 사업에서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 SI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1000억원 이상 사업에 대해 대기업 참여를 검토한다고 하지만 그 정도 사업은 1년에 한두 건에 불과하다”며 “공공SW 사업은 국민 편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 규모가 아닌 기술로 평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② 품질 저하 야기하는 저가 발주: 현재 공공SW 사업 입찰에서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기술로는 큰 차별화가 어렵다 보니 사실상 입찰 가격이 당락을 좌우하는 변수가 된다. 적정 대가 이하의 입찰 경쟁이 결국 품질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고품질을 요구할 수 없는 수준의 가격 구조다. 통상 공공 시스템 구축에 배정하는 예산은 실제 필요한 재원의 70% 수준”이라며 “공공SW 사업의 이익률이 3% 수준에 불과한데 고급 인력을 투입하거나 품질을 높이려면 적자를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SI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사업이 진행되는 중에도 과업을 자주 바꾸거나 추가할 때가 많다”며 “이에 대한 추가 비용은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이 밀리고 결과물은 더 안 좋아지는 현상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예산 현실화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내년도 전자정부 관련 예산은 크게 줄었다. 행정안전부의 디지털 정부 혁신 관련 예산 중 전자정부 지원 부문은 올해 493억원에서 내년 126억원으로 74% 삭감됐다. 행정정보 공동 이용 시스템의 유지·보수 예산은 127억원에서 54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지방재정 정보화 사업 예산도 74억원에서 56억원으로 줄었다.    ━  관리부터 제대로   운영 주체인 정부 부처가 먼저 공공SW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스템 구축부터 운영· 유지·보수를 모두 민간업체에 맡기다 보니, 문제 발생 시 원인 분석이 늦고 정부가 책임 소재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기술은 발전하고 시스템은 더 복잡해지는데 정부와 공공기관은 발주하고 계약하는 역할만 집중하고 문제를 진단할 능력이 없다”며 “정부 내 시스템 운용 기관이 종합적인 관리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민간 전문가를 채용하거나 공무원 역량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미·김남영 기자 gaem@joongang.co.kr

    2023.11.26 18:30

  • [팩플] ‘감시기구’와 만난 김범수 “체계화된 시스템 못 갖췄다”

    [팩플] ‘감시기구’와 만난 김범수 “체계화된 시스템 못 갖췄다”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 타개를 위해 만든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가 활동을 시작했다. 검찰 수사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쇄신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에서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1기 위원들을 만났다. 사진 카카오    ━  무슨 일이야   23일 카카오에 따르면 이날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준신위의 김소영 위원장과 회동했다. 준신위는 카카오 관계사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이용자 이익 저해, 최고경영진 준법 의무 위반 등에 대해 관리 감독과 조사 권한을 갖고 있다. 준법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카카오 관계사에 대한 내부 조사를 요구하거나 직접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 관계사들이 준법 경영 시스템을 갖추고, 해당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위원회의 목표”라며 “연말까지 위원회가 선정한 아젠다(의제)에 대해 논의를 착수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활동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범수 위원장은 “카카오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속도를 중요시하며 빠른 성장을 추구해 왔으나, 그 과정에서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는 게 미흡했던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존중하며 전사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견례 성격으로 40여분간 진행된 이날 회동은 6명의 준신위원들도 참석했다. 김소영 위원장은 중앙일보에 “아젠다 선정은 다음 정식 회의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다음 달 준신위의 정식 활동이 개시될 예정이다. 준신위는 관련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계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각 사의 이사회 결의를 거친 후 빠른 시일 내에 공식적인 위원회 활동을 시작한다.      ━  이게 왜 중요해   카카오는 전방위적 압박 속에 쇄신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김범수 창업자와 카카오 주요 경영진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수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22일 경기 성남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 사옥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시세조종 의혹 이외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인수 과정에서 리베이트 의혹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독점과 관련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같은 날 가맹점주 단체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카카오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기프티콘 등 모바일 상품권에서 수수료를 과도하게 뗀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카카오 택시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받고, 가맹 택시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  더 알면 좋은 것   경기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준공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모습. 연합뉴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카오가 1년 이상 준비해온 데이터센터 건립도 불발됐다. 이날 카카오는 “경기 시흥 내 서울대 시흥캠퍼스에서 추진하던 제2데이터센터 설립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4월 연면적 13만제곱미터 이상, 전력량 100MW(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서울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6년 완공하는 게 목표였다. 내년 1분기 가동 예정인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에 이은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였다.   데이터센터 추가 건립이 지연되면서 새로운 먹거리인 AI‧클라우드 사업의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네이버의 경우 춘천에 이어 세종에 제2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가동하며 사업 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 ‘카톡 먹통 사태’로 홍역을 치른 카카오가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하기 위해서도 추가 데이터센터는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이후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카카오는 다른 지역을 다시 물색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무산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며 “카카오 핵심 데이터 운영 관리와 AI, 클라우드 신사업을 위해 추가 데이터센터 건립은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11.23 17:50

  • 1만원으로 ‘폭풍 타자’ 해방…IT 기자는 AI 이렇게 씁니다

    1만원으로 ‘폭풍 타자’ 해방…IT 기자는 AI 이렇게 씁니다 유료 전용

    Today’s Topic IT 기자들은 AI를 이렇게 씁니다.   ‘66% vs 1.4%’. 경영 컨설팅기업 닐슨노먼그룹에 따르면, 생성 AI를 사용했을 때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평균 66%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 수치만으론 와 닿지 않으시다고요?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12년(2007~2019년) 동안 미국의 평균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연 1.4%였습니다. 66%는 47년간의 자연 생산성 향상에 맞먹는 수치인 거죠.   새로운 도구가 등장할 때마다 누군가는 놀라거나 외면했지만, 다른 누군가는 한발 앞서 영리하게 도구를 활용했습니다. 중앙일보 팩플은 올해 초부터 부지런히 생성AI의 이모저모를 전해드렸어요. 생성AI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거대한 흐름도 물론 중요합니다만, 개인이 AI 도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팩플 기자들이 일할 때 유용하게 쓰고 있는 앱 소개를 준비했습니다. 매일 AI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실제로 어떤 앱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요. 같은 앱이라도 기자마다 이용하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저희 기자들이 대방출하는 팁이 여러분께도 유용한 정보이길 바랍니다.   참, 여러분은 일할 때 어떤 생산성 AI 도구들을 쓰고 계시나요? 팩플 기자들이나 다른 구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AI 서비스는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기사 하단 피드백 버튼 클릭) 팩플의 주간 뉴스레터 ‘팩플 Weekly’를 통해 여러 구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 💬목차 「 1. 폭풍 타자에서 해방, 받아쓰기 툴2. 외국어를 부탁해! 번역 툴 3. 나만의 AI 비서, 챗봇 4. 이미지, 영상 AI 툴  」  한호정 디자이너    ━  1. 폭풍 타자에서 해방, 받아쓰기 툴   각종 간담회, 인터뷰가 많다 보니 기자들은 일하는 동안 노트북 키패드에서 손을 떼기 힘듭니다. ‘대신 타이핑해 줄 똘똘한 조수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지요. 그런데 요즘 진짜 바람대로 되고 있어요. 받아쓰기 서비스는 수년 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엔 AI를 바탕으로 더 고도화된 서비스가 나왔습니다. 일단 정확도가 매우 좋아졌고요, 대화 내용 요약까지 해줘서 녹음 파일을 다시 듣고 타이핑하는 수고로움이 사라졌습니다.   오터에 녹음 파일을 올린 모습. 주요 내용을 요약해준다. 사진 오터 ① 오터(Otter) ◦ What: 오터는 녹음과 받아쓰기 앱입니다. 팩플 기자들이 영어 인터뷰 등을 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앱이기도 합니다. 오터 앱을 켜서 녹음 버튼을 누르면 실시간으로 음성이 텍스트로 전환돼 화면에 나타납니다. 다만 한국어는 인식이 안 됩니다.   ◦ Price: 무료 버전은 한 번 녹음할 때 30분, 한 달에 총 300분의 녹취를 제공. 프로 버전(월 10달러, 약 1만3000원)에서는 한 번 녹음할 때 90분, 한 달에 총 1200분까지 가능. 비즈니스 버전(월 20달러, 2만6000원)에서는 한 번에 4시간, 한 달엔 총 6000분까지 가능.     ◦ How to use “현재 프로 버전을 쓰고 있습니다. 녹음된 내용을 단어 단위로 다시 들을 수 있고, 편집이 쉽다는 점에서 특히 편리합니다. 화상회의 도구인 줌과 구글 미트에도 연동돼 저만의 AI 속기사를 둔 기분이 듭니다.” 김남영 기자 “간혹 오터만 믿고 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가 불안정할 때, 혹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음성 인식이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백업을 위해 휴대전화 기본 녹음 앱도 함께 켜놓아요. 나중에 이 녹음 파일을 오터 앱에 직접 업로드해서 텍스트로 변환할 수도 있습니다.” 권유진 기자       ② 노타(Notta) ◦ What: 오터와 비슷한 녹음, 받아쓰기 앱입니다. 오터와의 차이점은 노타에서는 한국어 음성 녹음도 텍스트로 변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영어 녹취본에서 ‘번역’을 누르면 바로 한국어로 번역하는 기능도 제공합니다.     ◦ Price: 무료 버전은 한 달에 최대 120분까지 녹음 가능. 프로 버전(월 8.25 달러 약 1만원)은 한 달에 1800분까지 녹취 제공. 비즈니스 버전(월 44 달러, 약 5만7000원)은 2명이 함께 쓸 수 있고 최대 2400분까지 녹취 제공.     ◦ How to use “약 40% 할인되는 연간 구독권(9만9000원)을 쓰고 있습니다. 업무 툴인 노션(Notion)과 연동할 수 있어 녹취본을 바로 노션으로 보낸 후 작업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다만 노타에서 제공하는 번역 기능은 가끔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있어서, 영어 녹취록만 다운받은 뒤 다른 영→한 번역 앱과 함께 사용합니다.” 권유진 기자   ③ 클로바노트 ◦ What: 네이버가 만든, 전통의 한국어 음성 녹음·받아쓰기 앱입니다. 수년간 베타 버전으로 서비스했는데, 처음 나왔을 때 기자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았습니다. 지난 13일 정식 출시됐습니다. 각 녹취록에서 중요하게 표시한 내용을 한꺼번에 모아보는 기능도 제공합니다.   ◦ Price: 무료   ◦ How to Use “장시간 열리는 기자회견이나 기업 콘퍼런스콜에 자주 사용합니다. 한국어 인식 정확도는 꽤 만족스러운 편입니다만, 영어를 인식하는 능력은 해외의 받아쓰기 앱보다 다소 떨어집니다.” 윤상언 기자 “전반적으로 잘 쓰고 있지만 고유명사를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한 음절씩 빠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엔비디아’를 ‘mbd아’로, ‘거래소’를 ‘거래’로 옮기곤 해서 녹취본을 활용할 때 크로스 체크는 필수입니다.” 김남영 기자   클로바노트. 사진 클로바노트 캡처    ━  2. 외국어를 부탁해! 번역 툴   받아쓰기 툴이 손과 귀 역할을 한다면 번역 툴은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여줍니다. 내가 쓴 문장이 문법에 맞는지, 맥락이 이상하지 않은지 AI가 대신 고민해 주기 때문이에요. 복잡한 외국어 문서를 통째로 번역해 주기도 합니다.   ① 딥엘(DeepL) ◦ What: 지난 4월 팩플이 CEO 인터뷰에서 창업자의 철학을 자세히 소개드렸던 서비스입니다. 한국어를 포함해 30개 이상의 언어 번역이 가능합니다. 텍스트뿐 아니라 PDF나 PPT 등의 파일도 번역할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 Price: 무료 버전은 한 번 번역할 때 1500자로 제한. 스타터(월 8.74 달러, 약1만1300원)는 글자 수 제한이 없고, 한 달에 5개까지 문서 번역 가능. 어드밴스드(월 28.74 달러, 약 3만7400원)는 한 달에 문서 20개, 얼티맷(월 57.49 달러, 7만4900원)은 문서 100개까지 번역 가능.   ◦ How to use “어드밴스드 버전을 사용 중입니다. 구글 번역이나 네이버 파파고 번역보다 결과물이 준수한 편입니다. 혹시 어색한 문장이 있으면 다른 번역 서비스와 비교·대조하면서 보완합니다. 해외 업무를 많이 하는 지인들에게도 추천했는데, 영어를 잘하는 이들도 딥엘을 쓰고 효율이 높아졌다고 호평했습니다.” 여성국 기자 “딥엘 앱을 PC에 설치하고 ‘crtl+c+c’를 누르면 따로 딥엘에 접속하지 않아도 바로 번역본을 볼 수 있습니다. 한↔영 AI 번역기 중에서 가장 번역 퀄리티가 높은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 전혀 상관없는 단어가 나오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이 나타날 때가 있어서 네이버의 파파고와 병행해 씁니다.” 김남영 기자   ② 그래머리GO(Grammarly GO) ◦ What: 영어 문장의 맞춤법을 검사해 주고 첨삭해 주는 서비스인 그래머리(Grammarly)가 출시한 AI 서비스입니다. 자체 AI 기술과 오픈AI의 GPT-3.5 기술을 결합해 만든 글쓰기 챗봇입니다.   ◦ Price: 무료로는 월 100개의 프롬프트(명령어) 입력 가능. 프리미엄(월 30달러, 약 3만9000원)은 더 정교한 문장 첨삭 가능.   ◦ How to use “그래머리는 해외에서 알아주는 온라인 첨삭 서비스인 만큼 영어로 이메일을 보낼 때나 인터뷰 질문 초안을 만들 때 유용하게 씁니다.” 윤상언 기자   신재민 기자  ━  3. 나만의 AI 비서, 챗봇   생성AI 열풍을 이끈 챗GPT를 빼놓을 수 없겠죠. 구글의 바드, 네이버의 클로바X 같은 챗봇 서비스들도 있습니다. 팩플 기자들은 챗GPT에 연동된 플러그인(외부 서비스 플랫폼과 연동하는 기능) 서비스들을 자주 씁니다.   ① 비디오캡션(Video Caption), 애스크유어PDF(Ask Your PDF) ◦ What: 둘 다 챗GPT 플러그인 서비스입니다. 급할 땐 유튜브 영상을 다 보기 힘들죠. 비디오캡션은 이럴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유튜브 영상 요약 기능입니다. 챗GPT에 접속해 비디오캡션 플러그인을 선택한 뒤 유튜브 링크를 넣으면, 요약한 내용을 텍스트로 보여줍니다. 애스크유어PDF 플러그인을 선택하면 긴 PDF 파일의 주요 내용을 압축해 보여줍니다.     ◦ Price: 챗GPT에 유료 가입(월 22달러, 약 2만9000원)하면 플러그인 서비스 사용 가능.     ◦ How to use “ 비디오캡션 서비스에서 ‘summary를 달라’고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알아서 꽤 잘 정리해 줍니다. 영어 영상, 한국어 영상에 모두 쓸 수 있지만, 영어보다 한국어 받아쓰기는 잘 못 하는 티가 납니다. 프롬프트를 입력할 때 한국어 대신 영어로 쓰면, AI가 왠지 더 잘 알아먹는 듯합니다. 최적의 영어 프롬프트가 고민될 땐, 딥엘이나 파파고로 번역해 쓰면 됩니다. 그런데 가끔 할루시네이션이 발생해 엉뚱하게 요약할 때가 있어서 100% 믿기는 어렵습니다.” 김남영 기자   ② 구글 바드(Bard), 네이버 클로바X ◦ What: 바드와 클로바X는 모두 한국말을 하는 AI 챗봇입니다. 구글은 지난 5월 바드에 한국어 기능을 추가했고, 클로바X는 애초에 네이버가 한국어로 훈련해 만든 서비스죠.     ◦ Price: 무료   ◦ How to use “통계나 보고서를 찾을 때 이용합니다. 해외 통계는 바드, 한국 통계는 클로바X에 물어보고, ‘출처를 알려달라’고 한 이후 그 출처 문서에 가서 사실이 맞는지 확인해 봅니다. 아직까진 부정확한 게 많지만, 간혹 정확하게 알려줘서 시간을 절약해 줍니다.” 박민제 기자 “무료 버전 기준으로 비교하자면, 바드의 결괏값이 챗GPT보다 마음에 들어서 즐겨 사용합니다. 기사 제목이 고민일 때도 종종 물어봅니다.” 여성국 기자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쇼어라인 엠피시어터에서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 ’에서 인공지능 챗봇 바드의 한국어 지원을 소개하고 있다. 바드에는 코딩도 가능하고, 수학문제도 풀 수 있는 새로운 대형 언어모델 이 적용됐다. 김인경 기자 ③ 아숙업(AskUp) ◦ What: 올해 3월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출시한 챗봇 서비스입니다. GPT-4를 기반으로 서비스 중이고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27개 언어로 답변 가능합니다.   ◦ Price: 무료   ◦ How to use “가장 큰 강점은 따로 앱을 깔 필요 없이 카카오톡에서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진 파일 속 글씨를 텍스트로 변환하거나 간단한 검색, 번역이 필요할 때 유용하게 씁니다.” 김경미 기자   신재민 기자    ━  4. 이미지, 영상 AI 툴   저희 기자들은 주로 텍스트 관련 서비스들을 많이 씁니다만, 이미지·영상 AI 서비스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관련 서비스 활용 팁도 공유합니다.   ① 어도비 포토숍 베타의 생성형 채우기(AI Generative Fill) ◦ What: 어도비가 개발한 생성AI 모델 ‘파이어플라이’를 기반으로 출시한 웹용 포토숍.   ◦ Price: 어도비 익스프레스 프리미엄(월 1만1000원) 사용 시 생성형 채우기 등 사용 가능.   ◦ How to use   “포토숍에서 사진을 편집할 때 유용합니다. 원하는 부분을 툴로 선택하고 ‘생성형 채우기’ 버튼을 누르면 AI가 필요한 이미지를 생성합니다. 물체 제거, 이미지 확장 기능이 자연스러운 편입니다. 다만 사람과 관련한 모습을 생성하는 데는 아직 어색함이 많습니다.” 한호정 팩플 디자이너   어도비 포토숍 베타의 생성형 채우기. 프롬프트를 활용해 배경 등을 생성할 수 있다. 사진 어도비 ②브루(Vrew) ◦ What: 국내 AI 스타트업 보이저엑스가 만든 AI 영상 편집 도구. 음성인식을 통해 자막을 자동 생성하는 기술이 반영돼 있는데요. 가령, 브루에 영상을 넣으면 자막을 바로 만들어 줍니다. 자동으로 대본을 인식해 자막으로 넣어주기도 하고요.     ◦ Price: 무료로는 음성 분석 120분, AI 목소리 1만 자, 번역 3만 자, 이미지 생성 100장, 텍스트로 비디오 만들기 3000자(1회당) 가능. 더 많은 기능은 라이트(월 7900원)·스탠더드(월 1만4900원)·비즈니스(월 3만9900원) 요금제로 이용 가능.   ◦ How to use “영상 편집은 품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브루는 자막을 ‘눈으로’ 보면서 편집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편리합니다. 영상 편집에 필요한 이미지·영상·배경음악·효과음·글꼴 등도 다 제공됩니다.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도 연동됩니다. 저는 아직 안 써본 기능인데, 이젠 AI 목소리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얼굴이나 목소리 없이도 유튜브 영상을 뚝딱 만들 수 있다니, 영상 편집이 막막해서 영상 제작을 망설였던 독자분들께 추천드려요.” 김인경 기자    신재민 기자  

    2023.11.23 17:29

  • [팩플] 샘 올트먼, 오픈AI 복귀…5일 만에 끝난 ‘CEO 축출’ 쿠데타

    [팩플] 샘 올트먼, 오픈AI 복귀…5일 만에 끝난 ‘CEO 축출’ 쿠데타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의 모습. 사진 로이터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창업자가 해고 5일 만에 오픈AI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다. 실리콘밸리를 뒤흔든 쿠데타는 실패로 끝나게 됐다.    ━  돌아온 샘 올트먼   22일(현지시간) 오픈AI는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샘 올트먼이 CEO로 돌아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복귀에 맞춰 새 이사회도 꾸리기로 했다. 올트먼의 우군으로 꼽히는 브렛 태일러 세일즈포스 전(前) CEO를 포함해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이사회에 합류한다. 이날 올트먼은 자신의 엑스에 “오픈AI로 돌아가게 돼 기쁘다”며 “회사로 돌아가 MS와의 강력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숨가빴던 5일…쿠데타는 실패로   지난 17일 이사회로부터 기습 해고된 올트먼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사회의 일방적인 결정에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오픈AI 전체 직원의 95% 이상이 집단 퇴사까지 예고하자 사태는 반전을 맞았다. 21일부터 시작된 마라톤 협상 끝에 이사회는 올트먼에 대한 내부 조사를 실시하는 대신 올트먼의 ‘CEO 복귀’, 이사회 전면 개편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로써 쿠데타를 일으킨 이사회 4인 가운데 3인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애덤 디엔젤로 쿼라 CEO는 잔류한다. 뉴욕타임즈(NYT)는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기존 이사회는) 새 출발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해 사퇴하기로 했으나 구성원이 전부 교체되면 자신들이 했던 ‘옳은 일’이 실수처럼 보일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창업자가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내쫓긴 사례가 실리콘밸리에선 드물진 않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1985년 판매 전략을 두고 당시 CEO와 이견을 빚자 이사회로부터 해임됐지만, 1997년 복귀했다. 트위터를 창업한 잭 도시도 2008년 불성실한 근태에 해고됐다가 2015년에 복귀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위워크 창업자 애덤 뉴먼. 부실 경영, IPO(기업공개) 준비 당시 허위 보고 등을 이유로 이사회의 압박을 받던 그는 2019년 9월 자진 사퇴하며 창업한 회사를 떠났다.   관련기사 "오픈AI 이사회, 샘 올트먼과 CEO 복귀 놓고 협상 시작" 위기의 오픈AI, 최대 승리자는 MS [팩플] 샘 올트먼 복귀해도 잃을 게 없는 MS...혼돈의 오픈AI, 미래는 올트먼 잘리자마자 낚아챘다…혼돈의 오픈AI, 승자는 MS 나델라 [팩플] 111조짜리 ‘오픈AI’에서 창업자가 쫓겨났다...안전 vs 수익 갈등? 올트먼의 CEO 복귀가 확정된 이후, 그렉 브록만 오픈AI 전 이사회 의장은 자신의 SNS에 직원들과 파티를 연 사진을 올렸다. 샘 올트먼의 해고에 항의하기 위해 사임했던 그는, 올트먼과 함께 회사에 복귀하게 됐다. 사진 그렉 브록만 엑스 계정  ━  ‘지배구조’ 손질 나서는 새 이사회   새 이사회는 최대 9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주어질 임무는 오픈AI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 재설계. 2015년 출범한 오픈AI는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을 지배하고 있다. ‘챗GPT 열풍’을 이끌며 기업가치가 860억달러(약 111조원)까지 상승했지만, 이 같은 구조 때문에 돈을 댄 투자자들에겐 의사결정권이 없다. 모회사가 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도, 주주도 모르는 기습 해고가 가능했던 배경이다.   오픈AI에 누적 130억달러(약 16조8400억원)을 투자한 최대 주주 MS도 이사회 합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올트먼의 복귀 소식이 알려지자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엑스를 통해 “회사가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는 첫 번째 단계로 들어서게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사회까지 합류하게 되면 ‘올트먼·나델라’ 동맹은 더 견고해질 전망.     ━  챗GPT 개발 시계, 더 빨라지나   이번 쿠데타의 바탕엔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철학적 갈등이 깔려 있었다. 2015년 당시 ‘인류에게 유익한 AI’를 만든다는 사명 때문에 비영리조직으로 출발했던 만큼, 기존 이사회는 AI를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개발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류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쿠데타에 동참했던 오픈AI 공동창업자 일리야 수츠케버 수석과학자는 세계적 석학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의 제자로, ‘안전한 AI’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인물. AI 시스템이 인류에 해를 끼치지 않을 방법을 연구하는 팀(Superalignment·수퍼정렬팀)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쿠데타 실패로 이사회가 물갈이되면서 ‘올트먼식(式) 성장’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올트먼은 ‘AI판 아이폰’ 등 하드웨어 기기를 구상하며 소프트뱅크 등의 투자 유치에도 나섰고 빠른 속도로 차세대 GPT(GPT-4 터보·GPT-4V 등)를 내놓는 한편 AI 챗봇 거래장터인 ‘GPT 스토어’ 출시를 예고하며 수익화에도 적극적이었다.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진 ‘일반인공지능(AGI)’ 개발 속도도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2023.11.22 19:03

  • [팩플] 북한·하마스 ‘돈세탁’ 인정한 바이낸스…5조원 벌금 내고 미국서 퇴출

    [팩플] 북한·하마스 ‘돈세탁’ 인정한 바이낸스…5조원 벌금 내고 미국서 퇴출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미국 정부가 제재하는 국가와 단체의 자금세탁을 도운 혐의를 인정했다.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된 바이낸스는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창업자인 자오 창펑 최고경영자(CEO)는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22일(현지시간) 자오 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무슨 일이야   2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와 법무부는 바이낸스가 은행보안법(BS)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약 5조5000억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바이낸스는 10만 건이 넘는 거래에서 아동 성적 학대, 불법 마약, 테러에 이르는 불법 행위자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메릭 갈랜드 미 법무부 장관은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일부는 그동안 저지른 범죄 때문”이라며 “그 결과, 바이낸스는 미국 역사상 기업으로서 가장 큰 벌금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  어떤 잘못을 했지    바이낸스는 미국인을 고객으로 둔 암호화폐 거래소로서 재무부 산하 핀센(FinCEN‧금융범죄단속 네트워크)에 등록하고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 하지만 바이낸스는 이를 따르지 않고 테러단체, 랜섬웨어 가해자, 자금세탁자 등 범죄자의 거래를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하마스의 무장 조직인 알 카삼 여단,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IS)도 거래 대상 중에 포함됐다. 또한 바이낸스는 이란, 북한, 시리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등 제재 대상 지역에 있는 사용자와의 거래도 중개했다.   재무부는 바이낸스가 제재 대상 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차단할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제재를 위반한 암호화폐 거래는 166만여건, 7억 달러 상당 규모다. 바이낸스는 미국 고객과 북한에 있는 사용자 간 암호화폐 거래 80건(총 437만 달러 상당·약 56억원)을 중개해 대북 제재도 위반했다.   바이낸스는 성명을 통해 “규정 준수 위반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유죄 인정 합의 조건으로 바이낸스는43억 달러의 벌금을 내고,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했다. 앞으로 바이낸스는 핀센의 모니터링을 받고 제재를 준수하기로 약속했으며, 재무부가 5년간 바이낸스의 회계장부 등을 열람하도록 했다. 새로운 CEO로는 바이낸스 지역 시장 책임자였던 리처드 텅이 선임됐다.    ━  이게 왜 중요해   미국 정부는 북한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제재하는 국가·단체가 가상화폐를 통해 무기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것으로 보고 이를 차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사실상 효과를 보지 못하자 개별 국가 차원의 제재에 힘쓰고 있다.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바이낸스와의 이번 합의에 대해 “오늘과 내일의 가상화폐 산업 전체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미국 금융체계의 혜택을 받고 싶다면 테러리스트나 외국 적대 세력과 범죄로부터 안전하기 위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회복세를 보이던 가상자산 시장은 약세로 돌아섰다. 비트코인은 한때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으로 3만7000달러대까지 올랐지만 바이낸스 사건의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2일 오후 6시 기준 비트코인 거래가는 3만6557.3달러로, 24시간 전과 비교하면 2.2% 하락했다. 바이낸스코인(BNB)의 거래 가격은 236.1달러로, 전날 같은 시간보다 9.3% 급락했다.   박경민 기자  ━  한국에 미칠 영향은   바이낸스가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중동 지역에서 집중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바이낸스는 일본 현지 거래소를 인수하고 지난 8월 ‘바이낸스 재팬’ 영업을 재개했다. 한국에서도 지난 2월 국내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를 인수하며 국내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변수는 금융당국이다. 고팍스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한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서 수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금융당국이 고팍스를 승인해 줄 수 없는 명분이 또 하나 생긴 셈”이라고 했다.    ━  앞으로는   텅 신임 CEO가 바이낸스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텅 CEO는 싱가포르 거래소(SGX) 최고 규제 책임자, 아부다비 규제 당국자 출신. 그를 새로운 수장으로 내세운 건 바이낸스가 규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떨어진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것도 과제다. 바이낸스는 올 초만 해도 전세계 가상자산 거래의 70%를 점유했지만, 지금은 40%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이 사태로 바이낸스가 휘청이면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향후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11.22 18:18

  • 모두 “리니지 라이크” 외칠 때…혼자 ‘P의 거짓’ 콘솔로 간 남자

    모두 “리니지 라이크” 외칠 때…혼자 ‘P의 거짓’ 콘솔로 간 남자 유료 전용

    Today’s Interview 모두가 ‘리니지 라이크’ 외칠 때 ‘P의 거짓’으로 직진김승철 네오위즈 공동대표   ‘한국에서 콘솔 게임을 만든다고?’   다들 고개를 저었다. ‘어림없다’는 전망이 주류였다.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가 곧 게임사 매출 순위인 ‘콘솔 불모지’ 한국에서 콘솔 게임 개발은 그야말로 모험. 개발도 어려운데 생소한 글로벌 게이머의 취향을 맞춰야 한다. 더구나 경쟁사들은 국내 흥행이 보장된 ‘리니지 라이크(like·같은)’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로 막대한 매출을 쓸어담고 있던 상황. 개발 경험도, 서비스 경험도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2020년 네오위즈는 모험을 택했다.   그리고 3년여, 네오위즈가 지난 9월 출시한 ‘P의 거짓’은 한국 게임사가 만든 콘솔 게임으로는 이례적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 달 만에 글로벌 100만 장을 판매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90% 이상이 북미, 유럽, 일본 등 해외 매출로, 콘솔 본거지 게이머 공략에 성공했다. 실적도 수직 상승했다. 3분기 매출(1175억원)과 영업이익(202억원)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7%, 286% 늘었다. 지난 15일엔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대통령상)을 받았다. ‘게임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글로벌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TGA) 2023’에선 ‘최고의 RPG’ ‘최고의 아트 디렉션’ 부문 유력 후보로 올라 있다.   모두가 ‘리니지 라이크’를 외칠 때 네오위즈는 왜, 어떻게 콘솔 게임에 직진했을까. 지난 1일 김승철(46) 네오위즈 공동대표를 경기도 성남시 네오위즈 판교타워에서 만났다.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2002년 네오위즈에 입사한 김 대표는 게임사업 본부장,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21년부터 공동대표를 맡았다. 김 대표는 P의 거짓 개발에 대해 “콘솔 게임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이 (국내 게임사에도) 매력적으로 바뀐 것을 보고 들어갔다”며 “우리의 ‘스노우볼’(눈덩이)이 이제 굴러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호정 디자이너, 사진 전민규 기자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바뀌었나. ‘패키지 게임’의 유통기한이 무제한이 됐다. 예전엔 콘솔·PC에서 플레이하는 패키지 게임의 경우 3개월 정도 오프라인에서 실물 패키지를 판매하는 걸로 먹고살았다. 3~4년간 개발해 출시하고 3개월간 왕창 수익을 내고 그걸로 차기작을 개발하는 구조였다. 게임을 다 팔고 나면 쫄쫄 굶어야 해서 선뜻 뛰어들기 힘들었다. 그런데 게임 소프트웨어의 디지털 유통이 확산되면서 바뀌었다. 한번 히트한 게임이 계속 꾸준하게 팔린다. 물론 전제는 있다. 괜찮은 IP(지식재산)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예전엔 게임사가 CD에 게임을 담아 패키지로 팔면 매출은 그걸로 끝이었다. 게이머들이 패키지를 중고시장에 내놓으면 그때부터 매출은 중고 게임판매점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디지털 유통이 되면서 중고 매출이 전부 게임사로 돌아오게 됐다. 스트리트 파이터, 몬스터 헌터 등 유명 IP를 보유한 캡콤 같은 게임사는 영업이익률이 40% 이상이다. 나온 지 10년 넘은 게임도 계속 잘 팔린 덕분이다. 산업구조가 아예 바뀌어버렸다.     어떻게 계속 팔리나.   한번 히트한 게임은 출시 후 몇 달이 지나면 할인을 한다. 그럼 다시 판매량이 올라온다. 시간이 지나면 할인율을 더 높인다. 조금 더 지나면 새 DLC(기존 게임에 추가해 할 수 있는 콘텐트)를 판매한다. 그러면 다시 또 기존 게임까지 판매량이 올라온다. 그리고 2탄을 만든다. 그러면 다시 1탄까지 판매량이 올라오는 구조다.   P의 거짓 개발팀이 지난 8월 '골드행' 행사 후 촬영한 기념사진. 골드행은 게임 개발 완료를 의미한다. 과거 게임 개발 완료 후 금빛 CD패키지에 게임을 최종적으로 저장해 판매했던 것에서 나온 용어다. 사진 네오위즈  ━  세일하자 판매 순위 61계단 상승   네오위즈는 지난 17일부터 글로벌 게임 온라인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에서 P의 거짓 20% 할인을 시작했다.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이 게임의 판매 순위는 일주일 만에 10위(21일 기준)로 뛰었다. 할인 전 71위에서 61계단 상승했다. 김승철 대표에게 네오위즈가 굴리는 ‘스노우볼’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 시장이 매력적으로 변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콘솔 게임은 사내 개발 인력들이 신작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번 게임을 잘 만들어 놓으면 추가로 자원을 투입하지 않아도 계속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기존 P의 거짓 개발팀 대부분이 지금은 DLC·차기작을 만들고 있다. 게임에 대한 평가가 좋으니 작은 눈덩이가 굴러 커지듯이 계속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기존 모바일 게임에선 신작 개발에 왜 집중할 수 없었나. 모바일 게임은 출시 후 라이브 운영을 한다. 개발할 때만큼은 아니어도 잘 운영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게임은 무료지만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아이템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해서다.  그래픽 김경진 기자, 사진 전민규 기자 1997년 설립된 네오위즈는 ‘세이클럽’ 등 채팅 서비스와 게임 퍼블리싱(유통·배급) 사이트 ‘피망’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0년대 초반까진 피파 온라인(EA), 크로스파이어(스마일게이트) 등 퍼블리싱 게임들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4N(넥슨, 엔씨소프트, NHN, 네오위즈)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타사가 개발한 인기 게임들이 떠나자 퍼블리셔로서 네오위즈의 입지는 확 쪼그라들었다. 경쟁사들이 모바일 전환으로 화려하게 성장할 때 네오위즈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모바일 전환엔 실패했단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AAA급 게임 개발사가 됐다.   2013년 즈음 우리가 퍼블리싱하던 주요 게임들과 계약이 끝났다. 그래서 재무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보수적으로 경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애니팡’ 같은 모바일 게임이 엄청나게 성공하는 시기였는데 우리는 재정비 과정에서 늦어지고 뒤처졌다. 당면한 문제를 수습하는 데 바빠서 공격적으로 뭔가를 할 수 없었다.   당장 돈 되는 모바일 MMORPG 대신 콘솔게임 개발을 택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리니지 라이크’를 우리가 만들면 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고민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MMORPG는 IP가 좋아야 잘 될 거라 생각했고, 우린 MMORPG 개발 경험이 부족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7년 콘솔 게임 비즈니스 모델에 눈을 뜨게 됐다. ‘디제이맥스’라는 음악게임 IP를 활용해 만든 게임을 콘솔 플랫폼인 플레이스테이션4로 출시했는데, 성과가 괜찮았다. 회사 전체적으로 콘솔·PC 플랫폼이 괜찮은 비즈니스 모델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공유하게 됐다. 이후 2020년 P의 거짓 개발팀이 개발 구상을 발표했고 승인하게 됐다.   P의 거짓은 국내에선 드문 ‘소울라이크’* 게임인데.   이 장르가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강한 팬덤이 계속 늘고 있다. 소울라이크 원조인 프롬소프트웨어의 게임 ‘엘든링’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2000만 장(2023년 2월 기준) 이상이 팔렸다. 소울라이크를 모르던 사람들까지 게임을 하면서 달성한 최대 수치일 텐데, 그중에서 진성 팬은 500만~1000만 명 정도라 생각했다. 가만 보니 소울라이크 게임의 팬덤은 크고 강한 데 비해 출시되는 게임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게임만 잘 만들면 큰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 용어사전 > 소울라이크 게임 일본 게임사 프롬소프트웨어의 인기게임 데몬즈 소울·다크소울 시리즈에서 비롯된 장르다. 도전적인 난이도, 재도전이 쉬운 시스템 등의 특징이 있다.  」   그래도 사람들은 원조 게임을 선호하지 않나. 프롬소프트웨어가 6개월에 한 번씩 신작 게임을 낸다면 계속 원조를 찾겠지만, 현실은 2년에 한번 낼까 말까다. 만들기 어려운 장르니까. 그래서 그 게임을 이미 끝낸 장르 팬들의 수요가 분명 있다고 봤다. 잘 만들고 최적화 문제만 해결하면 가능할 거라 봤다.   처음부터 기대가 컸나. 그렇진 않았다.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게임회사 대표로서 기본적으로 ‘모든 프로젝트는 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자신있는 게임이라도 시장에 나와 봐야 아는 것이니까. 그런데 모바일 게임은 한 해 1만 개 이상씩 나오고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사실 해외에선 콘솔 게임 시장이 진짜 크다. 모바일에선 퍼즐 같은 주로 캐주얼 게임을 하고,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전부 콘솔·PC에 있으니까. 긴 시간에 걸쳐 학습한 콘솔·PC게임 개발 및 서비스 경험들을 바탕으로 도전해 보자고 생각했다.   소울라이크 게임은 기술적으로도 만들기 어렵다.   개발팀이 원래 액션 게임을 잘 만들던 사람들이다. 개발을 주도한 최지원 총괄 디렉터는 소울라이크 장르의 엄청난 팬이기도 했다. 김경진 기자  ━  한때는 4N, 암흑기 견디며 P의 거짓으로 반등   네오위즈의 콘솔·PC게임 'P의 거짓'은 지난 9월 출시 이후 누적 100만 장 이상 팔렸다. 사진 네오위즈 수년간 리니지 라이크 같은 모바일 MMORPG 한우물을 줄기차게 파던 국내 게임사들은 최근 콘솔·PC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 최강자 엔씨소프트가 지난 16~19일 부산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지스타에 모바일 MMORPG 게임을 하나도 선보이지 않은 것도 이런 고민을 상징한다. 김승철 대표에게 국내 게임산업의 변화에 대해 물었다.     모바일 게임은 꾸준히 성장할 것 같은데 지금은 피로감이 심한 것 같다. 비즈니스 모델면과 시간을 많이 쓰게 하는 구조면에서 예전처럼 폭발적인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모바일 게임 기기(스마트폰)는 정말 많으니 계속 성장하긴 할 거라 본다. 그래도 운영 방식이나 비즈니스모델은 이용자의 거부감을 줄이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국내 게임사들도 콘솔·PC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리가 이 시장에서 배운 건, 확실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P의 거짓에서 피노키오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한 스토리를 만든 것도 그래서다. 게이머들은 기본적으로는 게임 스토리를 소비한다. 게임을 하며 미스터리를 풀고 해결하면서 서사를 즐긴다. 지금까지 한국은 그런 게임 시장은 아니었다. ‘성장해서 싸워 이기자’ 구조였다. RPG라는 단어를 들으면 한국 게이머는 ‘성장’이라 생각하는데 서양 게이머들은 ‘모험’(어드벤처)이라 생각한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지난 15일 부산시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이 네오위즈 ROUND8 스튜디오 최지원 총괄디렉터에게 대상을 시상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콘솔·PC에선 기존과 어떻게 달라야 하나. 게임 배경 디자인부터 달라야 한다. 세계관을 납득시키고 개연성을 부여하려면 정교한 배경 디자인이 중요하다. 그게 어설프면 캐릭터가 생뚱맞아 보인다. 모바일 게임은 차기작이 잘 안 나온다. 왜냐하면 게이머 간 상호작용(인터랙션)이 중요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2탄이 나와서 그래픽이 조금 달라져도 게이머들이 비슷하다고 느낀다. 반면에 콘솔·PC 게임에서 후속작이 계속 나오는 건 스토리 기반 게임이라서다. 한국 게임 산업도 더 큰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해야 하고, 거기서 먹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게임이고 그게 콘솔·PC게임이다.    ━  “개발팀을 개발하는 게 내 일”   네오위즈 김승철 대표가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판교 네오위즈판교타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왼쪽 아래는 게임 P의 거짓에 등장하는 검은 토끼단 캐릭터 가면. 전민규 기자   김 대표는 2002년 네오위즈에 입사했다. 중간에 온라인 교육업체로 이직했던 4년을 제외하고는 20년 가까이 네오위즈 게임사업 부문에서 일한 ‘찐’ 네오위즈 맨이다.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개발팀을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개발팀을 개발하는 건 어떤 일인가. 게임업계에는 생각보다 구조조정이 많다. 사람이 나가면 단기적으로 버틸 순 있어도, 회사가 경험하며 쌓아 온 자산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선 안에서 꾸준하게 개발팀에 기회를 주고 발전시키고 싶다. 물론 성실하지 않은 팀엔 그럴 순 없겠지만, 열심히 하는 팀은 실패해도 꾸준히 기회를 주는 게 맞다. P의 거짓을 만든 팀의 70~80%는 직전에 엄청나게 실패한 프로젝트 담당이었다. 손해를 봤지만 그들이 태만해서 생긴 일이 아니었기에 기회를 줬다. 제조업체가 제품이 실패했다고 생산라인까지 가져다 버리지 않지 않은가. 우리도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개선하면서 가야 한다. 그게 개발팀을 개발하는 내 역할이다.   P의 거짓 다음 게임은 뭔가. P의 거짓 DLC를 잘 만들고 차기작을 꾸준히 내는 게 목표다. 캡콤의 ‘몬스터 헌터’처럼 수십 년간 사랑받는 시리즈가 되고 싶다. P의 거짓 같은 게임을 매년 하나씩 내고 싶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그렇게 조직 구조를 가져가려 한다. P의 거짓 개발팀 대부분은 이미 지난 8월 골드행(게임 CD 제작 단계) 이후 신작 개발을 하고 있다. 영상화, 애니메이션화와 관련한 얘기도 외부 파트너들과 나누고 있다. 우리의 스노우볼은 이제 막 굴러가기 시작했다.    

    2023.11.22 16:44

  • 배민의 독주, 쿠팡의 추격…2등 요기요는 카카오톡 들어갔다 [팩플]

    배민의 독주, 쿠팡의 추격…2등 요기요는 카카오톡 들어갔다 [팩플]

    배달 앱 2위 요기요가 ‘앱 인 앱(App In App)’ 전략을 시도한다. 국민 앱 카카오톡 안으로 들어가서 배달음식 주문을 받겠다는 것. 쿠팡이츠가 무섭게 추격하는 가운데 요기요가 카카오톡에서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무슨 일이야     ‘주문하기 by 요기요’는 카카오톡 ‘더보기’ 탭에 위치해 있어 카카오톡을 실행 중인 어떤 상황에서도 손쉽고 편리한 주문이 가능하다. 사진 요기요 요기요는 21일부터 ‘카카오톡 주문하기’ 서비스의 배달 주문을 요기요가 전담한다고 밝혔다. 카카오톡 주문하기도 이날부터 ‘주문하기 by 요기요’로 개편됐다. 요기요 앱이 없어도 최초 1회 카카오톡 회원 연동을 하면 요기요 서비스를 카카오톡에서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요기요 앱이 카카오톡 안으로 들어온 셈. 이달 말부터는 카카오 맵에 나온 음식점에서 요기요 배달 주문도 가능해진다.     ━  무슨 의미야    카카오톡 주문하기는 2017년 카카오톡 내에 선보였다. 이용자가 카카오톡으로 배달 음식 등을 주문하면 카카오는 이를 배달 대행업체에 연결했다. 하지만 3대 배달 앱의 월활성사용자(MAU)가 3000만명을 넘는 만큼, ‘음식 주문은 배달 앱에서’ 한다는 소비자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이번 요기요와 협업으로 카카오는 그간 구색만 유지하던 주문하기 서비스를 되살리고, 운영 비용도 효율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요기요도 4100만명(10월 MAU 기준)이 쓰는 카카오톡을 신규 채널로 확보한 데 의미가 있다.     ━  요기요의 고민과 전략은      신재민 기자 국내 배달 앱 시장은 배달의민족(66%)의 독주 속에, 요기요(19%)와 쿠팡이츠(15%)가 2, 3위 싸움을 하는 상황이다. 3위 쿠팡이츠는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요기요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 지난달 쿠팡이츠는 앱 신규 설치 건수에서 32만건을 기록해, 올해 처음으로 요기요(28만건)를 뛰어 넘었다. 쿠팡은 지난 4월 일부 지역을 시작으로 월4990원의 와우 멤버십 회원이 쿠팡이츠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최대 10%를 할인해주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할인 혜택을 광역시에 이어 충청, 강원 등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쿠팡이츠의 확장세는 쿠팡의 실적에도 기여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3분기 쿠팡의 호실적(매출 8조1028억원, 영업이익 1146억원) 배경 중 하나로 쿠팡이츠 할인 혜택을 꼽았다. 쿠팡은 와우할인이 적용된 지역의 75% 이상에서 쿠팡이츠 거래량이 두 배 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1위 배민은 1900만명의 이용자를 유지하며 ‘10% 무제한 할인 쿠폰’ 등으로 쿠팡의 추격을 견제하고 있다.    반면, 요기요의 속은 타들어 간다. 요기요의 MAU는 지난 8월 652만명에서 지난달 573만명으로 두 달 새 79만명이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쿠팡이츠의 이용자 수는 약 27만명이나 늘었다. 쿠팡의 역습에 요기요는 1만7000원 이상 주문 시 배달료가 무료인 ‘요기패스X’의 월 구독료를 9900원에서 4900원으로 인하한 데 이어 카카오와 손잡고 반전을 노린다.   사진 뉴스1 요기요는 음식 배달을 시작으로 포장·사전예약, 퀵커머스 등으로 카카오톡 내 요기요의 서비스 영역을 순차 확대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카카오톡 외에 다른 플랫폼으로 추가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다른 배달 앱을 쓰던 쿠팡 회원들을 쿠팡이츠로 모으는 상황에서 요기요와 카카오의 협업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서비스 대행이 아니라, 가격·편리성 면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승부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더 알면 좋은 것   1, 3등 사이에서 고전하던 요기요는 최근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지난 15일 SK 플래닛 대표이사 출신의 요기요 서성원 대표는 취임 1년 반 만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요기요 주요 주주인 GS리테일과 사모펀드 간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회사 측은 “일신 상의 이유로 사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요기요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통해 이정환 전 오토플러스(중고차 플랫폼) 대표이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요기요는 이 대표가 사업전략 수립과 운영, 재무 등 경영 전반에 걸친 업무 능력과 경험을 갖춘 기업가치 제고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고객은 물론 입점 파트너사, 라이더분들과 함께 상생하며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2023.11.22 05:00

  • 통계 없이 북한경제 속살 한눈에…AI, 위성영상 이렇게 읽었다 [팩플]

    통계 없이 북한경제 속살 한눈에…AI, 위성영상 이렇게 읽었다 [팩플]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위성 촬영 영상에서 경제 지표를 추출하는 기술이 나왔다. 이를 활용하면 경제 지표 측정이 어려운 최빈국이나 북한과 같이 폐쇄된 지역의 경제 발전 상황도 알 수 있다.    ━  무슨일이야   KAIST 차미영ㆍ김지희 교수 연구팀은 위성 영상으로 경제 지표를 추출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제 관련 통계자료만 학습한 AI 모델과 달리, 이 모델은 통계 자료 없이도 영상에서 경제 관련 지표를 읽어낼 수 있다. 북한처럼 기초 통계가 미비한 최빈국의 경제 상황도 위성 영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 영상은 유럽 우주국(ESA)이 무료로 제공하는 ‘센티넬-2’ 위성 관측 자료를 활용했다.   경제규모 예측에 주로 사용되어 온 야간조도 영상(좌상단: 배경사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구 관측소 제공). 불빛이 환한 남한에 비해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고 전기 수급이 되지 않아 검게 나타남. 반면 이번 연구팀에서 개발한 모델은 북한(우상단)과 아시아 5개국(하단: 배경사진 구글어스)에 대해 더욱 세밀한 경제 예측 결과를 보여준다. 사진 KAIST   연구팀은 “경제 지표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 측정이나 재해·재난 피해 탐지 등에도 이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나 재해로 인한 피해가 큰 지역을 식별하도록 모델을 훈련시키면, 재해 발생 직후 어디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우선적으로 실행해야할지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달 게재됐다.    ━  어떻게 분석하나   연구팀은 위성영상을 약 6㎢의 작은 구역으로 세밀하게 나눈 후, 건물ㆍ도로ㆍ녹지 등을 바탕으로 해당 지역의 경제가 얼마나 활성화 되어 있는지 측정했다. 영상을 읽는 비전 AI가 위성 영상을 읽고 도시와 농촌 등을 구분하면, 사람이 영상을 보고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입력하는 ‘인간-기계 협업 알고리즘’ 방식을 택했다. 연구를 주도한 차 교수는 “예를 들어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으면 좀 더 잘 사는 곳이라는 맥락은 기계가 읽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AI 모델에 입력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모델로 추출한 경제 지표는 기존의 인구밀도, 고용 수, 사업체 수 등의 사회경제지표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히 연구팀은 북한 지역을 대상으로 이 모델을 적용한 결과도 공개했다. 국제 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가 심화됐던 시기(2016~2019년)에 촬영한 영상을 활용했다. 당시 북한은 평양과 대도시에 자원이 집중돼 도농 간 격차가 심했는데, AI 분석에서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됐다. AI가 지역별 경제 수준을 0~1점으로 평가한 결과, 평양은 0.7점 이상, 원산 갈마지구 등은 0.17점, 위연은 0.02점으로 나타났다. 원산 갈마지구와 같이 외화 벌이 등을 위해 설치된 관광경제개발구에는 신축 건물이 들어서는 등 위성 영상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관측됐지만 양강도 위연과 같은 전통 공업지구나 수출경제개발지구는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2016년과 2019년 위성영상과 경제점수 차이. 관광개발구 중 하나인 원산 갈마지구(상단)는 유의미한 개발이 발견되었으나 공업개발구인 위원개발구(하단)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 KAIST   연구팀은 네팔ㆍ라오스ㆍ미얀마ㆍ방글라데시ㆍ캄보디아 등의 저개발국에도 같은 기술을 적용해 경제 지표를 수치화했다. 유엔(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따르면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빈곤 인구가 7억 명에 달하지만,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진 않고 있다. 53개국 지난 15년 동안 농업 현황 조사가 없었고, 17개국은 인구 센서스(인구주택 총조사)조차 진행하지 못해 공식 통계가 부족하다. 차 교수는 “데이터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AI 모델을 고안했다”며 “AI 모델을 통해 저비용으로 개발도상국의 경제 상황을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왜 중요해     사회ㆍ환경 문제 해결에 AI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기상예측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구글의 AI 개발 조직 딥마인드는 지난 14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날씨를 예보하는 AI 모델 ‘그래프캐스트(GraphCast)’에 관한 논문을 게재했다. 지난 40년 동안의 날씨 데이터를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했다. 현재 날씨와 6시간 전 기상 정보를 통해 향후 열흘간의 날씨를 1분만에 예측할 수 있다. 기존엔 수퍼컴퓨터를 써도 몇 시간이 소요됐던 작업이다.    엔비디아도 2021년 기후변화 예측을 위해 지구의 디지털 트윈(가상 쌍둥이) ‘어스2(Earth-2)’를 만들었다. 지난 7월엔 기후 데이터를 학습해 폭풍과 이상고온 같은 기후를 예측하는 AI 모델 ‘포캐스트넷’도 공개했다. 기존 AI가 1년 걸리던 작업을 포캐스트넷은 1시간 만에 해냈다는 게 엔비디아의 설명이다.      ━  앞으로는   KAIST 연구팀은 개발한 모델을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다. 위성 영상과 AI를 활용한 SDGs 지표 개발은 한국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 보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개발한 AI 모델에 매년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인공위성 영상을 추가해 AI 모델의 활용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2023.11.22 05:00

  • [팩플] 샘 올트먼 복귀해도 잃을 게 없는 MS...혼돈의 오픈AI, 미래는

    [팩플] 샘 올트먼 복귀해도 잃을 게 없는 MS...혼돈의 오픈AI, 미래는

    이달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의 개발자 회의(데브데이), 샘 올트먼 오픈AI CEO(왼쪽)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의 모습. AP=연합뉴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전(前) 최고경영자(CEO)의 기습해고 사태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하루 만에 복귀설이 돌더니, 올트먼이 마이크로소프트(MS)에 합류하자 직원들이 ‘집단 퇴사’ 카드로 이사회를 압박하고 나선 것.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승자는 MS라는 평가가 나온다.    ━  무슨 일이야   20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전문매체 와이어드는 오픈AI 전체 직원(약 770명) 가운데 95%에 달하는 738명이 “올트먼이 복귀하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 MS로 가겠다”는 서한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요구는 샘 올트먼과 그렉 브록만(전 오픈AI 이사회 의장)의 복직과 ‘CEO 축출’을 주도한 이사회의 전면 교체다. 이사회는 이에 대해 경영진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돌아가도 품어도, MS는 ‘얻는 게임’   샘 올트먼은 지난 17일 이사회로부터 갑작스럽게 해고됐다. 이틀 만에 복귀를 시도하다 무산되자 ‘올트먼의 오픈AI’에 총 130억달러(약 16조8400억원))를 투자했던 최대 투자자 MS가 재빠르게 그를 영입했다. 해고 소식이 알려지자 하락했던 MS 주가는, 올트먼 합류 이후 2.05%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1일 현재 MS 시가총액은 2조8052억달러(약 3625조원)로 세계 2위, 1위 애플(2조9776억달러, 약 3848조원)과 차이는 점점 줄고 있다.   이번 사태로 MS는 AI 업계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선두인 오픈AI의 핵심 인재를 대거 영입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 설사 올트먼이 오픈AI로 되돌아가도 MS는 잃을 게 없다. 현재 지배구조로는 최대 투자자(영리법인 오픈AI 글로벌의 지분 49% 보유)인 MS도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으나, 경영 방식과 이사회가 모두 바뀌면 MS의 입김이 세질 가능성이 높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20일 CNBC 등과의 인터뷰에서 “오픈AI의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는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의 모습. AP=연합뉴스  ━  잃은 게 더 많네…수츠케버 “쿠데타 후회한다”   반면 오픈AI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직원들의 경고대로 집단 퇴사가 현실화되면, 회사의 존속 여부도 불확실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든 면에서 명백한 패자는 오픈AI 자체”라며 “이번 격변으로 인해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던 기업 중 하나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쿠데타’를 주도한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수석과학자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이사회의 결정에 참여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 회사가 다시 뭉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썼다. 올트먼의 복귀를 요구하는 서한에도 이름을 올렸다. 올트먼은 이에 화답하듯 하트 이모티콘을 달기도 했다.    ━  쿠데타, 왜 일어났나   수익이냐, 안전이냐. 출범 당시엔 비영리 조직으로 설립된 오픈AI가 자금난으로 인해 2019년 영리법인(오픈AI 글로벌)을 내놓고 투자를 유치한 이후 오픈AI 내부에선 이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돼 왔다. 올트먼이 공격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반발하는 이들이 있던 것. 2021년 오픈AI를 떠난 리서치 디렉터 다리오 아모데이가 대표적이다. 오픈AI의 초기 GPT 모델을 개발했던 그는, 이후 “더 안전한 AI를 만들겠다”며 퇴사후 앤트로픽을 창업했다.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의 보도에 따르면 오픈AI 이사회는 올트먼 해고 이후 인수·합병 논의를 위해 앤트로픽과 접촉했다고 한다.   수츠케버 수석과학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 의해 오픈AI에 합류, 2015년 올트먼과 함께 회사를 공동창업한 인물이다. ‘딥러닝(심층학습) 대부’로 불리는 세계적 석학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의 제자다. 힌턴 교수는 AI의 위험성을 더 자유롭게 비판하겠다며 지난 4월 구글을 퇴사한 바 있다. 오픈AI에서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진 ‘일반인공지능(AGI)’ 개발을 꿈꿔온 수츠케버 역시 인류를 위한 ‘안전한 AI’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쿠데타에 동참한 나머지 이사진들도 수익성보단 안전성을 중시하는 인물들이다. 비영리 이사회 구성원들(타샤 맥컬리·헬렌 토너)은 실리콘밸리의 ‘효율적 이타주의자(Effective Altruists)’라는 단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AI의 발전이 인류에 미칠 위협을 우려해 규제를 강조하고, 신중한 접근을 강조한다.   그러나 오픈AI 이사회는 이사진 중 한 명인 수츠케버가 ‘올트먼 퇴출’ 의견을 철회하면서 흔들리게 됐다. 오픈AI의 일부 투자자들은 현재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이다. 샘 올트먼은 오픈AI로의 복귀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2023.11.21 18:57

  • [팩플] “당근하다 싸움났다? 채팅창에 ‘분쟁조정’ 쳐보세요”

    [팩플] “당근하다 싸움났다? 채팅창에 ‘분쟁조정’ 쳐보세요”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당근 사옥에서 열린 '분쟁조정센터'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당근 당근이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 중 처음으로 분쟁 해결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중고 거래 중 발생한 다툼을 해소하기 위해 플랫폼이 직접 나선 것. 정부의 플랫폼 자율규제와 맞물려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다른 C2C 플랫폼도 분쟁 조정에 더 적극 나설 전망이다.    ━  무슨 일이야    당근은 서울 서초구 본사에 ‘당근 분쟁조정센터’를 설치하고 21일 출범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황도연 당근 대표, 신지영 당근서비스 대표 등 당근 임직원들과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2차관, 소비자 단체 등이 참석했다. 당근 관계자는 “분쟁 조정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분쟁조정센터를 구축했다”며 “국내 C2C 플랫폼 중 분쟁 전담 기관을 조직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당근은 지난해 4월 ‘프라이버시 정책 및 이용자 보호 위원회’를 조직했다. 외부 전문가들과 분쟁 사례를 분석하고 조정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황도연 당근 대표는 “이번에 출범한 분쟁조정센터를 통해 더 명확한 기준과 절차로 신속하고 전문적인 분쟁 조정이 가능해졌다”며 “개인 간 거래 생태계에 부합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  이게 왜 중요해   21일 서울 서초구 당근 사옥에서 열린 '플랫폼 이용자 보호 강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당근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관련 분쟁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개인 간 거래 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4200건으로, 2017년 620건에서 5년 새 6배 가까이(577%) 늘었다. 품목별로는 의류·신발(15.2%), 휴대폰·통신기기(13.2%), 가전 제품과 영상·음향기기(12.3%), 잡화(9.8%), 컴퓨터와 주변기기(9.1%) 등 생활과 밀접한 품목이 많았다.   플랫폼이 분쟁 조정에 나서면 이용자 정보나 거래 내역 등 플랫폼이 보유한 정보를 활용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플랫폼이 소비자 불만을 해결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도 의미 있다.     ━  어떻게 이용하면 돼   분쟁조정센터는 당근 앱 내 채팅창에서 접속할 수 있다. 거래 중 분쟁이 발생 시 채팅창에 ‘분쟁조정’ 문구를 입력하면 판매자와 구매자 양측에 분쟁조정 안내 메시지가 발송된다. 안내에 따라 서로 원하는 합의안을 공유하고 당근이 이를 반영한 분쟁조정안을 제안하면서 조율하는 방식. 당근은 직거래 여부, 제품 하자, 필수 정보 누락, 하자 고지 여부 등을 확인해 판매자와 구매자의 귀책을 확인한다. 이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KISA 분쟁조정위원회로 이관돼 재조정 과정을 거친다.   당근은 우선 중고거래가 가장 활발한 전자제품, 의류·패션, 가구·유아동, 도서, 식품·미용, 취미용품 등 6개 생활 밀착 품목을 중심으로 분쟁 조정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품목별 기준을 세분화해 오해나 감정 싸움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조정안을 빠르게 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분쟁사례집’을 발간하는 등 관련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당근 앱 기능에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  더 알면 좋은 것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21일 서울 서초구 당근 사옥에서 열린 '플랫폼 이용자 보호 강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플랫폼의 혁신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이용자를 보호하는 방안으로 ‘자율규제’를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도 문제 해결 방안을 자율적으로 내놓는 분위기다. 또다른 C2C 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는 고객센터와 별도로 분쟁해결 민원상담 전담센터를 구축했고, 번개장터도 리스크관리(RM) 센터에 분쟁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당근의 분쟁조정센터 출범을 계기로 이들 플랫폼도 유사 조직 운영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2023.11.21 17:21

  • [단독] 게임 커뮤니티 공략하는 네이버…생중계 플랫폼 내년 출시 | 팩플

    [단독] 게임 커뮤니티 공략하는 네이버…생중계 플랫폼 내년 출시 | 팩플

    지난 11월 4일 부산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는 관객들. 사진 라이엇게임즈 네이버가 게임 스트리밍(생중계) 플랫폼을 내년에 출시한다. 2013년 NHN(구 한게임)과 계열 분리하며 다소 거리를 뒀던 게임 산업에서 점차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무슨 일이야     20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게임 라이브 스트리밍에 특화된 신규 서비스를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게임 방송에 최적화된 사용자 환경(UI)과 각종 커뮤니티, 후원 기능이 포함된 서비스다. 화질은 풀HD급인 '1080P'이며 주문형비디오(VOD) 다시 보기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안에 베타(시범) 테스트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게 왜 중요해   엔터테인먼트로서 ‘보는’ 게임은 성장 산업이다. 시장조사 기업 스테티스타에 따르면 2017년 48억 달러(6조 2155억원)였던 게임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 수익 규모는 2023년 117억 달러(15조 1105억원)로 크게 늘었다. 이용자 수는 올해 기준 10억 명을 넘길 전망.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등 인기 e스포츠 종목이 성장을 견인 중이다. 업계에선 올해 일명 롤드컵으로 불리는 ‘롤 월드 챔피언십’의 누적 접속자 수가 4억 명을 돌파한 것으로 잠정 추산하고 있다. e스포츠 뿐만 아니라 게임 유튜버·스트리머들이 진행하는 실시간 게임 방송도 인기다. 세계 최대 게임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의 경우 하루 평균 3500만 명이 방문한다. 매달 생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는 700만명에 달한다. e스포츠 리그를 운영하는 게임사의 한 관계자는 “축구를 못 해도 축구 경기 보는 팬이 많듯이, 게임을 직접 하진 않아도 보는 것 자체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  네이버는 왜   네이버는 2000년 한게임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면서 게임 산업에 발을 담갔었다. 검색과 게임 서비스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냈고 네이버는 고속 성장했다. 하지만 2013년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네이버는 NHN에 게임 사업을 내주고 갈라섰다. 이후 네이버는 직접적인 게임 서비스 대신 게임 커뮤니티 키우기에 집중해왔다. 게임 이용자와 소통하고 싶어하는 게임사의 수요와 게임 정보를 얻고 커뮤니티 활동을 즐기는 이용자의 수요를 겨냥했다. 2021년부턴 네이버 게임 라운지와 네이버 e스포츠 페이지를 통합하며 게임 특화 서비스로 본격 확장을 시작했다. 이번 게임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게임 커뮤니티 기능 강화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선 글로벌 최강자 트위치가 국내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는 지점을 네이버가 파고 든 것으로 본다. 트위치는 한국 서비스에 한해 지난해 9월 동영상 화질을 최대 720P로 제한하게 했다. 또 같은 해 11월 VOD 다시보기 서비스도 중단했다. 이 때문에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커졌다. 트위치 측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가 글로벌 기업들에 요구하려는 망 사용료 부담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트위치는 당시 서비스 변경 공지에서 ”한국 현지 규정과 요건을 지속해서 준수하는 한편 모든 네트워크 요금 및 기타 관련 비용을 성실하게 지불해왔다“며 ”그러나 한국 서비스 운영 비용이 계속 증가했기 때문에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  네이버 게임 스트리밍, 어떻게 하나   네이버는 2021년부터 네이버게임 페이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캡처 서비스명은 미정이다. 다만 회사는 네이버 브랜드를 차용하기보다는 별개 브랜드로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간 동영상 서비스를 운영해온 노하우와 기술력을 적용할 계획이다. 기존 네이버 숏폼 서비스, 쇼핑 라이브와의 연계도 고려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TV 외엔 글로벌 플랫폼 일색이었던 관련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롤드컵 전세계 4억 명이 봤다…침체한 e스포츠 한국서 부활 엔씨도 '한우물'은 버렸다...장르·플랫폼 다 바꾼 K게임 [지스타2023-팩플] [팩플] 한국서 열리는 '롤드컵' 결승...침체된 e스포츠 반등 시동 '왕의 귀환' 엔씨 신작 7종 들고 왔다…지스타 관전포인트 셋 [팩플]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2023.11.2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