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위기에 빠진 기아호

중앙일보

입력

이달초 호남야구의 'V 10'의 깃발을 내걸고 야심차게 출발했던 기아호가 좌초 위기에 몰렸다.

29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기아는 투수력의 한계와 타선의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면서 2-7로 힘없이 무너졌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4강 진출이 가장 유력시되던 기아는 최근 9경기에서 8패를 당하고 홈구장 6연패의 수모속에 7위로 떨어졌다.

아직까지는 4위 한화와는 2경기차에 불과해 포스트 시즌 진출 희망을 버릴 단계는 아니지만 문제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팀을 여기까지 끌고왔던 기아 특유의 파이팅과 끈기가 실종됐다는 것. 기아는 이날 1회 무사 2루, 2회 1사 1.2루, 5회 2사 1.2루, 6회 1사 1.2루 7회1사 1.2루, 9회 1사 2루 등 수많은 찬스를 병살타 등으로 무산시키는 등 잔루를 10개나 남기며 시종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현대와의 주말 2연전에서 야수의 어이없는 실책과 결정타 결여가 겹치면서 연패를 당한 뒤 김성한 감독의 특별 정신교육까지 받고 에이스 최상덕이 마운드에 올랐던 터라 충격이 더했다.

해태로 뛰던 당시 타이거즈는 승률이 0.458(38승5무45패)였지만 기아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뒤 0.350(7승13패)로 성적이 오히려 떨어졌다.

팀 안팎에서는 이 때문에 최근의 부진이 `가난'했던 해태에서 `부자' 기업인 기아로 옷을 갈아입은 뒤 선수들의 `헝그리 정신'이 없어진게 아닌가 하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구단의 지원이 적었던 해태 시절에는 부담 없이 야구를 할 수 있었지만 기아로 바뀐 다음부터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경기력이 떨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건 이달 초 이종범이 복귀하면서 1만명에 육박했던 광주 홈관중은 이날 5천여명으로 급감했다.

기아가 해태 시절의 투지를 회복해 막판 뒤집기로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지 궁금하다.(광주=연합뉴스) 이정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