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들고 해외로 나가는 부품업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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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샤프와 끝까지 같이 가고 싶었는데….”

 반도체 가공 기술을 보유한 일본의 중소업체 필텍. 이 기업은 수년 전 대기 중에서 유리 기판에 실리콘 등의 박막(薄膜)을 만드는 새로운 반도체 제조 기술 개발에 전념해 왔다. 진공장치가 필요 없게 되므로 장치 가격을 10분의 1로 떨어뜨릴 수 있게 된다. 태양전지와 액정 패널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며 샤프가 일찍이 ‘도장’을 찍어둔 회사였다. 그런데 샤프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이 회사는 새 파트너로 LG디스플레이를 선택하려 하고 있다. 회사 존망이 위태로운 샤프는 뭘 얘기해도 반응이 둔했다. 반면 LG는 빠르게 움직이며 협력을 요청했다. 필텍의 사장인 후루무라 유지(古村雄二)는 “우리도 살아남아야 하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본 대기업 몰락의 쓰나미는 부품·소재 및 기술개발 업체들로 밀려들고 있다. 이들도 이제 스스로 활로를 찾지 않으면 대기업과 동반 몰락할지 모른다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했다.

 그 때문에 일본 부품·소재·정비업체 사이에는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유망 업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데이진(帝人)·도레이 등 소재업체들은 그동안 주력하던 국내 시장에서 눈을 돌려 한국·중국 등 아시아 국가 쪽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기술력이 강한 부품업체들은 해외 업체들 사이에 인수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한국은 디지털 전자산업에서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겼지만 아직 자체 제작할 수 없는 부품이 많은 만큼 이 분야 기술자가 대량으로 한국이나 중국 등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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