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옷을 사고 자동차를 바꿔도 왜 금세 허전해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11월의 주제 행복, 나의 선택 행복, 누구나 소망하지만 실제로 이를 느끼고 사는 사람은 적습니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 달의 책’ 11월 주제는 ‘행복, 나의 선택’입니다. 나이도, 국적도 다른 세 저자가 자신의 체험을 들려주며 행복은 결단이요, 실천이라고 말합니다. 2012년도 벌써 11월, 한 해를 돌아보기에 길라잡이가 되는 책입니다.

[일러스트=강일구]

선택의 조건
바스 카스트 지음
정인회 옮김, 한국경제신문
303쪽, 1만4000원

독일에 사는 30대 후반의 과학기자는 어느 금요일 저녁, 친구들과 바베큐 파티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이렇게 사는 게 쉽지 않을까. 지금 우리들은 과거보다 더 큰 자유를 누리고 있고,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졌는데 왜 더 행복해졌다는 느낌을 갖기 어려운 걸까. 그날 친구들과 허심탄회하게 일과 사랑의 어려움에 대해 대화를 나눈 끝에 생긴 의문이었다.

 『선택의 조건』은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에 대해 탐구한 보고서다. 과학기자의 근성과 현시대를 살아가는 30대의 고민을 담았다. 불안과 갈등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까지 제시한 독특한 에세이다

 그가 집요하게 매달린 질문은 우리에게 선택할 게 훨씬 많아졌는데 왜 더 행복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과학 논문을 뒤져보니, 선택할 게 많으면 처음엔 행복 곡선이 위로 치솟다가 가짓수가 일정 수를 넘어서면 만족도는 떨어지고 마음이 불안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그래프가 무지개 형태가 된다는 점에서 ‘무지개 현상’이라 불린다. 선택이 자유롭고 대안이 많을수록 책임도 무겁고, 선택 후 ‘다른 걸 선택했더라면’ 하는 후회의 여지도 크단다. 이른바 ‘자유의 그늘’이다.

 사회가 선택 가능성을 맘껏 열어줬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줄수록, 오히려 개인들이 불행을 느낄 확률이 크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재국가에서 꺾이고 좌절하는 사람은 때로 영웅이 되기도 하지만, 자유국가에서 패배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루저’로만 통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다. 선택할 게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이전처럼 서로 자신을 온전히 열고 헌신하지 않게 됐다. 또 극도로 발달하게 된 서비스 산업 역시 불행의 트렌드에 일조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행복에는 친구와 가족 등과의 친밀한 관계가 결정적인 요소인데도, 사람들은 과거에 친분관계로 해결하던 일을 요즘엔 돈(서비스)으로 해결하게 됐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실패가 수치감과 연결되면서 지위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익명성이 심해진 사회에서 모르는 사람이라도 자신을 알아볼 수 있도록 지위 상징(옷이나 자동차)에 더 매달리게 된 것도 우리가 더 불행하게 된 또 다른 이유라고 한다.

 저자는 결국 인간관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우정·결혼·자녀·가족 등의 친밀한 유대관계는 우리의 자유를 제한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때문에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준다는 것이다. 돈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아름다운 구속’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게 마음에 평화를 준다는 제언이다.

 또 지나친 자기절제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부족함을 받아들이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행복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면, 행복의 과학을 깊이 있게 파헤친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에드 디너·로버트 비스워스 디너 지음·2010)을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