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학생 14%가 ‘수포자’…국영수 기초학력 미달 역대 최대

중앙일보

입력 2022-06-14 00:02:06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고등학생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역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학 기초 미달 비율이 가장 높아 이른바 ‘수포자’(수학포기자) 증가가 두드러졌다. 코로나19로 생긴 학습 결손이 학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13일 발표한 2021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고교생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학업성취도평가는 매년 전국 중3, 고2 학생의 3%를 표집으로 뽑아 국어, 수학, 영어의 학력 수준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결과는 1수준(기초 미달)부터 4수준(우수)으로 구분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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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비 2021년 고교생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국어(6.8→7.1%), 수학(13.5→14.2%), 영어(8.6→9.8%)로 오차 범위 내에서 모두 늘었다. 중학생은 기초 미달 비율이 국어(6.4→6.0%), 수학(13.4→11.6%), 영어(7.1→5.9%)로 오차 범위 내에서 줄었다. 최근 5년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증가 추세다. 2017년만 해도 수학 기초 미달이 중학생은 7.1%, 고등학생은 9.9%에 그쳤지만 지금은 모두 두자리수로 늘었다. 영어 기초 미달 비율도 2017년 대비 2배 안팎 증가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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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별로는 중·고생 모두 수학이 가장 문제다. 2019년 9%였던 고교생 ‘수포자’ 비율은 2020년 13.5%, 2021년 14.2%로 늘었다. 한 반이 30명이라면 4~5명은 수포자라는 의미다. 도농 격차가 가장 심한 과목도 수학이다. 중학생은 국어 과목 미달자 비율이 대도시 5.4%, 읍·면 7.3%로 차이가 미미했고 영어도 각각 5.2%, 7.5%로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지만 수학은 격차(대도시 9.6%, 읍·면 16.4%)가 컸다. 고등학생도 대도시(12.5%)보다 읍·면(16.1%)의 수학 기초 학력 미달자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는 “도시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안 가더라도 학원에 가서 보충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읍·면 지역은 코로나19로 생긴 학습 결손의 대안 학습 기회가 적어 수학 학력 격차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수학 과목에서 도농 격차가 두드러져 이를 보완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8월 발표하는 기초학력 보장 종합 계획에 대안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변별력 확보를 위해 어렵게 출제하는 수학 문제가 수포자를 양산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성취도 평가에서는 성취도 단계(우수·보통·기초·미달) 중 ‘보통’ 이상 학력 비율도 줄어 전반적 학습 부진이 확인됐다. 하위권이 늘었을 뿐 아니라 중상위권도 줄었다는 의미다. 성별로는 중·고교 모두 여학생 학업 성취도가 남학생보다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교육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결손과 격차 문제는 긴 안목으로 국가적 역량을 모아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며 중장기 이행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학력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한 전수 평가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학업성취도 전수 평가’를 공약으로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