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반쪽 교육감으론 교육문제 못 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다음 달 19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선거 출마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일 보수 성향의 단체들이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을, 13일엔 전교조 등 진보 성향의 단체들이 이수호 전 전교조 및 민주노총 위원장을 각각 단일후보로 내세웠다. 독자 출마 인사들도 일부 나설 예정이나 이번 교육감선거는 보수와 진보 간 맞대결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단일화 후보든 독자 후보든 우리 교육이 처한 현실을 개선하려는 포부를 안고 출사표를 던졌을 것이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누구나 공감하는 것처럼 단칼에 해결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급등하는 사교육비 부담, 심각한 학교폭력 문제 등 어느 하나도 특정 세력의 힘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일단 어느 세력의 지지로 당선됐다 하더라도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생각과 성향이 다른 집단을 설득하고, 자신을 밀어준 세력의 부당한 요구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반쪽 교육감으로 전락해서는 혼란만 자초할 뿐이다. 출마 후보들은 자기 사람들로 비서실을 꾸려 정책을 펼쳤던 곽노현 전 교육감 때의 잘못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중앙정부와 걸핏하면 싸움을 벌여 시민들을 불안케 했던 일은 과거로 족하다.

 새 교육감 앞엔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이 놓여 있다. 새 교육감은 곽 전 교육감의 잔여임기인 1년7개월만 채울 수 있다.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기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이미 7조원이 넘는 서울교육 예산도 다음 달 서울시의회를 통과할 예정이어서 여기에 손을 대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후보자들은 임기 내 실천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며 유권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교육의 수장을 뽑는 교육자 선거답게 정책 대결 위주의 깨끗한 선거운동의 모범을 보이는 것은 기본이다. 유권자 역시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을 놓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있다.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거나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실천할 수 없는 공약을 내걸고 표를 구걸하는 후보부터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