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 컴팩 합병 대비 국내업체 원가 줄여야

중앙일보

입력

HP(휼렛패커드)와 컴팩의 합병 발표에 따라 국내 PC업체들이 4일과 5일 잇따라 대책회의를 갖고 수출.내수 시장에 미칠 파장 분석 및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업계는 HP.컴팩 통합법인이 출범할 경우 감원과 함께 OEM납품량을 줄이는 한편, 공급가격 면에서도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 시장에서는 당장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컴퓨터산업협회의 정진우 부장은 "세계적인 거대 기업이 탄생하면서 관행상 부품.OEM공급 업체에 대한 가격인하 압력 등이 커질 것" 이라며 "특히 이들 부품및 반제품 공급업체들은 대만.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삼성전자 PC사업부 정상근 상무도 "HP.컴팩 합병 이후에도 다른 업체들의 추가적인 인수.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며 "결국 전세계 시장이 몇몇 '강자' 들에 의해 좌우되면 부품.OEM 공급업체들도 비용절감 압박을 강하게 받아 어려움을 겪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동안 HP의 소비자용 PC인 '파빌리온' 시리즈의 대부분을 공급해 온 삼보컴퓨터는 시장변화가 우려되지만 유리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삼보 관계자는 "통합법인이 제품 공급선을 줄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보의 경우 경쟁력이 충분해 납품량은 되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삼보는 지난해 전세계 파빌리온 판매량의 절반 정도를 공급했으며, 월 10만대 생산 규모의 멕시코 공장이 있어 가격.물류 측면에서 대만 경쟁업체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연 80만대의 노트북PC를 수출하면서 이 중 40%를 컴팩에 납품해 온 LG전자도 "1997년 이후 컴팩과 지속적으로 거래해 왔고 최근 주문량도 증가 추세였으므로 합병 이후에도 물량 번화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사의 합병이 국내 일반 소비자 대상의 PC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LGIBM 조중권 부장은 "국내 시장은 판매.AS.물류 등 진입비용이 크기 때문에 그동안 외국계 업체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며 "노트북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HP.컴팩 통합법인이 당장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franc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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