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800㎞ 미사일 5년 내 실전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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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새 미사일 지침에 따라 우리 군이 개발하게 될 사거리 800㎞, 탄두중량 500㎏짜리 미사일이 이르면 다음 정부 임기 말인 2017년 실전 배치될 전망이다.

 익명을 원한 군 관계자는 8일 “지난달 발표한 국방개혁안에 향후 5년간 2조5000억원을 들여 유도탄 전력을 강화키로 한 부분은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염두에 둔 조치”라며 “우선 3000억원이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돼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경우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재진입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현재 이 기술이 거의 확보된 사거리 550~560㎞급 미사일을 우선 개발해 실전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군은 개전 초기 미사일을 동원해 북한의 군사적 전략 거점을 대거 타격한다는 작전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군은 이런 작전을 뒷받침할 미사일을 확보해 실전배치하면 대북 억제력을 대폭 증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김종대 월간 디펜스 21플러스 편집장은 “이번 지침 개정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사거리를 북한 전역으로 확대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탄두 중량에 대한 제한을 유지한 것은 한쪽 손과 발만 풀렸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무인항공기의 탑재 능력을 2.5t으로 늘려 유사시 곧바로 탑재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도록 한 데엔 후한 평가를 했다.

 또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탄두 중량 제한을 풀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트레이드 오프 방식으로 극복이 가능하다”며 “연구개발용으로 시제기 제작과 시험에 대해서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은 보이지 않는 성과”라고 말했다.

 한편 군 당국자는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과 관련해 “당초 우리 정부 내에서도 미국에 크게 요구해서 깎도록 하는 재래시장식 흥정을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꼭 필요한 부분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백화점 정찰제식 협상으로 접근한 게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여기에 성 김 주한 미국 대사와 야전사령관 출신인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이 각각 국무부와 국방부를 설득한 것도 적잖은 효과를 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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