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아들아, 아빠 일어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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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벨잔이 12일(한국시간) PGA 투어 칠드런스 미러클 네트워크 호스피털스 클래식 우승을 확정한 뒤 아내와 아들을 끌어안고 있다. [플로리다 AP=연합뉴스]

“그대로 죽는 줄 알았다. 그러나 골프도 인생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볼 일이다.”

 찰리 벨잔(28·미국)은 우승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칠드런스 미러클 네트워크 호스피털스 클래식에서 프로 데뷔 후 첫 승을 올리고서다. 벨잔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 부에나 비스타의 디즈니 골프장 매그놀리아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합계 16언더파로 꿈에 그리던 PGA 투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까지 가는 길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이틀 전 2라운드. 벨잔은 11번 홀 경기를 마치고 갑자기 주저앉았다. 급작스레 심장 박동이 빨라지더니 숨을 제대로 쉬기가 어려웠다. 상황이 악화되자 케디 릭 아드콕스는 벨잔에게 경기를 포기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PGA 투어 상금랭킹 139위였던 벨잔은 포기할 수 없었다. 상금 순위를 125위까지 끌어올려야만 내년 PGA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벨잔은 “쓰러져 실려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경기를 계속하겠다”며 캐디의 손을 뿌리쳤다. 결과는 놀라웠다. 2라운드 8언더파 단독 선두. 이글 2개와 버디 6개, 보기 2개를 적어낸 벨잔은 혼신의 경기를 마친 뒤 앰뷸런스에 몸을 실었다.

 그의 투지는 대단했다. 의사는 대회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벨잔은 입원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병원 문을 나섰다. 두통과 가슴 통증이 여전히 그를 괴롭혔지만 평소보다 더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했다. 벨잔은 3, 4라운드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며 경기를 이어갔다. 결국 그는 마지막까지 선두를 지켜내며 챔피언에 올랐다.

  우승상금 84만6000달러(약 9억2000만원)를 획득한 벨잔은 상금랭킹 63위(137만3528달러·약 14억9600만원)로 뛰어올랐다. 챔피언에 오르면서 앞으로 2년간 PGA 투어 시드도 유지하게 됐다. 아내 메리사와 겨우 7주 된 아들이 있는 벨잔은 “오로지 나의 꿈과 행복한 미래를 위해 싸웠다. 골프는 스윙이나 퍼팅 기술이 전부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골프다”고 소감을 밝혔다.

 위창수(40·테일러메이드)는 합계 12언더파로 공동 5위에 만족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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