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가속화…생보업계 '초비상'

중앙일보

입력

1년 정기예금 금리가 사상 처음 4%대에 진입하는 등 초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역마진으로 허덕이고 있는 생보업계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생보업계는 상품 및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으나 초저금리 현상과 금융시장 침체 지속 등 외생변수로 인해 이같은 노력이 단기효과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생보업계와 감독당국은 보험료 인상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23개 생명보험사의 평균예정이율은 7.5%인데 비해 자산운용이익률은 4.7%에 불과해 그 차익인 역마진 규모는 2조7천400억원 정도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말 현재 역마진 규모 2조5천800억원에 비하면 3개월 사이에 무려 1천600억원(6.2%)이 늘어난 것이다.

◆지속되는 초저금리 생보업계 강타 생보업계는 최근 금융시장에서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4%대로 진입하는 등 초저금리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금융시장 침체를 불러와 역마진현상이 개선되기는 커녕 더욱 심화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울상이다.

이같은 초저금리의 가속화로 인해 최근 생보업계의 주수익원이 되고 있는 대출금리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그렇지 않아도 역마진 규모를 줄여할 생보업계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생보업계는 채권 25%, 수익증권 10.7%, 대출 38.4%, 주식 5.7%, 기타 부동산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채권이나 주식시장에서의 자산운용이 어려워지면서 대출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생보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처럼 대출비중이 커지고 있으나 아파트담보대출의 대출금리가 금리인하 경쟁으로 최근 7.9%까지 급락한데다 최근 초저금리 현상 가속으로 대출금리 추가 인하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기존 저축형 보험상품의 확정금리가 7.5∼9.5%인 점을 감안한다면 각종 부대비용을 뺄 경우 역마진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우려했다.

이처럼 저금리현상이 이어질 경우 통상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활황세를 보여야 하지만 미국시장 침체, 불투명한 경기전망 등으로 인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금리로 인한 역마진의 완충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경우는 지난해부터 급락세가 지속되면서 오히려 생보업계 역마진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 생보업계의 사활을 건 구조조정 생보업계는 이같은 역마진 현상이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금리가 급등할 때 실적만을 생각해 무분별하게 판매했던 확정고금리상품에 의한 것으로 분석, 이같은 상품을 금리연동형으로 바꾸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확정금리형과 금리연동형 상품의 비율이 64대36정도로 업계가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오는 2004년은 돼야 안정적인 구조인 5대5 정도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보험모집인들이 확정금리상품의 해약을 유도하면서 보험계약자와 잦은 마찰이 일어나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업계의 강력한 인력구조조정으로 지난 3월말 현재 보험모집인 수가 28만4천명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무려 4만2천여명 감소하는 등 대대적인 사업비 감축에도 나서고 있으나 역마진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어서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보험료 인상 움직임 생보업계 관계자는 '역마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초와 마찬가지로 대형사를 중심으로 평균예정이율을 낮추는 문제가 심도있게 검토되고 있다'며 '금감원에서도 9월 또는 10월께 평균이율 인하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오는 9월까지 역마진 현상과 관련된 업계 동향을 분석한 뒤 인하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이보다 앞서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생보업계 대형사들이 평균예정이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업계가 평균예정이율을 인하하거나 감독당국이 표준이율을 낮출 경우 보험료가 상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4월 표준이율을 1% 인하해 10% 정도의 보험료 인상효과가 나타났었다'며 '당시 삼성생명은 금감원보다 먼저 평균예정이율을 낮췄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생보업계와 금감원이 함께 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있는데다 앞으로도 역마진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여 하반기 보험료 인상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서울=연합뉴스) 임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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