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 암달러상 통해 외화 조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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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연구의 새로운 틀을 모색하기 위한 학술회의가 6일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 통일관에서 북한미시연구소 주최로 열렸다. 중앙일보가 후원한 이 회의에서 사회를 맡은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오른쪽 넷째)이 주제발표와 토론에 대한 총평을 하고 있다. [사진 북한미시연구소]

북한 당국이 시장의 암달러상들을 통해 외화를 조달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파악됐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6일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에서 열린 북한미시연구소(소장 이우영) 개소 기념 학술회의에서 “북한 원화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 상실에 따른 달러화(dollarization·달러가 중심화폐로 자리 잡는 현상)가 일어나 사실상 화폐시장 기능을 하고 있다”며 “그 극단적 사례가 국가기관 사람들이 신권을 대량으로 암달러상에게 가져가 달러로 바꿔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탈북자 C씨와의 면담 사례를 토대로 “황해남도 연안군의 암달러 시장에는 평양에서 사람이 내려와 달러를 대량 바꿔 간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그들은 외화벌이에 종사하거나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상부에서 북한돈 신권을 한 가방 주면서 ‘지방에 가서 달러를 거둬들이라’고 지시하면 암달러상에게 달러로 바꿔 온다는 것이다. 다른 탈북자도 “지난해 11월 황북 사리원의 암달러상 집에서 돈다발을 뜯지 않은 북한 5000원권 100장짜리 묶음 수십 개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국영기업도 비공식적 외화시장을 통해 원자재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 구매력을 확보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 북한에서는 달러화와 함께 중국 인민폐의 광범위한 유통을 일컫는 위안화(yuanization)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가 후원한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인천 임대아파트 단지의 남북한 주민 간 상호작용을 다룬 논문 등 특이한 연구물이 발표됐다. 회의를 주최한 미시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북한에 대한 세밀하고 밀착된 시각의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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