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함께 달리면 금슬도 좋아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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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부부가 함께 마라톤을 하다 보니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고통스러운 시간과 기쁨의 순간을 함께한 덕분인 것 같아요."

전국의 마라톤 동호인들에게 '대구 향기부부'로 통하는 이태재(48.(右)).송정숙(48)씨 부부. 이들은 지난해 말 대구시 봉산육거리에 마라톤용품 전문점을 열었을 정도로 마라톤 매니어다.

하지만 부부는 3년 전만 해도 마라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李씨는 증권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으며, 宋씨는 전업주부였다.

李씨가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부산지점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1999년.

"객지에서 혼자 생활을 하면서 늘어나는 주량을 줄일 생각으로 새벽에 숙소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무작정 뛰기 시작했죠. 달리기를 하니까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았고 삶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죠. 결국 자연스럽게 마라톤에 빠져 들었습니다."

이후 李씨는 대구의 부인에게도 아침에 달리기를 할 것을 권했다고 한다. 宋씨는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무척 힘들었지만 객지에서 혼자 고생하는 남편을 생각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들의 '마라톤 사랑'은 李씨가 2001년 5월 대구로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거의 매주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부부동반으로 참가한 것이다.

그해 11월 순천마라톤대회에선 두사람의 유니폼 앞 가슴에 '향기부부'라는 문구를 새겨 주변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지난해 이들은 중앙마라톤대회.부산아시안게임 알리기 전국마라톤대회 등에도 출전했다. 결국 李씨는 지난해 5월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마라톤용품 전문점의 사장이 됐다.

부부는 요즘도 10km에 달하는 출퇴근 길을 함께 달린다고 한다. 지난해 말부터는 인터넷에 홈페이지(www.bubumarathon.com)를 개설하고 1백여쌍의 '부부 달림이'를 회원으로 맞기도 했다.

대구=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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