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 Last Concert

중앙일보

입력

이 영화는 한국영화 '엄마없는 하늘아래' 이후 실로 오래간만에 나왔던 - '손수건을 준비해야 했던' 영화였을 것이다.

흔히들 이런 동기를 가진 영화들을 가리켜 최루성 멜로드리마라고들 하는데 이 영화는 항상 그 원조격에 위치한다.

홀로 남은 자의 슬픔을 죽음이라는 사건을 개입시켜 이별로 표현하는데 그 과정이 억지스럽다거나 짜맞춘듯한 작위성을 띄게되면 드라마 자체의 설득력은 당연히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라스트콘서트'는 그 슬픔을 나름대로 말이 되는 범위안에서 표현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안타까움을 두 주인공의 시점안에 가두면서 나른하게 엮어나가는데 이 작품을 음악때문에 봤던 필자는 (당시 라디오 영화음악 프로들에서는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시대를 타지않는 초일류명곡이었다) 생각했던 영상과 음악의 조화가 아니었던 탓에 적잖이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음악이 다른 최루성 멜로드라마에서의 그것보다 설득력을 가지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최근에 한국에서 제작되었던 이와 유사한 영화인 '선물'과 비교해 보자.

솔직히 영화관람자는 이정재가 열연하는(아무리 보아도 개그맨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영화속의 개그'에는, 또는 그 개그의 내용에는 집중하기가 쉽지 않지만 죽어가는 아내의 모습이 대비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가만있는 사람마저도 웃겨야하는 개그라는 현실과 죽음이 만나는 그 순간은 서로에게도 물론이지만 그 두 광경을 동시에 목격하는 제 3자(결국은 관객)에게 가장 큰 충격이자 아이러니가 되지 않을까.

이 광경을 후면에서 서포트하는 음악은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객관성을 부여받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는 훨씬 더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우선은 남자주인공이 한때 작곡가였지만 어떠한 이유로 인해 실의에 빠진 삶을 사는 고달픈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것을 회복시켜 주는 여주인공의 헌신적이고 애절한 사랑을 위해 만든곡이 '스텔라를 위한 협주곡'인데 영화 '선물'에서 이정재가 보여주었던 개그와 같은 맥락에 있다.

물론 이 영화에서 'St. Michel'같은 곡들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뭐니뭐니해도 주역은 역시 '스텔라를 위한 협주곡'임에 틀림없다.

이 한곡은 한때 행복했던 시절에 대한 회상보다는 예정된 슬픔의 감정이 주되게 작용하는 영화의 분위기를 단숨에 격앙시키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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