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해법 '異口異聲'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즘 증시의 최대 화두는 하이닉스다.

지난주에는 하이닉스반도체 한 종목의 거래량이 코스닥 전체 거래량을 웃돌았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3일 회의를 열어 채무재조정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투신권과 주요 채권은행간의 견해 차이로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채권단은 하이닉스를 법정관리에 넣지 않고 신규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투신권과 일부 은행의 동의를 끝내 얻지 못하면 법정관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하이닉스는 상당기간 증시의 복병이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하이닉스 처리를 둘러싸고 유명 애널리스트들의 의견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 추가지원 여부〓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2만5천명에 이르는 고용 인력과 국내 반도체 장비산업을 위해서는 하이닉스의 생존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또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연구위원도 "국가 기간산업의 발전, 첨단인력의 고용유지, 반도체 재료.장비 업체의 육성 등을 감안할 때 하이닉스를 살려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교보증권 김석중 이사를 비롯한 몇몇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추가지원은 추가부실로 연결된다" 며 지원을 반대했다.

한편 산업.외환 등 주요 채권은행은 내심 신규 지원을 원하는 반면 투신권과 일부 은행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 적정 지원 규모〓주요 채권은행들도 지원규모에 대해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하이닉스가 오랫동안 설비투자를 못했고, 이로 인해 기술수준이 경쟁사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어 어느 정도의 자금이 소요될지 계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SK증권 전 팀장은 올해 3조원, 내년에는 2조~3조원 가량을 투입하면 될 것으로 추정했다. 또 메리츠증권 최 연구위원은 앞으로 5년간 모두 4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원을 반대하는 B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2조원 가량을 지원해야 당분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자생력 회복 여부〓B증권의 애널리스트는 "올해 안에 설비투자가 안되면 성장잠재력을 회복할 수 없다" 며 "현재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0.13미크론의 미세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하이닉스는 0.18미크론의 기술을 갖고 있다" 고 지적했다.

0.18미크론에서 0.13미크론으로 가는 데는 1조5천억원 가량의 설비투자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SK증권 전 팀장은 "금융비용을 빼면 하이닉스의 경쟁력은 마이크론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고 말했다. 하이닉스 지원을 주장한 메리츠증권 최 연구위원은 "D램 가격이 크게 떨어진 점을 감안할 때 채권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해도 하이닉스의 회생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 말했다.

◇ 지원 반대 진영의 처리 방안〓이들은 하이닉스를 분할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보증권 김 이사는 "부채가 순식간에 11조원을 넘었다" 며 "부채가 더 쌓이기 전에 부문별로 나눠 정리하는 게 낫다" 고 밝혔다.

또 A증권의 애널리스트는 "대우자동차 처럼 시간이 갈 수록 값이 더 떨어진다" 며 "적정가격 이하라도 빨리 팔아야 한다" 고 말했다.

이희성.서경호 기자budd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