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책기획실, 국정 핵심과제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측이 투 톱 체제로의 청와대 개편을 구상 중이다.

청와대 비서실장 외에 가칭 정책기획실(장)을 신설하겠다는 게 구상의 골격이다. 지금의 국무총리실이 이런 구조다. 총리실은 비서실장과 국무조정실장의 투 톱 체제로 운영 중이다.

정책기획실장의 격(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비서실장보다 한단계 낮은 비서실 차장급으로 할 수도 있고, 비서실장과 대등한 위치에 설 수도 있다는 것이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단 '비서실 이원화'에 대한 盧당선자의 의지만은 확고한 것 같다.

당초 盧당선자는 인수위에 설치된 당선자 비서실부터 기획비서실장과 정무비서실장의 투 톱 체제로 운영해 시험가동을 해보는 방안을 구상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적임자를 구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투 톱 체제의 청와대에선 종전의 청와대 비서실장의 권한 중 상당 부분이 정책기획실장 쪽으로 이관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내각을 관장하다시피 한 청와대의 기능도 바꿔 태스크 포스 식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盧당선자가 여러 차례 공언한 내용이다. 참모들은 "과거처럼 대통령이 인수위가 정한 과제 모두를 다 챙기려 하다간 실패한 대통령이 될 확률이 높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대통령은 국정 어젠다나 핵심과제 몇 개만 챙기고 나머지는 총리와 내각에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는 게 盧당선자 측근들의 생각이다. 이럴 경우 핵심과제를 수행할 기획팀이 필요한데, 이를 정책기획실장에게 맡긴다는 것이 盧당선자의 구상인 것 같다.

盧당선자는 비서실장은 정무 기능에 전념토록 한다는 복안이다.

대통령이 당 총재직을 맡지 않고, 공천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당정분리 체제에서 盧당선자는 민주당 의원들의 협조를 얻어내야 하고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을 상대해야 할 부담을 안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 쪽에선 "청와대 정무수석을 격상하거나 내각에 정무장관제를 부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盧당선자는 장관 자리를 하나 더 만드는 것보다는 정책기획 기능을 떼어 낸 비서실장의 역할로 재조정하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비서실 이원화 방침에는 유달리 '토론'을 중시하는 盧당선자의 스타일도 반영된 듯하다. 당선자 비서실 관계자는 "현재의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이 몸이 불편하고 연로해 비서실장이 총괄하는 형태이나, 盧당선자는 이보다는 비서실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수석.비서관들을 만나 수시로 토론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분리체제가 되면 역대 정권에서 2인자 역할을 하던 비서실장의 위상에 변화가 오면서 여권 내부의 역학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따라 비서실장에는 김한길 당선자 기획특보.신계륜 당선자 비서실장.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申실장의 경우 당 잔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도 있다. 정책기획실장에는 관료 출신 기용설이 힘을 얻으며 김진표 인수위 부위원장 등이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강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