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대출이자 깎고 연기해주는 상품 속속 내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매듭을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이죠. 최근 집을 담보로 무리하게 대출을 내준 은행이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trust and lease back·신탁 후 임대)’을 발표했습니다. 하우스푸어가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에 집을 관리·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넘기고(신탁) 일정 기간(3~5년) 동안 대출이자 대신 월세를 내며 사는 방식입니다. 그사이에 집값이 오르면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고 일부 돈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집주인이 이후에 돈이 생기면 다시 살 수 있는 권리도 줍니다. 하우스푸어는 이자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고, 은행에서도 연체가 생기지 않아 좋죠.

 우리은행은 이달 안에 이 상품을 시장에 내놓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이지요. 1가구 1주택에 현재 담보로 대출을 받은 집에 살고 있어야 하는 데다 우리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한 대출자여야만 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대상자는 700가구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체 하우스푸어의 규모(약 108만4000가구)를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입니다.

 신한은행도 11일 ‘주택 힐링(치유)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에 동참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갚기 어려워진 사람에게 일단 이자를 2%로 깎아주고, 깎아준 부분은 1년 뒤 갚도록 미뤄주는 겁니다. 주택을 팔면 집을 사는 사람에게도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0.5%포인트 낮춰주기로 했습니다. 우리은행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보다는 제한 조건이 많지 않아 9000가구 정도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결국 시기만 늦춰질 뿐 나중에 이자를 똑같이 다 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자를 대출금의 5% 정도인 월세로 깎아주는 우리은행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과는 확연한 차이입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주택담보대출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혜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