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원장 "추가경정예산 5조원 더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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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康奉均)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전 재경부 장관.그림)은 경기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경기가 정부 예상대로 회복되지 않을 경우 5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짜야 한다고 30일 주장했다.

국책연구원을 맡고 있는 康원장의 이같은 주장은 경기가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康원장은 이날 조선호텔에서 열린 21세기 경영인클럽 조찬 강연에서 "외환위기 당시에는 미국 경제는 좋은 상태였지만 지금은 1970년대 중반 1차 오일쇼크 이후 처음 겪는 지구촌 성격의 불황이 엄습해 있다" 고 전제한 뒤 "경기 측면에서는 3년반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康원장은 또 "생산과 수출 동향을 볼 때 3분기 성장은 2분기(2.7%)보다 분명히 낮을 것" 이라면서 "미국 경제의 회복 지연으로 국내 경제의 4분기 회복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그는 특히 "10월께 미국 경기가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나타나면 계속사업비를 앞당겨 지출하는 성격의 2차 추경을 5조원 규모로 해야 한다" 며 "국내총생산(GDP)의 1~2% 범위 안에서의 경기부양은 재정수지 악화 논쟁과도 상관이 없으며, 단기 경기대책을 쓰는 시기를 놓쳐선 안된다" 고 강조했다.

그는 2차 추경외 경기대책으로 ▶1차 추경안의 조속한 집행▶근로소득자에 대한 세금감면▶주택건설▶금리인하 등을 제시했다.

康원장은 이어 "기업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접근시켜야 한다" 며 "사외이사제가 정착되고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우리나라에만 있는 출자총액제한 제도는 없어도 된다" 고 강조했다.

이상렬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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