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벤처캐피털 투자, 2분기 61%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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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벤처 캐피털 투자가 닷컴의 지속적인 침체에 타격받아 지난 2.4분기 61%나 감소한 것으로 31일 집계됐다.

벤처 자본가들은 이같은 저조가 지난 85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면서 생명공학부문에 대한 투자가 늘기는 했으나 인터넷 쪽의 악화를 상쇄하기는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벤처 캐피털 투자는 지난 2.4분기 106억달러에 그쳐 한해 전의 272억달러에 비해 61% 감소했다고 전문조사기업인 벤처 이코노믹스와 미벤처캐피털협회가 밝혔다. 닷컴 산업을 대표하는 실리콘 밸리의 경우 66% 하락한 31억4천만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명공학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는 2.4분기중 14억7천만달러로 한해 전에 비해 37% 증가했으나 전체 벤처 캐피털 투자의 저조를 상쇄시키지는 못했다고 협회측은 지적했다.

지난 85년부터 실리콘 밸리에서 활동해온 벤처 자본가 톰 맥도넬은 "지금까지 경험한 가장 나쁜 상황"이라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연기금 등에서 확보된 400억달러의 벤처 캐피털이 현재 적절한 투자처를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앤더슨 컨설팅의 하이테크투자 책임자인 빌 허친슨은 "벤처 자본가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라면서 "위탁받은 자금을 놀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익전망이 나쁜 닷컴에 투자하기도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벤처 캐피털 투자는 지난해 3.4분기 기록적인 286억달러에 달한 후 계속하향세를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올해 내내 나타나고 내년에도 이어질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벤처 캐피털 투자 수익률도 급격히 나빠져 과거에는 연간 최소 20% 이익이 유지됐으나 지난 3월말까지의 1년간을 기준으로 볼때 평균 6.7% 손해라는 최악의 기록을세운 것으로 분석됐다. (샌프란시스코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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