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살리기의 정공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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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는 사회 전체가 갈등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그 치유책으로 '개혁과 화합' 을 앞세우고 집권 후반기의 역점을 경제 살리기에 두었다는 데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또한 튼튼한 경제 체질을 갖추려면 개혁의 지속적 추진만이 유일한 방안이라는 인식은 당연하고 이에 토(討)를 달 국민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개혁에 대한 의지의 재천명을 빼면 나머지 정책들은 현실에 근거했다기보다 나열.선심성 성격이 많아 개혁의 의지마저 훼손한다는 느낌을 준다.

정부는 중산.서민 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해 봉급생활자의 세 부담을 10% 정도 경감하고 향후 3년 내에 2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국민 임대주택을 20만호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산.서민층의 보호는 최소한의 사회 통합을 위해서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임에 분명하다. 더욱이 이들 정책은 집권 초 외환위기를 우선 극복한 뒤 추진하겠다던 이른바 'DJ 노믹스' 의 근간임을 모르지 않는다.

문제는 오늘의 경제 현실이 이런 정책들을 계속 확대해 나갈 여력과 우선순위를 허락하느냐는 것이다.

향후 3년간 국민 임대주택 20만호 건설만 해도 재원과 입지가 뒷받침되면서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이다.

그 것이 힘들다는 점은 1998년 이후 올해말까지 4년간 공급될 임대주택이 6만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말해주고 있다.

소득세 경감 역시 방향은 옳으나 얼추 소요 재원만 6천여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어서 재정의 취약성을 감안할 때 경감만이 능사냐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결국 내년 선거를 향한 포석이라는 야당의 반문이 나와도 궁색하게 돼 있다. 정부로선 일단 약속한 정책은 빈틈없이 대책을 강구하되 실현 불가능한 일마저 무리수를 두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지금은 하고 싶다 해서 모든 정책을 벌여놓고 할 수 없는 '선택과 집중' 이 더 절실한 집권후반기다. 그렇다면 경제 살리기 역시 해답은 고통을 무릅쓴 구조조정과 이를 통한 경제의 불확실성 제거에 있고, 이 점에서 정부의 보다 철저한 현실 인식과 각오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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