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비디오] '스무치 죽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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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빅'(1988년)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 10대 소년이 어느 날 잠에서 깨어보니 어른으로 변해 벌어지는 이야기다.

톰 행크스는 영화에서 장난감 회사에 취직해 히트 상품을 만들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음이 아이의 것이므로 같은 또래의 취향을 이해하기 쉬운 것이다.

이 영화는 이른바 '어른-아이' 또는 '키덜트(kid+adult)', 즉 신체적으로는 성숙했지만 정신연령은 비교적 미성숙한 이들을 비유한 것으로도 읽힌다. '로빈 윌리엄스의 스무치 죽이기' 도 비슷하다. 영화는 스무치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셸든 몹스라는 청년 이야기다.

그는 30대에 접어들었어도 행동이나 사고방식은 어리숙하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TV쇼를 진행하던 루돌프가 방송계에서 자리를 잃자 무명의 코미디언 몹스가 스카우트된다.

그는 코뿔소 스무치 캐릭터로 승승장구하지만 몹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아무도 정말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아. 방송에서 관심있는 것은 오로지 돈뿐이지." 세상은 이 청년의 앞길에 예리한 덫을 준비한다.

'…스무치 죽이기'는 블랙 코미디다. 심각하고 사회적인 주제를 익살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영화는 어린이용 TV 프로그램의 이면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 곳에선 캐릭터 상품화, 아동을 소비자로 인식하는 치열한 마케팅 전략이 펼쳐진다.

감독은 대니 드 비토. 우리에겐 영화배우로 더 유명하다. '배트맨2'의 펭귄 역으로 출연했으며 때로 제작자를 겸하기도 하는 그는 '장미의 전쟁''호파'등에서 메가폰을 잡은 경력이 있다.

배우로는 로빈 윌리엄스.에드워드 노튼 등이 출연하는데 윌리엄스는 최근작들이 그렇듯, 선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악역을 연기한다.

이 작품은 출발에 비해 영화가 진행될수록 억지스러운 구석이 없지 않다. 원제 Death To Smooch. 2002년작. 12세.

김의찬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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