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주목받고 싶은가? 말을 짧고 강렬하게 끊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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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한마디로 말하라
미미 고스 지음
김세진 옮김, 중앙북스
250쪽, 1만4000원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대선을 앞두고 온갖 달콤하고, 화려한 말이 범람하는 요즘 리더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경제 민주화니 화합이니 하지만 정작 유권자의 가슴을 울리고, 마음을 잡아 끄는 한마디는 들리지 않아서다.

 신문기자 출신의 미국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쓴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실감나게 읽힌다. 자신의 주장·비전 등 모든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노하우를 일러주기 때문이다.

 비결은 ‘한마디’로 요약 가능하다. ‘집중하고, 경청하고, 분명하고, 간결하게, 인간적으로 전달하라’ 이것이다. 이를 두고 항목마다 차분하게 설명하는데 풍부한 사례를 들어 그 자체만으로도 읽을 맛이 난다.

 “저희 회사는 차고에서 시작했습니다.” “제 여동생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해에 저는 암 연구를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듣는 이를 사로잡은, 인간적 스토리를 녹여낸 사례다.

 “한때 저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었지요.” 미국 부통령이자 대통령 후보였던 앨 고어는 2000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가진 하버드대 연설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유머러스한 이 한마디에 청중은 웃음을 터뜨렸고, 분위기는 밝아졌으며 고어는 진지하면서도 밝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다.

 연설이나 대화의 서두가 이후 나올 내용에 대한 주목도를 높인다면 짧고 강렬한 슬로건은 전체 판세를 좌우할 수 있다.

 “문제는 경제야, 멍청이들아.”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빌 클린턴의 일등 공신은 바로 이 슬로건이었다. 90년대 경제불황에 허덕이던 유권자들 사이에서 공감과 반향을 불러일으킨 덕분이었다.

 유머를 활용한 사례는 웃음을 자아낸다. 코미디의 결정적 한마디를 ‘원 라이너(0ne Liner)’라 한다는데 미국 코미디언 그루초 마르크스 것이 결정적이다. “정치란 문제를 탐색하고 발견한 다음 오진을 통해 엉뚱한 약을 처방하는 기술이다”라나.

 책에는 ‘전문용어를 없애라’ ‘군말을 버려라’등 기법도 실렸지만 그보다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라’ ‘듣는 이와 가치를 공유하라’ 등 본질을 다룬 것이 더욱 가치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이 책이 리더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SNS 등 저마다 생각을 표현할 채널과 마당이 풍성해졌으니 ‘죽이는 한마디’는 누구에게나 필요할 터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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