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운 연애상담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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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호 30면

안녕하세요. 싱거운 연애상담소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애가 어렵습니까? 오랫동안 연애를 쉬었습니까? 애인 때문에 죽고 싶습니까? 아니면 애인을 죽이고 싶습니까? 그 모든 고민을 싱거운 연애상담소가 해결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영화 ‘광해’에서 하선이 이런 말을 합니다. “내 꿈은 내가 꾸겠소.” 그렇습니다. 꿈도 자신이 꾸는 것처럼 고민도 자신이 푸는 것입니다. 다만 싱거운 연애상담소에서는 고민이 많은 분께 잠시 싱거운 웃음을 선사하겠습니다. 혹시 또 모르죠. 웃다 보면 어느새 고민을 해결할 지혜가 떠오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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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저희 상담소를 찾은 고객들의 고민 중 몇 가지입니다. 심각한 고민도 있고 심심한 고민도 있습니다. 저마다의 고민에 저의 대답을 붙여보았습니다. 그다지 참고가 되지 않을 테니 그저 참고 읽어 주세요.

문: 남자친구가 도무지 제 말을 듣지 않습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답: 남자친구가 하는 말을 들어 보세요.

문: 남자친구가 데이트할 때 돈을 잘 안 써요.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날에도 선물을 준비해 주는 법도 없습니다. 저를 아끼지 않는 걸까요? 답: 당연히 아끼겠죠. 다만 돈을 더 아끼는 것 같습니다.

문: 언제부터인지 애인의 체취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싫어졌어요. 이제 연애 2년째인데 벌써 권태기가 온 걸까요? 어쩌면 좋을까요?답: 가까운 이비인후과에 가보세요.

문: 이번 주말에 소개팅이 있습니다. 여자를 만날 때 제일 먼저 보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답: 거울부터 보세요.

문: 술만 취하면 제게 전화하고 집까지 찾아오는 대학동기 남자가 있습니다. 사귀던 여자와 헤어져 힘들어할 때도 제게 와서 하소연하고 그랬거든요. 제가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충고도 하고 위로도 해줬습니다. 그러다 정이 들었나 봐요. 이 녀석 저 좋아한다고 고백도 몇 번 했는데 다음날 만나면 무관심한 척해요. 왜 이러는 걸까요? 답: 술 취해서 그러는 거죠. 그리고 정신차려야 할 사람은 그 녀석이 아니라 바로 당신입니다. 그 남자는 무관심한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 무관심한 거니까요.

문: 3년 전부터 만나 사귀고 있는 남자가 있는데 얼마 전에 우연히 저 말고 또 다른 여자와도 사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한마디로 그 남자 양다리를 걸친 거죠. 이 남자 어떻게 해야 다시는 양다리 못 걸칠까요? 답: 한쪽 다리를 분질러 놓으세요.

문: 미팅에서 만난 상대가 마음에 드는데 자존심 상하지 않고 애프터를 신청하고 싶다면 어찌 해야 할까요? 답: 애프터를 신청하는 데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습니다. 거절당할 때 상하겠죠.

문: 결혼할 사람이 있는데 궁합을 봤더니 안 좋다고 하네요. 헤어져야 할까요? 답: 헤어지는 게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헤어질 구실을 찾는 것 같으니까요.

문: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고 말하는 남자의 말을 믿어도 될까요? 답: 그럼요. 만일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때린다”고 말하는 남자의 말을 믿을 수 있다면요.

문: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와 결혼해도 될지 어떨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답: 그 여자에게 물어 보세요.

문: 예쁜 여자를 보면 입 안에 저절로 침이 고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 꿀꺽 삼키시면 됩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장이다. 눈물과 웃음이 꼬물꼬물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 아내를 탐하다』『 슈슈』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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