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우상화 책' 사람들 놀라게 한 것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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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평양의 경기용 총탄 공장을 방문한 김정은이 사격을 위해 조준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의 군사 지도력을 부각 선전하기 위해 사격이나 탱크 탑승 장면 등을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어린 시절 총도 쏘고 승용차도 운전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북한이 최근 펴낸 김정은 우상화 도서에 실린 내용이다. 재일 조총련이 발행하는 조선신보는 18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비범성을 다룬 도서 『선군혁명 영도를 이어가시며』 제1권이 발간됐다”며 일부를 소개했다. 노동당출판사가 발간한 이 책에는 김정은이 어릴 때부터 “세계 정치는 물론 군사를 비롯한 다방면적인 지식을 소유했다”고 돼 있다.

 북한의 김정은 우상화 움직임은 지난 1월 김정은 기록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이른바 ‘위대성 선전’을 했던 데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당시 조선중앙TV로 방영된 ‘백두의 혁명위업을 계승하시어’란 동영상은 김정은을 “16살 때 김일성의 업적을 논문 대작으로 완성한 사상이론의 천재”로 묘사했다. 또 김일성군사종합대 재학 때는 매일 3∼4시간만 자면서 공부했다고 찬양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8월 김정은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최근에는 노동신문 1면 상단에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영도의 중심, 단결의 중심으로 높이 받들어 모시자’라는 구호도 등장했다. 김정은 배지가 배포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대북 전문 인터넷매체인 데일리NK는 “김정은이 충성심 고취를 목적으로 자신의 초상이 그려진 배지를 제작해 국가안전보위부 고위 간부들에게 우선 배포했다”고 전했다.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에 이어 김정은 초상화도 각급 기관과 가정에 보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은 찬양과 우상화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일 1주기(12월 17일)와 최고사령관 추대 1주년(12월 30일)을 앞두고 김정은 체제를 굳히기 위해 주민들을 상대로 선전·선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2004년 5월 사망)가 과거 북한에서 천대받던 재일동포 출신이란 사실 등 김정은 우상화에 현실적인 걸림돌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고영희를 ‘평양의 어머니’로 둔갑시켜 선전하지만 이미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과거와 달리 외부 소식이나 문물이 상당히 많이 유입되고 있어 통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은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정은을 지난 1월 기록영화에서 김일성군사종합대 졸업생으로 묘사했지만, 학창 시절의 사진을 한 장도 제시하지 못하는 등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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