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골프] 그린 뒤편 '핀'엔 '굴러가는 샷'

중앙일보

입력

지난주 끝난 NEC 인비테이셔널 골프대회는 근래 보기드문 명승부였다.

이 대회에서 연장 7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한 타이거 우즈는 두 달간의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의 우승 원동력은 연장 3회에서의 깔끔한 위기 탈출.

우즈는 티샷이 악성 훅이 나면서 패어웨이 왼쪽 나무 숲에 떨어지자 직접적인 그린 공략을 포기한 후 세컨 샷을 그린앞 45야드 지점으로 쳐 낸 다음 세번째 샷을 환상적인 '피치 앤 런' 샷으로 핀 1m 지점에 붙여 파 세이브를 이끌어 냈다.

장타력 뿐 아니라 이런 숏게임 기술이 그를 '세계 최고' 로 만든 것이다.

핀이 그린의 뒷 편에 있을 때 공을 허리 정도의 높이로 띄워 그린 위에 떨어뜨린 뒤 핀까지 굴러가게 하는 것이 피치앤 런(Pitch & Run)샷이다. 이 샷은 빗자루로 쓸어내는 느낌으로 해야 한다.

실내 카핏 위에서 연습을 해보면 쉽게 감을 잡을 수 있다. 카펫을 찍어 칠 순 없으므로 자연히 쓸어치게 되기 때문이다.

핀이 그린 앞 쪽에 있으면서 벙커나 연못 등이 중간에 놓여 있을 때에는 공이 굴러갈 여유가 없다.

이 때는 어쩔 수 없이 볼을 높이 띄운 후 그린 위에서 곧장 멈추도록 '피치' 샷을 구사해야 한다.

피치 샷은 대부분 4분의 3 크기의 백스윙을 해야 하므로 톱 스윙 때 클럽의 헤드가 아무래도 공에서 멀어지게 된다. 특히 긴장된 상황에선 공의 윗부분을 때리거나 뒤 땅을 치는 실수를 할 수 있다.

반면 피치앤 런샷은 백스윙을 허리 높이에서 멈추고 피니쉬도 허리 높이에서 끝내면 된다. 피치샷에 비해 미니 스윙이라 할 수 있다.

그립을 40% 정도의 힘 만으로 가볍게 잡고, 볼을 스탠스의 중앙에 둔 후, 볼만 끝까지 주시하면서 피칭웨지나 9번 아이언으로 마치 성냥불을 긋는 느낌으로 스윙을 하는게 피치앤 런샷의 요령.

정확도가 떨어지는 '띄우는 샷' 대신 실수 확률이 훨씬 적은 '굴러가는 샷' 으로 공을 핀에 근접시켜 결국 게임을 뒤집은 타이거 우즈의 전략은 아마추어 골퍼들도 배워둘 만 하다.

배석우 중앙일보 골프 전문위원 sw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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