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현실로 드러나는 구조적 저성장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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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低成長)에 들어설지 모른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중기 전망’에서 2012~2016년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3.7%로 추정하고, 같은 기간 연평균 실질경제성장률을 3.5%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가 인플레 압력 없이 최대로 이룰 수 있는 생산능력을 말한다. 이번 예산정책처의 전망은 당분간 우리나라가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의 최대치가 연평균 3.7%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3.5% 정도의 성장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즉 연간 성장률이 4%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란 항간의 불안감을 공식화한 것이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설지 모른다는 불길한 우려는 올해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미 제기됐다. 올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유럽의 재정위기와 중국의 성장 둔화, 미국 경제의 부진 등 대외 악재가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 경제가 외부 요인에 의한 성장률 하락에 직면하게 된 구조적인 요인도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내수 기반이 부실한 가운데 과도하게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세계경제가 침체되면 한국 경제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구조적인 저성장을 감당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점이다. 성장률이 장기적으로 떨어지면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충분한 고용을 창출해내지 못한다. 자칫하면 재정적자가 누적되고 실업률이 급등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도 예산의 전제로 잡은 4%의 성장을 달성하지 못하면 세수가 예상보다 줄고, 복지 재원에 구멍이 난다. 청년실업이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크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대선 주자들은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만 외칠 뿐 구조적인 저성장을 극복할 대안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면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장밋빛 공약도 모두 허사가 된다.