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두 '프랑스 용병' 이 말하는 일본의 개혁 방향

중앙일보

입력

일본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개혁의 상징으로 뛰고 있지만 정작 이를 실천해 성공을 거둔 것은 뭐니뭐니 해도 닛산자동차와 일본 축구대표팀이다.

2년 연속 적자에서 올해 1천8백75억엔의 흑자로 전환한 닛산자동차와 아시아 중위권에서 컨페데레이션컵 준우승팀으로 급부상한 축구대표팀은 공교롭게 모두 프랑스에서 불러온 '개혁용병' 이 이끌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카를로스 곤 닛산사장과 필립 트루시에 축구대표팀 감독의 개혁론은 구조개혁을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출판가에서도 두 사람의 일본개조론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 떠들썩하게 얘기하자〓곤과 트루시에가 일본의 약점으로 똑같이 지적한 것이 조직원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이다.

이 때문에 닛산은 회사가 망해가는데도 위기의식이 희박했고 축구선수들은 서로 확실한 의사표현을 하지 않아 수비-공격 라인의 연결이 안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곤은 경영계획을 종업원들에게 자세히 공개했고 트루시에는 평소 할 말이 없으면 노래라도 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그 결과 닛산 종업원들은 경영목표를 함께 인식하게 됐고 축구대표 선수들은 이심전심의 신속한 플레이가 이뤄지게 됐다.

◇ 책임과 권한을 확실하게〓곤 사장 취임 후 닛산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권한과 책임이 분명해진 것이다. 종전에는 서로 책임을 지지도 않고 권한은 소수 임원에게 집중돼 있는 관료적 분위기였다.

축구대표팀에서도 자기 책임하에 과감한 슛을 날리는 플레이가 늘었다.

트루시에는 "축구는 조직이 70%, 개인이 30%이므로 선수는 이 범위내에서 자기책임하에 판단해 움직여야 한다" 고 강조하며 공격축구론을 펴고 있다.

◇ 뚝심이 필요하다〓개혁에 대한 반발을 미리 충분히 예상하고 이에 적극 대응했다. 곤은 구조조정 계획을 공표하기 전에 노조와 장시간 협상을 벌여 협력을 이끌어냈다. 또 인원삭감에 대한 정부.재계의 비판에도 "회사가 먼저 살아야 한다" 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트루시에도 국제경기에서 질 때마다 경질설에 시달리거나 선수선발에 대한 외압에 부닥쳤으나 늘 자신의 주장을 축구협회에 강하게 개진해 관철시켰다.

도쿄=남윤호 특파원yhn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