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뱅이 불효자에 내린 ‘주자 판결’ 들여다 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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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부모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한 불효자에게 법원이 주자(朱子)의 이야기를 들며 선처했다. 물론 “자식을 용서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하는 부모의 탄원이 있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이성철)는 부모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휘두른 혐의(존속상해)로 유죄 판결 뒤 구속 수감된 이모(49ㆍ일용노동자)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알코올 치료 강의 40시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이씨는 술을 마시고 별 다른 이유 없이 부모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하고 부모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 차례 폭행했다. 부모는 코와 광대뼈 등에 상해를 입었다. 이씨는 2007년 별도의 존속상해죄와 상해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과 함께 가족 내 폭행사건으로 수사받은 적도 있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이후 이씨는 3개월간 수감되면서 항소심을 받았다. 이씨는 “부인과 이혼하고, 동생이 병으로 투병한데다 집안 형편까지 어려워 화가 나서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원했다.

이후 2심 재판부는 주자의 ‘10가지 교훈’ 중 3가지를 인용하며 집행유예로 형을 감경했다. 3가지는 ▶불효부모 사후회(不孝父母 死後悔ㆍ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후회한다) ▶불친종족 소후회(不親宗族 疎後悔ㆍ가족에게 친하게 대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후회한다) ▶취중망언 성후회(醉中妄言 醒後悔ㆍ술에 취해 망령된 말을 하면 깬 뒤에 후회한다) 등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피고 이씨의 부모는 오직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며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아니한다”고 덧붙였다. 부모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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