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완벽한 부모입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이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학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우리 역시 이런 학대를 받으며 자라왔고, 지금의 모습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완벽한 부모라고, 어른이라고 자부하지 마십시오.

「학대 받는 아이들」은 아이들이 직접 쓴 글을 통해 '아동학대'에 관한 여러 가지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일기장에 적어 놓은 고통스러운 기억들. 어른들 때문에 상처 받은 기록들을 그대로 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그 일기 하나하나를 정성껏 쓰다듬으며 어른들이 해야 할 일에 관한 생각을 보태고 있습니다.

아동 학대에 관한 사례들은 특수한 가정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닙니다. 어제 저녁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에게 내뱉은 말일 수도 있고, 자주 들려오는 옆집 아주머니의 아이들을 혼내는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일기장 가득 펼쳐져 있는 말들에 충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혹시 우리는 아이들을 하나의 완벽한 인격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많은 어른들이 어린이들은 일기 쓰기를 통해서 작문 실력과 탐구력 같은 것을 기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기를 통해 아이들의 심리를 엿보고 싶어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국어 교육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면 국어문제집이나 풀게 하라고 과감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기 쓰기는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어린이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 내는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른들이 글씨, 내용 등의 검열(?) 과정에서 아이들의 보는 눈을 막아버린 것은 아닐까요? 그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아이들은 잘잘못의 판단 기준이 흔들리고, 참된 가치관에 대한 믿음이 흐려져 버리게 되는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아이들에게 '숨구멍'이 된 일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의 폭력 앞에 놓인 아이들이 겉으로는 부모의 위압에 굴복하는 듯하지만 속으로 반감만 키운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매를 맞은 것으로 값을 치렀다고 생각하고 자기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현장감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것은 '삶을 가꾸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위해 애쓰고 있는 저자의 노력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저자는 실제 생활에서도 아이들에게 속상한 일이 있으면 함께 교실 바닥에 뒹굴면서,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하는데 이렇게 아이들의 모든 표현을 받아들이는 작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의 표현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거기에 담긴 일, 생각, 사상, 감정 따위를 옳거나 그르거나 모두 받아들인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보호 속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하나의 인격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자칫 잘못하면 이 둘 중 어느 하나에 치중하기 쉽습니다. 더구나 아이들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 하나하나에 영향을 받는 예민한 존재입니다. 부모가 빚을 져서 집이 어렵고, 아빠가 바람을 피웠고, 엄마 아빠 사이가 나쁘다는 것 등을 아이들은 결코 모르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런 충격들이 오래 간직 되어 그 아이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고민 수준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사회에서 학대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어떤 유명한 아동상담가들의 사례 분석을 듣는 것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함부로 남과 비교하고, 생각 없이 말하고, 무시합니다. 그러면서 깍듯이 부모 대접을 받고자 합니다. 이 책을 보고 많이 반성하세요. 그리고 우리 아이는 착하니까, 혹은 아이가 아직 어리다고 아이들의 고민에 대한 애정어린 관찰을 뒤로 미루지 마십시오. 바로 지금이 정확히 알고 행동할 때입니다.(고정원/리브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