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외환시장에 적절한 조치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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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나날이 비싸지는 원화값을 겨냥해 사실상 구두개입을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주재한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최근의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는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상황전개에 따라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언은 국회나 언론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 아니라 위기관리대책회의의 모두발언이었다는 점에서 ‘준비되고 조율된 작심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11일 K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환율의 변화속도가 가팔라서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는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시장은 박 장관의 발언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필요하다면’이라고 전제하기는 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함께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가치는 지난주 5거래일간 4.6원 떨어졌다. 21일에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1원 내린 1083.2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 장관의 약발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환당국이 단기적으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거시 건전성 3종 세트’ 가운데 선물환 포지션과 외환건전성 부담금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현재 외국은행 국내지점이 200%, 국내은행이 40%로 돼 있다. 이 비율을 죄면 국내 시장에 달러 공급을 줄일 수 있다. 은행의 비(非)예금성 외화부채에 계약만기별로 차등 부담금을 부과하는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강화해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제까지 비교적 ‘정중동(靜中動) 모드’를 유지해온 외환당국이 시장에 강력한 경고를 하는 등 구두개입 강도를 더 높여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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