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중년이 가장 많이 산 차? '의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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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부장급 연구원인 김기한(52)씨는 최근 현대자동차의 2013년형 아반떼를 샀다. 전에 타던 차는 기아자동차의 중형 세단 로체. 차를 줄인 셈이다. 김씨는 “아이들이 다 커서 주로 안사람과 둘이 다니는데 준중형이면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다”며 “‘작은 차를 타느냐’는 주변 시선에 신경이 쓰였던 건 사실이지만 퇴직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1000만원 가까이 돈을 더 주고 차를 사기엔 부담이 돼 실속 있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 차 구입에 쓴 돈은 1700만원가량. 김씨는 “운전석·조수석 에어백에 열선 시트 등 전에 타던 차 못지 않은 사양을 갖추고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중년층의 자동차 구매 양상이 바뀌었다. 김씨처럼 준중형 이하 차량을 구입하는 40, 50대가 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오래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고령화에 따라 은퇴 후 준비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자동차를 구입할 때 체면보다는 실속을 따지게 된 것이다. 중앙일보가 2006년과 올해의 현대차 판매 실적을 비교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올 1~10월에 40, 50대는 준중형인 아반떼를 가장 많이 산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의 24.5%, 50대의 26.6%가 이 차를 선택했다. 2006년엔 쏘나타는 물론 그랜저에까지 밀려 40, 50대 선호도 3위였던 아반떼가 1위에 오른 것이다. i30 같은 다른 모델까지 합치면 40, 50대의 30%가량이 준중형을 산 것으로 집계됐다. 20% 안팎이었던 2006년에 비해 10%포인트 정도 높아진 수치다.

 2006년 40, 50대가 가장 많이 샀던 쏘나타는 올해 3위 이하로 떨어졌다. 40대의 경우에는 아반떼·그랜저·싼타페에 이어 4위, 50대에서 아반떼와 그랜저 다음인 3위였다.

 배기량 1600cc 이하 소형차를 사는 중년층도 많았다. 2006년에는 40대의 5.8%, 50대의 4.6%가 각각 소형차를 구입했지만, 올 들어서는 이 비중이 7.1%(40대)와 6.2%(50대)로 커졌다.

 중년층과 달리 20~30대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대형 구매 비중에 변화가 없었다. 20대 구매자 중에 올해 쏘나타·그랜저·제네시스·에쿠스 같은 중대형 세단을 산 비율은 19%로 2006년 그대로였다. 다만 올해에도 20, 30대가 제일 많이 산 차는 아반떼였다. 현대자동차 측은 “20, 30대 소비자들은 앞으로 소득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다 과거처럼 주변 눈치를 보면서 작은 차를 고르는 경향 또한 사라졌다”며 “경기가 풀리면 젊은 중대형차 구매객이 더 늘 것으로 보고 이들을 잡는 데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준중형 이하 차를 장만하는 중년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업체들은 준중형급 이하 차에도 운전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옵션들을 덧붙이고 있다. 기아차는 최근 경차 모닝과 레이에 후방 카메라를 달았다. 주차를 할 때 내비게이션 화면에 뒤를 비춰주는 것이다. 20, 30대보다 운동신경이 다소 떨어지는 중·장년 운전자의 주차를 돕기 위한 용도다. 프라이드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로 일정하게 차량 속도가 유지되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갖췄다. 이는 장거리 주행에 따른 피로를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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