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휴가 풍속도 `천차만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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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정예의 직원들이 수시로 밤을 새며 근무를해야 하는 벤처기업의 올 여름 휴가는 기업마다 천차만별이고 또한 이색적이다.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 벤처빌딩인 프라임벤처 메카에 입주해 있는 147개 벤처기업들을 들여다보면 정상적으로 휴가를 가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가뜩이나 경제상황도 어려운데 대기업처럼 휴가비를 받아 넉넉한 휴가를 즐기는 경우는 손으로 꼽을 지경이다.

이들 벤처기업은 강남에 버젓한 사무실을 차린 성공한 벤처기업과는 달리 희망 하나에 미래를 맡기고 땀과 노력으로 악전고투하고 있는 신생 기업들이 대부분. 전자금융 솔루션 업체인 `조이닷컴''의 민태홍 사장은 올해부터 도입한 `아이디어 제안제도''를 휴가와 연계해 직원들의 근로 의욕을 북돋우고 있다.

이 제도는 사업 아이디어를 내면 일정한 마일리지 점수를 주는데, 1천점이 넘은 7명의 직원들에게 우선적으로 5일간의 휴가와 10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차량용 항법 장치 개발 업체인 `픽처맵인터내셔널''의 경우 8월에 먼저 휴가를 갈 수 있는 직원 15명을 선발하기 위해 이달 말에 족구시합을 열기로 했다.

이 회사의 전체 직원 숫자는 50명으로 8월에 휴가를 많이 갈 경우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온라인 게임 업체인 `웹노리닷컴''은 여느 벤처기업들에 비해 여유로운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7월과 8월은 근무 효율과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7월 한달을 `안식월''로 정해 전 직원이 오전 11시 30분까지 출근을 하고 오후 5시 30분이면 퇴근을 한다.

8월은 전 직원들이 돌아가며 휴가를 가는 `휴가의 달''이다.

이 회사 직원들은 올여름 모처럼 제대로 쉴수 있지만 `서늘한 바람이 부는 9월부터는 모두가 밤 샐 각오를 하라''는 회사의 압력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전 직원이 올여름 휴가를 가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다.

사이버 캐릭터 `꽁실이''로 히트를 친 3D 캐릭터 벤처기업인 `컬쳐901''은 여름 일이 바빠 오는 10월까지 전직원들에게 `휴가 금지령''을 내렸다.

최근 대기업에서 직장을 옮긴 한 벤처기업 직원은 "벤처기업 직장인에게 휴가는 사치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면서 "경기가 워낙 나빠 휴가를 가라고 해도 주머니사정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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