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토지' 청소년판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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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박경리씨의 대하소설 '토지'를 알기 쉽게 정리하고 분량을 줄여 만든 '청소년 토지'(이룸刊.전 12권)가 나왔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한민족의 삶을 담아낸 '토지'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지고 교과서에도 실렸지만 방대한 분량과 수많은 등장인물 등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완독하기에는 어렵다는 평을 받아왔었다.

그래서 이번 청소년판의 출간은 우리 문학의 자랑인 토지에 청소년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판이긴 하지만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 원작 못지 않게 신뢰가 간다. 원작자인 박경리씨와 토지 연구자들의 검증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큰 틀은 원작자가 추천한 '토지' 연구자인 연세대 최유찬 교수가 잡았다. 그 후 '토지'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상진씨가 최초의 판본, 솔출판사 판본, 나남출판본 등을 비교 검토해 주요 내용을 구성했다. 최종적으로는 박경리씨가 검증을 한 후 책이 나왔다.

그런 과정을 거쳐 원고지 3만장에 달하던 원작은 원고지 5천장으로 줄어들 수 있었다. 거기에 동양화가 김옥재씨의 삽화를 곁들였고 각권 말미에는 역사적 배경이 되는 사건이나 주요 인물들을 정리해 전체적 이해를 돕고 있다.

박경리씨는 "나는 예전부터 청소년들이 '토지'를 읽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단순히 일제시대의 고난을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와 이 세상에 생을 받아 나온 모든 생명들의 삶의 부조리, 그것에 대응하여 살아남는 모습, 존재의 본질적 추구를 같이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다. 내가 '청소년 토지'를 직접 써야 했지만 체력이 떨어져 그러지 못해 무척 슬프다"고 말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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