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윈도XP 성공위해 지연작전 구사"

중앙일보

입력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는 10월 시판될 윈도 XP의 성공적인 시장 침투를 위해 미 법무부가 가능한한 늦게 독점에 대한 벌금을 부과하게 되길 절실히 원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22일 전했다.

이들은 그러나 MS가 이를 위해 법정 절차를 늦추게 될 경우 독점 문제와 관련해 타협을 원하는 법무부를 자극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항소법원은 MS를 2개사로 분할시키라는 하급 법원의 판결을 기각시켜 원심으로 되돌려 보내면서도 시장독점 부문은 인정해 심도있는 조치가 취해지도록 판결한바 있다.

MS가 개발한 윈도 XP는 오는 10월 일반에 시판될 예정이다. 컴퓨터 메이커들에게는 이에 앞서 제공된다. 법무부 관계자들은 법정이 제동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윈도 XP가 그간의 윈도 프로그램들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묶여'(bundling)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MS가 항소심 판결후 취한 조치들을 봐도 법무부의 우려가 기우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 메이커들이 윈도를 채용할 경우 인터넷 익스플로러 아이콘을 제거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는 했으나 미디어 플레이어나 인스턴트 메시징 프로그램 등에 대해서는 윈도 XP 역시 묶음이 아직은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항소심에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컴퓨터 코드를 법적으로 "통합"할 수 있을지를 재고토록 요청한 점도 MS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을 되돌려받은 1심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토록 하려는 법무부의 입장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이런 시각에 대해 MS사 대변인은 "판결 내용을 문자 그대로 해석할 뿐"이라면서 더 이상의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나 회사 분할에 제동을 건 항소심 판결에 고무된 상태에서 윈도 XP 출시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조용히 진행하다보니 이렇게 `지연 작전'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워드대 법학부의 앤디 가빈 교수는 "MS가 윈도 XP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시간벌기 작전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도 현재로선 윈도 XP에 제동을 걸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기가 인포메이션 그룹의 산업전문 롭 엔더를 연구원은 "윈도 XP는 MS가 새롭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인터넷 부문에서도 중요하다"면서 "이것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지 못하면 MS의 닷넷(.net) 비즈니스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윈도 XP와 닷넷이 인터넷 부문에서도 MS의 독점을 가능케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MS측도 소비자가 윈도 XP와 닷넷의 `상품성'과 `새로운 면모'를 선호하게될 것이라고 장담함으로써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윈도 XP의 경우 그간은 별개 제품이었던 CD 라이팅 소프트웨어와 DVD 플레이어 및 리모트액서스 프로그램 등을 한데 묶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조지타운대 경제학부의 스티브 살롭 교수는 MS가 법원의 결정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여부를 법무부가 이 회사의 비즈니스를 잘 지켜봄으로써 파악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법원 결정을) 빠져나갈 구멍은 여전하다"면서 "단지 사업 전략을 바꾼다고 해서 이것이 근본적인 태도를 달리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즉 MS를 단속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인 차원에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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