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6년만에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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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해 12월 말 런던시장에서 금값은 온스당 3백53달러까지 올랐다. 이런 수치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약 28%가 오른 것이며, 최근 6년래 최고 수준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낮은 이자율, 증시 침체, 달러화 약세 등이 금값 폭등의 원인이다. 뭐니뭐니해도 불안할 땐 역시 금이 안전자산이라는 전통적인 시각을 입증한 셈이지만 최근 금값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6일 금이 거래되는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의 분위기가 크게 차이가 난다며 금값이 조만간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최근 금 선물시장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이 몰리며 후끈 달아올랐지만, 이와는 반대로 현물시장은 오히려 움츠러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런던 현물시장에서 금 거래 규모는 1999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고, 세계 최대 금 수요국인 인도에서의 금 소비도 지난 해 상반기 중 전년 동기 대비 반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선.현물시장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두고 "최근의 국제 금값 상승세가 투기적 선물거래로 인한 거품에 불과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런던의 금 거래 전문가 폴 워커는 "금값은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온스당 3백65~3백75달러까지 치솟으면 차익 매물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여전히 많다.

일단 투자 전문가들은 금 시장이 주식.채권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데 주목한다.

증시불안이 높은 상황에서 금은 효과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로 꼽힌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 주식투자자들은 3년 침체장을 거치며 보수적으로 변했다.

컨설팅업체인 알타베스트닷컴의 에릭 겝하드는 "이라크전 가능성, 북핵위기, 베네수엘라 장기파업 등 국제적 긴장이 높은 실정에서 금값이 아직 4백달러 선을 돌파하지 않은 게 놀라울 지경"이라며 당분간 지속적인 금값 상승을 전망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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