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고성장 신화재현 어려울 것"

중앙일보

입력

마이크로소프트(MS)가 닷컴 냉각기를 맞아 신규인력 채용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고 비즈니스 다원화에 주력하는 등 자구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빌 게이츠 회장은 26일 시애틀에서 열린 `디지털 이코노미 시르카 2001'' 세미나에 참석해 "(닷컴의) 끝이 아니며 끝이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면서 "아마도 시작의 끝일 것 같다"는 윈스턴 처칠의 2차대전 종전후 발언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릭 벨루조 MS 사장겸 최고운영자(COO)도 이날 금융 전문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닷컴 비즈니스의 시대가 바뀌는 것"이라면서 "비즈니스 모델도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MS가 디지털 휴대단말기와 게임콘솔 부문에 새롭게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MS의 비즈니스 다각화 노력은 인력 조정이라는 허리띠 졸라매기와 병행되고 있다. 지난 6월말로 끝난 2001사업연도에 뽑았던 인력의 절반 가량인 4천명 미만을 2002사업 연도에 채용할 계획이다. 그것도 연구인력 확보에 비중을 둘 것으로 설명됐다.

게이츠와 벨루조 두사람은 MS의 사업이 위축되는 것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그간 유지해온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 몇년간 연 20%까지 성장하는 호조를 보여왔지만 닷컴 열기가 냉각되면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001사업 연도의 주당수익이 1.32달러로 한해 전의 1.70달러에 비해 상당 수준 하락했다. 2001사업연도에 매출이 253억달러로 전년에 비해10% 뛴 것이 오는 9월로 완료되는 현분기의 경우 일년 전에 비해 하락할 전망이다.

웰스파고 밴 카스파르의 MS 전문가인 조너선 게르킨크는 "예상했던 것"이라면서"문제는 MS가 고성장을 유지하기에 너무 덩치가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연매출이 300억달러 규모인 거대 기업으로 지난 90년대와 같은 고성장을 유지하는게 쉽지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퍼시픽 크레스트 증권의 MS 전문가인 브렌던 바니클도 MS가 신규 비즈니스에 적극 진출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기존사업 가운데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것들도 있음을 지적했다. 한 예로 성능이 경쟁사 제품의 90%인 반면 가격은 40%수준에 불과한 SQL 서버를 상기시켰다.

게르킨크는 오는 10월 출시 예정인 윈도 XP에 MS가 큰 기대를 걸고 있기는 하나 기존의 오피스 및 윈도 프로그램들도 시장성이 상존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벨루조도 "차세대 PC 시장을 놓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윈도 XP의 성공을 확신하기는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내놓는다. 시장에 정착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며 MS와 미 법무부간의 법정 싸움도 계속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또 오는 11월 X-BOX를 출하함으로써 게임콘솔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것과 관련해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증권부문의 그렉 보겔 연구원은 "게임기 개발에 투입된 엄청난 돈을 감안할 때 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MS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신규 사업을 이처럼 적극 확대하고는 있으나 과거처럼 한해 25% 성장하는 신화를 재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애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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