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 속임수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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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아기 탄생 여부에 대한 검증작업이 6일 전격 중단됨에 따라 종교단체 라엘리언운동의 인간복제아 발표가 '사기극'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라엘리언운동 산하 인간복제회사인 클로네이드로부터 복제아 '이브'의 DNA검사를 위임받았던 마이클 길런(사진) 전 ABC방송 과학담당 기자는 이날 "지금까지 객관적인 과학자들로 구성된 검증팀은 복제아 가족에게 전혀 접근할 수 없었다"며 "검증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클로네이사가 발표한 '인류 최초의 복제아 탄생' 주장은 라엘리언운동이 명성을 얻기 위해 꾸민 정교한 사기극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클로네이드가 첫번째 복제아라고 주장한 '이브'는 물론 지난 4일 레즈비언 부부에게서 태어났다는 두번째 아기도 라엘리언운동 측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미 코넬대에서 이론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에서 강의를 한 적도 있는 길런은 지난해 12월 27일 브리지트 부와셀리에 클로네이드사 대표로부터 이브가 복제아인지의 진위를 가릴 검증책임자로 선정됐다.

그는 권위있는 연구기관 두 곳의 전문가들로 검증팀을 구성하고 이브와 산모의 DNA샘플이 추출되길 기다렸지만 '탄생' 열흘이 되도록 아예 접촉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라엘리언의 교주 클로드 보리옹은 지난주 미 플로리다주 법원이 복제아의 법원보호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복제아 부모를 소환하기로 하자 아기(이브)의 안전을 이유로 "검증절차를 중단하라"고 지시함으로써 복제아가 사기극이라는 의혹을 증폭시켰다.

일부 과학자는 "이번 복제아 논란은 클로네이드의 발표에 놀아난 '미디어 서커스'"라고 비난하고 있다.

영국의 복제양 돌리의 탄생에 참여했던 해리 그리핀 박사는 6일 CNN방송에서 "클로네이드는 DNA검사 증거는 물론 복제됐다는 아기가 존재한다는 증거조차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앨터 차로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도 "이번 복제아 소동은 건전한 의학목적의 복제연구마저 가로막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클로네이드의 브와셀리에 대표는 6일에도 "6주 후에 세명의 복제아가 새로 태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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