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재정 더 풀고 금리 낮춰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5일 내년 경제정책에 대한 훈수를 뒀다. 재정을 더 풀고, 금리는 더 낮추라는 것이다. 경제가 예상보다 더 안 좋아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새누리당에 이어 국책연구기관까지 이렇게 입장을 정리하면서 재정 확대에 대해 신중론을 펴는 곳은 정부만 남게 됐다.

 KDI는 이날 내년 경제성장률을 3.4%(9월 전망)에서 3%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가 6월에 내놓은 전망치(4%)보다 1%포인트나 낮다. 이마저도 내년 상반기까지 저성장(2.2%)을 하다 하반기에나 회복기미가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일자리 증가도 올해보다 10만여 개 적은 30만 개 초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제기했다. 원화가치는 연평균 7% 올라 경상수지 흑자가 3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올해 성장률도 2.2%(9월 2.5%)로 낮춰 잡았다. 이재준 KDI 연구위원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잠재성장률이 4% 초반에서 3% 중후반대로 낮아졌는데, 이마저도 3년(2011~2013년) 연속으로 달성하지 못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KDI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경기 대응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고영선 연구본부장은 “내년 초에 필요하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모를 언급하진 않았으나 쓸 곳은 직업교육 등 공공고용의 인프라 구축을 꼽았다. 단기 일자리 창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는 굳이 돈을 더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재정지출을 늘리더라도 항구적인 지출 증가를 불러오게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고 본부장은 또 “통화정책도 실질금리 기준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되지 않는 수준까지는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가 급격한 자본 유입을 완화하고,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게 KDI의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신중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지금은 극심한 경기침체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기보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DI는 대선 경제 이슈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고 본부장은 “세계 각국이 재정·구조개혁을 논의 중인데 한국에선 관련 논의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