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가공협 이흥구 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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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우유 업계는 소비 확대와 생산량 조절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힘든 처지입니다."

이흥구(李興求.70.사진)한국유가공협회 부회장은 우유업체가 전환점에 서있다고 강조했다.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감소하는 가운데 원유 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李부회장은 "정부가 낙농가에 생산 보조금을 주는 시스템에서는 우유가 공급과잉이 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농민들의 증산 의욕을 꺾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젖소 도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용도.계절에 따라 원유(原乳)가격에 차등을 두는 탄력적인 유가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유업계가 현재의 위기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앞으로 생존하기조차 힘들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런 위기감은 수입제품에 맞서 유일하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흰 우유가 소비 정체 현상을 보이는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12년 동안 협회 부회장으로 재직한 그는 최근 우유의 인기가 시들한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1980년대 국민 1인당 우유 소비량이 해마다 40%씩 증가하며 승승장구하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에서 우유를 받아 먹지 않고 집으로 들고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

그는 흰 우유가 인스턴트 식품의 입맛에 밀려 어린이들에게서 외면당하는 것을 볼 때 서글프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가임(可姙)여성 1인당 출산율이 1.30명으로 떨어지면서 우유의 주요 소비층인 어린이가 주는 추세다.

반면 우유 소비가 적은 노령 인구는 증가해 업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李부회장은 업체가 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해 소비자의 입맛을 우유 쪽으로 돌려놓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자금.시설에서 열세인 중소업체들의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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