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갈 데까지 갔다” … 검사들의 터져나오는 자성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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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에서 자성과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김광준(51) 서울고검 검사의 뇌물 비리에 이어 초임 검사의 성추문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다. 그동안 외부의 개혁 여론에 방어적 자세를 취했던 검사들마저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존립마저 어렵다는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소속으로 통일부에서 파견 근무 중인 윤대해(42·연수원 29기) 검사는 24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실명으로 두 건의 글을 올렸다. 윤 검사는 ‘검찰 개혁만이 살 길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에 터진 뇌물과 성추문 사건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너무 수치스럽고 정말 갈 데까지 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력에 편파적인 수사’ ‘재벌 봐주기 수사’ ‘수사·기소·영장청구권을 독점한 무소불위의 권력’ ‘검사의 부정에 무감각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권력’ 등이 검찰의 문제점으로 꼽힌다며 “이런 비판에 아니라고 할 자신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가 정치·재벌 권력에서 독립해 원칙대로 행사됐는지 의심 드는 경우가 많고 전 세계적으로 검찰이 이렇게 직접수사를 많이 하는 나라를 본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윤 검사는 이어 ‘검찰 신뢰회복을 위한 검찰개혁 방안’이라는 별도의 글을 통해 ▶주요 사건은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해 기소독점주의 보완 ▶일반 형사사건은 원칙적으로 경찰이 맡고 검찰은 뇌물·기업비리 등만 직접수사 ▶내부 비리 수사를 위한 특임검사 상설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검찰 게시판에는 25일까지 익명으로 자기 반성의 글도 수십여 건 올라왔다. 특히 “역대 검찰총장들은 조직을 지키기 위해 모든 책임을 떠안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자체 개혁만 이야기한다고 해결이 되겠는가”라는 등 현 수뇌부를 겨냥하는 글이 많았다.

 대검의 과장급 이상 간부들도 25일 한상대 총장 주재로 토론회를 열고 개혁 발언을 쏟아냈다. “검찰 만능주의의 폐해를 벗어나야 한다” “극약처방이 필요한 시기다” “다 지키겠다는 접근을 버려야 한다”는 등 강한 어조의 주장이 나왔다. “인지수사는 지금의 10%면 충분하다”는 등의 대책도 나왔다. 일선 지검에서는 “평검사 회의를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총장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일부 있었다. 한 토론 참석자는 “복수의 간부들이 언론 사설 등에 총장 거취 표명에 대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검은 “(그런 발언은 있었으나) 지금 총장이 거취를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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