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수위·재계 충돌 잘못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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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구성 이후 강성 개혁정책이 여과없이 쏟아지면서 파문을 빚고 있다. 이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벌정책을 두고 한 차례 논란을 통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새 정부의 정책구상이 설익은 상태로 나와 파문을 일으키는 것도 적절치 않고 이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것도 아직은 성급하다고 본다. 경제에 혼선과 불필요한 불안감만 키우는 것 외에는 이 시점에서 얻을 게 별로 없겠기 때문이다.

인수위가 들고 나온 재벌정책에는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과 집중투표제, 공정거래위원회의 사법경찰권 부여 등 DJ정부가 하지 못한 정책들이 거의 담겨있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개혁은 일종의 국민적 합의사항이 됐고 여전히 미완성 과제임은 틀림없다.

기업 경쟁력의 강화를 위해서도 투명경영이 절실하다는 데 이의를 달 국민은 없다. 그러나 상속 포괄주의는 조세 법률주의와 마찰 요소가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처럼 자본도피 우려도 없지 않다.

구조조정본부 해체 논란만 해도 지주회사가 발달하지 않은 현실에선 대기업이 있는 한 장기적 전략사업을 총괄하고 계열사를 조정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중요한 목표는 경제발전 엔진을 찾아 성장잠재력을 시급히 배양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처럼 재벌개혁이 전부인 양 거론된다면 갈등만 증폭시켜 정작 필요한 정책추진을 어렵게 할 뿐이다.

정책은 당위성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논의되고 있는 개혁정책들은 대부분 법개정이 필요하다. 더구나 여소야대의 의회가 이를 기다리고 있다. 경제정책은 현실과 조화를 요하고 여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추진이 어렵다.

인수위가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무소불위로 비춰지는 면도 경계해야할 일이다. 대통령당선자도 인수위의 정책 보도에 혼선을 지적하며 정리를 당부했다. 인수위는 현 정부의 기존정책을 검토.발전시켜 새로운 정책과제를 정하는 본연의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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