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돌아가신 후 빚 갚으러 은행가니 '황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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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자영업자 A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은행에 들렀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아버지 앞으로 남은 대출금 2000만원을 정리하려면 20만원의 중도상환수수료를 함께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A씨는 “이런 상황에서도 수수료를 내라니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앞으로 자녀 등 상속인이 부모 사망 후 3개월 이내에 부모 돈을 대신 갚을 때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 만기 전에 대출금을 갚으면 붙는 수수료로 0.5~2%가량이다. 은행은 지금까지 대출자가 사망해 만기 전 돈을 갚을 경우에도 수수료를 받아 왔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은행이 이런 방식으로 거둔 수수료만 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대출 건당 약 30만원의 수수료를 물린 셈이다.

 금감원은 대출자가 사망해 불가피하게 대출금을 미리 갚는 경우에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봤다. 금감원 은행감독국 이경식 팀장은 “유족이 상속을 포기해 은행이 담보물을 정리하고 대출금을 먼저 회수하는 경우에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물리지 않는다”며 “상속인이 자발적으로 대출금을 갚으려 할 때 수수료를 매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상속인이 요청하면 이 같은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이 팀장은 “금감원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로 상속 채권·채무를 확인하고 사망 사실을 은행에 알려야 중도상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후 상호금융사·저축은행·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에도 상속인에게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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