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토빈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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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무섭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 완화 조치로 전 세계에 돈이 넘쳐나면서,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고 대외 개방도가 높은 한국에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국내에 들어온 외국 돈은 7500억 달러(외화 빚 포함)나 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단기성 투기자금, 일명 ‘핫머니’까지 더해지면 환율이 얼마나 요동칠지 쉬이 짐작이 갑니다. 그런데도 마땅한 방어장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 ‘토빈세’가 정치권의 화두가 됐습니다. ‘세계의 현금인출기(ATM)’ 처지가 된 국내 금융시장을 지킨다는 ‘인기성’ 명분에 정치권이 나선 것이죠. 토빈세는 단기성 투기자본을 막기 위해 외환거래에 매기는 세금을 말합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James Tobin) 교수의 이름을 땄습니다. 외환거래에 세금을 매기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투기성 단기거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토빈세는 자칫 해외 자본 거래 자체를 감소시켜 금융시장의 침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토빈세 도입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전문가 입장도 엇갈립니다. 토빈세로 단기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경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옹호론과, 급격한 외국 투자의 감소와 대외 신인도 하락이라는 위험성이 크다는 반대론으로 입장이 나뉩니다.

  다만 분명한 건 세계적인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토빈세를 일부 국가만 도입하면 모든 외환거래가 세금이 없는 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모든 국가가 완벽하게 합의하기 전까지는 토빈세의 도입 가능성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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